-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선택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란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투자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신작을 매년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자축하듯 <삼사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2013년부터 단편·장편영화 상영과 더불어 특별 전시로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어온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창작자가 꿈꾸는 새로운 영화의 형식, 언어를 자유로이 보장받은 기회였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삼사라>는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중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티베트 불교의 ‘바르도’를 알게 됐다. ‘바르도’란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세계를 뜻한다. 그렇게 그는 ‘바르도’를 눈 감고 체험하는 영화를 구상했다. 눈 감아도 인지되는 섬광의 연속과 청각적 자극을 통해 사후세계로의 여정을 구현한 것이다. 영화의
[기획]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감독, 눈을 감고 떠나는 영화적 모험
-
현대 포르투갈 왕자의 퀴어 뮤지컬 <도깨비불>과 파울루 로샤의 1963년작 <녹색의 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올해 전주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의 관심작 리스트에 대부분 포함돼 있던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두 감독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와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에 의해 창조됐다. 두 작품이 공유하는 교집합은 코로나19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절정인 리스본 거리를 비추고, <도깨비불>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서사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이에 대해 “팬데믹 도중 만들어진 일련의 영화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팬데믹 현실로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괴상했다”며 이같은 설정은 당위적이라 입을 모았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의 출발점인 <녹색의 해>는 60년대 포르투갈 시네마 노보 운동의 태두와 같은 존재다. 또한 호드리게스 감독에
[기획]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 감독, 팬데믹으로부터
-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기 피습으로 사망했다. 범인은 야마가미 데쓰야. 어머니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약칭 통일교)에 전 재산을 헌납하는 등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친 인물이었다. 은 야마가미 데쓰야의 삶을 가와카미라는 가상의 인물로 재현한다. 더하여 작품을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간에 개봉하는 담대함까지 선보였다. 1960~70년대 급진적 정치영화를 만들었고, 이후 20년 동안 실제 중동지역의 혁명 게릴라군으로 활동했던 아다치 마사오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국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 중인 아다치 마사오 감독을 대신하여 영화의 바깥 살림을 도맡고 있는 후지와라 에미코 프로듀서, 가와카미를 연기한 배우 다모토 소란이 영화제를 찾았다.
실제 살인범의 삶을 소재로 했다는 면에서 아다치 마사오 감독의 전작 <약칭: 연쇄 살인마>가 떠오른다.
후지와라 에미코 감독님이 야마가미 데쓰야의 체포 당시 얼굴을 보고선 <약칭:
[인터뷰] '레볼루션+1' 후지와라 에미코, 다모토 소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
<오키쿠와 세계>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예외적인 작품이다. 지금껏 그의 스타일로 명명되던 강렬함, 거침 대신 섬세함, 따스함의 감성이 가득하다. 시대 배경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에도 시대다. 주인공 셋은 인분을 수거하여 농사꾼들에게 되파는 분뇨업자 청년 야스케와 추지, 그리고 쇠퇴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다. 당대 사회에서 하층 계급에 속하던 이들은 경제적 빈곤, 구조적 차별, 가족의 상실을 겪으며 고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오키쿠와 세계>는 절망보다 희망을 택한다. 이러한 곤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가능성이 작품을 뒤덮는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주요 감독으로 손꼽히며 한국과도 각별한 연을 이어오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공식 일정으로는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19세기 중반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시대극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 시대극에선 인물들이 서로 쉽게 연락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연락을 항상
[인터뷰] '오키쿠와 세계' 사카모토 준지 감독,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희망'
-
-
백현진은 배우이자 화가, 음악가, 현대미술가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백현진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어어부 프로젝트가 보여준 독창성에 찬사를 보냈고, 설치미술가로서 그는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의 작품에서 백현진을 배우로 처음 인식한 사람들은 그가 천재적인 신 스틸러라고 생각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백현진은 루이스 부뉴엘 만년 3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자유의 환영>(1974)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 그리고 그가 출연한 <뽀삐>(2002) <경주>(2014)를 선택했다. 백현진의 연출작 <디 엔드>(2009) <영원한 농담>(2011)도 관객을 만난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백현진, '연기와 예술이 연동되는 즐거움'
-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장유(이강생)는 고향 하이난에 돌아가 사랑하는 옛 연인 수홍(이몽)을 찾는다. 수홍의 딸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다. 고층건물과 새로운 아파트가 일사불란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하이난은 여전히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중국 지방의 급성장 물결을 보여준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오랫동안 누적된 건설업계 문제로 건설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갈등을 빚고 만다. 집이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집이 될 수 있을까. <부재>가 지닌 중국 사회의 이면과 문제의식을 돌아보기 위해 배우 이강생을 만났다.
-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재> 첫 상영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 이전의 다른 한국 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을 만난 적 있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무척 뜨겁
[인터뷰] '부재' 이강생 배우,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 되는 경험
-
뉴욕 이스트빌리지 시네필들의 성지, ‘킴스비디오’를 아는가. 이곳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파이크 리의 단골 비디오 대여점이자 코언 형제가 600달러의 연체료를 저당잡힌 대여점이었다. 1986년 개업 이래 10개의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성업한 킴스비디오는 비디오 문화의 쇠퇴로 2008년 폐업을 결정한다. 킴스비디오의 단골이었던 두 감독 데이비드 레드먼과 애슐리 새이빈은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를 통해 킴스비디오의 현재와 김용만 대표의 흔적을 추적한다.
5만5천여개에 달하는 컬렉션을 보관 중이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소도시 살레미는 정치 스캔들로 상황이 복잡해지고 레드먼 감독은 킴스비디오의 컬렉션들을 다시 뉴욕으로 들여오고자 한다. 그리고 두 감독은 마침내 김용만 대표와 연락이 닿는다. 여럿의 노력으로 킴스비디오는 2022년 3월 재개장한다. 킴스비디오는 곧 김용만 대표의 한결같은 영화 사랑의 현신이다. 그를 만나 70, 80년대 영화광들의 삶, 킴스비디오의 찬란한 과거와 그
[인터뷰] ‘킴스비디오’ 김용만 대표, “손님의 입맛을 우리가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5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문재인입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인 문재인으로 돌아간 이후의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작은 텃밭에서 도라지를 심을지 꽃을 심을지 고민하고, 반려견 마루와 산책을 즐기며, 사저 근처를 둘러싼 시위대를 조용히 바라보는 그의 일상은 대통령의 것도 일반 시민의 것도 아닌 채 채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길을 잃는 법이 없다. 묵묵히 오늘 할 일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의 중심을 지켜낸다. 친근하고도 낯설게 느껴지는 문재인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시나브로 흘러간 지난 5년을 반추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문재인과 비슷한’ 다큐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이창재 감독을 만나 전주영화제 상영에 이르는 긴 여정을 들어보았다.
- 4월29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문재인입니다>의 첫 상영을 마쳤다.
=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
[인터뷰] ‘문재인입니다’ 이창재 감독, “깊은 해류 같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예술의 본질을 담은 슬로건과 함께 축제의 장을 열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국내외 게스트들은 마스크를 벗고 전주 영화의 거리를 활보하며 4년 만에 활기를 되찾은 축제의 열기를 즐겼다. 무엇보다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다르덴 형제를 비롯한 해외 게스트들의 내한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영화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왔다는 것을 단단히 증명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영화인들과 <씨네21>이 만났던 시간을 먼저 전한다.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당신으로부터>의 신동민 감독을 비롯한 한국영화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는 1406호에 실린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인들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펑키 스텝에 능한 퀼의 혈관 속엔 인간과 셀레스티얼의 피뿐 아니라 1980~90년대 히트곡의 정신도 흐른다. 사랑스러운 영웅이 애지중지하는 빈티지 워크맨 사이에서 흘러나온 명곡들은 MCU 최고의 사운드트랙을 완성하며,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북미에서는 오디오 카세트의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 개봉 당시엔 카세트테이프 버전으로 출시된 O.S.T 모음집이 2017년 테이프 판매량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역사를 여행하는 가장 흥겨운 방법으로 “끝내주는 음악 모음”과 명장면이 조우하는 순간들을 소개한다.
<I’m Not In Love> 10CC
영웅의 여정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말기 암으로 숨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중인 엄마의 병실 너머, 소년은 늦은 밤 홀로 앉아 10CC의 음악에 위로받
[기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우주를 완성하는 사운드트랙
-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퀼 & 가모라의 경우
퀼은 <가오갤>의 울타리였다. 가모라와의 사랑으로 울타리는 한층 단단해졌지만 그만큼 불안해졌고 결국 가모라를 잃고 난 후 산산이 바스러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후 가모라가 돌아왔지만 그건 자신과 시간을 함께 보냈던 가모라가 아니라 다른 시간 축의 존재다. 엄연히 다른 존재지만 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퀼의 불안은 끊임없는 수다와 추억의 강제 주입으로 발현된다. 가모라를 잃고 상심에 빠진 퀼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절거린다. 영화의 상당 분량을 잡아먹는 농담은 마치 퀼의 공허한 내면과 불안을 감추기 위한 노이즈처럼 들린다. <가오갤3>의 농담이 별로 웃기지도 않으면서 계속 시도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가오갤>이 특유의 산만한 구성을 돌파해나간 비결은 적재적소의 음악의 활용에 있다. 우주의 부적응자들을 한데
[기획] 무한한 애정을 담은 따뜻하고 성실한 피날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끝이 좋으니 다 아름다워 보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삼부작 여정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MCU가 계속되는 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속편은 계속 나올 것이다. 다만 제임스 건 감독이 문을 열고 MCU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가디언즈 1기, 그러니까 ‘팀 스타로드’의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자칭 스타로드라는 거창한 별명을 붙인 자의식 과잉의 허풍쟁이가 정말로 우주를 구하고 지켜낼진 몰랐다. 조금 모자라고 대체로 물색없지만 본성은 착한 친구들이 모여 왁자지껄 소동을 벌인 지 어느덧 10년,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은 반항아들도 터전을 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캡틴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가오갤> 삼부작의 마무리에는 관객과 동고동락해온 세월이 묻어 있고, 그래서 반칙이라 해도 좋을 울림을
[기획] "안녕 <가오갤>, 이리와서 내 사랑을 받아요."
-
가디언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세 번째 영화이자 제임스 건이 연출을 맡은 마지막 작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공개됐다. 심금을 울리는 이별을 앞두고 제임스 건 감독의 연출 세계를 중심으로 가디언즈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았다. ‘끝내주는 음악 모음’을 중심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결정적 순간들도 되짚어본다. Come and Get Your Love.
*이어지는 기사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10년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다
-
리얼리즘의 방법론에 중요한 담론을 제시했던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가 한국을 방문했다. 전주영화제를 찾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레드 카펫에서 손가락 하트를 하며 인사하고, 마스터클래스와 GV 등 공식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며 영화제 관객을 살뜰히 만났다. 그들의 첫 내한을 성사시킨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 아동 문제를 다룬다. 체류증을 받지 못한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생존을 위해 불법적인 노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언제나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아왔지만, 최근 작품에서 그 범주는 유럽에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로 확장되고 있다. 전주영화제 기간 중 다르덴 형제 감독을 만나 그들의 영화가 현실과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 들었다.
- 2014년 전주영화제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세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영화를 조명하는 ‘출발로서의 다큐멘터리: 세
[인터뷰] '토리와 로키타', 영화와 현실의 조우,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