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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선희 <버닝>이 감독님 영화에서 명백하게 변곡점인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이 이젠 다른 방식으로 갈 수도 모르겠다는 인증을 남긴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시>가 2010년 작이고 그 다음 작품인 <버닝>이 2018년 작입니다. <버닝>을 찍기까지 8년 동안의 침묵이 절치부심의 과정이었을 텐데요. 그 침묵 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8년 동안 뭘 하셨는지 얘기 좀 해주세요.
이창동 8년간 영화를 준비했죠. 엄밀하게 말하면 7년인데요. <버닝>을 2017년에 찍었고 2016년에 영화를 준비했는데 1년 연기됐어요. <버닝>을 만들기 전까지가 7년 정도 걸린 거죠. 그 기간에 <심장소리> 토대가 됐던 장편을 준비했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노동자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또 완전히 다른 장르물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었고요. 거의 시나리오 단계까지
이창동 감독 X 조선희 작가 대담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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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1997년 <초록물고기>로 데뷔해서 감독님의 영화인생이 25년인데, 필모그래피는 단순소박해요. 6편뿐이거든요. 홍상수 감독이라면 25편은 찍었을 텐데.(웃음) 어쨌든 이창동 감독님은 영화를 그렇게 많이 찍진 않으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마스터클래스 준비하면서 조금 쉬운 편이었어요. 영화를 많이 볼 필요가 없었고 6편을 이미 다 봤거든요. <버닝> 이게 조금 문제의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것만 한번 더 보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박하사탕>을 2000년 무렵 여러 번 봤는데, 그땐 너무나 정치적인 코드로만 이해했던 것 같아요. 격동의 시기였고 제가 아직 40대여서 그랬던 것 같고요. 다시 보니 <박하사탕>은 어떤 슬픔에 대한 영화였어요. 젊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슬픔, 깨진 거울처럼 조각난 관계들, 스러지는 관계들, 폭력을 쓴 쪽이나 폭력을 당한 쪽이나 몸과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흔적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거예요. 정말
이창동 감독 X 조선희 작가 대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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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이 영화인생 25년만에 첫 단편영화를 공개했다. 신작 <심장소리>는 초등학생 철이(김건우)가 우울증 환자인 엄마(전도연)를 걱정하며 찾아다니는 모습을 원테이크로 쫓은 영화다. 지난 6월1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심장소리> 상영과 함께 이창동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이 감독과 같이 대화를 주고받은 이는 <씨네21> 전 편집장이자 소설가인 조선희 작가다. 1980년대 소설가와 문학 담당 기자로 만난 두 사람은 1990년대 영화감독과 영화기자로 재회해 오랫동안 공동의 기억과 신뢰를 쌓아왔다. 때문에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조망하던 대화는 두 사람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한국영화사의 순간들을 생생히 불러들이기도 했다. 그날 관객이 본 영화의 러닝타임은 28분이지만, 마스터클래스는 2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227석 규모의 좌석이 모두 매진됐는데,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대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늦은 밤 마스터클래스가 끝난 뒤에도 관객
이창동 감독 X 조선희 작가 대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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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우주인 장난감 버즈는, 극중극인 가상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다혈질이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버즈는,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를 통해, 크고 작은 사이즈의 장난감, 말하는 장난감, 소리나는 장난감, 스페인어를 하는 장난감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주되어 소개된 바 있다. 2022년 여름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새 장편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는 바로 그 극중극인 가상의 영화, 버즈 장난감의 영감이 된 영화다. 픽사 최초의 장편 SF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지난 4월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버즈 라이트이어>의 제작진을 화상으로 만났다.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과 갈린 서스만 프로듀서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 <버즈 라이트이어>의 첫 시작이 궁금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장난감에 영감을 준 가상의 영화를
'버즈 라이트이어'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 갈린 서스만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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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우주인 장난감 버즈는 장난감의 주인인 앤디가 좋아하는 SF영화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본 뒤로 <스타워즈>만 생각하고, <스타워즈>만 그릴 정도로 영화에 심취했었다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은 “앤디에게 <스타워즈>는 <버즈 라이트이어>였다. 우리가 그 영화를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버즈 라이트이어>의 아이디어를 피칭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5년 반 전이었다고 한다.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버즈(크리스 에반스)는 우리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통해서 익히 보아온 장난감이 아니다. 2000년에 홈비디오용 스핀오프로 만들어졌던 <버즈 라이트이어 오브 스타 커맨드: 디 어드벤처 비긴즈>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버
'토이 스토리' 유니버스의 본격적 시작, '버즈 라이트이어'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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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또 다른 제목을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TV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부터 소외계층의 일상으로 들어가 사실 이면의 본질을 읽어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번에 주목한 소재는 베이비박스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들며 일본의 입양 제도를 조사하다 알게 된 아기 우편함과 비슷한 시설이 한국에도 있고, 한국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가 일본의 10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접한 그는 한국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평소 함께 작업하기를 갈망했던 배우 송강호와 강동원, 배두나 그리고 한국 스탭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프로젝트로 추진하기에도 적절한 아이템이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엄마, 그 아이를 빼돌려 제3자에게 돈을 받고 팔려는 브로커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경찰들이 함께하는 <브로커>의 여정은 갓난아기를 흥정하는 범죄행위에서 아기를 지키기 위한 느슨한 연대로 바뀌어간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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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현(송강호)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브로커> 팀의 트럭은 지체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 달 27일 칸 프리미어로 시동을 건 그들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덕분에 <브로커>를 일찍 만나본 관객들은 알 것이다. 이 작품이 힘주어 건네는 부드러운 메시지는 이동과 이동 사이에, 불 꺼진 모텔 방이나 공중의 놀이기구 안에서 전해진다는 것을. 촘촘한 일정으로 바쁜 <브로커> 팀의 이야기도 비슷할 테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어졌을지 모른다. <씨네21>은 그 틈을 비집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대화를 주선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눈 후 7년 가까이 <브로커>를 키워온 그들이다. 다른 언어를 쓰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 감독과 배우는 줌(zoom)을 켜고 그동안 못 다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X 강동원, <브로커>를 말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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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현(송강호)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브로커> 팀의 트럭은 지체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 달 27일 칸 프리미어로 시동을 건 그들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덕분에 <브로커>를 일찍 만나본 관객들은 알 것이다. 이 작품이 힘주어 건네는 부드러운 메시지는 이동과 이동 사이에, 불 꺼진 모텔 방이나 공중의 놀이기구 안에서 전해진다는 것을. 촘촘한 일정으로 바쁜 <브로커> 팀의 이야기도 비슷할 테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어졌을지 모른다. <씨네21>은 그 틈을 비집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대화를 주선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눈 후 7년 가까이 <브로커>를 키워온 그들이다. 다른 언어를 쓰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 감독과 배우는 줌(zoom)을 켜고 그동안 못 다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X 강동원, <브로커>를 말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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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4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 시작을 알렸던 미쟝센단편영화제가 5월6일부로 엔딩 크레딧을 올립니다.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엔딩 크레딧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단편영화 앞에서 가장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점이라 판단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악착같이 단편영화의 편에 서려 했고, 아낌없이 단편영화를 사랑했습니다. 단편영화 곁을 떠난다는 생각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고, 후회스러운 순간도 많이 떠오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단편영화와 함께한 지난 20년의 시간에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2022년을 끝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엔딩 크레딧을 올리기로 한 이 결정을 모두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2022년 5월6일 미쟝센단편영화제의 홈페이지에 고별을 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20년간 한국 단편영화의 소통 창구이자 감독들의 등용문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엔
20년의 역사 마감한 미장센단편영화제⋯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해 뜨겁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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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세두가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처음 연기해봤다고 고백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 점을 의식하지 못했다. 담백한 연기로 많은 것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 스타일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원 파인 모닝>에 완벽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겪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을 찾는 싱글맘 산드라는 동시에 유부남과 연애를 시작한다.
- 미아 한센뢰베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다.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날 떠올렸다고 들었다. 사실 미아의 영화는 모두 그의 삶에 관한 것이고, 결국 내가 미아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날것의 순수함, 간명한 주제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드라 캐릭터와 미아를 연결 짓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을 때 미아는 그저 사랑과 죽음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정이입이 굉장히 잘됐다. 캐릭터가 추상적일 경우 그 인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원 파인 모닝' 배우 레아 세두 "평범하게, 순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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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한센뢰베 감독의 신작 <원 파인 모닝>은 실제 감독의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8살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 산드라(레아 세두)는 오래된 친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슬픔과 행복, 상실과 재탄생의 감각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것들>에 이어 모순의 역학을 탐구한 미아 한센뢰베 감독을 만났다.
- 이번 작품은 당신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 내 영화가 모두 실제를 그대로 담은 것은 아니지만, 자전적인 요소를 재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더이상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게 어떤 긴박감을 줬다. 글을 쓰는 것은 아직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존재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길이기도 했다.
- 상실감을 느끼는 미혼모가 오랜 친구와 사랑을 시작하는, 정반대의 감각
'원 파인 모닝' 미아 한센뢰베 감독 "버지니아 울프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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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이 또 한번 칸을 찾았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 경쟁이 학생들의 현장실습 근로환경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하청업체의 문어발식 경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 매사에 당당하고 화를 참지 않던 소희(김시은)가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겪는 심리 변화가 먼저 묘사된 뒤, 졸속으로 처리된 소희의 사건을 의심하며 진상을 파헤치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시점이 이어진다. <다음 소희>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있던 다음날,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가에서 정주리 감독과 배우 김시은을 만났다.
-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이 사건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정주리 <그것이 알고 싶다> ‘죽음을 부른 실습-열아홉 연쇄사망 미스터리’ 편을 우연히 보고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 배우 김시은 "첫 번째로 만난 김시은 배우가 바로 마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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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는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에 정착하려는 10대 소년 토리(파블로 실스)와 그보다 나이도 몸집도 큰 소녀 로키타(음분두 조엘리)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토리와 로키타는 자신들이 남매임을 증명해 벨기에에 함께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로키타의 서류 발급은 계속 지연된다.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와 마약 운반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토리와 로키타. 기댈 상대는 오직 서로뿐인 상황에서, 정착을 위한 생존 투쟁은 벅차기만 하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토리와 로키타>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름 그대로 없던 상을 새로 만들어 ‘특별히’ 수여한 것인데, 다르덴 형제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상이었다. 외신 기자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두 감독을 만났다.
- 영화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들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 두곡
'토리와 로키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용인할 수 없는 현실의 부당함에 저항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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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스타는 <브로커>팀이었다. <브로커>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브로커>팀이 레드 카펫에 나타날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팬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영화제 기간 이들이 공식 석상에 설 때 했던 말들도 매번 화제에 올랐다. 감독 및 배우가 참석한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기자단과 가진 티타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처음 시놉시스 단계에선 심플하게 아기를 버린 엄마와 브로커가 만나 유사 가족을 형성하는 이야기로 구상했다. 그런데 여러 각도로 리서치를 거듭하면서 좀더 복잡한 스토리를 떠올리게 됐다. 또한 <브로커>는 결국 유사 가족보다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가족 이야기와는 달라진 부분이다."
"언어의 의미를 모르는 상황에서 연출하는 것에 대해 나 역시 걱정이 많았다. 배두나씨는 일본어 버전
칸 현지에서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한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