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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우리 <한겨레> 기자. 기후변화팀에서 기후위기와 환경,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몇해 전 여름, 미국 올랜도에서 놀이공원인 시월드에 갔다. 시월드의 대표 상품인 돌고래와 범고래 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쇼를 보면서 내가 애써 떠올린 것은 자연의 소리였다. 물 밖으로 높게 튀어오르고 지느러미로 물을 튕기고 난 뒤 사육사에게서 죽은 생선을 받아먹는 고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연의 소리를 닮은 음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종일 놀이공원을 돌며 고래들의 쇼만 4번 봤다. 그러고 나자 첫 공연 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범고래의 역동적인 모습에 감동했지만 번쩍거리는 조명과 시끄러운 클럽 노래 소리의 진동을 견디며 수차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공연장이 슬슬 지겨워졌다. 바닷속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셀 수 없이 반복해온 고래들에게 이곳은 노예노동의 현장이었다. 그날 밤 화가 났고 우울했다.
동물원이나 수족
[비평]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며 지구의 미래 환경을 걱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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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손희정 영화평론가. <을들의 당나귀 귀2>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등을 썼다.
2009년 당시 <아바타>의 등장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북반구 선진국(Global North)의 남반구(Global South)에 대한 착취를 성실하게 반성하는 작업이자 발을 들이는 곳마다 모든 걸 파괴하고 마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생태주의 비판으로서, 무엇보다 기꺼이 타자-되기를 선택하는 탈휴머니즘적 철학의 대중적 재현으로, 영화는 진지한 사유와 토론을 촉발했다.
물론 의심스럽기도 했다. 영화는 다른 한편으로 하반신 마비를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퇴역군인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가 그 ‘망가진 신체’를 버리고 자신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한 채 전설적인 영웅 ‘토르크 막토’로 거듭나는 트랜스휴먼 서사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는 지구에서 손상된 남성성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는데, 제이크는 ‘남자가 되는’ 통과의
[비평] ‘아바타: 물의 길’의 스토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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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600만명 돌파, 글로벌 매출 10억달러 달성 등 <아바타: 물의 길>을 둘러싼 거대한 수치 기록이 연일 이어진다. 전세계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판도라로 초대한 제임스 카메론의 세계관을 면밀하게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관점의 비평을 담았다. 먼저 손희정 영화평론가가 <아바타: 물의 길>의 서사를 관찰하며 이분법적 구조가 만들어낸 허점을 짚어냈다. 이어 최우리 <한겨레> 기자가 환경의 관점으로 키리가 대변하는 미래 세대의 중요성을 짚어냈고, 마지막으로 박홍열 촬영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이 왜 <아바타> 속편으로 바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기술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각기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통해 <아바타: 물의 길>이 지닌 상징과 함의를 구체적인 언어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스토리, 환경, 기술로 바라본 <아바타: 물의 길> 리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아바타: 물의 길' 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 스토리, 환경, 기술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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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무빙>
감독 박인제 | 각본 강풀
출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거의 모든 플랫폼의 콘텐츠 책임자들이 기대작으로 꼽았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오징어 게임>의 두배 이상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알려진”(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 “규모감이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블록버스터라는 점은 물론, “강풀의 히어로물이 어떻게 표현될지”(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흥미로운 원작을 어떻게 구현해냈을지”(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궁금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감독 김철규 | 각본 김이영
출연 박규영, 강민혁, 이청아, 이동건, 전효성
온라인상의 인기가 돈이자
[기획] OTT 콘텐츠 책임자 5인이 꼽은 2023년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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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은 포화 상태일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 왓챠…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어떨까. 수많은 플랫폼 중 무엇을 구독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현 시장이 이미 레드 오션에 접어든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은 “2021년에는 OTT 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를 논했다면, 앤데믹 전환 이후 2022년 초부터는 이중 몇개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로 질문이 바뀌었다”며 치열해진 경쟁 구도를 묘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한 가정이 평균 4개 이상의 OTT를 구독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각사 OTT의 장점과 셀링 포인트를 잘 살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잠재적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의 티빙은 초기 모델이다. 차후 글로벌 사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
[기획] OTT 콘텐츠 책임자 5인이 점치는 2023년 OTT 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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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시리즈부터 스포츠 리그 중계까지, 2020년 서비스를 론칭한 이래 쿠팡플레이는 장르와 분야에 국한됨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선호도를 가늠해왔다. 지난 2년의 경험을 토대로 쿠팡플레이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고객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까지 차별화할 계획이다. 2023년의 문을 열 오리지널 콘텐츠로 <미끼>를 준비 중인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에게 대화를 청했다.
- 쿠팡플레이의 2022년 한해를 정리한다면.
= 2022년 크리스마스이브가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론칭한 지 딱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날> <안나> <유니콘> 같은 오리지널 작품들, <사내연애>와 같은 데이팅 리얼리티쇼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카타르> 등을 선보였다. 시즌3로 돌아온 <SNL 코리아>도 반응이 좋다. 지난 7월 진행된 토트넘 방한 경기
[인터뷰]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양질의 콘텐츠를 더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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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2022년 12개의 오리지널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더 존: 버텨야 산다> <핑크 라이> 등 새로운 포맷의 예능, 와 같은 콘서트 실황 및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포함됐다. 특히 한동화 감독, 미이케 다카시 감독, 강윤성 감독이 각각 연출한 <형사록> <커넥트> <카지노> 시리즈는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배우들까지 합세해 영화와 드라마, OTT 시리즈의 경계가 없음을 방증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글로벌 브랜드의 강력한 IP를 보유한 디즈니+는 ABC, FX, Hulu 등에서 제작되는 방대한 콘텐츠까지 더해 전세계 1억6420만명(2022년 10월 기준)의 구독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씨네21>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에도 업계와 크리에이티브와
[인터뷰]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와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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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환승연애2> 등 시즌제로 확장된 콘텐츠를 성공시켰다. <돼지의 왕> <몸값> 등 눈 밝은 관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들도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한 CJ ENM이 세운 OTT 플랫폼인 만큼 티빙은 해외 진출 후 성장세가 더욱 주목되는 플랫폼이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을 만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든 티빙이 그리는 청사진이 무엇인지 물었다.
- KT 시즌 합병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선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MAU)가 국내 OTT 중 1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있었다. 첫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티빙 이용권을 제공한 것은 커머스쪽 소비자들에게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었는데,
[인터뷰]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 “충성도가 있는 고객에게 보다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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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웨이브는 10대들의 학원 액션물 <약한영웅 Class 1>을 필두로 국세청을 배경으로 삼은 <트레이서>와 희망퇴직, 주식 폭락, 집값 폭등의 고난을 맞이한 인물이 등장한 <위기의 X> 등을 선보였다. 소재와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 독특한 우위를 점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CJ미디어와 스튜디오드래곤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온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는 3년차에 접어든 소회를 밝히며, 더 많은 국내 시청자와 글로벌 시장까지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들려주었다.
- 2022년 <트레이서> <위기의 X> <약한영웅 Class 1> 등 웨이브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작품이 많았다. 그중 <약한영웅 Class 1>은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로 올라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내부에선 그 원인을 무엇이라 판단하나.
= 극본, 연기, 연
[인터뷰]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30대 여성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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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기준 넷플릭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137만명으로(모바일인덱스) 2, 3위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오징어 게임>의 강풍 이후에도 지속적 성장세를 견인할 IP를 찾는 크리에이티브팀의 기준점은 더욱 비상해졌다. 그 가운데 한국 오리지널 영화가 출발선에 섰다. 사내 로맨스와 BDSM이라는 성적 취향을 접목한 <모럴센스>로 첫 번째 메인 투자작을 공개, 2022년 한해 총 5편의 영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보였다. 종로의 넷플릭스 서울 오피스에서 김태원 디렉터를 만나 지난해 원년을 연 영화부문을 중심으로 성과와 새해 전망을 물었다. NEW/콘텐츠판다에서 콘텐츠유통과 해외 배급, 제작 투자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인 김태원 디렉터는 구독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지향하며 “2023년에 선보일 영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2022년 1월에 처음으로 메인 투자작인 <모럴센스>
[인터뷰]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투자도 실험도 확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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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해마다 연초에 투자배급사 투자책임자들을 만나 그해 영화산업의 향방을 묻는 특집을 진행한다. 2023년부터는 OTT 플랫폼 콘텐츠 책임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신설했다.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무너지고 OTT의 존재감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투자배급사만큼이나 이들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과 같은 OTT 플랫폼의 투자 전략 및 경영 청사진은 영상 업계 전체에 영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 등 5인을 만나 2022년의 실적을 총평하고 어떻게 2023년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어지는 기사에 OTT 플랫폼 콘텐츠 책임자 5인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OTT 콘텐츠 책임자 5인이 말하는 2023년 OTT 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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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준 음악감독에게 2022년은 1월 개봉작인 <특송>으로 시작해 <말임씨를 부탁해>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를 거쳐, <영웅>으로 연말을 장식하는 밀도 높은 한해였다. 텐트폴 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고, 액션과 시대극,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두루 섭렵해온 베테랑 음악감독이지만 <영웅>은 특히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와 5.1채널 사운드의 극장 환경, 그리고 연기의 세밀함을 조우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 <영웅>에선 배우들이 사전녹음, 현장녹음, 후시녹음 과정을 모두 거쳤는데, 음악감독으로서 느끼는 각각의 효용과 차이는 무엇인가.
= 윤제균 감독님께 특히 중요하게 말씀드렸던 게 사전녹음을 꼭 해야 한다는 거였다. 사전녹음 때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컬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사실 훈련에 있다. 사전녹음을 하면 디렉팅하고 계속 수정하고 녹음하는 과정에
[인터뷰] ‘영웅’ 황상준 음악감독, “영화 스코어가 뮤지컬 넘버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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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캠, 4축 와이어캠의 협동
현장 라이브녹음을 위해 롱테이크를 고수한 <영웅> 촬영의 까다로움은 엔캠(Ncam)의 카메라 추적 솔루션, 국내 최초로 영화에 활용된 4축 와이어캠의 협동으로 해결해나갔다.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적용해 미리 만든 프리비주얼의 데이터를 카메라에 입력하면 와이어캠이 그대로 움직이는 방식”(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이다. 동시에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미리 만들어둔 배경을 카메라 모니터에 입혀서 촬영감독은 블루매트 위에 선 배우가 배경상의 어디쯤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조상윤 촬영감독은 4축 와이어캠이 효과적으로 쓰인 장면으로 기차 꼬리칸 난간을 붙잡고 설희(김고은)가 <내 마음 왜 이럴까>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인물의 동선은 크지 않지만 와이어캠 카메라를 활용해 설희의 앞모습부터 뒷모습, 위, 아래 등 전 방향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한 장면이다.
책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넘기는
[기획] '영웅', '레미제라블'을 뛰어 넘는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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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와 똑같이
<사도>의 영조,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 <올빼미>의 인조까지 배우의 얼굴 위로 수많은 위인의 얼굴을 입혀온 조태희 분장감독에게도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구현하는 것은 큰 숙제였다. “안중근 의사는 헤어스타일과 수염 없는 인중이 포인트다. 그 당시에 볼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수염 없는 인중이 자칫 낯설게 보일 수 있어 고민이 많았다.” 분장팀의 모든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한 안중근 의사 역의 정성화 배우는 1차 컨셉 회의 당시 제안한 대로 체중을 감량해 나타났다. 사진으로 남아 있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과 흡사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 분장팀은 3개월간 배우와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배우의 기존 구레나룻도 현대적인 스타일이라 분장을 붙여서 끊긴 바리캉 자국을 없애고 당시 스타일에 맞는 구레나룻을 표현했다.”(조태희 분장감독) 안중근뿐 아니라 독립군 동지들과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도 남아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실제 모습과 닮게
[기획] '영웅'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표현한 디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