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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종결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의 종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다룬다. 해전 신만 100분에 달하는 영화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지나 아침녘까지 이어진 긴 전투를 선보이며 이순신 장군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담았다. 배우 최민식·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비장함과 간절함이 뒤섞인 우직한 이순신으로 분했다. 맹렬한 전투의 전신을 건네받은 그를 통해 김한민 감독이 세공한 충무공의 세 번째 조각을 맞춰볼 수 있다.
현재 <노량: 죽음의 바다>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후반작업 편집이 70% 정도 끝난 상태다. 한창 음악 작업과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더하고 있다.
이순신 3부작의 시나리오 단계를 거치면서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노량해전은 7년의 임진왜란을 종결하는 마지막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담겨 있는 전투다. 단일 전투로서 사상자가 가장 많았
[2023 기대작⑥] 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 “그 겨울,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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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감독의 손에 <대외비> 각본이 처음 쥐어진 건 전작 <악인전> 촬영에 막 돌입했을 무렵이었다. “작품 제안을 받은 건 아니었고 초고를 쓴 이수진 작가의 글을 봐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읽어보니 재밌게 잘 쓴 글이라 트윈필름의 대표에게 소개해줬다.” 2019년 <악인전>이 칸영화제에 초청받아 출국해 있을 때였다. “호텔에서 쉬며 다음 영화는 뭘 찍으면 좋을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그 각본이 떠오르더라. 권력, 돈, 배신과 같은 인간의 욕망을 시대적 병폐와 엮어 논한다면 내가 잘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뒤로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국회의원 후보 전해웅(조진웅)이 선거를 준비하면서 지역 실세인 권순태(이성민)와 폭력조직 두목 김필도(김무열)와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해웅의 욕망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에 관한 서사로 이야기가 확장된다”고 이원태 감독은 덧붙였다.
[2023 기대작⑤] 이원태 감독 ‘대외비’, “권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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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히든 페이스>(2011)를 리메이크한 <히든 페이스>는 집 안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중심으로 성진(송승헌), 수연(조여정), 미주(박지현) 세 사람의 미스터리한 관계와 욕망을 그려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으로 분한 송승헌은 영상 편지 한통만 남기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는 과정에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며, 다양한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한다. 처음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을 때 김대우 감독은 문득 자신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히든 페이스>가 궁금했다. “작품을 제안 받고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볼 때와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와 DNA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발현되지 못한 욕망의 뿌리들이 저 먼 아래에서 서로 연결돼 있는 듯한 지점에 가장 이끌렸다.”
<인간중독> 이후 8년 만에 송승헌, 조여정 배우를 다시 만난 김대우 감독은 두 배우와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에 돌입했다.
[2023 기대작④] 김대우 감독 ‘히든 페이스’, “관계의 욕망과 욕망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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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30일,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재승 서기관이 베이루트에서 납치되고 1년9개월 후에 풀려난다. 김성훈 감독의 <피랍>은 1년9개월간 벌어진 실화를 극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다. 감독에게 어떤 장르로 접근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누군가가 납치됐고 구하러 가는 인물이 있다.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겪는 상황은 전부 재난이다. 재난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행위는 액션이고 심리적으로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겪는다. 이걸 보는 관객은 유머를 느꼈으면 좋겠다.” <끝까지 간다>와 <터널> 그리고 <킹덤>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김성훈 감독의 장기를 압축한 영화 <피랍>은 이렇게 완성되고 있다.
<피랍>은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지난해 2월 크랭크인해서 8월30일까지 7개월 동안 찍었다. 편집을 마무리하고 있다. 내부 공개해 모니터하는 게 목표고 이후에는 계속 수정할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한 일
[2023 기대작③] 김성훈 감독 ‘피랍’, “박력 있는 영화, 정지할 때도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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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든다.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재난 스릴러다. 작지만 유일한 세계가 된 황궁아파트 내에서 주민대표(이병헌)와 주민들, 그리고 아파트 외부의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합심하고 갈등한다. 재난영화의 박진감과 현실 풍자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엄태화 감독은 아파트와 인물들의 이미지를 실제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가려진 시간> 이후 신작으로 돌아온 엄태화 감독에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마주할 풍경에 관해 물었다.
원작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웹툰 <유쾌한 왕따> 1부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고 2부는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남은 황궁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래도 아파트라는 공간에 흥미가 있었는데 재난 상황에 아파트 한채만 남았다는 설정에 매료됐다. 한국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2023 기대작②] 엄태화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 “재난 상황보다 재난에 처한 사람들이 더 중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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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달 상공 10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아시아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이 등장하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척된 2030년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나래호가 폭발하고 5년 후, 다시 달로 향한 대원들 중 황선우(도경수)는 홀로 생존해 달로 향하고, 전 우주센터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은 그를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한편 미항공우주국(나사)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 문영(김희애)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제작비 280억원에 이르는 우주영화 <더 문>의 후반작업을 한창 진행 중인 김용화 감독을 블라드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과 함께> 시리즈가 ‘쌍천만’ 기록을 세운 이후 차기작이다. 언제 처음 접한 아이템이었나.
=<신과 함께> 시리즈 촬영 전에 시나리오 원안을 읽었다. 지금 버전과 전체 서사는 비슷하지만 당시엔 엔딩 부분의 감정이
[2023 기대작①] 김용화 감독 ‘더 문’, “가장 큰 화두는 하이퍼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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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한국영화 배수진의 해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오랜 여파로 정체되어 있던 주요 라인업이 극장가로 출격해 한데 맞붙는다. 앞선 <씨네21> 1387호 기획 ‘투자배급사 투자책임자 신년 인터뷰’에서도 배급 타이밍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공통적인 분위기가 감지되었듯 다가올 극장가의 전세는 전통적인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돌연변이의 등장도 기대하게 한다. 텐트폴 영화와 중소 규모 영화, 신구 감독의 조화로 다채로운 2023년의 신작 12편의 이야기를 감독들에게 직접 들었다. 한국영화 SF 장르의 신기술을 선보일 <더 문>, 이순신 시리즈의 최종장이 될 <노량: 죽음의 바다>, 젊은 감각의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성감독과 배우의 존재감을 뚜렷이 새길 <시민 덕희>, 배우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 등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작품들의 면면을 한데 모아 살펴보시길 바란다. 한국영화 빅
[기획] 2023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누가 천만 관객을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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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종료 후 26년 만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도 극장판을 만들자는 요구는 적지 않았을 텐데 지금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 내 안에서는 ‘돌아온다’는 감각은 별로 없고, ‘처음’이라는 느낌이다. 지금 영화를 만드는 이유의 밑바닥에는 오랜 세월 <슬램덩크>라는 작품을 봐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다. 나에게는 최선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슬램덩크>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끝났고 거기에 슬퍼하거나 놀란 분들도 계신 걸 잘 알고 있다. 늘 그런 분들께 보답하려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원작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골랐다. 가령 강백호가 건강을 회복했는지, 서태웅이 대학에 발탁되어 어떤 활약을 했는지 같은 후일담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은데, 산왕전을 극장판의 소재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 일단 기획안에서 그 경기를 원했다. 표현의 측면
[인터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다시 처음처럼, 리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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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역사상 가장 멋진 실패를 보여준 엔딩. 하지만 일본 스포츠 만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판매고를 올리고 세계 시장까지 제패한 <슬램덩크>의 진짜 엔딩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소년 만화 잡지인 <주간소년점프>에 1990년 10월(42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슬램덩크>는 1980년대부터 이미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드래곤볼>의 전성기 시절에 등장했다. 1996년 6월(27호) 총 276화를 끝으로 <슬램덩크>의 연재가 종료됐던 이 시기가 바로 <주간소년점프>를 비롯한 일본 소년 만화 주간지의 황금기였다. 한 회차 전체가 올 컬러로 실렸던 1995년 3-4호 <주간소년점프>는 653만부가 팔려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슬램덩크>는 1990년대에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 기록(21-23권의 초판 발행 부수 250만권)을 갖고 있으며, 2004년에 누적 판매 1억부를 돌파해 현재
[기획] 진짜 엔딩은 네버 엔딩, 만화 ‘슬램덩크’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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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슬램덩크> 덕분에 농구를 시작하고 알게 되고 좋아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끝난 월드컵이 전 세계인을 축구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었지만 적어도 한국과 일본에서 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당시 농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계기 중 하나였다. 한편의 만화를 넘어서 시대의 아이콘이자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슬램덩크>는 <드래곤볼>과 함께 90년대 일본 만화를 이끈 쌍두마차지만 여느 만화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당시 인기 만화들은 작가가 원한다 해도 마음대로 끝낼 수 없었고, 그 결과 무리하게 연재를 이어가다 본래의 색과 매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슬램덩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박수칠 때 과감히 떠나는 선택을 감행한다.
<슬램덩크>의 갑작스러운
[기획] 2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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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귀환. <슬램덩크>가 연재 종료 후 2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미 일본에서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열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강수진 성우를 비롯하여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성우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국내 공개를 앞두고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씨네21>과 독점 인터뷰를 가졌다. 이노우에 감독의 친필 메시지와 함께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소망한 감독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미리보기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독점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걸 전하는 것: ‘더 퍼스트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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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을 떠난 당신의 첫 번째 영화다. 습하고 더운 열대우림을 떠나 고지대로 향했다. 타지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 무척 멋진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가 스스로를 낯선 곳, 낯선 문화 속으로 던져넣을 때라고 생각했다. 사실 낯선 것과 대면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있어 꽤나 무서운 일이다. 진정성에 대한 많은 도전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위대한 영화감독처럼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만들 뿐인데, 이것은 사실 실패하기 위한 도전에 가깝다. 어떤 것에 실패하고, 그 실패로부터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자 했다.
- <메모리아>는 폭발성 머리 증후군이라는 당신의 사적인 질병으로부터 출발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질병의 감각을 어떻게 영화로 옮겨오고자 했나.
= 그것은 단순한 신
[인터뷰] ‘메모리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환영의 안쪽을 가장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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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의 적막을 깨뜨리는 ‘쿵’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쿵’ 소리라고 적을 테지만, 그것이 불완전한 재현임을 상기해두고자 한다. 그 소리는 사실 ‘쾅’ 소리일 수도, 영어의 표현을 따라 ‘Bang’ 혹은 스페인어로 ‘Bum’이라 적을 수도 있다. 그 소리를 문자로 옮겨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이유에서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축음기를 실재계의 매체에 비유했다. 축음기는 소리를 기호화하지 않고 소리의 주파수적 속성을 그 자체로 기록하며, 그러므로 모든 우연한 청각적 사건들의 수집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메모리아>가 ‘쿵’ 소리와 함께 시작되고 그 소리의 기원을 밝히기를 영원히 유보할 때, 영화는 마치 축음기의 매혹처럼 기능하며 소리의 주술적 힘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만 같다.
한편 <메모리아>는 그 힘 속으로 충실하게 빠져드는 것만큼이나 영화로부터 빠져나오기라는 각성의 순간을 요구한다.
[기획] ‘메모리아’, 가능한 모든 깨어남들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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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홍열 촬영감독. 영화 <간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심장소리> 등을 촬영하고 다큐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연출했다.
요즘 누구도 하지 않는 3D를 제임스 카메론은 왜 13년 동안 붙잡고 있었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그 지점이 궁금해 용산 아이맥스를 찾았다. 두번을 봤다. 한번은 3D 안경을 착용하고, 다른 한번은 3D 안경을 벗고 쓰기를 반복하며 거의 안경을 벗은 상태로 관람했다. 첫 번째 3D 안경을 착용하고 봤을 때는 3D 기술을 미학으로 승화시킨 점에 놀랐고, 두 번째 3D 안경을 거의 벗고 봤을 때는 기존 3D 영상에서 에러로 피해야 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구현한 3D 기술에 놀랐다.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3D 기술은 이 영화에 참여한 많은 기술 스탭들뿐만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의 장인 정신이 구현한 것을 인정할 수
[비평] '아바타: 물의 길', 기술이 서사의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이동시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