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가 아닌>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
<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감독
<요괴대전쟁:가디언즈> <두더지의 노래 파이널> 미이케 다카시 감독
마스터클래스 진행한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2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는 첫 문장부터 건조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임진왜란의 굴곡진 음영을 더듬는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는 김훈 작가의 후일담은 역사의 재현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작업인지를 증명한다. 김훈 작가는 ‘꽃은 피었다’로 썼을 때 ‘전쟁 한복판에서도 꽃은 핀다’는 식으로 다소 감성적으로 읽힐까 싶어 최후의 순간 끝내 ‘꽃이 피었다’로 바꾸었다. 고작 한 문장. 아니 한 음절. 하지만 때론 단어 하나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역사를 이야기로 다시 되살리는 자가 숙고해야 할 무게란 그런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존경해 마지않는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이라면 그 부담과 책임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적지 않지만 그를 다시 해석하는 일은 실로 고된 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모두 이순신 장군을 알지만 동시에 여전히,
용의 노래, 마침내 당도하다 '한산: 용의 출현' 리뷰
-
이안의 레드 / 무륵의 블루
조상경 의상감독은 이안(김태리) 의상의 모티브를 해인사의 요선철릭 유물에서 가져왔다. “메인 컬러를 레드로 잡고 이안이 남사당패에서 자란 전사라는 점을 고려해 깃 부분에 조각보 방식으로 수를 놓았다. 저고리는 아랫부분이 치마처럼 주름이 퍼지는 액주름포를 활용했는데, 액주름포는 옆선에만 주름이 들어가서 서 있을 때와 움직일 때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무륵(류준열)의 의상은 훨씬 얇고 가벼운 인상이다. “모시, 옥사, 명주 등의 천연색 천을 사용했고 홑겹으로 만들어진 옷을 여러 벌 입어 걸을 때 자락이 더 퍼지게끔 디자인했다. 오방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간색(두개의 오방색을 섞어 만든 색.-편집자)을 배색해 비색, 청록색, 취람색 등을 만들어 사용했다.”(조상경 의상감독)
정체를 숨긴 가드의 코트, 자장 법사의 가면
가드(김우빈)는 그레이 톤의 잘 재단된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미니멀하게 가는 것이 컨셉이었다. 오랜 시
'외계+인' 유니버스는 이렇게 창조됐다
-
- 오늘(7월20일) <외계+인>이 개봉했다. <암살> 이후 7년 만의 개봉이고, 5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 사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영화를 만드는 거니까 떨리고, 긴장되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오랜만에 개봉을 준비하면서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쇼케이스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 활발한 것 같다. 굉장히 빠르게 콘텐츠에 반응하는 젊은 친구들이 신기하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나오는 도술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분석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은 이를 ‘세계관’이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보였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이 예전보다 다양해진 것 같다.
- 최동훈 감독이 처음 <외계+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려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2017년 <도청>을 준비하다가 작업이 중단됐을 때였다. 원작 없
'외계+인' 제작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새로운 구조는 있다”
-
-
외계 행성에서 반란을 일으킨 죄수를 인간에게 주입하면 둘은 한몸으로 살아간다. 이때 외계인은 기억을 잃은 채 뇌 속에 잠들게 되고, 인간은 자기 몸속의 이물질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다시 남은 생을 영위한다. 보디 스내처 영화의 원조 격인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그리고 <인베이젼>(2007)을 떠올리게 하는 SF적 설정은 <외계+인>의 2022년 현재 파트를 수렴하는 구심력이다. 인간의 몸을 뚫고 촉수를 뻗친 다음 도심 한복판에 핏빛 공기를 터뜨리는 약간은 호러적이기까지 한 존재가 최동훈 영화에 착지한 것이다.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한국영화의 야심찬 성취 혹은 지평의 확대라는 산업적 의미는 이 글에서 잠시 차치하기로 한다. <외계+인>에 구현된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SF 장르의 계보 아래에서 얼마나 독창적인가 하는 문제 역시 취향과 인상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우선 배제하기로 한다. 질문하고 싶은 것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범죄의 재구성'과 '외계+인'을 잇는 최동훈 감독론
-
7월20일 여름 성수기 시장에 안착한 <외계+인> 1부는 전에 본 적 없던 한국영화의 돌연변이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개체수는 아직 단 하나뿐.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 전반을 되짚고 제작자인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의 말을 빌려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DNA를 엿봤다. 김태경 촬영감독, 류성희·이하준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유상섭·류성철 무술감독,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를 통해 고려 시대와 외계를 잇는 독특한 혼종의 실체를 해부한 제작기도 함께 전한다.
'외계+인'이라는 혼종의 재구성
-
공포영화 <주>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었던 <곡비> <복신범>까지
“최근 대만의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장르영화 붐이다.” 7월17일 막을 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아시아권 담당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최근 10년 동안 양적으로나 소재적으로 대만의 장르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졌고, 특히 신진감독들의 활약과 성장이 도드라진다”라고 대만영화의 경향을 설명했다. 대만영화를 흥행 면에서 보면 국내뿐 아니라 대만 내 관객에게 여전히 청춘 로맨스물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만의 신인감독들은 소재와 장르를 경계 없이 확장해나가며 이전 세대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반교: 디텐션> <여귀교> <종사> 등 대만의 공포영화는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대만 영화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영화
눈길 끄는 대만의 괴담·기담
-
2008년 5월 시네마테크KOFA가 개관한 이래 한국영상자료원은 매년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바로 이전 해에 발굴, 수집 과정을 거쳐 복원된 한국영화들과 해외의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7월1일부터 8월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은 KOFA 복원-애니메이션, KOFA 복원-클래식 복원, 이창동 리마스터링, 인 메모리엄, 장단편_극장전, 특별공연, 해외 복원 등 총 7개 섹션에서 41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1961년’이 키워드였던 지난해 상영작들에 비해 올해는 보다 현재 시점에 가까운 영화들이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 기획전에선 러시아 국립 아카이브 고스필모폰드에서 수집해 복원을 완료한 한국 초기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이번 기획전은 복원된 해외영화들과 한국 애니메이션 복원 사업으로 디지털 작업을 시행한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영화를 수집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았
영화 경험의 지평을 넓힌다
-
7월20일 개봉하는 <외계+인> 1부로 최동훈 감독이 귀환한다. <암살> 이후 7년 만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이라는 초호화 군단과 함께 활극을 펼치는 <외계+인> 1부는 한국영화에서 전에 본 적 없는 거대한 시공간의 카니발을 연다. SF, 액션, 판타지, 무협. 무엇이라 부르든 장르의 정의는 곧 무용해진다.
야심과 취향이 골고루 섞인 최동훈식 최첨단 설화. <외계+인>은 그 옛날 가장 사랑받던 이야기와 오늘날 가장 각광받는 대중 서사를 도술 부리듯 한폭에 엮은 거대한 파노라마다. 서울 한복판을 장악한 우주선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이면서 약장수 신선들이 만담을 주고받는 코믹 무협이고, 시공간을 뛰어넘은 질긴 인연을 품은 로맨스이기도 한 이 영화를 일목요연하게 축약하기란 꽤나 버거운 일이다. 가장 할리우드적인 엔터테인먼트와 동양적 해학의 풍류가 공존하는 가운데, 관객의 감상도 포만감과 산만함 사이 어
고대했던 여름 블록버스터, '외계+인' 1부를 즐기기 위한 가이드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뜨거운 열기였다. <씨네21>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를 찾은 화제의 게스트들과 만난 기록을 소개한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을 받은 <혼자가 아닌>을 포함한 수상작 및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인터뷰는 다음주 지면에서 만날 수 있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수상 결과
작품상 - <혼자가 아닌>(감독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상 - <스픽 노 이블>(감독 크리스티안 타프드럽)
◆ 특별언급 <납골당>(감독 미셸 가르자 세르베라)
심사위원상 - <베스퍼>(감독 크리스티나 부오자이테, 브루노 샘페르)
관객상 - <씨씨>(감독 한나 발로우, 케인 세네스)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수상 결과
작품상 - <신체모음.zip>(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감독상 - <다섯 번째 흉추>(감독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 센터가 드디어 열렸다. 2018년 부지 확보 후 2020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사업준공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개방한 것이다. 7월5일, tvN 드라마 <환혼> <작은 아씨들> 등의 촬영이 한창인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 초대받아 현장을 둘러본 답사기를 전한다. 원스톱 제작 인프라를 갖춘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였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월이 적용된 이 스튜디오는 마이크로 LED 기술력과 500평 규모의 스튜디오 시설이 만나 버추얼 스튜디오가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끼칠 혁신적인 영향력이 더이상 이상이 아닌 눈앞에 당도한 현실임을 체감시켜주었다.
CJ ENM 스튜디오 센터는 원스톱 제작 시스템을 목표로 13개동에 달하는 타운 안에 스튜디오, 오픈세트, 버추얼 스튜디오, 멀티로드, 근린 시설, 대규모 미술센터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배경
-
장르와 대상을 초월해 팬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잊을 만하면 되새기는 현상. 좋아하는 상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애먼 ‘머글’들에게 가고, 정작 덕후들은 멀리서 속 끓이고 마는 처지를 일컫는 말. 일명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탄다’의 준말)은 범(汎) 덕질계의 오랜 불문율이자 자조 섞인 넋두리다.
세월을 타고 수천 겹의 감정을 빚어내는 덕질의 생리로 인해, 이 슬픈 이야기는 최초 용례를 빗겨간 의미로 읽혀도 낯설지가 않다. 열렬히 사랑한 남성 연예인이 성범죄에 연루되었다면(<성덕>), 현생보다 아낀 게임 세계가 슬그머니 사라질 채비를 한다면(<내언니전지현과 나>), 팬심을 담아 무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려는데 난항이 계속된다면, 그러다 그가 유명인 반열에 훌쩍 들어서버린다면(<듣보인간의 생존신고>), ‘덕후가 끝내 계 타기란 얼마나 요원한가.’ 읊조리며 먼 곳을 바라볼 수밖에.
그렇게 덕후의 넋을 달래는 와중 카메라를 든 감
‘빠순이’라 불린 감독들이 말하는 나의 덕질, 우리의 영화
-
영화도, 만남도 인연이다. <뒤틀린 집>의 강동헌 감독과 윤상 음악감독은 마치 오래 사귄 벗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데 꼭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강동헌 감독의 전작 <기도하는 남자>를 보고 반한 윤상 음악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먼저 연락을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강동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인간을 관찰하던 전작과 전혀 다른 호러를 들고 돌아왔다. <뒤틀린 집>은 한국판 <컨저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우스 호러의 장치들을 익숙하게 활용하는 장르영화다. 하지만 전형적인 장르의 길을 가면서도 감독의 숨길 수 없는 개성과 시선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윤상 음악감독은 강동헌 감독의 깊은 이해자이자 동반자가 되어 모험 같았던 이번 작업을 도왔다.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좋은 만남이 무엇인지는 어렴풋하게나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강동헌 감독과 윤상 음
'뒤틀린 집' 강동헌 감독 × 윤상 음악감독 인터뷰
-
‘주인공은 등을 돌리고 비로소 자신이 찍어야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이 걸려든 세상의 프레임으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가서 발견한 바깥이다.’ 올해 영화평론상 우수상에 당선된 소은성씨는 비평문 맨 마지막 문장에 영화에 관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그는 영화를 통해 배우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 연거푸 말했다. 영화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냐는 질문에 “내가 나로서 잘살 수 있도록 견디는 힘을 줬다”라고 조심스레 고백한 그는 오랫동안 영화와 나눠온 친밀한 시간에 관해 들려주었다. 그는 영화가 던진 질문에 글쓰기와 제작으로 성실하게 응답해온 사람이었다.
- 영화에 관한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 20살 때부터 영화를 즐겨봤고, 영화 보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 무렵 <씨네21> 평론상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인디포럼 상영작을 비평하는 ‘독립비평 TAKE’에 리뷰를 쓰기도 하고,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남다은 평론가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 영화평론을 읽는 데 재미를 붙이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소은성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