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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을 모르는 영화감독들을 혐오한다. “음악? 영화 끝판에 아무에게나 맡겨서빨리 토해내게 하면 그만 아냐?” 하고 생각하는 감독들이 흥행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절대 없다고 믿는다.성기완 | 대중음악평론가문학과 지성사 펴냄/ 5천원영화쟁이들은 연대기에 충실해야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시대에 어떤 일이, 어느 날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했는지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그것들이,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들이 그렇게 짜맞춰지는 과정은 시놉시스를 쓰고 장면들을 구상하거나 수집하여 최종적으로 ‘ready go!’를외치는 그 흥분된 과정과 흡사하다. 사건들의 연대기적 전개과정을 연대기로 읽는 일은 벌어진 일들을 어떤 시각의 관점에서, 때로는 정사의 엄정한눈으로, 때로는 야사의 삐딱한 눈으로 재구성하여 만든 내러티브를 훑어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 한 시선이 일부러, 혹은 어쩌다가보지 않았거나 보지 못한 숨겨진 것들의 내러티브를, 그 망각의 것들
장호연·이용우·최지선의 <오프 더 레코드: 인디록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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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꿈을 만드는 원리, 그러니까 생생한 영상을 재료로 허구의 상황을 조직하는 원리는영화의 서사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꿈은 영화보다 더 비합리적이고, 더 부조리하지만 영상을 엮어 ‘서사’를 만든다는 점에서 꿈과 영화는놀랍도록 비슷하다.진중권 | 문학평론가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펴냄/ 1만2500원(상·하 각권)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중에 <꿈>(유메)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인데 듣자 하니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한다. <꿈>은 여러 사람이 꾼 꿈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 작품인데, 전체 줄거리 없이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는 자막과 함께 여러가지 꿈이 옴니버스 스타일로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말로 꿈속의 장면을 방불하게끔 화면을 처리한 기법도 돋보이지만 일본인, 일본사,일본문화와 일본사회를 꿈이라는 무의식의 스펙트럼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이 더 재미있다. 이렇게 꿈을 그대로 필름에 담아도 한편의 훌륭한 영화가될 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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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가장 잘 어울리는 배경 장면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어느 거리가 좋겠다거나 어느 건물이 잘 맞는다거나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게된다. 배경으로등장하는 건축적 장면 속에는 자연스럽게 영화가 주장하는 핵심적 내용들이 베어나게 된다.임석재 |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홍성용 지음/발언/1만 4천원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 보다 직설적인 경우로는 베르나르드 츄미(Bewrnard Tschumi)처럼 자신의 건축적 아이디어를영화와의 연관성으로부터 찾는 예가 있다. 반대로 영화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표현주의 계열의 영화는 건축으로부터 상당히 직설적인 차용을 한다.이런 직설적인 예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니지만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가장 보편적 경우는 영화의 배경 장면 속에서 읽혀지는 건축적의미가 될 것이다.영화의 배경 장면은 결국 자연 아니면 인공 구조물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홍성용의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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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사회를 배우는 최량의 길은 그 사회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거푸집이면서알맹이니까. 그러나 외국어를 익히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모든 사람이 그 시간과 노력을 낼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외국어를배우는 것은 어렵지만, 외국어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외국어에 대해서 배우는 것만 해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종석 | 한국일보 편집위원통나무 펴냄 / 8천원영어권 바깥의 여느 사회처럼, 한국에서도 가장 흔히 접하는 외국어는 영어다. 그 다음은? 한때 우리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제2외국어는 독일어와프랑스어뿐이었다. 그러면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물론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독일어나 프랑스어는 그 언어권 국가의 대사관이나 문화원에 갇힌 언어(였)다.그러면 일본어?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필자의 부모 세대만 해도 일본어로 학교 공부를 시작했고, 서울의 호텔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 관광객으로바글거리니. 그러
최영애의 <중국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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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 등이 모여 교회 하나를 완성하는 중세의 예술처럼,집단에 의해 제작되는 공동창작물이다. 이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초래한 변화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돈을 내고이를 소비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로서의 관중이 존재하게 됨으로서 가능해진 변화이기도 하다.이주헌 | 아트스페이스서울 관장 염무웅·반성완 옮김/ 창작과 비평사 펴냄/ 9800원(1∼4 각권)헝가리 출신의 예술사회학자 아르놀트 하우저가 쓴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나에게 늘 풍성한 영감과 지적 자극을 주는 서가의 보물이다.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며 예술과 역사에 대한 하우저의 깊은 통찰에 스스럼없이 빚을 진다. 미술사만을 다룬 여타의 미술 관련 서적들보다 선사시대의동굴벽화에서부터 20세기의 영화까지 서양문명의 예술적 성취를 광범위하게 다룬 이 책이 나에게 미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무슨까닭일까?그것은, 이 책이 서양 예술의 형성 과정을 사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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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기만 하다면 기꺼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동참하여 백인의 판타지 속에서 그들과 함께 동남아의 ‘성적 환락’에 빠지고 중국인의 ‘더러움’에 대해 한껏 혐오감을 느끼고 티베트의 숭고한‘종교성’을 동경하며 이슬람의 ‘야만’에 경악하며 우리보다 눈이 째진 베트콩의 ‘집요한’ 항거에 질겁한다.김종엽 |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박홍규 옮김/ 교보문고 펴냄/ 1만8천원영화가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비판하는 무기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 보다는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고 확산하는 장치인 경우가 훨씬 많다.만일 이 스테레오타입이 사회적 적대의 원천이 된다면, 그때 영화는 단순한 여흥거리 이상의 짓을 하는 셈이다. 영화 비평이 대량 생산된 영화세계에 접근하는 소비자의 선택에 개입하려는 행위인 한, 비평의 주요 과제는 영화에 깃든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또 영화에 담긴 진리내용을 구제하는것이 되어야 한다. 이 비평의 태도는 비평적 실천을 매개로 한편으로는 영화 제작자의 자의식으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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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에서 <인디록 파일>까지, 영화에 이르는 8가지 다른 길영화를 무척 좋아하십니까.혹시 영화 세상에서 당신의 생을 보내고 싶습니까.그렇다면, 잠시 영화를 잊으시기 바랍니다.그리고, 지금 엉뚱한 책들을 펴보시기 바랍니다.여기,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영화로 밥먹지는 않는평론가들이 영화와 관계 없는 책 8권을 권합니다.가만히 듣고보니, 관계 없지 않군요.이 책을 펼치면, 영화를 더욱 깊이 알고 더욱 많이 좋아하게 된다는군요.영화만 보면 영화가 보이지 않는답니다.이 책들을 보며, 영화와 세상을 잇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끈들을 만나시기 바랍니다.그래서 더 많은 영화에서, 더 큰 발견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영화의친구들, 엉뚱한 책을 권하다▶ 에드워드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미셸푸코의 <광기의 역사>▶ 아르놀트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리실버의 <리메이킹 에덴>▶ 홍성용의<영화 속의 건
영화의 친구들, 엉뚱한 책을 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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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필름은 매니지먼트사인 이스타즈 등에 투자하는 등 그동안 이쪽 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관심은 오래됐다. 배우 관리는 영화산업에 필수적인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인적 자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적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아는데.
=생산자 입장에서는 투입 요소들 그러니까 스탭, 배우, 기자재 등등을 렌털할 것인가 아니면 자가생산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강제규필름의 경우 어떤 아이템을 만들어내느냐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 생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좋은 창작물을 내오려면 투입되는 요소들이 원활히 기능해야 하는데, 자체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면 결과 또한 좋아지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매니지먼트 사업이 경제적인 수익가치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 자본, 시스템, 인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매니지먼트 사업이 돈이 되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 물론 투자유치
충무로, 매니지먼트 전쟁시대 [2] - 강제규필름 유봉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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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필름 매니지먼트 진출임박, 싸이더스.튜브와 스타 확보 대전 점화될 듯
영화계의 매니지먼트 사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싸이더스, 튜브 등 메이저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규필름도 조만간 이 사업에 뛰어들 태세인 것이다. 강제규필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매니지먼트 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 및 관리인력 확보 등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동안 매니지먼트쪽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온 강제규필름으로서는 이 사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규필름이 매니지먼트 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자 영화계가 술렁이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제작사들은 배우들의 과점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사업규모가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이 나돌면서 제작사들의 우려는 예상한 것 이상이다. 심지어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3강 체제 형성으로 더이상 A급
충무로, 매니지먼트 전쟁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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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거짓말을 해 보고 싶다”
‘caraxx’라는 아이디를 쓰는 임성운(30)씨는 예상대로 프랑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추종자다. 그가 연세대 영화동아리 ‘연세 영화패’에서 활동하게 된 것 또한 카락스의 여파 때문이었다. 또렷또렷하면서도 낙천적일 듯한 첫 인상과는 달리 한때 그는 존재론적 질문을 끌어안고 방바닥을 뒹굴던 나날을 보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머리 위에 얹어놓은 채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하던 어느 날 그는 친구로부터 비디오테이프를 받았다. 카락스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가 바로 그 영화. 아직 개봉되기 전이었던 그 영화를 보는 순간 그는 엄청난 마력을 느꼈다. 수없이 반복해서 보면서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졸업 뒤 영화아카데미 14기로 들어간 그는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선배이기도 한 박흥식 감독 밑에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스크립터로 일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4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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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양면을 보여주고 싶다”
영화를 그저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수단 정도로만 생각했던 허종호(26)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은 평범하지 않다. 대학 2년을 마치고 들어간 군대의 고참 병사는 열혈 영화광이었다. 그는 허씨에게 “너 <블레이드 러너> 봤냐? <블러드 심플>은… ?” 등등 질문을 퍼부으며 시종 영화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고참이 휴가 다녀올 때 들고 왔던 <필름아트> 같은 책이나 영화잡지가 어느새 허씨의 소일거리가 됐을 때,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과연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그림이나 음악은 몰라도 영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발상을 하게 됐다. 결국 그는 <씨네21>에서 본 기사를 떠올리며 제대 직후 영상원에 입학해 4학년이 된 지금까지 점점 어려워지는 영화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제4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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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인간으로 태어난다”
5년 전 스팅콘서트를 보고나서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하고 2년 전 어머니와 무등산을 오르면서 <봄산에>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이지행(27)씨. 당선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하러 온 그의 손에는 <씨네21>에 실으려는 <봄산에>의 배우모집 광고문안이 들려 있었다. 이지행씨는 미국 LA의 칼아츠 영화연출 대학원을 휴학중인 예민하고 욕심 많은 영화학도. 지난해 한해 동안 ‘시네클릭 아시아’에 소속되어 우리 영화의 해외배급과 영화제 코디네이터로 일하기도 한 그는, 하룻밤 만에 써버렸다는, 어머니와 딸이 봄산을 오르며 시작하는 시나리오 <봄산에>를 앞에 놓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봄산에>는 어떻게 구상했나.
=유학 중 방학 때 집에 오면 엄마는 늘 새벽마다 날 깨워서 무등산에 데려가곤 했다. 잠도 덜 깬 채 산을 오르다 어느 날 한번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는
제4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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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에>의 이지행·<승부>의 허종호·<가리봉 슈퍼맨>의 임성운 당선
단편영화여, 날개를 달고 비상하라. 한국코닥주식회사와 <씨네21>이 공동 주관하는 ‘이스트만 단편영화제작지원제도’가 올해 네 번째 선정작을 발표했다. 선정작은 이지행 감독의 <봄산에>, 임성운 감독의 <가리봉 슈퍼맨>, 허종호 감독의 <승부>. 올해의 응모작은 모두 81편으로 지난해 92편보다 약간 줄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예년 못지않았다.
이들 출품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6편. 당선작 3편 외에 <흉내낸 열정>(박은영), <애로영화>(김시경), <비둘기>(강만진), <아날로그>(김태균)가 최후의 순간까지 각축을 벌였다. 올해 심사위원은 영화평론가 정성일씨, 정태성 부산영화제 PPP 담당 이사, 허문영 <씨네21> 팀장이 맡았다. 당선작 3편에는 코닥에서 35mm 네거
제4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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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총연출을 맡은 민경조 감독은 대원동화, 서울무비 등 유수 애니메이션제작사를 거치며 15년 이상 애니메이션 기획과 연출에몸담아왔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그는, 영화과 출신 연출자를 영입하기 위해 공채를 시도한 대원동화 공채 1기로 애니메이션에 입문했다.당시 대원동화에서는 6개월간 일을 배우면 도에이사로 연수를 보내줬는데, 이때 <성투사 성시>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등에 조감독으로참여하기도 했다. <오디션>에 도에이 스탭들이 일부 참여하게 된 것도 애니메이션 수업을 쌓으며 만난 인연이 지금껏 이어진 것이다.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하청보다는 <심청이> <펭킹 라이킹> 등 국산 창작TV애니메이션 기획과 연출을 고집해왔고, 96년뜻맞는 사람들끼리 창작 집단 형태로 라스코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따온 이 이름은, 원시 시대의 그림에서 ‘애니메이션의기원’을 생각하며 지은 것이라고.<오디션>
<오디션> 민경조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