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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인민주의 코미디 <디즈씨 도시에가다>Mr. Deeds Goes to Town 1936년, 흑백, 115분 감독 프랭크 카프라 출연 게리 쿠퍼, 진 아서링컨과 예수를 섞어놓은 듯한 순박한 주인공들은 악덕 자본가나 정치 모리배 같은 협잡꾼들에게 교묘하게 이용당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사랑, 정직, 성실, 선의, 용기 등의 전통적인 덕목을 무기 삼아 주위 사람들과 관객 모두를 감동시키면서 진실의 승리를 거둔다. 대충 이런 식의 틀을 갖춘 프랭크 카프라의 전형적인 영화들은 종종 ‘인민주의 코미디영화’(populist film comedy)로 불렸다. <디즈씨 도시에 가다>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 <존 도우를 찾아서>(1941)로 이어지는 인민주의 3부작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영화다.작은 마을의 사업가이자 시인이며 자원봉사 소방수에 튜바 연주자인 디즈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척으로부터 2천만달러나 되는 거액의 유산을 받고
제1부 장르와 작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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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네마테크 6번째 상영회 25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려불멸의 걸작 12편 상영, 강의도 곁들여영화사를 통틀어 베스트 100을 뽑으라면, 도저히 빼놓기가 힘든 공인된 걸작들이 있다. 오슨 휄스 회고전에서 지난달의 올리베이라 회고전까지 5차례 상영회를 열었던 서울 시네마테크는 오는 8월 25일부터 8일간 거장들의 대표작 12편을 `영화사 강의`라는 이름으로 아트 선재센터에서 상영한다. 행사를 책임진 임재철씨를 비롯한 평론가들의 5번의 강의가 곁들여지는 게 이번 상영회의 특징. 자크 타티, 장 뤽 고다르,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의 대표작에서부터 <화이트 히트><빅 슬립>등 좀처럼 보기 힘든 할리우드 클래식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편집자상영시간표일시1회2회3회4회5회8.25(토)우리에게 자유를(11:30)빅 슬립(2:00)시민 케인(4:00)숙녀 사라지다(6:30)디즈씨 도시에 가다(8:30)8.26(일)디즈씨 도시에 가다(11:30)
`영화사 강의`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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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3 시대냐, 사회냐이러한 측면에서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린다. 바로 오리지널이 1960년대라는 ‘시대’를 은유했다면 2001년의 <혹성탈출>은 여전히 미국 안에 존재하는 흑과 백의 ‘사회’를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는 것이다. 68년의 오리지널은 인간사회의 복사판인 원숭이사회에서 자행되는 온갖 야만적인 행위들을 거울에 비춰보임으로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탄압, 은폐하고 거부하는 인간속성과 그것에 바탕을 둔 문명의 허구성을 통박했다. 그리고 그러한 문명의 최후는 모래 속에 파묻혀버린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듯이 비관적이기 그지없다. “결국 해버렸군(여기서 하다는 핵전쟁을 의미함). 이 어리석은 인간들아, 결국은 해버렸어.”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 잔해 앞에서 통곡하는 찰턴 헤스턴의 울음 속에는 70년대 첨예했던 무의식의 파편들, ‘핵전쟁의 공포, 나사의 우주 개발에 대한 회의, 슬럼화되어가는 도시,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이 망라되어 있
<혹성탈출> 1968 v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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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파멸의 광시곡인가? 미국문명의 묵시록인가?<벤허>로 스타덤에 오른 찰턴 헤스턴은 원래 <혹성탈출> 속편에 출연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다. 2시간 내내 원숭이들이 설쳐대는 영화에 다시 천쪼가리 하나만을 걸친 채 유인원에게 포획되는 우주비행사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 이윽고 <혹성탈출>의 속편이 제작되자 그는 “자신의 촬영분이 일주일 안에 끝난다면,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를 죽여서 다시는 속편의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찰턴 헤스턴은 속편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며 그 유명한 대사를 읊는다. “망할 놈의 것들, 다 지옥에나 가라.”30년이 지난 뒤 팀 버튼 감독은 찰턴 헤스턴에게 <혹성탈출>의 리메이크를 찍으며, 그에 대한 오마주로 카메오 출연을 부탁했다. 이제 팔십 노인이 다 된 헤스턴은 그 옛날 핸섬한 우주비행사 역에서 과연 무엇으로 <혹성탈출>과 자신과의 질긴 인연을 마감했을까? 이번
<혹성탈출> 1968 v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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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생존권- 직능별 조직 결성 등 다양한 처우개선안 마련 절실
지난 3월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과 4월 대종상 시상식장의 피켓 시위를 계기로 마른 벌판의 들불처럼 급속하게 번져갔던 스탭들의 기본 생존권 보장 요구는, ‘크고 비싸고 화려하게’라는 모토만을 좇고 있던 한국영화계에 내실강화라는 필요불가결한 명제를 던져줬다. 최근 상당수의 충무로 제작자나 투자자들의 입에서 “조수급 스탭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이나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영화인협회, 영화인회의 등의 대안 모색 움직임은 이들의 문제제기가 빚어낸 결과다. 한국영화의 호기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힌신적으로 노력해온 스탭들이라는 공감대가 이처럼 쌓이는 가운데 당사자들인 스탭들의 권리 찾기 운동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각 분야의 조수급 스탭들이 ‘비둘기 둥지’를 중심으로 함께 목소리를 높이던 초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연출, 촬영, 조명 등 직능별 모임이 각자의 이해에 맞는 요구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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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폐지론 - 영상문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 사수해야
1997년 10월11일.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다음날이기도 했던 이날 파라다이스호텔에선 영화인들과 대선정지작업을 위해 지방을 순회중이던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의 만남의 자리가 있었다. 이날 김 총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후 국민의 정부 영상정책의 골간이 된 ‘영상산업진흥정책’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영화인들에게 약속한 골자 중에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 쿼터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서 잠깐. 당시 공약 내용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불필요한 오해를 가질 수도 있다. 하반기까지 모두 봐야겠지만, 만약 올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0%가 넘는다면, 내년에는 쿼터제가 축소, 또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10월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잡혀 있고, 덧붙여 최근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상호투자협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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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난 - 스타급 배우에겐 시나리오 200편, 캐스팅 좌절로 프로젝트 무산 속출
한국영화의 1편 평균 제작편수가 60편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없어서? 감독이 없어서? 촬영감독이 없어서? 시나리오가 없어서? 다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배우가 없어서다. “배우가 없어 영화 못한다”는 소리야 하루이틀 듣던 게 아니지만 최근 스타급 배우를 확보하려는 충무로 제작사들의 구애는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열명 안팎의 스타급 배우들에게 200여편의 시나리오가 몰리다보니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손에 꼽는 배우들이 많아야 1년에 2편, 평균적으로 1년에 1.5편씩 출연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시나리오는 나왔는데, 배우들로부터 확답이 없으니 제작자들은 모였다 하면 푸념뿐이다. 배우와의 만남조차 갖기 어려울 정도인 신생 또는 군소 제작사의 경우, 그 불만의 톤은 매우 높다. 혹시 그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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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독과점 - 스크린 216개 개봉작 7개, 시장논리가 다양성을 죽인다
지난해 배급사별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한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는 연초에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는 할리우드영화들이 세다. 피해가는 게 상책”이라는 게 CJ의 입장이었던 반면 시네마서비스 대표 강우석 감독은 “여름 극장가까지 한국영화가 휩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과는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으로 드러났다. 요즘 시네마서비스 배급팀은 행복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세이 예스>까지 개봉시키자니 극장잡기가 만만치 않다. <엽기적인 그녀>를 걸기 위해 <신라의 달밤>을 종영시킬 수도 없고 <세이 예스>를 위해 <엽기적인 그녀>에 양보를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 1편 걸기도 만만치 않은 시기에 3편을 배급하는 지금 상황은 1년 전만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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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급상승 - 5년새 200% 증가, <쉬리>쯤은 비교가 안 된다
질문: “제작비 규모가 27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영화의 제작여건에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답변: “일단 돈이 많이 드니까 우려할 만도 하다. 하지만….”
1998년 7월 <씨네21>이 당시 <쉬리>를 제작중이던 강제규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온 이 대화는 한국영화 제작비의 상승곡선이 얼마나 가파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3년 전 “너무 무리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던 총제작비 27억원은 한국영화계에서 이제 ‘평범한 수준’이 됐다. <씨네21>이 자체 조사한 2001년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투자배급작 28편의 경우, 총제작비 평균은 무려 33억원대에 이른다(<표> 참조). 이중 5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작영화 5편을 논외로 해도 총제작비 평균액은 24억7천만원이다. 1995년 순제작비 9억원, 마케팅비 1억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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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50% 시대 임박, 새로운 과제 5가지 점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요즘 한국영화의 활약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친구>가 전국관객 800만명을 넘기며 상반기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38.3%로 끌어올린 데 이어 <신라의 달밤>과 <엽기적인 그녀>가 여름 시즌 흥행 1, 2위를 다툴 것이 확실시되는 지금, ‘시장점유율 40% 시대’는 먼 미래를 기약하는 구호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실이 됐다. 관계자들은 2001년 한국영화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최소한 1988년 직배영화가 들어온 이후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관객을 불러모은 적은 없다. 직배사들이 “직배영화 의무상영일수 보장하라”며 시위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정말 스크린쿼터가 필요없는 시대가 온 것일까? 영화계 종사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건 이런 활황이 대단히 느닷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영화가 90년
한국영화 점유율 40% 시대의 고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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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초반부에 태수(유오성)과 민(정우성)이 오토바이가게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 이 신은 오토바이가게 앞에서 찍은 것이 아니고 사실 편의점 앞에서 찍었다. 오토바이가게 인서트는 따로 찍고 두 사람의 대화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을 이용해서 찍은 뒤 편집 때 붙인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민이 두손을 손잡이에서 뗀 채 오토바이를 타는 신 역시 실제로 민이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운전컷을 찍을 때 사용하는 레커차 위에서 찍었다. 결국 둘 다 가짜인데 두 신의 분위기만큼은 진짜 이상의 느낌을 주는 것 같다.<아름다운 시절> 총 131컷밖에 안 되는 영화 중에(칸에는 119컷이 갔다) 애정이 안 가는 컷이 있을까. 성민이네가 마차를 끌고 이사오는 풀숏은 원래 한번 촬영했는데 전봇대를 피해서 찍으려다보니 엉성한 앵글이 되어 맘에 안 들었다.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전봇대를 뽑고 가장 좋은 앵글에 자연광이 제일 좋은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김형구가 말하는 “잊기 힘든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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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장 가까이서 감정을 포착하는 눈김형구의 카메라는 선동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도발한다. 그리고 정확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숏은 넓게 찍든 타이트하게 찍든 고정돼 있든 흔들어서 찍든간에 찍어야 하는 내용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찍어낸다. 단편 <비명도시>부터 <비트> <태양은 없다>, 개봉을 앞둔 <무사>까지 김형구와 짝패를 이루어 작업해온 김성수 감독은 “좋은 시나리오를 구별하는 좋은 눈에, 미세한 움직임의 순간까지 완벽히 포착해내는 타고난 감각. 즉 문학적 머리, 감각적인 손을 가진 김형구는 단순히 그림을 찍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하고 그 스토리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하는 지적인 촬영감독이다”라고 말한다.조민환 프로듀서 역시 “촬영이란 풍경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감정을 찍는 행위다. 영화를 보다가 똑같은 바스트숏이라도 조금 더 들어갔으면, 조금 더 빠졌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건 감정의 사이즈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감독 김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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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에서 <봄날은 간다>까지, 정(靜)과 동(動)의 극을 경공하는 카메라맨 김형구를 만나다1997년 <비트>라는 영화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청춘스타 정우성의 시대가 도래했음과 동시에 김성수라는 감각적 스타일리스트의 탄생을 두팔 벌려 환영했다. 그러나 촬영계는 한 유학파 촬영감독이 스크린에 그려대는 반역적 영상에 잠시 아찔한 기운을 느껴야 했다. 광각렌즈의 극단적 클로즈업을 통한 대상의 왜곡,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겨대는 스탭프린팅의 저속촬영, 머리 위에서 직각으로 내리쳐 눈 아래의 음영이 강조되는 과감한 조명까지 그동안 충무로에서 정석으로 통용되었던 모든 규칙을 깨트리면서 만들어낸 <비트>의 영상은 무심코 흘려보내던 엔딩크레디트 중 촬영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촬영감독 김형구.’ 충무로 도제시스템의 그늘이라고는 AFI 유학 전 촬영부 생활이 고작이었던 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촬영감독은, 그러나 ‘앙팡테리블’이란 수
촬영감독 김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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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무기를 휘두르거나 초능력 자랑을 하지도 않지만, 모험 이야기라고 부를 수밨에 없는 작품이다. 모험 이야기지만, 선악의 대결이 주제는 아니다. 선인과 악인이 모두 섞여서 존재하는 세계 속에 던져져 수행하고, 우정과 사랑, 헌신을 배우고, 지혜를 발휘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곤경을 이겨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그것은 악을 없애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소녀 스스로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결과다.많은 것에 둘러싸여 보호받으며, 그러면서도 소외된 채로 살아가는, 산다는 느낌조차 막연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자아는 더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치히로의 연약한 손발이나 시큰둥한 표정은 그 상징이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치히로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적응력과 인내력을 발휘하게 되고, 과감한 판단과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아마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패닉상태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이 영화가 노리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