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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플림턴의 <돌연변이 외계인> 장편 대상, 손그림으로 3D 강세를 뚫다Annecy Festival Internationaldu Film d’Animation지난 6월4일부터 프랑스 안시의 스크린을 수놓은 움직이는 그림들의 잔치 ‘2001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6월9일 막을내렸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접경에 자리한 안시는 알프스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호수를 품은 그림 같은 경치로 이름난 자그마한 휴양도시. 파리에서고속열차 TGV로 3시간40분, 혹은 제네바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쯤 달리면서 울긋불긋한 삼각지붕과 농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라도 거닐 법한잔디언덕을 지나면 40여년 전통의 애니메이션 축제의 고장 안시에 이른다. 비엔날레에서 97년부터 연례행사로 바뀐 뒤 25회째를 맞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예년과 마찬가지로 주행사장인 안시 호숫가의 봉리유센터를 중심으로 시내 8개 상영관에서 치러졌다.“안시가 좋은 것은 모든 테크닉과 주제를 볼 수 있어서”안시의 6일 밤
2001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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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로 알려진 빌 플림턴은 독창적인 유머 감각으로 성인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미국의 독립애니메이터.잡지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출발한 그는 <롤링스톤>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75년부터<소호 위클리 뉴스>에 그린 정치풍자만화 <플림툰>으로 인기를 끌었다. 83년부터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당신의 얼굴> <담배를 끊는 25가지 방법> 등 섹스와 폭력을 과장된 유머로 비튼 엽기적인 상상력을 펜선이 강한 만화적인그림체에 담아 보여줬다. 2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돌연변이 외계인>은 그의 4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지구에서 방출된 동물들과우주비행사가 그들의 변종인 2세대들과 함께 자신을 몰아낸 권력층에 복수를 시도하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물이다.지구가 배출한 외계인, 그것도 사람과 동물 사이에 난 돌연변이라니 발상이 재
안시 | 빌 플림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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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로 아카데미에 이어 안시에서 단편 그랑프리를 수상한 미하일 두독 드 비트는 네델란드 출신의 애니메이터. 십대 때부터만화와 애니메이션, 특히 체코 등 동유럽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그는 영국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광고 작업으로 주목받던 그는 예술적인 단편애니메이션의 산실로 알려진 폴리마쥬에서 92년 첫 단편 <톰 스위프>를 만든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95년작 <수도사와물고기> 등 그의 작품들은 마치 수묵담채화처럼, 검고 유연한 붓선으로 그린 선적인 캐릭터와 담백한 색감을 보여줬다. 현재는 영국을 비롯한유럽의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며 개인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아빠와 딸>은 아주 감성적인 작품인데, 어떻게 만들게 됐나.+ 다른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씨름하다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적절한 답을얻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가를 자문했다. 정말 제일 좋아하는 게 뭘지,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
안시 | <아빠와 딸> 미하일 두독 드 비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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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배우들 최고의 인기 구가 드라마 선풍은 패션으로 이어져<찜>이 기록적인 흥행을 세운 나라, 영화 잡지를 펼치면 한국 배우들로도배된 나라, 인기연예인 10명을 뽑으면 8명이 한국 배우인 나라, TV엔 한국 드라마가 쉼 없이 방영되는 나라. 한국보다 한국 배우와 한국영화를 더 좋아하는 베트남을 찾아갔다. 30여년전, 미처 말을 걸기도 전에 적이 되어 만났으나, 이젠 영화와 드라마로 한국의 마음이 가장 깊이전해지는 나라가 된 베트남은, 느리지만 즐겁게 영화를 알아가고 있었다.-편집자‘깜온’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유럽 선교사가 만들었다는 귁구(國語)의 알파벳 외양과 달리 ‘깜온’은 중국말 ‘감은’(感恩)에서 왔다.웃 사람에게 ‘깜온’ 할 때 붙이는 ‘신’은 ‘심’(心)에서 왔다. 베트남은 우리에게는 미망의 나라다. 서로의 근친을 알아채기 전, 우리는그곳에 적으로 갔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 보트 피플이 빠져나온 암흑의 나라로 우리는 베트남을 치환했다. 구경
베트남, 한국영화 쇼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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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우 스탭들이랑 호흡도 잘 맞고, 필요한 만큼 지원도 잘되고. 찍힌 것도 만족스럽다.왜 하필 지금 <흑수선>인가.준비하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강하고 흡인력 있는 작품이 <흑수선>이었다. 한국전은 우리의 상처인 동시에 기막힌 영화소재다. 너무무겁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깊이 있는 터치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운반수단을 이용해 영상미에 힘쓸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형사영화가가장 재밌는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멋있게 표현하기에는 우리 기술력이 충분한 뒷받침을 못할 것 같아 미뤄왔는데 이제 할 수 있겠구나,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방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여줄 참인가.냉혹하고 집요한 젊은 형사가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거제포로수용소와 빨치산을 둘러싼 역사적인 음모와 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알게 된다. 미스터리도 있고, 액션도 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되는 연인의 슬픈 사랑이 핵심이
<흑수선> 배창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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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창호 감독의 액션미스터리스릴러 <흑수선>, 탄생에서 제작과정까지“포로들은 줄을 서세요.”철조망 사이로 돌멩이를 던지던 포로 100여명이 경비병들의 위협 사격에 우르르 흙바람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방금 전 가열차게 돌을던지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빨간 메가폰에서 흘러나오는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줄을 서는 모습이 양순하기 그지없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위치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관. 한국전 당시 친공포로들과 반공포로들 사이의 대립과 소요로 젊은 피가 흩뿌려졌던 그곳에서, 배창호 감독의 신작<흑수선>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 비극의 현장을 재현하고 있는 이들은 당시 포로들의 나이와 비슷한, 거제공고1학년생들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제법 비장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컷사인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냥 귀여운 철부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거제시의 전폭적인 지원계획에 따라 동원된 이 어린 학생들은 촬영 짬짬이 땡볕을 피해 막사 안
<흑수선> 거제도 촬영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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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프랑스영화제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총 18편 상영90년대 후반 이후 극장가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는다면 프랑스영화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분명 포함될 것이다. 요즘들어선 예술전용관 성격의 극장이 아니라면 뤽 베송이 감독하지 않은, 또는 장 르노가 나오지 않은, ‘프랑스영화 같은 프랑스영화’는 좀처럼만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는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는 프랑스영화에대한 오랜 갈증을 풀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다. 한때 콩나물 시루 같은 극장에서 앞사람의 뒤통수를 피해가며 <퐁네프의 연인들>이나<베티블루> 같은 영화를 감상했던 이들이나 할리우드의 전형성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이번 영화제에는 지난해와올해 사이 제작된 최신작들이 선보일 예정이다.다양한 표정의 영화들 한자리에제1회 프랑스영화제에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세드릭 칸 감독의 <로베르
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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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스스로 내뱉은 말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가두는 함정이 될까봐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이야기를꺼낸다. 하긴 어떤 감독이든 미완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말로 설명하고 싶어하진 않지만 허진호 감독이 다른 점은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와직결된다는 점이다. 를 본 사람이면 느끼겠지만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사람 같다. 죽음을앞둔 남자에게 찾아온 예쁜 사랑이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풍경과 겹쳐진 에는 ‘안타까움’이나‘그리움’이라는 짧은 단어로 압축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들어 있다. 인터뷰 내내 뭔가 더 많은 말을 할 듯하면서 멈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특정한 어휘나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주는 불편함과 모자람을 카메라로 메우겠다는, 무언의 암시가 있는 듯 느껴진다.지난 6월5일 <봄날은 간다> 3개국 투자조인식 직후에 그를 만나 이번 영화의 단면을 슬쩍 들춰봤다.두 번째 영화 촬영에 들어가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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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전기획 단계부터 일본, 홍콩의 자본을 유치해 제작하는 공동투자 작품이다. 공동투자(co-finance)는 영화의 제작에까지 관여하는 공동제작과 달리, 제작은 한국의 제작사가 전면적으로 책임지고 해외업체는 자본투자만을 하는 시스템. <봄날은 간다>에는 제작을 맡은 한국의 싸이더스(대표 김형순)가 제작비의 45%를 투자하고 일본의 쇼치쿠 영화사(대표 오타니 노부요시, 大谷 信義)가 40%, 홍콩의 어플로즈 픽처스(공동대표 앨런 펑)가 15%를 투자하게 된다.이번 공동투자는 한국과 일본, 한국과 홍콩이 각각 계약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의 쇼치쿠는 일본 및 아시아 이외 지역의 배급을 맡으며, 홍콩의 어플로즈는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배급권을 갖는다는 것. 또 한국과 일본은 양국 및 기타 지역의 흥행수익을 합쳐 비용을 제한 뒤 각각의 투자비율에 맞춰 공동 배분한다는 내용 등이다.지난 5일 웨스틴조선호텔에
<봄날은 간다> 한국·홍콩·일본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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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라는 오래된 노래가 있다. “꽃이 피면 같이 피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라는 가사가 있는. 누구나에게 인생의 봄날이 있다. 홍콩에선 <화양연화>라고 부르는 시기지만 굳이 영화로 비교하자면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는 왕가위의 <화양연화>보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겹쳐지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은연중 배어나오는 것이다. 98년 데뷔작 에서 보여줬듯 허진호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태도와 허우샤오시엔의 미학에 젖줄을 댄 자기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데 <봄날은 간다>에서 그것은 어느 맑고 순수한 젊은이의 연애담으로 모아진다. 이 젊은이의 이름은 상우(유지태)이고 일찍 아내를 여읜 그의 아버지(박인환)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백성희)가 상우의 현재와 오버랩된다.시나리오상 이야기의 큰 축은 사운드
<봄날은 간다>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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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호 감독의 신작 <봄날은 간다> 제작 이야기7일 밤 9시 서울 상봉터미널 버스승강장 앞. 채 식지 않은 버스 엔진과 한껏 밝힌 조명기가 뿜어내는 열기가 만들어낸후텁지근한 밤공기 속에서 50여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봄날은 간다> 후반부 촬영이이뤄지는 이곳 풍경은 여느 촬영장의 그것과는 자못 다르다. 아무리 촬영 준비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감독의 고성이나 스탭들의 웅성거림,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대신 나지막한 목소리들이 들릴 듯 말 듯 귀를 스쳐갔고 조심스런 발자국 소리만 엷은 정적 속을 맴돌았다.‘촬영장 분위기는 감독을 닮는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감독의 성격을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감독과 배우가 함께 ‘소곤소곤’이날 찍을 장면은 강릉 집으로 내려가려는 은수(이영애)가 배웅나온 상우(유지태)에게 짧다면 짧았던 사랑의 감정을 접고,‘그저 친구로 지내는 게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부분. 자신이 원하
베일벗는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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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23일 토요일오늘 슬레이트가 들어온다. 바로 내가 할 일! 슬레이트치는 사람이 현장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는다고 한다. 슬레이트를 칠 때 “씬 원에 하나,하나”가 좋을까? 아니면 “일 다시 일, 일”이 좋을까? “하나 다시 하나 다시 하나”?, 그것도 아니면 “하나 다시 하나, 하나”라고 해야하나?대한민국, 서울, 강남, 삼성동, 세련된 증권사의 미로 같은 복도. 바닥 가득히 꼬이고 얽혀 있는 라인들을 피해 조심스럽게발을 내딛는다. 미술팀과 촬영팀의 분주한 발놀림이 지나간 자리에,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배우가 서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촘촘히 모니터 앞으로모여들면 “슛 갈게요” 하는 조감독의 사전통고가 이어진다. “액션”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신과 테이크를 알리는 슬레이트판을 카메라 렌즈 앞으로들이미는 한 청년은 육중한 35mm카메라가 운동을 시작하자 프레임 바깥으로 잽싸게 몸을 숙인다. 그리고 애매하게 고정된 자세를 유지한 채 다리가후들거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
영화야, 사무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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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부탁해> 연출부 이사무엘의 고군분투 영화만들기어느 게시판에 올라 있는 말대로라면 실질적인 충무로 연출부의 조건은 ‘1. 엑셀과 워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2. 운전면허증을 소지한다. 3. 체력이 좋아야 한다’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첫 연출부 생활을 시작한 스물여덟살 청년, 이 사무엘은 그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테크노포비아로 워드는 쳐도 엑셀은 잘 다루지 못하고, 운전면허시험은 2번이나 떨어졌으며, 깡다구와 끈기는 자신있지만 보기에 그닥 체력이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영화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필름작업도 처음이다. 그러나 이제 막 영화라는 거대한 존재로 한 발짝 다가선 청년의 무기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새끼고양이 ‘전구’가 묵직한 어미고양이로 자라나는 동안, 성북동 사무실의 반쪽짜리 책상에서 사무엘이 써내려간 2권의 일기장에는 현장의 스탭으로 유연하지 못한 자책과, 영화를 향한 끝없는 외사랑,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 포도넝쿨마냥 얽혀져
충무로 연출부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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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로 가는 길? ‘3번 버스나 지하철 3, 4호선을 타라’ 같은 명쾌한 답이 어디 있으면 좋으련만, 수많은 감독지망생에게 그곳을 향한 길은, 시작도 끝도 안 보이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뚜렷한 정답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턱대고 영화이론서만 잡고 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서 영화판에 아는 사람도 없고, 훌쩍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게 방법일까? 즐비한 학원을 다니는 게 길일까? 아니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단편을 찍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영화사에 찾아가서 ‘무슨 일이든 시켜주십쇼’ 하는 게 방법일까?물론 최근엔 각종 단편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거나 외국유학 이후 데뷔하는 감독의 숫자가 전보다 늘어가는 추세다. 흥행신기록을 달성한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뉴욕대(NYU)를 졸업하고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영창이야기>로 우수작품상을 타면서 연출부 생활 없이 데뷔작 <억수탕>을 찍었고, 임순례 감독 역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로
충무로 입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