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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영화계에서조차 ‘장선우가 감독하고 임은경이 주연한다’는 사실 정도 이외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그동안 영화의 실체를 보여주길 꺼려했다는 점뿐 아니라, 이 작품이 몇 마디로 설명해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막 비밀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성냥팔이…>에 관한 궁금증은 비단 아래 다섯 가지만이 아닐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있고, 그 뒤엔 CG가 있고, 사운드도 있다”는 장선우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완성돼감에 따라 궁금증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이 다섯개의 의문은 오히려 <성냥팔이…>에 대해 좀더 깊이있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질문1. 대체 무슨 얘기예요?“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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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술렁거린다. “악수도 했댄다. 쪼매만 더 보자. 야, 임은경이다, 임은경!” 스러지려는 여름의 빛이 가득한 8월28일, 부산시 사하구 감천1동 감천화력발전소 주변은 TTL 소녀를 만나려는 10대들의 그림자로 넘실거렸다. 영화촬영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전날 화력발전소 입구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인도에 설치된 감독 모니터를 흘끗흘끗 보며, “와, 점마들, 엔쥐냈네. 졸라 고생하네”라고 쑥덕거리면서 발걸음을 머뭇거린 것은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아저씨들이었다.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화력발전소 안쪽을 향해 연신 발돋움하는 10대들을 뒤로 하고, 촬영장으로 들어서니 발전소 건물 꼭대기에 어른거리는 검은 점들이 보였다.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발전소의 8층 꼭대기. 이날 촬영분은 거리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한 성소(임은경)가 시스템의 추격을 피해 발전소 꼭대기로 올라간 뒤, 자신을 생포하려는 보위대와 대치하는 장면. 그 과정에서 성소
“와, 점마들, 졸라 고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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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앤 몬스터>감독 빌 콘돈 출연 이안 매켈런, 브랜든 프레이저 수입 씨네탑 개봉예정 10월중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투명인간> 같은 문제작으로 1930년대 할리우드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제임스 웨일 감독. 당시로서는 극히 드물게 섹슈얼리티를 공표한 게이이기도 했던 그는 21편의 영화를 남겼으나 마지막 16년 동안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갓 앤 몬스터>는 웨일의 고요한 말년을 바라보는 영화. 은퇴한 웨일의 집에 클레이톤이라는 청년이 정원사로 들어오고, 노감독은 젊고 단순한 그를 바라보고 갈망하고 대화하는 일을 즐기게 된다.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열정적인 영혼과 거기 매료되는 순진한 젊은이의 초상을 우아하게 그려낸 만가. 셰익스피어극의 대가인 이안 매켈런의 연기가 널리 회자된 영화다.<애니멀>감독 루크 그린필드 출연 롭 슈나이더, 콜린 하스켈 수입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개봉예정 10월20일 말단 경찰관 마빈은 유약하고 무능한 나
가을 개봉작 70편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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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의 만돌린>감독 존 매든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크리스천 베일 수입 UIP 개봉예정 10월13일루이 드 베르니에르의 <코렐리의 만돌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볼거리는 우선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이다. 지중해의 절경은 2차대전으로 피폐해졌다는 상황설정이 무색할 정도다. 마을 의사의 딸 펠라지아(페넬로페 크루즈)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이탈리아 장교 코렐리(니콜라스 케이지)와 레지스탕스 만드라스(크리스천 베일)의 갈등을 축으로 2차대전의 긴박한 풍경을 그려낸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을 만든 존 매든 감독의 신작 <코렐리의 만돌린>은 그러나, 원작의 향기보다는 대작을 겨냥한 감독의 과욕이 앞서는 탓에 전작만큼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잔다라>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출연 종려시, 이카라트 사르수크, 산티수크 프롬시리 개봉예정 11월24일타이영화계의 모든 흥행기록을 깨뜨린 <낭낙>의 논지 니미부트르 감
가을 개봉작 70편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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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없었던 남자>감독 에단 코언 출연 빌리 밥 손튼, 프랜시스 맥도먼드, 제임스 갠돌피니 수입 씨맥스 커뮤니케이션즈 개봉예정 11월중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색다른 상황에 처한다는, 전형적인 코언 형제풍 누아르. 1950년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마을. 이발사 애드는 부인 도리스와 권태로운 나날을 보낸다. 도리스는 회사 상사인 데이브와 정부 사이이고 애드는 이것을 알고 있다. 어느날 자동세탁기 사업에 투자하라는 제의를 받은 애드는 투자비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브를 협박한다. 협박범이 애드임을 안 데이브는 그의 목을 조르다 자신이 펜촉에 찔려 죽고 만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도리스가 범인으로 범인으로 체포되면서 상황은 꼬여간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분노의 질주>감독 롭 코언 출연 빈 디젤, 폴 워커 수입 UIP 개봉예정 9월22일올 여름 할리우드 영화 중 의외의 성공작을 꼽으라면 단연 <분노의 질주>가 앞줄에 보인다. 별다른 스타도 없고, 대단한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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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감독 바즈 루어먼 출연 니콜 키드먼, 이원 맥그리거 수입 20세기폭스 개봉예정 11월3일창부와 사랑에 빠진 시인. <물랑루즈>는 1900년 파리의 퇴폐적이고 호화로운 나이트클럽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찬란한 보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고급창부 샤틴과 갓 파리에 올라온 젊고 반항적인 시인 크리스티앙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다. 그들 사랑의 장애물은 돈많은 공작. 이 애욕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맺음할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캉캉춤과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스팅, 엘튼 존, 돌리 파튼, 데이빗 보위 등 팝음악은 이들의 비극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센터 오브 더 월드>감독 웨인 왕 출연 피터 사스가드, 몰리 파커 수입 에스알이 코퍼레이션 개봉예정 10월20일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웨인왕 감독은 지난해 어느날, 주변의 실리콘밸리의 닷컴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우연히 만났다. 그들과 함께 스트립바를 찾은 왕은 ‘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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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윗하트>감독 조 로스 출연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 존스 수입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개봉예정 9월22일오스카 3관왕인 고집쟁이 감독이 신작의 프린트를 들고 잠적하자, 홍보담당자 리는 불화중인 주연스타 커플 그웬과 에디의 화해설을 퍼뜨려 사건을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언니의 그늘에서 참을성 있는 매니저로 살아온 키키에게 SOS를 치는 리. 그러나 에디와 키키가 서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스크루볼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간다. 디즈니를 떠나 레볼루션 스튜디오를 설립한 조 로스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 존스, 빌리 크리스털, 존 쿠색을 불러모은 거대예산 데이트 무비. 영화산업과 스타덤의 뒷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덤이다.<유 캔 카운트 온 미>감독 케네스 로네건 출연 로라 리니, 마크 러팔로 수입 디지털네가 개봉예정 9월중 산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의 가짓수를 늘려가는 것. 브로드웨이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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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니와 준하>감독 김용균 출연 김희선, 주진모, 조승우, 최강희 제작 청년필름 개봉예정 11월23일 스물여섯 애니메이터 와니(김희선)와 스물일곱 시나리오 작가 준하(주진모)는 같이 산다.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도, 간섭하지도 않지만 결코 덜 사랑하거나 소홀하지 않은 ‘쿨’한 사랑.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와니의 이복동생 영민(조승우)의 귀국을 알리는 한통의 전화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이복동생과의 첫사랑을 아프게 간직한 와니. 그녀의 방황을 느끼는 준하가 할 수 있는 일은 와니의 선택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초여름 흔들린 이들의 사랑은 새로운 계절을 맞으며 성숙하게 무르익는다.<라이방>감독 장현수 출연 최학락, 김해곤, 조준형 개봉예정 10월 <게임의 법칙>으로 짧은 액션시대의 정점을 찍었던 장현수 감독이 오랜 우회 끝에 초심으로 돌아갔다. 저예산 독립영화 <라이방>은 장 감독의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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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 출연 이얼, 황정민 제작 명필름 개봉예정 10월20일<세친구>의 약하고 선한 소년들은 동정없는 세상을 증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30대들에겐 원망을 내던질 곳이 없다. 다만 열패감을 봇짐처럼 멘 채 노래할 뿐. 영화는 불경기를 맞아 수안보 나이트클럽에 흘러들어간 3류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행로와 그들의 초라한 연주에 섞여든 희망과 절망의 ‘잡음’들에 귀를 기울인다. <섬>에 이어 명필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일조할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일찌감치 봉인을 뜯고 릴레이 시사회를 통해 마음 통하는 관객과 정을 쌓아가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나비>감독 문승욱 출연 김호정, 강혜정, 장현성 제작 디프로덕션 개봉예정 10월13일가까운 미래의 서울. 망각의 바이러스가 출몰한다는 이곳에는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낙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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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출연 이영애, 유지태 제작 싸이더스 개봉예정 9월28일20대 후반의 남자 상우(유지태)가 30대 초반의 여성 은수(이영애)를 만나 사랑에 들린 나날을 보내다, 이내 멀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는 멜로영화. “공기, 즉 정서를 잡아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이 영화는 보일 듯 말 듯 미묘한 두 연인의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남녀가 사운드 엔지니어와 방송국 프로듀서로 만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쌓아나가는 여정에서 만난 보리밭, 대나무숲 등의 풍광과 소리 또한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의 허진호 감독이 3년 만에 만든 신작답게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사랑이야기.<킬러들의 수다>감독 장진 출연 신현준, 신하균, 원빈 제작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10월13일장진은 세상을 거꾸로 들여다보길 즐긴다. <간첩 리철진>에 이어 2년 만에 만든 신작 <킬러들의 수다>에서도 그가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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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은 이제 유럽에서 적지 않은 지명도를 얻은 것 같았다.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8월29일(현지시각) 오전 <수취인불명>의 기자 시사회가 열린 뒤 이탈리아 위성채널인 <텔레플리>(tele+), 영국의 텔레비전 뉴스 <APTN> 등 이탈리아, 영국, 독일, 포르투갈의 신문·방송사 20여곳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인터뷰를 해온 기자들은 모두 <섬>을 기억하고서 이 영화에 대한 질문을 빠뜨리지 않았고, <수취인불명>과 관련해 영화의 표현방식뿐 아니라 주한미군문제와 한-미관계 등을 묻느라 인터뷰 시간이 대부분 1시간을 넘겼다. 이런 관심은 김 감독이 지난해 <섬>에 이어 올해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2회 연속 진출한 데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그의 영화가 지닌 강렬한 개성이 먹혀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수취인불명>을 본 현지 언론인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다함께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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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비포 더 레인>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밀초 만체프스키 감독이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차기작을 위해 7년을 기다렸고, 베니스는 그를 7년이나 기다렸다. 만체프스키는 오스카를 비롯한 30여개 영화제에 불려다니며 바쁜 한철을 보낸 뒤에 할리우드의 구애를 받아들여 몇몇 메이저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오랜 침묵 끝의 결단은 모국 마케도니아로 돌아가는 것. 그의 신작 <더스트>는 100년 전 마케도니아로 공간 이동한 서부영화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침략자와 혁명가, 약탈자들이 뒤엉킨 100년 전 발칸반도의 풍광에서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치열함과 낭만을 발견한 감독은, ‘발칸 웨스턴’ 또는 ‘이스턴’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21세기 초 뉴욕의 뒷골목에서 20세기 마케도니아를 이야기하는 전개 방식은 내러티브의 파편을 모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전작 <비포 더 레인>과도 닮아 있다.
“이야기를 하고 듣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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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베니스에는 저마다의 그림엽서를 가슴에 품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관광객들이 현지주민들의 머릿수를 훌쩍 뛰어넘는 8월 말 9월 초가 되면,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니스의 땅덩어리 위에는 사람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들의 몸은, 특히 마음은 그렇게 떠다니고 있다. 베니스만큼 이방인에게 세상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또 없다고 했던가. 낭만적인 여정, 낯선 사랑을 예감하며 베니스를 찾는 이들이 과연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맘때의 베니스가 다양한 양질의 문화 체험장으로 거듭나는 복된 공간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베니스 관광 성수기의 핵심 행사로 곤돌라 축제를 들지만, 알고 보면 더 큰 주역은 영화제를 비롯한 문화행사 ‘비엔날레 디 베네치아’다. 이때만큼은 베니스도 뉴욕 못지 않은 코스모폴리스가 된다. 그뿐 아니다. 올해 베니스에 도착한 예술작품들은 국경도 무너지고 장르도 무너져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은 온통
바다 위에 피어난 국경없는 시네마 파라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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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제한상영관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8월30일 “헌재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보완장치인 ‘제한상영관’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골자로 하는 영진법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제한상영관 도입을 추진하는 분위기. 하지만 지난해 영화계와 정부, 그리고 국회에서까지 일었던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 서둘러 추진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일단 지난해 문화부가 제한상영관 도입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면서 일었던 찬반 논거들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진위가 출판한 <제한상영관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찬성하는 논거들은 1)성인용 영화의 양성화를 통해 산업규모 확대 2)표현의 자유 확대 등이다. 반대 논거는 1)폭력물의 범람 2)등급위의 제한상영 등급남발 우려 3)제한상영관의 비수익성 4)청소년 출입통제
제한상영관 논의, 다시 수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