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카로스. 태양에 다가가는 꿈을 꾸었던 소년. 아버지의 경고를 뒤로한 채 날아오른 그의 하얀 날개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녹아버려 결국 그의 작은 몸과 함께 푸른 에게해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2057년, 죽어가는 태양 앞에서 전멸 위기에 놓인 인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운의 이름을 딴 우주선 이카로스 2호를 쏘아 올린다. 핵탄두로 태양을 다시 점화시키겠다는 계획 아래 각 분야에서 엄격하게 선별된 8명의 승무원들이 태양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그들은 7년 전 똑같은 임무를 띠고 쏘아 올려진 뒤 홀연히 사라졌던 이카로스 1호기와 마주치게 된다. 유령선처럼 우주를 표류하고 있는 1호기에 대해 8명의 의견이 각자 갈리고 이카로스 2호기는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평소부터 색다른 SF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던 알렉스 갤런드가 당시 과학 관련 정기간행물에 실린 태양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우주 공간을 이동하게 되는 인간이
[현지보고] 태양의 죽음과 대면하게 된다면
-
도쿄에는 디즈니의 땅뿐 아니라 바다(Disney Sea)도 있다. LA, 도쿄, 홍콩 그리고 여기 파리에 터를 닦은 디즈니랜드는 단지 놀이동산 체인점이 아니라 어른들에게조차 지리적 감각을 잃게 하는 폐쇄적인 환상의 대륙이다. ‘시청’이 위치한 ‘타운스퀘어’를 중심으로 디즈니랜드 파크 안에는 다섯 걸음마다 하나씩 머천다이징 숍들이 있고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순경 차량이 지나다닌다. 아이들은 미니마우스 가방과 곰돌이 푸우 배지와 잭 스패로우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가뜩이나 주말이라 개장시간이 조금 지나자마자 거대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인파가 일렁이며 파크 안으로 들어간다. 수십곳의 입구가 가득 메워졌다. 월트 디즈니씨가 자신의 후손들에게 물려준 유산의 엄청남을 규모로 실감한다. 선조의 오래된 창조물을 가능케 한 거대 사업의 현장에서, 후손의 미래가 달린 애니메이션 한편의 제작진을 만났다.
매력적인 픽사의 애니 캐릭터와 디즈니식 가족주의의 결합
<로빈슨
[현지보고] 도둑맞은 발명품을 찾아 떠난 시간여행
-
시네마테크 부산은 3월22일(목)부터 4월15일(일)까지 ‘월드시네마’란 행사를 마련한다. 부제인 ‘세계 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이 부연하듯 ‘월드시네마’는 영화사의 걸작들을 순례하는 자리인데, 이번 네 번째 오디세이의 진행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맡는다. 이번 행사가 단순히 유명 영화들로 치러지는 잔치가 아니라 한 영화인의 관심영역이 상하로 위치한 영화사를 횡으로 통과하려는 시도이기에 이 시대 영화의 어떤 화두를 목격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1924년에 만들어진 <탐욕>에서 시작해 1999년작 <밤바람>으로 이어지는 스물한편 영화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리스트에 애써 이름을 붙이자면 ‘상실과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가 어떨까 싶다. 생명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개인의 역사, 장르의 쇠퇴를 지나 자기 반영에 이른 영화의 역사,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문화와 시간을 되돌아보는 주체로서의 역사가 스물한편의 영화 깊숙이 자리한다.
상영되는 영화
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을 순례한다, 월드 시네마
-
빔 벤더스의 최근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를 좋아했던 관객에겐 좀 가슴 아픈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벤더스는 과거에 비해 의미있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작으로 알려진 <베를린 천사의 시>(1987)가 발표될 때, 이미 그의 쇠락을 예고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세속적인 낭만의 과잉 표출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이다. 벤더스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70년대 ‘뉴저먼 시네마’의 3인방 중 한명으로서였다. 이중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초크가 상대적으로 유럽적인 영화 양식에 치중했다면, 벤더스는 미국적인 것에 가까웠다. 미군라디오방송과 미국영화를 보고 자랐다는 이력이 그의 영화적 특징을 설명할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블루스 음악과 장르영화의 변주에 대한 애착은 어릴 적 경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돈 컴 노킹>(2005)과 <파리 텍사스>(1984)는 웨스턴 형식에 크게 빚진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그가 유럽적
멜랑콜리한 방랑을 즐기다, 빔 벤더스 특별전
-
-
세계 영화사를 다룬 어느 책을 참조하든지, 영화의 역사에서 1915년은 하나의 전환점을 이룬다. 미국의 영화사가인 톰 거닝의 표현을 빌린다면, 세계 영화사에서 1915년은 시각적 볼거리를 통한 매혹의 영화(cinema of attraction)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영화(cinema of narration)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고, 그 중심에 D. 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 1915)이 위치한다. 그리피스에게서 비롯된 무성영화의 침묵의 언어는 유아기 상태의 영화를 소년, 소녀로 성장시키며, 매혹적인 몸짓과 눈길로 ‘이야기하는’ 장편영화의 시대를 개척해나간 궁극적인 힘이었다. 오는 3월13일(화)부터 25일(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 특별전’은 영화가 유아기에서 벗어나 유성영화와 색채영화의 등장 이전까지 자신의 미학을 발전시켰던 1910년대 후반부터 20년대 중·후반까지 총 1
감동을 만드는 침묵의 언어, 미국 무성영화 특별전
-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오는 3월 28일 부터 열리는 제 9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경쟁 부문인 '액션 아시아'에 공식 초청됐다. 도빌 아시아 영화제가 류승완 감독을 초청한 건 이번이 두 번째. 류승완 감독은 지난 2005년 <아라한 장풍대작전>으로 '액션 아시아상'에 초청되어 '연꽃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빌 아시아 영화제는 이탈리아의 우디네 영화제와 더불어 유럽에 두 개 뿐인 아시아 영화제다. 지난 2000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작품상을 수상한 후로 <JSA>(2001년/작품상), <파이란>(2002년/작품상), <아라한 장풍대작전>(2005년/액션아시아상), <여자, 정혜>(2005년/심사위원대상), <달콤한 인생>(2006년/액션아시아상), <피터팬의 공식>(2006년/심사위원상)이 수상했다.
한편, <짝패>는 스위스 뉴샤텔 지역에서 개최되는 뉴샤텔 영화제
<짝패>, 도빌아시아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회귀한다. 3월8일 목요일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디즈니 연간 주주총회에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존 라세터는 2009년으로 개봉 스케줄을 정한 <개구리 공주(The Frog Princess)>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개구리 공주>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제작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으나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세한 줄거리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테마가 될 재즈곡과 그림 스타일에 대해서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구리 공주>는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려, CGI가 아닌 수작업 분위기의 그림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어공주> <알라딘> <라이온 킹> 등으로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사로잡았던 디즈니는 2005년 <카우삼총사> <쿠스코? 쿠스코!> 이후 다른 스튜디오들과 마찬가지로 CGI
디즈니 2-D 애니메이션 <개구리 공주> 제작
-
<300>이 2007년 북미 박스오피스의 첫 블록버스터로 이름을 새겼다. 300인의 스파르타 군과 수십만의 페르시아 군의 전쟁을 소재로 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300>은, <새벽의 저주>를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원작을 충실히 스크린에 재현한 작품이다. <300>의 개봉 성적은 7천만달러로, 2007년 3월 중 최고 기록일 뿐만 아니라 북미 박스오피스 역사상 R등급 영화로는 <매트릭스 2>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뒤를 이어 3번째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총 3103개 스크린에서 스크린당 2만2567달러의 수입을 기록한 <300>은 아이맥스 영화관 62개 스크린에서도 개봉해 스크린당 5만45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제랄드 버틀러, 로드리고 산토로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열연하고, 후반 CG 작업으로 채색해 화려한 비주얼을 선보인 영화의 성공에 대해 영화 제작자 중 한명인 마크 캔톤
<300> 블록버스터급 흥행 기록
-
한국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대상으로 한 제 1회 아스타 TV 드라마 어워즈가 2007년을 빛낼 아시아 6개국 '2007 뉴 아시아 스타(New Asia Star)'를 선정, 발표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태국 등 각 아시아 6개국에서 각 1명씩 선정된 6명의 스타들은 자국에서의 인지도와 스타성, 그리고 앞으로 아시아의 대형 스타로서 발돋움해갈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되었다고 아스타 TV측은 밝혔다.
먼저 한국은 지난해 드라마 <궁>에 이어, 새 드라마 <마왕>으로 2007년을 빛낼 새로운 아시아 스타로 주지훈이 선정되었다. 일본은 인기그룹 카툰(KAT-TUN)의 멤버로 드라마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카메나시 카즈야(kamenashi kazuya)가, 중국은 지난 해 패션남녀 평선 수상식에서 중국 최고의 미녀로 선정된 '범빙빙(Fan BingBing)'이 선정되었으며 대만은 신세대 대형스타 진백림(Berlin)이 새로운 아시아스타의 영
아시아 6개국 '뉴 아시아 스타' 선정
-
3월11일, 장준혁이 남긴 두통의 편지와 함께 <하얀거탑>이 막을 내렸다. 많은 이들로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를 평가를 받았던 <하얀거탑>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안판석 감독의 기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처럼 여성적인 취향의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왔던 그는 <하얀거탑>에서 처음으로 남성들과 그들에 깃든 어두운 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김명민, 이선균, 이정길, 김창완 등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 또한 그의 세밀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빛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안판석 감독을 만난 것은 지난 3월4일 밤 11시30분이었다. 18회 방송을 막 마친 상황이었던 탓인지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인터뷰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긴장감이 더 느껴졌다. 아마도 인터뷰가 끝나는대로 마지막 두회의 극본 회의를 하러 가야 하는 탓이리라.
“장준혁을 제대로 그려내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
장준혁이 형사로 부활한다. <하얀거탑>의 김명민이 형사 액션물 <파트너>에 캐스팅 됐다. <파트너>는 지하철 수사대에서 활약하는 형사들의 이야기. 소매치기를 잡기위해 실제 전설적인 소매치기를 형사로 영입해 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약속>과 <와일드 카드>의 조감독 출신인 신근호 감독의 데뷔작이며 오는 3월 28일 첫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명민, 형사액션물 <파트너>에 캐스팅
-
미국 극장가에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참 희한한 시기다. 왜냐하면 가을과 겨울철이 아카데미상 후보작과 수상작의 독무대였다면, 여름철은 팝콘무비 즉 오락영화의 판이 되고, 봄철은 로맨틱코미디가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겨울과 봄이 경계를 이루는 지금 이때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내놓기엔 약간 모자란 감이 있고, 그렇다고 확실한 블럭버스터영화도 아닌 애매모호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가끔 이 중에는 놀랄 만한 수작들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개봉작 중 눈길을 끄는 작품들로는 실제 연쇄살인범을 다룬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조디악>을 비롯해 <허슬 & 플로>로 명성을 얻은 크렉 브루어의 신작인 늙은 흑인 블루스 뮤지션(새뮤얼 L. 잭슨)이 섹스에 미친 백인 여성(크리스티나 리치)을 치료하기 위해 쇠사슬로 묶어놓는다는 황당한 설정의 <블랙 스네이크 모운>,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시리즈로 컬트 입지(?)에 올라선 시트콤 <리
[뉴욕] 데이비드 핀처 신작 호평
-
프랑스는 지금 50여년 전 생을 달리했던 한 여가수의 이름으로 술렁이고 있다. 다름 아닌 ‘Non, je ne regrette rien’(저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혹은 ‘La vie en rose’(분홍빛 삶) 등으로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 그의 삶을 다룬 영화 <장밋빛 인생>(La Mome)(구어로 어린애, 속어로 계집애 혹은 정부)이 개봉해 극장가, TV, 음반시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음반시장에서는 그녀의 음반을 찾아 모여드는 고객을 위해 에디트 피아프 음반을 다시 찍어내기 시작했고, 레코드 판매점들은 그녀만을 위한 음반 코너를 새로 준비했다. 또한 파리지엔들은 영화의 이름을 딴 ‘La mome’ 향수를 찾아 화장품 가게로 모여들고 있다.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TFM은 개봉 다섯달 전부터 치밀한 광고 전략으로 관객의 시선을 일찌감치 사로잡았다. 먼저 대안 마케팅 전략으로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은 마
[파리] 에디트 피아프, 스크린에서 다시 살다
-
드디어 1월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금연이 실시됐다. 이제 세계 다른 많은 도시들과 같이 초라한 모습의 회사원들이 파리의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됐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포토숍으로 영화 포스터와 잡지 표지의 담배를 지워버린다. 최종 목표는 영화에서 담배를 추방하는 것이다. 간략히 말해 금지법의 탄생인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이 남아 있다. 나는 <씨네21> 표지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배우나 카메라 앞에서 담배를 붙이는 초대손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들뜬다. 의도적으로 <서울 시네마>라는 필자의 책 표지로 담배를 물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사진을 선택했다. 소독되고 메마른 이 시대에 영화에서 담배의 신화를 마지막으로 장식할 것은 한국영화인가? 훗날 영화사가들은 어째서 이런 국제적인 위생청결주의가 영화 속의 황홀한 육체적 매력의 세계적 수도이자 로렌 바콜이나 마를렌 디트리히 같은 흡연자들이 지배했던 캘리포니아에서 하필 시작됐는지 자문할 것이다.
[외신기자클럽] 불 좀 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