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5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의 열기와 박수 소리는 올해 초부터 불거졌던 내홍의 풍파를 다잡는 듯했다. 포럼 비프 등의 일부 행사가 축소됐지만, 올해 3대 국제영화제의 주요 작품들을 포함한 총 269편의 상영작을 무사히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식 무대의 첫 주인공은 올해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이자 1월에 타계한 고 윤정희 배우였다. 그의 마지막 작품 <시>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시상자로 올랐고, 윤정희 배우의 딸 백진희 바이올리니스트가 헌정곡을 연주했다. 이어진 배우 주윤발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등은 부산영화제가 얼마나 아시아영화계의 역사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지를 증명했다.
올해 개막식의 사회자는 배우 박은빈이다. 애초 이제훈과 2인 사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제훈이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이로써 박은빈은 부산 영화제 최초의 단독 사회자이자 최초의 단독 여성 사회자가 되었다.
올해의 개막식
[씨네스코프] 축제는 계속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조직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 7월 섹션 두개를 폐지하고 출품 영화 수도 축소한다는 구조조정 발표에 이어 집행위원장 공석 소식이 들려온다. 예술부문 책임자로 베를린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카를로 카트리안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9월2일 베를린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4년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독일 문화부가 향후 집행위원장 2인 체제가 아닌 1인 체제로의 전환을 공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트리안은 1인 체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보았다. 운영 부문 책임을 맡은 공동집행위원장 마리에테 리센벡은 은퇴 연령을 맞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카트리안의 사임 소식에 대한 반향은 거세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폴 슈레이더, 크리스티안 페촐트, 라드 주데, 클레르 드니 등 저명 영화인 400여명의 서명을 담은 공개 서한을 독일 문화부 장관 클라우디아 로트에게 보낸 것이다. 서신은 카
[베를린]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어디로?
-
지난 5월2일 시작한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이 148일 만인 9월27일로 끝났다. 미국작가조합과 미국영화·TV제작자연맹이 잠정 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9월26일 미국작가조합의 동부, 서부 이사회가 내부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합의에 도달해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합의 확정을 위한 조합원 1만1천명의 비준 투표가 10월9일까지 남아 있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투표에 의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협상 자리에는 밥 아이거 디즈니 대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 등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합의한 협상문엔 최저임금 및 보험금의 인상, 고용 기간의 연장과 라이터스룸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은 지난 파업의 주요 쟁점이었던 생성 AI 이슈와 재상영분배금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미국 작가조합이 발표한 합의 각서에 따르면 제작사는 작가의 수나 임금을 줄이기 위해 생성 AI를 남용할 수
승리는 미국 시나리오작가들에게로, 5월부터 이어진 미국작가조합 파업 종료
-
봉준호 감독
어릴 때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 변희봉 선생님은 당시 사극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드라마에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조연으로 나왔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배우였다. <수사반장>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 이른바 ‘할렐루야 교주’로 나왔을 때나 점쟁이로 나온 일일 사극 <안국동 아씨> 등, <조선왕조 오백년–설중매> 편에서 유자광으로 나오면서 유명해지시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변희봉 선생님의 광팬이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쓸 때 반년 넘게 잘 풀리지 않아 고전을 거듭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변희봉 선생님이 연기한 경비 아저씨 캐릭터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지하실 공간과 경비원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급속도로 구조를 찾게 되고, 어릴 적부터 내가 너무 좋아하던 변희봉 선생님을 아파트 경비원으로 모시면 어떨까 하는 발상을 하면서 시나리오가 풀리게 된 것이다. 변희봉 선생님, 경비원 캐릭터 덕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기억하는 배우 변희봉
-
-
배우 변희봉이 9월18일 별세했다. 향년 81살.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완치 판정을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영화인들이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변희봉은 1965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했다. 배우로서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조선왕조 오백년–설중매>. 조선 초기 문제적 인물이었던 유자광을 안방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킨 그는 “이 손 안에 있소이다” 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그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까지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이 MBC의 공무원처럼 무수한 작품에 얼굴을 비추던 시절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포함해 봉준호 감독은 무려 네 작품을 변희봉과 함께했고,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속 이름을 ‘희봉’이라 지을 만큼 각별한 존경심을 품었다. 봉준호 감독과의 협업 이후 충무로는 변희봉
[추모] 열정이 꽃피운 연기, 배우 변희봉 (1942. 6. 8 ~ 2023. 9. 18)
-
국내개최영화제연대(가칭, 이하 영화제연대)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24년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 철회를 지지하는 2차 연명을 9월21일 발표했다. 지난 9월13일 1차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부산·전주·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 총 56개, 단체 117곳, 개인 2249명(영화인 1114명, 관객 1135명)의 참여로 2차 연명을 마감했다. 9월 국회에 제출된 2024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영진위 예산에서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약 28억원으로 삭감, 국내·국제 영화제를 통합해 기존 40개 지원에서 20여개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변화가 영화창작, 영화배급, 영화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화됐다.
영화제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 예산 50% 삭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와 영화문
2024 문체부 예산안에 반발 거세져, 영화제 연대의 3차 연명 이어진다
-
꿈의 도시 베니스, 요즘은 K드라마에서도 극 중 인물이 가고 싶은 도시로 베니스를 지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다시 한번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다. 영화제는 8월30일부터 9월9일까지 개최됐다. 올해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에도아르도 데 안젤리스 이탈리아 감독의 <사령관>이 개막작으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서바이벌 스릴러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이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다. 원래 개막작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챌린저스>가 선정되었지만 미국배우조합 파업으로 인한 영화제 불참 여파로 결국 개막작이 변경됐다.
본선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미국 감독 데이미언 셔젤이 맡았고, <피아노>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 감독 등 8명의 심사위원들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총 23편의 영화를 심사했다. 경쟁부문에는 뤼크
[로마] 제 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 ‘가여운 것들’ 황금사자상
-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스포츠는 무엇일까? NBA(농구), NFL(미식축구), MLB(야구)다. 물론 NHL(아이스하키)도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그중에서 가장 적은 수의 경기를 하지만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고 돈이 되는 리그는 NFL이라고 모두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나 OTT 신작이 모두 트레일러로 전쟁하는 슈퍼볼 경기도 NFL 이벤트 중 하나다. NFL은 목요일, 일요일을 경기일로 지정해 방송사 혹은 유료방송사에 판권을 판매했다. 엄청난 돈이 오고 가는 이 딜은 유료방송이 살아남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최근 이같은 흐름이 OTT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목요일에 NFL을 보려는 미국 사람들은 방송사가 아닌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쿠팡 플레이가 영국 카라바오컵(EFL컵)을 중계하고, 2021년 NFL 경기를 3년간 독점 중계한다고 발표한 것은 OTT가 전세계적으로 유료방송에서 라이브를 빼앗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유튜브가 NFL 선데이 티켓의 경기를 중계한다
-
추석 극장가 한국영화 라인업이 완성됐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내세운 작품들이 연휴 대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관객이 만날 영화는 9월21일 개봉하는 <가문의 영광: 리턴즈>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로, 12년 만에 후속작이 나오게 됐다. 9월27일에는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동시 개봉한다. 임아영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1947 보스톤>은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이라는 실존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을 다루며 스포츠의 짜릿한 경쟁과 승리의 쾌감을 선사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다. 길어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했다”며 가장 먼저 개봉일을 확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거미집>을 개봉하는 바른손이앤에이 관계자는 “모든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유쾌한 티키타카의 코미디 장
이번 한가위에는 어떤 영화를?, 추석 극장가 한국영화 라인업
-
<몬스터즈> 시리즈,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등을 연출한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이 AI 블록버스터의 신세계를 펼친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만든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리면서 인류와 AI간에 극렬한 전쟁이 시작된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인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실종된 아내를 찾겠다는 목적으로 작전팀에 합류하고, 그 안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는 누가 만들었는가.’ 영화는 단순하지만 필연적인 질문을 건네며 최초의 창조자를 찾아나서고, 이내 그 창조자가 아이의 얼굴을 한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임이 드러나면서 도덕과 규율에 대한 사유를 제안한다. <크리에이터>는 AI와 대척점을 이룬 인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소멸, 인간다움과 야만성, 공정과 불공정을 내밀하게 다루며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각본은 개러스 에드워즈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Coming soon] ‘크리에이터’
-
9월 중국 극장가의 화제작은 선아오 감독의 <고주일척>이다. 왕대륙과 장이싱 주연의 이 영화는 인터넷 도박 범죄 실화를 다룬 범죄 스릴러로 8월8일 개봉해 지금까지 37억위안의 박스오피스를 올렸다. 중저예산의 제작비에도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 영화의 배후에는 감독이자 제작자인 닝하오 감독이 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황제>에서 닝하오는 오랜만에 자신의 연출작으로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유덕화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유덕화는 홍콩의 슈퍼스타 리우웨이치로, 닝하오 감독은 린하오 감독으로 등장한다. 리우웨이치는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 린하오 감독과 농촌을 주제로 한 영화를 공동 작업하기로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의 오만으로 인한 불협화음들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처럼 <영화의 황제>는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업계의 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의 황제>보다
[베이징] 영화에 녹아든 인연, ‘영화의 황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선정
-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상영작을 발표했다. 9월5일 진행된 부산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엔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개막작은 장강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한국이 싫어서>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행복을 찾기 위해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향하는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의 이야기다. 폐막작은 17년 만에 폐막작으로 다시 돌아온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다.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의 영화 만들기 과정을 그린 영화로 유덕화가 주연한다. 그 밖의 상영작으로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 각본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키즈의 <괴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호평 중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과 데이비드 핀처의 <더 킬러> 등
영화의 바다에 빠질 시간,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그에 맞춰 ‘RE: Discover’를 키워드로 여성영화의 걸작을 재발견, 재조명하는 포럼이 진행됐다. 국내뿐 아니라 대만과 독일, 일본의 여성영화제 관계자 및 여성학자들이 참석해 시대와 함께 변화해온 여성영화(사)의 흐름을 짚고 연대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여성영화제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다. 8월28일 오후 4시, 평일 낮임에도 영화제가 치러지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많은 이들로 북적였고 3시간가량 이어진 포럼 또한 관객들이 집중해 경청했다.
“쉽게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
사이토 아야코 메이지가쿠인대학교 교수의 기조 발표가 이날 포럼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1970년대 이후로 근 50년간 ‘여성영화’의 개념 및 용어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폈다. “영화 복원을 통해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 여성영화에 대한 유산과
[씨네스코프] 우리는 계속 함께 나아간다, 여성영화제 25주년 포럼
-
독립 기념일을 맞은 인도는 통쾌한 액션극이 흥행 중이다. 먼저 발리우드에서는 <가다르2>가 주인공이다. 아닐 샤르마 감독, 써니 데올 주연의 2001년작 <가다르>의 속편으로, 20년이 지나 영화인에 정치인이란 이력을 더한 써니 데올이 다시 한번 과거의 동지들과 의기투합했다. 1947년 인도-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당시 힌두-무슬림 폭동을 배경으로 했던 전작에 이어 후속작은 1971년 인파(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배경이다. 국경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아버지(써니 데올)가 실종되자 포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 아들이 구하러 나서지만 오히려 자신이 포로로 붙잡히고 만다. 아들은 원한을 품은 채 복수를 벼르던 파키스탄 장군에게 고문을 당하고, 이때부터 아버지의 ‘집 나간 아들 구출 작전’이 시작된다. 해머를 들고 홀로 적군에 맞선 써니 데올의 액션은 인상적이지만 해묵은 원한을 배경으로 한 내용은 신선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과거의 향수에 의지한 영화다. 그럼에도 대중
[델리] 독립 기념일 특수 맞은 인도 극장가 흥행작 스케치, 액션부터 로맨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