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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승(안재욱)은 아는 영어라곤 헬로와 땡큐가 전부고, 머리 쓰는 일은 싸울 때 박치기가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백수에서 순식간에 유통업계의 거대기업 최고그룹 후계자로 올라선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사주 신 회장(여윤계)의 손자기 때문이다. 원래 후계자로 삼았던 장손이 숨지자, 신 회장은 없는 셈 치던 그를 대타로 경영 일선에 투입한다.
한국방송 월화드라마 <오!필승 봉순영>에 쏠리는 일각의 싸늘한 눈초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국 재벌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히는 친족경영의 설정을 문제의식 없이 차용했다는 것이다. 경영의 ‘경’자도 몰랐던 오필승은 여러 난관을 겪지만 보란 듯이 이런 저런 성과들까지 거둔다. 반면 그룹 2인자인 민 전무(강신일) 일파는 회사 장래보다는 일신의 영달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차세대 전문경영인 반열에 속하는 윤재웅(류진)은 엘리트로서 능력과 자부심은 크지만, 오필승이 지닌 인간적 매력은 찾아볼 길 없다. 이런 설정을
<오!필승 봉순영>의 오필승은 스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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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히데코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1942년 조선의 어느 해변가 마을을 무대로 한 영화 <애란>(愛亂, 감독 이황림)에서 히데코 역을 맡아 에로틱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월1일 도쿄도 다마시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그의 사망원인은 위암. 향년 45살의 아름다운 나이였다.
김구미자는 일본 나가노현에서 재일동포 3세로 태어나 명성이 높은 신주쿠 양산박 극단에 가입하면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욱 깊은 시절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면서 연극 <천년의 고독> 등에 당당하게 주연을 맡으며 활약했다. 김구미자가 한국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89년 개봉 당시 유려한 미술과 정사장면들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애란>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젊은 유학생 철민(임성민)에게 연정을 느끼는, 조류학자 요시무로(박영규)의 아내 히데코 역을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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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 아마도 영국의 돈없는 처자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독신남’이 아닐는지. 지난 10월8일 영국의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부동산 투기에 빠진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하며 “새로 산 집마다 싫증을 느껴서 한채 한채 사모으다보니 런던에만 17채의 집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물건 고르는 안목이 없다며 자조하는 이 남자의 인터뷰가, 좁고 낡은 집에서 살고 있는 영국 독신남들의 폭동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주 즈음이면 그런 뉴스를 보게 될지도.
휴 그랜트, 한채 한채 사모은 집이 런던에만 17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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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샌디에이고 아시아영화제가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미션베이 해저드센터 시어터에서 개막된다. 오는 24일까지 나흘동안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등에서 분산 개최될 제5회 아시아영화 페스티벌에는 지난 5월 국내에서 개봉, 첫주 사흘동안 50만명의 관객들 동원해 화제를 모은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ARAHAN)과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THE TALE OF TWO SISTERS) 등 4편의 한국 영화가 출품된다. 다큐멘터리로는 박희정, JT 다카기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공동 제작한 <북한, 비무장지대 저편>(NORTH KOREA:BEYOND THE DMZ)이 상영된다.ABC 샌디에이고 지역채널 KGTV앵커인 한국계 2세 리'앤'김(34)이 주도하는 이 영화제에는 한국과 일본, 인도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영화 등 모두 150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코미디 영화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캐슬에 가다>에
<아라한…> 등 4편, 샌디에이고영화제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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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아시아인디영화제, CJ CGV에서 10월20일부터 5일간 열려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CJ아시아인디영화제(이하 CJ AIFF)가 ‘서로와 다른, 서로의 힘찬 첫발’이라는 슬로건으로 10월20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열린다. 국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아시아 각국의 인디영화들의 새로운 경향을 감지할 수 있을 이번 영화제는 한국 인디영화 23편과 함께 중국, 일본, 이란, 인도, 스리랑카 등 12개 아시아 국가에서 온 20여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성찬이다. 개막작과 폐막작으로는 각각 배창호 감독의 <길>과 99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의 신작 <거북이도 난다>가 선정됐다. CGV강변과 새로 문을 연 CGV용산에서 열릴 CJ AIFF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산행 열차에 탑승할 수 없었던 영화광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
멀티플렉스가 인디영화를 만났을 때, CJ아시아인디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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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려거든 전화를 끄고, 전화를 걸려거든 영화를 보지 마라. 프랑스 정부가 극장을 비롯한 각종 공연장에서의 휴대폰 통신을 차단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언론은 지난 10월11일, 프랑스 산업부가 공연장의 휴대폰 전파 방해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통신규제당국의 결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극장에서의 휴대폰 사용이 관객 감소로 이어졌다는 프랑스 영화인들의 탄원이 이어졌던데다가, 상영 및 공연 중에 휴대폰를 끄거나 진동 모드로 바꿔두라는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영화를 비롯한 예술 공연을 진흥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그간 공공 장소에서의 전파 방해 시설 설치는 주변 교통신호 등에 혼란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3만유로의 벌금 또는 6개월형에 처해지는 불법 행위였다. 부작용 해소 방안을 마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앞으로 프랑스의 모든 영화관, 콘서트홀, 연극 공연장은 단돈 440유로에 이 전파 방해 기기를 구입, 설치할 수
프랑스 정부, 극장 및 각종 공연장의 휴대폰 전파 방해시설 설치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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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게이샤 역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지는 않다." 배우 김윤진이 최근 세계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일할 기회를 포기했다. 일본인 게이샤 역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2002년 차인표가 북한을 테러리스트로 설정한 의 출연을 거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ABC 방송의 13부작 드라마 <로스트>의 촬영 차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김윤진은 지난 19일 연합뉴스와 국제통화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는 <게이샤의 추억>에 게이샤 역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으나 5시간 고민 끝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게이샤의 추억>은 아서 골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국 배우 장쯔이가 주연으로 캐스팅됐으며, <라스트 사무라이>의 와타나베 켄과 <와호장룡>의 미첼 여 등이 출연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지휘하고, <시카고>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로브 마셜이 연출을 맡는 화제작. 김윤진이 제안 받은
김윤진, 스필버그 캐스팅 제안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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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에 어떤 드라마를 내놔야 가장 좋을까요? 사람들이 희망 없이 지쳐있고, 거칠어졌어요. 다른 거 다 그만두고 촉촉하고 아름답게 젖어들 수 있는 그런 얘기, 되게 싱거울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 처지에서 재밌는 드라마가 나왔으면 해요.”
김수현씨가 지난 16일 시작한 한국방송 주말극 〈부모님 전 상서〉의 제작발표회장에서 한 말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 ‘40년 한국 드라마사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언어의 연금술사’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답게, 이제 2회를 마친 〈부모님 전 상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35년이 넘는 세월, 30여편의 ‘김수현 드라마’는 한국 방송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시청률 보증 수표’라는 이름표에, ‘김수현 작가론’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쳐온 김수현 작가. 김수현과 그의 드라마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우측은 한국방송 〈부모님 전 상서〉 제작 발표회장에 나온 작가 김
김수현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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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썸〉의 첫 장면은 영화의 절정 부분과 띠처럼 이어져 있다. 치사량의 마약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유진(송지효)의 얼굴이 잠자는 유진의 얼굴과 겹친다. 그러니까 잠에서 깨어난 유진이 앞으로 24시간 동안 겪는 일은 그가 이미 어디선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썸〉은 이 24시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벨 소리에 눈을 뜬 유진은 디지털카메라동호회의 한 회원에게 전달하라는 부탁과 함께 MP3 칩을 받는다. 영문 모를 물건을 가방에 넣은 채 출근길에 나선 순간부터 그는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쫓기고, 자취를 감춘 100억원대 마약의 행방을 찾는 형사 강성주(고수)와 조우한다. “이 남자를 기억해.” 어디서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릿 속에 각인된 강성주와 얽혀갈수록 유진의 눈에는 기억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펼쳐지고 잠입수사를 하던 강성주는 범인으로 오인을 받아 궁지에 몰린다.
유진이 겪는 기시감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고편이다. 동시에 예견된 운명을 주인공들이 어떻게 벗어
<썸> 당신의 예정된 죽음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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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서 수상한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우측 사진)는 내년쯤에나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리뷰하는 것이 영화 비평 릴레이가 독자와 맺고 있는 약속이지만, 뉴 커런츠 부문 한국 영화 상영작 중의 두 편인 〈여자, 정혜〉와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를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 지면에서 투덜거렸듯이 저예산 영화의 극장 상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평적 공간이 상영 공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여자, 정혜〉는 혼자 주공 아파트에 살면서 우체국에 나가 소포의 무게를 재고 우표를 붙이는 일을 하는 정혜(김지수)의 일상을 그린다. 또 그 일상을 헤집어 아찔하게 만드는 기억과 교차시킨다. 그 결과, 영화는 정감 있고 정확하다. 정혜는 버려진 작은 고양이를 데리고 와 기름진 참치를 먹이고, 자신의 김밥 속을 골라 먹지만 나쁜 기억을 솎아내지는 못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 어떠한 결정적 상처가
[비평 릴레이] <여자 정혜>, <귀여워> 김소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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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영화제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2개의 영화제가 이번주 첫출항을 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 CGV와 강변 CGV에서 열리는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했던 아시아 독립영화의 최근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영화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베컴이 오웬을 만났을 때〉 등 한국 독립영화 23편과 중국, 일본, 이란, 인도, 스리랑카 등 12개의 아시아 국가에서 출품한 20여 편의 장·단편을 만날 수 있다. www.cjaiff.com , (02)2112-6664.
‘도심 속의 푸른 놀이터’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하는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는 22~26일 광화문 일대의 극장인 스타식스 정동과 씨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19개국에서 출품한 100여 편의 장·단편들이 선을 보인다. 개막작은 장진·송일곤·이영재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1.3.6〉(사진). www.greenfestival.or.kr , (02)7
CJ아시아인디영화제·서울환경영화제 첫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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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일그러진 사회를 훑어보는 1회 민들레 다큐 영화제가 19~21일 청주교육대 실과관에서 열린다. 청주교육대 다큐멘터리 동아리 ‘다큐팩토리’가 올해 처음으로 여는 영화제 영화 상영, 감독·교수·수사와 대화, 노래 공연 등이 이어진다. 19일 저녁 7시 개막식과 함께 9·11테러 뒤 미국의 반전시위 등을 다룬 김기훈 감독의 <대답(앤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의 이야기를 그린 이마리오 감독의 <미친 시간>이 상영된다. 청주교대 노래패 역동 공연, 평화유랑단 김재복 수사와 평화, 반전 등을 이야기 한다.
20일에는 현역 군인의 신분으로 기독교 회관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을 한 강철민 이병의 투쟁 기록을 담은 김환태 감독의 ‘이등병의 편지’가 상영되고 김 감독과 영화 제작 배경, 영화 뒷이야기 등의 대화를 나눈다. 21일에는 <대답>을 다시 보여주고, ‘다큐팩토리’지도교수인 청주교대 이은주 교수가 영화와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민들레 다큐영화제 19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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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영화적 마력을 잃어가고 있는 건가? 난처하긴 하지만 이 생각은- 아래에 논의되는 이유들 때문에- 3년 전 <소림축구>로 대박을 터뜨린 것에 이어 주성치가 최근 프로듀서·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쿵푸>를 보는 동안 계속 뇌리 속을 스쳤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영화는 홍콩이나 중국이 아닌 지난 9월 중순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은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했다. 아이러니는 주성치가 자신의 세계 프리미어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것. 지난 10년간 주성치의 시민권 신청을(삼합회 관계가 추정되어서) 여러 번 거절한 캐나다 정부는 비자발급을 환영하지 않았다.
영화는 홍콩에서 12월 이후에 개봉할 계획이고 한국에서는 내년 1월14일에, 미국에서는 내년쯤에 할 계획이다. 틀림없이 처음에는 잘되겠지만, 2001년 여름 홍콩에서 <소림축구>가 거뒀던 6천만홍콩달러라는 놀라운 금액에 상응하거나 이를 돌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영화의 중심에는
[외신기자클럽] 주성치의 ‘모조’는 어디로?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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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스크린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사는 세명의 40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과 유니버설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링클레이터의 고등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1993년에 발표된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사용된 이후 끊임없는 모욕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1976년 학기의 마지막 날,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영화에서 리처드 플로이드는 랜달 ‘핑크’ 플로이드, 바비 우더슨은 데이비드 우더슨, 앤디 슬레이터는 론 슬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어 나오며, 이들 캐릭터는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화에서 플로이드는 70여명의 캐릭터 중 몇 안 되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물로 나오고 우더슨은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고생들에게 ‘작업’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하며 슬레이터는 대마초에 환장한 ‘또라이’로 보
[왓츠 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고교동창생 이름 썼다가 소송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