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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아들이 어디선가 자라고 있다면? 또 그 아들이 불쑥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영화 <파송송 계란탁>은 제목만 보면 요리영화 같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들로 인해 겪게 되는 26살 가수 지망생이자 불법 음반업자인 이대규(임창정)의 국토 종단 순례기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춘을 가로막는 9살 난 아들 인권(이인성)은 철없는 아빠 대규에게 국토 종단을 제의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버리고 총각이 되고픈 대규는 흔쾌히 아들 인권의 제의에 응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 10월18일 충남 조치원 부근의 한 간이역에서 한 촬영분은 국토 종단에 나선 대규 부자가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역내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는 장면이다. 얼마 전 가수활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대규 역의 임창정은 능숙한 솜씨로 기타를 치면서 <낭만고양이>를 열창, 왕년(?)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노래도 안 하니까 실력이 줄
<파송송 계란탁>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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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장모께 인사드리러 왔어요"
오징어 가면 쓴 함지기라도 맞아들인 것일까. 10월18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퇴근 행렬이 끝나고 인적이 드문데 유독 한집만 요란하고 북적댄다. 전날 놀이터 촬영 때 시끄럽게 해서 아파트 일부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들었던 <사과> 제작진은 되도록 큰소리 내지 않으려고 하나 촬영 준비로 인한 소음을 막을 방도는 없다. 56평 대형 아파트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45명의 스탭들과 여기에 더해 10여명의 취재진까지 가세했으니 그럴 수밖에. 소음뿐 아니라 신발까지 복도 계단에 흘러 넘친다. 그 앞을 지나는 주민들 중엔 결혼 앞두고 잔치라도 여나 수군대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추측이 전혀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이날 <사과> 제작진이 찍어야 할 장면은 극중 상훈(김태우)이 현정(문소리)의 집에 방문해 예비장인과 장모에게 인사드리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 “형제는 어떻게 되나?”“3남2녀 중 제가 장남입니다.” 상훈의 방문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사과>,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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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1일 스파이스 하우스라는 네바다주의 한 토플리스(반나체) 클럽이 캐서린 제타 존스의 사진을 무단으로 광고에 사용해 고소당했다. 문제의 사진은 클럽의 웹사이트 디자이너가 무료 이미지를 제공하는 독일 사이트로부터 다운받은 것이라고. 게다가 지난 25일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클럽쪽은 “사진의 주인공이 캐서린 제타 존스인지 몰랐으며, 그녀도 자신의 사진이 우리 클럽 광고에 사용된 것을 기뻐했을 것”이라며 뻔뻔하게 응수했다.
캐서린 제타 존스 사진 무단으로 광고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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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씨네21> 홈페이지를 방문했던 네티즌들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한국영화 중 가장 그 결과가 궁금한 것이 <장화, 홍련>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은 최초로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조폭마누라>,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 감독이 연출하게 될 <엽기적인 그녀> 등 많은 작품을 제외하고 이루어졌다.
네티즌들은 <장화, 홍련>를 꼽은 이유로, “<장화, 홍련>(A Tale of Two Sisters)의 정신분석학적 제목이 미국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순위와 관계없이 배우의 캐스팅 자체가 가장 궁금하다는 의견이나(“무엇보다 어떤 배우가 맡을지 궁금하군요. 문근영이랑 전지현은 누가 하나? 김정은은?”), “영화 모두가 한국적인 정서에서만 흥행 가능한 영화들 같다”는 식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작을 내놓기까
[씨네폴] 할리우드 ‘장화 홍련’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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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영화인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영화인과 공로영화인이 발표되었다. 유공영화인 시상에서는 지난 6월 별세한 배우 김일우가 맨 처음 발표되고 부인 이영희씨가 대신 수상하여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사진) 데뷔작 <불효자>를 필두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만추> <들국화는 피었는데>에 이르기까지 이만희 감독의 단짝 음악감독이던 전정근도 유공영화인으로 선정됐다. 그외 강민호(감독), 장기종(조명), 홍성욱(촬영), 이정근(시나리오)를 포함해 총여섯명의 유공영화인이 발표됐다.
제작 분야별로 8명을 선정하는 공로영화인 시상에서는 <빈 집>의 김기덕 감독과 원조 팜므파탈로 꼽히는 원로 여배우 최지희의 수상이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현장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강대성 녹음감독도 마찬가지. 또한 김계성(기획), 인진모(시나리오), 방기남(음악), 박창호(조명), 정일만(촬영) 등 5명의 원로 영화인들이
배우 김일우, 제42회 영화인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영화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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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상반기 극장가의 메뉴판이 서서히 완성되고 있다. 라인업을 가장 먼저 확정지은 배급사는 쇼박스다. 1월 자폐 청년의 마라톤 도전을 그리는 조승우, 김미숙 주연의 <말아톤>(정윤철 감독)을 시작으로, 2월 김선아, 공유 주연의 <잠복근무>(박광춘), 3월에는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이 나오는 전쟁영화 <웰컴투 동막골>(박광현)을 내걸 예정이다. 4월에는 송강호, 유지태가 주연하는 대형 스릴러영화 <남극일기>(임필성)가, 5월에는 차태현의 아이 양육기 <러브스토리>(김정권)가, 6월에는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이 등장하는 역사코미디 <천군>(민준기)이 각각 마련된다.
쇼이스트도 공세적인 라인업을 꾸렸다. <어린 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만드는 <제니, 주노>, 인라인 스케이터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 박흥식 감독의 <엄마 얼굴 예쁘네요>, 류승
주요 배급사 내년 상반기 라인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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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를 꼬박 패스트푸드만 먹는다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변할까. 패스트푸드 생체실험으로 화제가 된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가 한국에서 제작돼 화제다. 생체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은 ‘환경정의 시민연대’ 상임활동가 윤광용(31)씨로, 16일부터 하루 세끼를 패스트푸드에 의존하고 있다.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론 감독이 직접 30일간 맥도날드 음식만을 먹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자인 모건 감독은 영화를 끝낼 당시 체중이 84kg에서 96kg으로 12kg 늘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상승했다. 모건 감독은 패스트푸드로 부작용에 시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렇다면, 윤광웅씨가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에 동참한 이유는?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직접 체험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윤씨는 “다큐멘터리 제작 참여를 결심하기 전 미국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윤광용씨 한달간 패스트푸드만 먹으며 부작용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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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저녁 8시 한국방송 별관 공개홀 디-스튜디오. 무대 한쪽에서 ‘옥동자’ 정종철과 뮤지컬 배우 출신 박성철이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비타민 흐르는 식도를 건너 대장까지 살아가야 해~. 언제나 먹는 언제?먹는 기다리던 너의 비타민~.” 가요 ‘아파트’의 가사만 바꾼 비타민 음료 광고 노래다. 조감독 역인 정종철과 수석 에프디를 맡은 박성철의 얼굴 표정과 몸짓이 우스꽝스럽다. 객석의 150명 남짓한 여고생들의 웃음 소리가 왁자지껄 퍼졌다. 무대 왼쪽, 사무실 세트엔 개그맨 강성범, 김영철, 가수 윤은혜가 앉아 있다. 영화 <실미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때 신인 배우 성수현이 들어오자, 윤은혜가 다가간다. “월미도, 안 봤죠? 대파가 쪽파한테 파~했더니 바다에서 고기가 뛰어 올라서 회를 쳐갖고 양념을 무쳤대요. 특히! 마지막에 만취해서 대자로 뻗는 장면, 예술이래요.” 실없는 소리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1일 첫 방영되는 한국방송 ‘시츄에이션 콩트’
KBS 새 시츄에이션 콩트 ‘방방’<개콘>팀 출연‥애드리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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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할로윈 데이가 특수로 작용했던걸까. <주온> 리메이크작인 공포영화 <그러지>(The Grudge:원한)가 2주연속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2천2백4십만불을 보탠 <그러지>의 흥행누계는 벌써 7천백만불을 넘었다. 이정도 흥행력이면 3주차에 9천만불에 육박하고 4주차에는 가볍게 1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영화 <그러지>의 흥행에는 이리저리 살펴볼게 많다. 우선 B급장르로 인식되는 공포영화는 미국에서도 대박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역대 미국 박스오피스 탑 100에도 공포영화는 단 세편뿐이다.(<죠스>가 2억6천만불로 28위, <엑소시스트>가 2억불로 54위, <한니발>이 1억6천만불로 97위 정도) 간혹 공포영화가 박스오피스에 1위로 데뷔하긴 하지만 2주연속 정상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올해 미국에서 1위에 올랐던 공포영화는 지난 3월 2천7백만불의 성적으로 데뷔한 <새벽의 저주>
공포영화의 반란, <그러지> 미국 박스오피스 2주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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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도 없어요.” “도무지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썼는지 알 수가 없네요.” 한 묶음의 종이를 들고 강단에 서있는 발표자를 향해 청중의 십자포화가 날아간다. 질문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발표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다. “음, <맨 인 블랙>같은 느낌으로 코미디 반, 액션반 인 일종의 킬링타임용 영화인데…” 궁색한 답변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라는 가차없는 비판에 금방 오그라들고 만다. <우측사진설명> 한겨레문화센터 시나리오 작가학교 출신으로 올해 시나리오 공모전에 수상한 작가들.(오른쪽부터)
안슬기(34) <다섯은 너무 많아>로 영화진흥위원회 독립디지털 장편 제작 지원작 선정
박신우(27) <금붕어>로 제9회부산국제영화제 선재펀드 수상
오승희(32) <퍼플 레인>으로 중앙일보 시나리오 공모전 가작 수상
김선아(33) <당신이 죽은 사이에>로 경상북도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수
충무로의 펜 타고 날래. 시나리오 지망생들 “꿈을 향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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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큐멘타리가 올해 들어 텔아비브영화제 등 이런저런 국제영화제에서 상받는 일이 늘고 있다. 이전까지 개막작을 외국 다큐멘타리로 했다가 올해 한국 다큐멘타리로 바꾼 건 이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 감독이 국내 유일의 다큐멘타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올해 4회 행사(28일~11월4일, 서울 사간동 서울아트시네마)를 치르고 있다. 다큐멘타리 집단 푸른영상을 이끌어 온 김 감독은 지난해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타리 <송환>으로 한국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선댄스영화제의 상(표현의 자유상)을 받기도 했다. 인디다큐페스티벌 1,2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올해부터 새로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제를 시작할 때 조직위원회를 만들자, 이런 적은 규모의 영화제에서 불필요하다 하는 식의 말이 오갔지만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다큐멘타리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커지고, 한국 다
인디다큐페스티벌 김동원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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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야, 안녕? 며칠 전, 우연히 네가 펼쳐놓은 일기장을 봤어. 내 친구들 중에서도 간혹, 색색의 볼펜을 동원하여 하루 일과를 꼬박꼬박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애들이 있긴 하지만 너도 참 만만찮은 강적이더구나. 어쩌자고 그걸, 그렇게 ‘숙박 문제’ 위주로 적어둘 생각을 했던 거니? 식도락 중심의 일기나 문화생활 중심의 일기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영국에 사는 브리짓 존스 언니의 일기처럼 그냥 너의 담담한 일상과 생활 속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두었더라면, 훔쳐보는 사람 입장에선 읽을 맛이 훨씬 더 쏠쏠했을 텐데 말이야. 그러기엔 혹시 ‘그들과 보냈던 밤’이 네 무의식 속에서 어떤 억압과 압박으로 작동했던 건 아닌지 궁금하다.
남친과 ‘선’을 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 ‘이거 내가 손해 보는 건데’ 싶어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해하는 언니동생들. 우리 주위에 정말 많잖아. 어쩌면 그래서 너도 같이 먹은 음식 보다, 같이 본 영화보다, 같이 잔 장소를 적어두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
[정이현의 해석남녀] < S 다이어리 >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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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초 온나라 약국에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비타민 시를 사려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20~30배나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소동 배후엔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생활정보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월~금 오전 10시)가 있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비타민 시가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내보내면서 비타민 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갖가지 실용 지식을 전파하며 시청자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무엇이든…〉이 어느새 22살이 된다. 11월1일 마침 한국방송 가을개편과 함께 온 생일을 기념해 1~5일 닷새 동안 건강 관련 궁금증을 풀어보는 특집을 내보낸다. ‘습관을 바꾸면 10년 젊어진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1일 ‘그리스식 식단’, 2일 ‘걷기’, 3일 ‘잠’, 4일 ‘식습관 5계명’, 5일 ‘웃자! 웃자!’ 차례다.
〈무엇이든…〉의 역사는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척척박사’로 변신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
22살 되는 K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1월 1~5일 건강정보 특집 연속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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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자막번역, 좀더 체계적 시스템 필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PIFF) 참가차 부산에 있을 때, 일본영화 영문자막을 번역하는 일본계 미국인을 만났다. 가끔 한국영화 자막을 번역하는 필자는 일본 시스템이 궁금했다. 일본영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지 50년 넘는 걸 고려하면 놀랍지도 않지만, 자막 전문성의 수준이 훨씬 높은 것 같다. 번역자와 기술자가 명확히 규정된 역할을 지니고, 가능한 한 최고 품질의 자막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정돈된 시스템이 있다. 일본엔 전문 자막번역자가 되기 위해 수강할 수 있는 강의도 있다고 한다.
90년대 후반, 한국영화를 아는 비한국인들과 얘기하면 5분도 안 돼서 자막에 대한 불평을 듣곤 했다. 자막문제에 관련해 한국인과 외국인간에 기본적인 오해가 존재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들은 한국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자막을 만든 영화를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외국인을 고용해 <해리 포터>를 한국어로
[외신기자클럽] 자막이라는 스캔들 (+영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