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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만이 넘는 관객 동원을 위해선 두말할 나위 없이 여러 가지 영화적·비영화적 장치가 동원된다. <투캅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제 연작물의 행보를 내딛은 <공공의 적>만큼 그 동원 기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우선 사회적으로 공분할 만한 대상을 설정한다. 그 공공의 적에 대한 집단적 분노를 매표로 연결한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는 그 힘있고 못된 자에 대한 수사와 액션이 취해지고, 분풀이가 이루어지는 구조다.
전편 <공공의 적>의 공적은 펀드 매니저였다. 그 설정은 매우 절묘했다. 컴퓨터 자판 숫자 몇 개로 돈을 이리저리 움직여 기하급수적으로 팽창시키는 금융 자본의 마술사가 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 공공의 적이라는 플롯은 소위 글로벌 금융 자본의 위협을 받고 있는 IMF 위기 이후의 사회 분위기에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2편의 공적은 사학 재단의 젊은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다. 그는 사학 재단의 ‘사
[비평릴레이] <공공의 적2>, 김소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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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오는 4일까지 흥미로운 국내외 옴니버스 영화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제를 상영하고 있다. 동성애라는 소재와 보길도라는 장소를 교집합해 만든 (최진성, 소준문, 이송희일 감독)와 ‘국가보안법’이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감독들 저마다의 개성으로 풀어낸 (최진성, 미디어 참세상, 김경만, 윤성호, 김진열, 이훈규 감독) 등 한국영화 7편과, 14편의 작품이 모두 하나의 컷으로 이뤄진 일본영화 ,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전세계 유명감독들이 각자의 성적 팬터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등 해외작품 10편을 상영한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인디스토리는 김성호, 김종관, 민동현 감독 세명이 참여하는 옴니버스 영화의 제작에도 나선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세명의 젊은 감독들이 현대적인 의미에서 광복의 의미를 풀어내는 이 프로젝트는 5개월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극장 개봉할 계획이다. (02)720-9782, 743-6051.
서울아트시네마 옴니버스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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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부분 상영금지 결정에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는 31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법원의 이번 결정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예술 창작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천박한 편견이자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라며 “영화 상영 전에 영화의 일부를 문제삼아 상영을 제한하는 것은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문화적인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젊은 영화감독 모임인 디렉터스 컷(대표 이현승)도 “<그때 그 사람들>의 상영 금지 결정은 명백한 사전검열이며, 창작물의 일부분에 대해 가위질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창작자와 관객을 대신하고자 하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독들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인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이번 결정이 “명백한 검열이고 터무니없는 정치적 재단”이라며 “여론에 공개되기도 전
<그때 그사람들> 영화계 “사전검열·표현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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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바뀌는 것인가. 법원은 31일 10·26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하라고 결정함으로써,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 신청을 최초로 받아들였다. 앞서 실미도 북파 공작 훈련병의 유족들이 영화 <실미도>의 제작사를 상대로 냈던 똑같은 신청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역사적 사실 그대로 제작된 것처럼 기재된 광고문안을 삭제하라”고 했을 뿐, 영화의 특정 장면을 삭제하라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최초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법원의 ‘기준’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떠받치는 논리는 정교하지 않고, 오히려 논리적 모순까지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재판부는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장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관객이라면, 블랙코미디 영화에서의 왜곡된 인물묘사를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법원, 닮은 영화에 다른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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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린 부분은 영화 앞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를 위해 새로 찍지 않고 기존의 자료화면을 사용한 부분이다. 도입부는 1979년말 당시에 벌어진 부마항쟁, 와이에이치(YH)무역 여자노동자 농성사건 등을 찍은 사진을 스틸로 연결한다. 거기에 이 영화에 출연했던 가수 김윤아씨가 내레이션을 넣는다.
“박정희, 그가 군사쿠데타 이후 18년째 정권을 유지해 오던 1979년 가을. 부산과 마산에는 학생과 시민들의 뜻밖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폭압적인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간단히 진압해 버렸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거짓 평온이 흐르고 시민들은 한껏 웅크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게도 박정희는 총에 맞았습니다.” 이 내레이션엔 ‘뜻밖의’, ‘뜬금없게도’처럼 전체 문맥에 적확하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또 어두운 역사를 말하면서 김윤아씨의 목
<그때 그사람들> 3장면 삭제결정‥다큐 가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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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9일 열린 미국영화감독조합 시상식(DGA)에서 노장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74)가 감독상을 차지했다. 감동적인 복싱 드라마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연출하고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한 이스트우드는 “너무 놀랍다. 정말 기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라며 함께 출연한 힐러리 스왱크와 모건 프리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상은 동료감독들이 주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수상 결과는, 이스트우드가 <에비에이터>의 마틴 스코시즈(62)를 제쳤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서 감독상 발표 전까지는 스코시즈가 기립박수로 환영받아 마치 주인공인 듯한 분위기였다고. 그러니 더더욱 수상결과가 극적인 반전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마틴 스코시즈는 1976년 <택시 드라이버> 이후 DGA에 6번이나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고, 아카데미 감독상과도 지독하게 인연이 닿지 않아 4차례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에 실패했다. 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美감독조합 감독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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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영화의 티저 포스터가 미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티저 포스터를 미국의 영화 사이트 에인트잇쿨닷컴(http://www.aintitcool.com/) 운영자인 해리 놀즈가 발빠르게 먼저 올린 것. 평소 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던 해리 놀즈는 이 영화의 티저 포스터 속에 나온 케이크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케이크”라고 평했다. (That is the most evil cake ever!!!)
“복수하지 말라”, “받은만큼 드릴께요” 등의 카피가 적혀 있는 이 티저포스터에는 속을 알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영애가 핏빛으로 얼룩진 케이크를 들고 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이영애의 머리 주변에 성령이 넘치는 듯한 표시를 해 마치 마리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 영화의 국내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에서는 “티저 포스터 시안을 결정하기 위해 의견수렴중이었는데 그
<친절한 금자씨> 티저 포스터가 미국서 먼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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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 브라스 <두잇> 또 제한상영가
틴토 브라스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두잇>이 지난 1월2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순, 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번째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수입사 미디어소프트쪽이 두번의 자진삭제를 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의 결정은 첫 번째 심의와 동일하게 내려졌다. 첫 번째 심의에서 11분 분량, 두 번째에도 부분적인 삭제를 감행했던 수입사쪽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비디오 출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다, 다큐 프로젝트
하이퍼텍 나다가 2005년 연간기획으로 다큐멘터리들을 꾸준히 개봉한다. 1월28일 <텐 미니츠 첼로>와 전작 <텐 미니츠 트럼펫>을 나란히 상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정수연 감독의 <봄이 오면>과 류미례 감독의 <엄마…> 4월에는 인도 사창가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5월에는 북한 여학생
[국내단신] 틴토 브라스 <두잇> 또 제한상영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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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이 너무 많다. 엄밀히 말하자면, 장소가 너무 좁은 것이지만. 그러나 2004년 독립디지털장편 제작지원 선정작 <다섯은 너무 많아>의 맹렬 촬영현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 법도 하다. 한창 기승을 부리던 맹추위가 잠시 숨을 죽였던 지난 1월3일. 영화의 첫신을 촬영하기 위해 네평도 안 되는 좁은 방 안에 북적거리고 있는 배우와 스탭은 10명도 넘었다. 배우 세명에 촬영감독, 동시녹음, 조명감독, 특수분장과 연출부, 그리고 불청객처럼 끼어든 사진기자까지. 좁은 방 안을 거의 다 보여주는 화면 속에서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기적이다. 그러나 방 바깥에 자리잡은 감독과 스크립터, 조연출은 작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행여 촬영 장비나 스탭의 신체 부위, 전선 등이 끼어든 것은 아닐까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영화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동규(유형근), 철민, 시내의 방이 앞집과 뒷집, 옆집에 세팅이 되어 있고, 영화 속 골목과 놀이터, 굴다리
다섯 인생이 모여 만든 그들만의 가족, <다섯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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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최악의 영화, <캣우먼>
매년 최악의 영화와 배우들을 선정하는 골든 래즈베리 어워드의 후보가 1월24일 발표됐다. 2004년 최악의 영화로 가장 유력한 영화는 할리 베리의 <캣우먼>. 최악의 영화, 최악의 여우주연, 최악의 감독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화씨 9/11>의 주인공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의로 출연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남우주연 등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부시는 <저지걸>의 벤 애플렉과 <리딕>의 빈 디젤, <알렉산더>의 콜린 파렐 등과 함께 최악의 남우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올해 래지상은 25주년을 맞아 4개 부문을 추가 신설했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최악의 래지 루저(Worst Razzie Loser)상도 그중 하나다. 후보는 킴 베이싱어, 안젤리나 졸리, 키아누 리브스,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시상식은 2월26일에 열린다.
[해외단신] 2004 최악의 영화, <캣우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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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열린 지난 1월24일 이후 일제히 보수언론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임상수의 상상은) 시대나 권력에 대한 ‘조롱’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그 ‘조롱’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영화가 다룬 현대사에 대한 각성이나 통쾌한 해학이 아니라 역사와 우리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다.”(<동아일보>) <조선일보>는 3일에 걸쳐 1개면을 털어 보도했다. 26일엔 “美선 진짜 ‘영화정치’”, 27일엔 리뷰 등을 실었다. “영화의 최대 악덕은 민감한 내용을 강하게 다뤘다는 게 아니라 역사를 버릇없고 무책임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오피니언 면에서는 “미국처럼 영화정치가 어려운 우리 실정에서 상업적인 정치영화 제작은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라고 충고했다. 27일엔 박지만씨를 인터뷰했다. ‘아랫배가 나와 보였다. 비록 새신랑이지만’ 같은 묘사와 “돌아가신 분이 그렇게 무서운가요… 솔직히 그 사람들 열등감 같아요. 과거청산도 국민들에게 더 잘살게
[충무로는 통화중] <그때 그 사람들> 영화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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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중학교 영어시간에 졸지 않은 이들만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외화 제목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 한국인들의 영어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 사실이긴 한 모양. 그러나 아무래도 팝송 가사 밑에 발음을 표시한 것 같은 낯선 영화 제목들보다는, 까다롭고 밋밋한 원제를 꿋꿋하게 우리말로 옮긴 영화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04년 한해 개봉한 외화 중 번역하기 까다로운 원제를 창의적으로 옮긴 최고의 우리말 제목을 물었다. 926명의 응답자들로부터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받은 작품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만든 듯”(raincry), “영화 내용만큼이나 멋진 이름이다!”(pjsun777), “참 시적이지 않나요?”(ntium1) 등의 리플은, ‘뭔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교훈적인 원제를 업그레이드한 번역제목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2
[씨네폴] 외화 제목, 한글이 더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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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목) 개봉한 <공공의 적2>가 쾌조의 흥행 스타트를 끊었다. 목요일 하루에만 서울 5만 6천여명, 전국 18만여명이 관람한 <공공의 적2>는 수요일 전야제까지 포함해 벌써 전국 20여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박스오피스 1위작도 서울주말 이틀 관객수가 6만~7만여명인 요즘을 볼 때 예사수치는 아니다. 단순 비교하자면, 작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했던 <해리포터3>의 목요일 하루 스코어 13만 5천명보다도 월등히 높다. 이정도면 개봉 첫주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이고 전국관객 100만 돌파도 가능한 청신호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다소 길어 상영횟수면에서 불리했던 <공공의 적2>는 서울 90여개, 전국 380개라는 파상적인 배급공세를 펼쳤다. 이는 여름 성수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평균 개봉 스크린수 300여개를 훨씬 웃도는 물량이다. 몇주째 전반적인 비수기에 침울했던 극장가도 이제 설 연휴에 앞서 슬슬 활기를 띨 것으로
<공공의 적2> 쾌조의 흥행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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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꿰뚫는 하나의 열쇠말은 ‘부조리’일 것이다. 개봉 전 논란이 됐던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최고 권력자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이 총이 고장나 허둥대는 모습,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도 모르면서 지시에 따르며 우왕좌왕하는 부하들, 혼란 속에서 엉클어지기는 마찬가지인 각료들 등 대부분의 장면에는 비장하고 절박한 분위기가 황당한 행동, 우스꽝스러운 대사들과 충돌한다. 특정 장면과 대사들이 ‘허구’임을 감안해도, 이야기의 뼈대인 ‘사실’을 통해 관객은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한 순간이 얼마나 부조리하게 흘러갔는가를 목도한다. 결국 영화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관객에게 남는 건 짧지 않았던 한 시대의 지독한 부조리함이다.
<그때 그사람들>은 1979년 10월26일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를 그린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조용하게 시작된 이날, 궁정동 안가의 연회 도중에 중앙정보부의 김 부장(백윤식)이 거사를 결심하고 거기에 부하 주 과장(한석규
<그때 그사람들>은 어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