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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뒤 꺼냈을 때 겉은 멀쩡해도 실제로는 끓는점이 한참 지난 것일 수 있다. 여기에 설탕을 넣으면? 순식간에 확 끓어 넘친다. 맹물도 마찬가지다. 전자레이지에서 데운 물에 커피를 타다가 물이 솟구쳐올라 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돌비 현상이다. 액체가 끓는점이 돼도 끓지 않고 끓는점 이상으로 과열돼 있다가 이물질이 닿으면 돌발적으로 끓어오르는 현상이다.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문제가 며칠 사이에 국가정체성 수호를 위한 구국투쟁으로까지 끓는 걸 보니, 비록 말잔치라지만 비약과 속도에 아찔하다. 그러기에 지난해 눈 딱 감고 관 속에 넣어야 했던 것을…. 지가 무슨 전자레인지도 아닌데 겉면에 “이 제품은 평소에는 사문화된 척하고 있다가 틈만나면 이상한 것들을 끓어오르게 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우습게 할 수 있습니다”는 경고문구 하나 없이 철철이 쓰이나. 강 교수의 혐의가 고무·찬양죄인 것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이건 한나라당에서
[이슈] 돌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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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을 것이고, 스스로 영화 감독, 제작자 역할까지 도맡았을 것이다.” 실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글 뿐 아니라 극단을 경영하거나 시대의 취향을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확연히 셰익스피어의 생명력은 여전하고, 21세기 영화 또한 그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않다. 셰익스피어극 가운데 <존 왕>(영국)이 1899년 처음 영화화 된 이래 지난해 <베니스의 상인>이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제공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실려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필름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뿌리 둔 세계 명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듯한 열셋 필자의 글로 묶었다. 짐작할 수 있는 건, 대가의 원작이 갖는 완벽함과 권위에 새로운 영상 언어로 맞서는 일의 어려움이다. 그 반역의 전거는 오손 웰즈의 <오셀로>가 마련한 듯 하다. 영화평
13명이 말하는 영화속 ‘셰익스피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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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극장이 없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그 사우디아라비아에 오는 11월부터 극장이 문을 연다고 해서 화제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30년 전만 해도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지난 1980년대 초반에 득세한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이 공공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하는 것이 이슬람 규율에 반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영화 상영관을 금지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했는데, 더이상은 영상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모양. 영화관 설립을 허용한 것은 다방면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압둘라 왕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여는 극장은 수도 리야드의 호텔 인터콘티넨털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두 1400개의 좌석을 갖춘 대형 극장이다. 개관 이벤트는 라마단(단식월)의 마지막 3일 동안 벌어지는 축제 이드-알-피트르에 맞추어, 11월3일부터 2주 동안 밤시간대에 여성과
[What's Up] 사우디아라비아, 20년만에 극장 문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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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기대작<킹콩>이 원래 예산을 초과한 2억700만달러 제작비를 들인 3시간짜리 대작으로 개봉한다고 <버라이어티>가 10월26일 보도했다. 제작사 유니버설과 피터 잭슨 감독이 애초 계약한 조건은, 러닝타임이 2시간30분이고 예산은 1억7500만달러였다. 그런데 최근 뉴질랜드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유니버설 간부들이 영화 규모를 늘리기로 전격 결정했다. 대신 예산초과분 3200만달러는 피터 잭슨이 부담하게 됐다. CG 등 특수효과는 잭슨의 웨타 스튜디오가 담당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하는데도 불구하고 2억7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 영화가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를 말해준다고 <버라이어티>가 덧붙였다.
유니버설과 피터 잭슨 모두 충분한 상의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잭슨의 매니저 켄 카민스가 전했다. 유니버설의 회장 스테이시 스나이더는 “기대한 만큼 영화가 정말 마음에 든다.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다”라고 시사 소
<킹콩>, 덩치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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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새드무비>에 1위 자리를 내주었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이 개봉 4주차에 다시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대단한 뒷심을 발휘중이다.(28일 금요일 오전 9시 현재) <오로라 공주>, <레전드 오브 조로>, <야수와 미녀>에 <퍼펙트 웨딩>까지 신작들도 만만찮은 상황이라 이런 선전이 더 눈길을 끈다. <새드무비>의 신작 프리미엄은 일주일만에 효과가 많이 떨어진 편. 상기 신작외에도 <빙 줄리아>, <오픈 레인지>, <니벨룽겐의 반지>, <황야의 마니투>, 그리고 1년만에 다시 극장에 선보이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까지, 오랜만에 극장가에 볼거리가 풍부한 신작들이 넘실댄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씨네21의 살짝 팁!
<오로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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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장가] <내 생애...> 개봉4주차에 여전히 선전, 기타 개봉작 풍성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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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추석, ‘촌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들길 십리를 걸었다. 십 원짜리 네 개를 얼마나 꽉 쥐었던지 극장 앞에 당도하니 손바닥에 다보탑이 박혀있었다. 이소룡의 <당산대형>, 추석 특선프로였다. ‘직직’ 비 오는 화면에서 사내는 웃통을 벗었다. 배에는 부젓가락으로 누른 듯한 왕(王)자가 박혀있었고, 포효하며 분노한 발차기를 쏟아놓았다.
그 날부터 모든 것들이 시들해졌다. 오로지 낙이란 점방의 흙벽에 붙어 촌 것들을 유인하던 <당산대형> 포스터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학교 파하면 점방 앞에 뺑 둘러서서 닳고닳은 내용을 혀에 근육이 박힐 정도로 종알거렸다. 어느 날, 무정한 가을비가 왔다. 화들짝 포스터로 달려가 온몸으로 막았다. 빗줄기가 달려들고 황톳물이 튀어 올랐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금없는 비도 걱정이었고, 선거벽보처럼 긁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마침내, 뉘 볼세라, 한밤중에, 동생이 플래시로 비추고 나는 습자지로 베꼈다. 집에 와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당산대형>의 이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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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이 한국 개봉 1돌을 맞아 재개봉한단다.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데, 개봉일 오후 5시30분에는 이누도 잇신 감독과 여주인공 이케와키 지즈루를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한다.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조제>의 열혈팬들처럼, 나도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벌써부터 다이어리에 별표를 쳐두었다.
<조제>는 보고 싶어 안달을 하다 못해 애간장이 타들어갈 무렵, 십고초려쯤 끝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지난해 10월29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조제>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은 4만명이다. 하지만 나는 그 4만명 안에 끼지 못했다. 일단, 상영관 수가 적어 집 근처에 <조제>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다. 더구나 영화 상영기간 내내, 1년이 지
[팝콘&콜라] 정말 그립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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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씨제이(CJ) 아시아인디영화제’가 다음달 3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씨지브이(CGV) 용산에서 열린다. 지난해 1회 영화제에 소개되어 열렬한 성원을 받았던 <불량공주 모모코> <거북이도 난다>처럼 진가를 발견해줄 관객들을 기다리는 영화가 77편(아시아 12개국).
개막작은 ‘5개의 시선’. 대중 상업영화가 놓칠 수밖에 없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일별한 단편 모음이다. 탈북 청소년에 대한 따뜻한 시선(<배낭을 멘 소년>·정지우 감독), 술도가에서 오고가는 남성들의 편견(<남자니까 아시잖아요?>·류승완) 등이 담겨 있다.
외국 장편 가운데도 기대할 게 많다. 올 칸 영화제 감독 주간 개막작이기도 했던 <내 곁에 있어줘>(감독 에릭 쿠·싱가포르)는 소외받는 자들의 사랑의 편린을 옴니버스 양식으로 묶은 수작 가운데 수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만들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신작 <히
아시아 기대작 77편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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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외화가 20편을 넘지 못하고, 노동절이나 국경절과 같은 황금연휴를 겨냥한 영화메뉴도 국산영화 일색인 중국 영화시장은 언뜻 세계 영화의 흐름에 둔감한 듯 보이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영화소식과 세계 각국의 영상물을 복제해 판매하는 해적판 시장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는 물론 미국의 에미상과 MTV영화상까지 생중계하는 중국 국영방송 <CCTV6>에서는 지난 10월10일, 이례적으로 30분에 달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중계방송을 특집 편성했다. 물론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특수성이 감안되고 영화제에 참가한 화어권영화와 영화인 위주의 취재 방송이었지만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로서 자리매김한 부산영화제의 위상과 관객의 열기를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뿐 아니라 언론 매체에서도 부산영화제에 참가한 화어권영화와 영화인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 두 차례의 상영회를 매진으로 기록
[베이징] 관금붕의 <장한가>, 중국 영화시장서 참담한 흥행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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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영화제의 세계에서 변한 것이 너무 많다! 1986년 봄, 당시 동아시아의 주요 영화제였던 홍콩국제영화제는 10주년 이벤트를 기획했으나 결코 특별한 축전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영화제 코디네이터 앨버트 리는 공식 카탈로그의 짧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언급했다. “짧은 기간 내에 작은 규모의 지역영화상영회에서 국내 영화팬과 해외 비평가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으며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제10회 홍콩국제영화제는 6개의 상영관에서 장편영화 120편- 비아시아권 영화 53편과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을 포함한) 아시아영화 22편, 홍콩에서 제작된 당해 5편, 회고전 영화 25편이 상영됐다.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행사라고는 과거 10년 동안 홍콩에서 제작된 주요 영화 15편의 회고전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0년 뒤, 현재 동아시아의 주요 영화제가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주년 행사를 무대에 올리면서 확실히 특별한 기념의 행사로 다루었다. 그
[외신기자클럽] 2015 부산영화제는 더 중요하다 (+영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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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감독 조지 클루니(44)가 ‘한때 자살을 생각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최근 한 외신은 “조지 클루니가 영화<시리아나>(Syriana)를 촬영하던 중 크게 다쳐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자 차라리 자살하자는 생각을 했다”는 기사를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이 기사는 클루니가 미국 라디오방송에 나와서 한 말을 인용,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조지 클루니는 “내 말 중 앞뒤는 싹둑 자르고 ‘자살’부분만 보도됐다. 내가 말하려던 것은, 자살하고 싶었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라고 <BBC>인터넷 사이트에 10월25일 밝혔다.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이 출연한 <시리아나>는 석유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정치스릴러물로, 오는 12월9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클루니는 이 영화에서 의자에 묶여 얻어맞는 장면을 연기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머리와 척추를 심하게 다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조지 클루니, “자살 관련 보도는 사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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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다큐멘터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다섯 번째 축제가 열린다. 오는 10월28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와 필름포럼 2관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의 개막작은 김태일·가토 구미코의 공동연출작 <안녕, 사요나라>이다. <안녕, 사요나라>는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처음 만난 한국인 이희자, 일본인 후루카와가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하는 과정을 따라나선다. 이희자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태평양전쟁으로 잃었다. 오랜 추적 끝에 그녀는 아버지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전쟁에 목숨을 바쳐 신으로 봉인)된 사실을 알게 된다. 핑퐁처럼 오가며 이희자와 후루카와의 개인적 삶을 넘나들던 카메라는 역사적인 배경에 질문을 던지며 의미를 확장한다. 야스쿠니 신사의 배경과 사회적 의미, 나카소네나 아베 같은 정치 거물들의 태평양전쟁에 대한 행적과 연관성이 일본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덧붙여진다. 후반부를 향할수록 카메라는 일
이것이 진짜 다큐멘터리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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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이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AP통신>이 10월25일 보도했다. 전세계 58개국이 각 한편씩 자국을 대표하는 영화를 출품함에 따라, 역대 최다 작품들이 외국어영화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됐다. 이전까지는 2003년 오스카상에 출품된 56편이 최다 기록이었다. 58개국 중에는 이라크와 코스타리카, 피지 등 최초로 참여한 나라도 포함됐다.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을 선발했고 중국은 첸 카이거가 연출하고 장동건이 출연한 <무극>, 홍콩은 진가신이 연출하고 지진희가 출연한 <퍼햅스 러브>를 출품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차일드>는 벨기에를 대표하게 됐다.
외국어영화상의 최종 후보작 5편은 2006년 1월31일에 발표되고, 수상작은 3월5일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역대 최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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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새로운 아이팟으로 할리우드를 공략한다. 애플 대표인 스티브 잡스는 지난 10월12일에 있었던 신제품 비디오 아이팟 시연회에서 동영상 다운로드를 위한 새로운 버전의 아이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월트 디즈니사 대표인 밥 아이거는 계열사인 ABC사의 히트 TV시리즈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을 한편당 1.99달러의 가격에 비디오 아이팟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튠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픽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단편애니메니션 여섯편과 2천여편의 뮤직비디오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에 서비스되는 프로그램들은 방송 다음날부터 아이튠을 통해 구입 가능하며, 컴퓨터, 비디오 아이팟, TV로 재생 가능하지만 DVD로 구울 수는 없다.
문제는 6.35cm 크기의 아이팟 스크린으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는 게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다른 영화사와 방송사들이 편당 1.99달러에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인가다. 애플
아이팟의 할리우드 침공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