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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난 참으로 현실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학창 시절 그 흔한 외국 배우 하나 가슴에 품지 않고 살아온 걸 보면. 만인의 연인 <칵테일> 속 톰 크루즈도, <가을의 전설>의 브래드 피트도,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단지 스크린 속 배우일 뿐 단 한번도 나의 가슴에 연정을 품게 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내가 앓고 있는 불치병, 후천성 기억력 감퇴증(AMDS·Acquired Momory Deficiency Syndrome) 때문에 외국 배우들의 이름은커녕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그 출중한 외국 미남 배우들에게조차 눈길을 주지 않았던 내가 서른을 훌쩍 넘긴 요즘 범상한(?) 외모의 스크린 속 남자 배우에게 연정을 품게 되고 말았다.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는 <너는 내 운명>의 석중, 배우 황정민.
애초 초절정 최루성 영화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극장을 찾을 당시, ‘그래 얼마나 울리나 두고 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너는 내 운명>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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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은 너무 많아>라는 제목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70년대 가족계획 표어를 연상시킨다. 25일 전국 개봉하는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의 포스터에도 당시의 가족계획 포스터처럼 네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차이라면 등장인물들이 그다지 가족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가족에서 밀려나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기이한 인연으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경쾌하고 발랄하게 핏줄 이데올로기와 가족주의 판타지를 깬다.
장편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를 만든 안슬기(35) 감독은 현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다.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집으로 전화를 하면 의외로 무심한 부모들이 꽤 있었다”는 학생지도 경험이 가족이라는 소재를 영화로 만드는 데 배경이 됐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눈물과 화해로 그 안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영화들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가족이 채워준다고 생각했던 걸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
<다섯은 너무 많아> 가족주의 틀 깨다 경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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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는 ‘해리포터’가 높지만, 전적을 따져보면 결코 순탄치 않은 3파전이다. 불행히도 ‘해리포터’는 세 번째 시리즈까지 한국 무대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반지 원정대’를 이기지 못했다. 3편까지 모두 1000만명 가량의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매 편마다 <반지의 제왕>에 밀렸다. 징크스는 이렇게 이어진다.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이 이번엔 <킹콩>을 들고 왔고, 이번 ‘해리포터’와 엇비슷한 제작비로 <반지의 제왕> 특수효과팀이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공력을 쏟아부었다.
첫사랑에 빠진 해리포터=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제작비인 1억3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미국에서 시리즈 최고치인 3편(<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흥행수입(9368만 달러)을 이미 앞질렀다.
기존의 액션, 서스펜스에 이번엔 해리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첫사랑이 더해졌다. 그냥 마법사가
해리포터 ‘판타지 제왕’ 등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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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세상을 등진 시대의 아이콘,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구스 반 산트의 영화적 주술에 의해 <라스트 데이즈>로 다시 태어난다. 구스 반 산트는 전작 <엘리펀트>처럼 감정과 인상의 포착만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거의 10여년 만에 부활한 커트 코베인의 모습은 마이클 피트가 재현해내는데, 그건 정말 커트 코베인의 재림을 목격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영화 속에서 그 이름은 커트 코베인이 아니라 블레이크다.
숲속을 헤매고 있는 블레이크. 뭔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면서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그는 그냥 보기에도 뭔가 이상해 보인다. 블레이크라 불리는 이 주인공은 성공한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는 죽도록 외로워 보인다. 숲속 어딘가에 있는 그의 커다랗고 휑한 저택, 친구들은 거기서 술마시고 떠들고 노래를 부르지만, 블레이크가 안식을 느끼는 것은 그 큰 집이 아니라 옆에 딸린 조그맣고 아늑한 별채다. 끊임없이 음반 제작을 추궁하는 프로듀서가, 반갑지
그의 마지막 날들, <라스트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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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극장가는 판타지와 액션물로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오르겠다. 2000년 이후 그 어느 겨울보다 많은 대작들이 한꺼번에 줄을 섰다. 외국 작품으로는 <킹콩>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와 불의 잔> <무극>이 도열해 있다. 국내 진영에선 <태풍> <야수> <청연>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영화들, 대체로 진한 남성성으로 관객들을 자극할 참이다. <킹콩>의 야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남한에 대한 분노를 ‘태풍’처럼 발산하는 탈북자 출신 해적 씬(장동건)(<태풍>)은 <쉬리>의 박무영처럼 또 하나의 북한식 남성성을 직조할 것으로 보인다. 무협극 <무극>, 액션 누아르를 표방하며 검경과 암흑가 보스의 건곤일척을 다루는 <야수> 또한 마찬가지. 3년 동안 품을 들였고 서사가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청연>이 홍일점이다.
지난해는 뜻밖에 애니
겨울 극장가 대작들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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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8일부터 11월3일까지 런던 전역에서 제49회 런던영화제가 열렸음에도, 이번 통신원리포트는 연례 의무방어전인 런던영화제를 피해가려 한다. 물론, 올해의 ‘런던’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지난 7월7일 연쇄테러를 통해 하룻밤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이전의 정치·지리적 위상과는 전혀 다른 좌표값을 갖게 되었지만, 런던과 영화와 페스티벌이라는 함수 속으로 들어가면 그 좌표값은 여전히 고정 상수이거나 끽해야 종속 변수에 불과할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런던은 너무나 메트로폴리스이다. 런던의 색은 경쟁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여타 도시들의 영화제가 풍기는 ‘향토색’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런던은 영화를 자신의 색깔로 재배치하기에는 지극히 바쁘고 다면적이면서도 퍽이나 보편적이다. ‘영화제로 팔릴 만한’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다.
영화제 기간에 맞춰 발간된 주간지 <타임 아웃>(10월19∼26일, 1835호)은 ‘런던 영화 특집’을
[런던] 제49회 맞은 런던영화제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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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가 약혼녀 케이티 홈즈에게 아주 특별한 물건을 선물했다. 11월29일 방영예정인 ABC방송의 바바라 월터스 쇼에 출연한 크루즈는 홈즈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 초음파 검사 기계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 기계를 병원에 기증할 계획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보통 초음파 기계의 가격대는 2만5000달러에서 20만달러 사이다.
지난 6월 약혼한 케이티 홈즈는 크루즈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10월초에 공개했다. 크루즈는 월터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여름이나 초가을쯤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아직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기의 성별은 아직 모른다고. 그는 전부인 니콜 키드먼과의 사이에 입양한 10살과 12살짜리 아들과 딸이 있다.
톰 크루즈, 케이티 홈즈에게 초음파 기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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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커플이 이제는 자신들의 관계를 더 이상 숨기려 하지 않는 듯하다. UN 친선대사 안젤리나 졸리가 최근 전세계 난민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 브래드 피트와 동행했다고 난민구호기구(UNHCR) 대변인이 11월23일 밝혔다. <AP통신>이 인용한 UNHCR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브래드 피트도 난민 돕기에 매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간 두 사람이 사적인 자리에서 함께 있는 모습은 자주 목격됐지만 영화와 상관없는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11월22일 제네바의 UNHCR본부를 방문했다.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졸리와 피트가 어느 지역을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2001년 친선대사로 위촉된 이후 전세계 각지에서 30여차례의 구호활동을 해왔다.
졸리와 피트, 이제 난민 구호 활동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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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제작한 박광현(사진) 감독이 21일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최덕기 주교)가 제정한 제15회 한국 가톨릭매스컴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매스컴위원회는 이날 “전쟁과 폭력, 테러, 집단이기주의와 생명 경시 등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오늘날,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애와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문부문에서는 서울신문 특별기획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의 특별취재팀이, 방송부문에서는 교육방송 <효도우미 0700>을 제작한 안재권 피디(PD)가, 영화부문은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출판부문은 무료병원 요셉의원을 돕는 잡지 <착한 이웃>의 이동진 대표가 각각 선정됐다. 특별상은 한국방송 제1라디오 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우리는 친구! 우리는 희망입니다>의 이정연 피디가 수상하게 됐으며, 올해 신설된 인터넷부문상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가톨릭매스컴상에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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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개봉 5주차에도 일본 흥행 2위를 기록하는 순항중이다. 개봉과 동시에 1위에 올라 2주연속 1위를 기록했던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이어서 3주연속 2위를 기록해 더딘 낙폭을 보이며 일본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1위와 3위도 각각 <얼웨이즈 3쵸메의 석양>과 <그림형제>가 자리를 지켜 1~3위는 전주와 동일하다.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개봉도 하기 전에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 열풍이다.
워너브라더스 재팬의 발표에 따르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주말에 유료시사로 전국 802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단숨에 27만7152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3억6,698만엔의 수익을 올려 주말 상영작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식 개봉작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주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해리포터 시리즈의 일본 개봉 성적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135억
<내 머리속의 지우개> 개봉 5주차에도 2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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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이 만드는 순제작비 100억원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한반도>의 주연배우 차인표가 첫 촬영에 임했다. <한반도>는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위기상황에 빠뜨리는 일본을 막기 위해 100년 넘게 감춰져있던 역사적 비밀을 파헤친다는 줄거리로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가상역사극이다.
이 날 촬영은 사학자 이상현(차인표 분)이 사학 박사 출신으로 문화센터 강사를 전전하는 선배 최민재(조재현 분)를 찾아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올해로 데뷔 12년째를 맞는 차인표는 강우석 감독의 즉석 주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NG만으로 자신의 영화 첫 촬영을 끝냈다. 강우석 감독은 “조재현의 NG가 200번이었으니 차인표는 그보다 더하면 더할 줄 알았는데 의외. 덕분에 필름 비용 줄었다.”며 차인표를 칭찬했다.
당초 차기작으로 <택스>를 준비하고 있던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초고를 보면서 방향을 급선회해서 연출을 맡게 되었다. <한반도>
강우석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한반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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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상상력의 영감이다’라는 존 레넌의 말을 따르자면, 수많은 현실의 잔상을 짊어진 한국의 영화감독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충전되어 있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주류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것은 투박하고 거친 현실 자체의 무게였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상상력의 미래를 위한 대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을 전신으로 올해 5회째를 맞은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 2005’)이 어쩌면 그 대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1월24일부터 29일까지 총 6일간 열리는 네마프 2005는 올해의 무대를 한국 대안문화의 소호인 홍익대앞으로 옮겼다. 떼아뜨르 추 소극장이 든든한 메인 상영관의 역할을 해낼 참이고, 홍익대 앞 일대의 갤러리 및 대안공간(쌈지스페이스, 미끌, 코소, 갤러리바스팟, 루나파파, 멀티스페이스키친, 비늘, 상상림, 안녕 바다, 이리까페, 클럽빵, 플랫폼L 및 홍익대 거리 곳곳)들이 모두 네마프 축제의 장으로 사용된다. 페스티벌은 영상
메마른 상상력에 불을 지펴라, 제5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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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나온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서양은 동양을 만들어냈다>라는 제목의 책이 프랑스에서 재간행되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매우 명확하다. 사이드가 보기에 강단학자(대학교수들), 예술가, 여행자 등은 동양을 지리적 지역으로 고려하기보다 신비하고, 야릇하며, 특히 가능한 한 가장 낯설게 만들려고 해야만 하는 연구 주제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어, 자신들이 만들어낸 ‘동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뿐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 책은 “동양은 하나의 직업이다”라는 벤자민 디스레일리의 글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이 말은 영화비평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중 몇몇에게 동양은 또한 하나의 직업인 것이 사실이다. 오리엔탈리스트 비평가의 전략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발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우선, ‘발견’의 문제와 이 단어의 엄청난 모호성이 제기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즉, 한 나라
[외신기자클럽] 오리엔탈리스트 비평가의 전략 (+불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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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중영화가 변하고 있다. 그간 인도에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예닐곱곡에 달하는 노래와 춤, 해피엔딩을 갖춘 대중영화와 샤티야지트 레이로부터 이어지는 리얼리즘 계열의 아트하우스영화, 두 종류의 영화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해 뭄바이의 극장가에는 제3의 길을 선택한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해피엔딩을 보장하지 않는 이 영화들은 대중영화보다는 현실적이고, 아트하우스영화보다는 신랄하다. 이런 영화 중 올해 처음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3페이지>는 이상성욕과 마약으로 점철된 뭄바이 상류층을 통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일반적인 발리우드영화와 달리 복잡한 구성을 지닌 자신의 B급영화가 손쉽게 제작·투자자를 구하게 된 것에 대해 한 감독은 “5년 전만 해도 제작자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달라진 현실을 반겼다.
이러한 변화는 1997년 이후 인도에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입장료가 1.15달러인 일반 극장과 달리 멀티플렉스의 입장료는 평균 2.25달
발리우드 지각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