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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개과천선은 없다.”(박주현) <인간수업>에 관한 정확한 설명이다. 후회 없이 불태운 뒤, 자기 캐릭터에 냉정을 유지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신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직접 성매매 알선 앱을 개발해 익명의 포주로 활동하는 고등학생 오지수(김동희)를 중심으로 <인간수업>에 모인 비행 청소년들의 면면은 ‘저 배우 누구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집안, 외모, 성적, 성격까지 모두 완벽한 ‘인싸’ 배규리(박주현)는 마치 손쉬운 일탈을 저지르듯 지수의 포주 활동에 가담하고, 고등학교 일진 서민희(정다빈)는 성매매로 용돈을 벌어 남자친구의 환심을 산다. 일짱 기태(남윤수)는 시시껄렁하게 학급 동료를 괴롭히거나 착취하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심은하, 고현정 등 90년대 스타들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마스크의 박주현은 <인간수업>을 통해 기량과 잠재력을 한껏 증명했고, CF 스타의 이미지를 벗은 정다빈은 성인 연기자로서 첫 주연작을 알
“이 작품 정말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수업>의 기대주, 배우 남윤수·박주현·정다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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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아마 올해 당신이 볼 그 어떤 작품보다 가장 많은 물음표가 붙고,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인 18살 소년이 성매매 알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포주’가 됐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온갖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인간수업>은 극 초반 지수(김동희)의 불우한 가정사를 공들여 묘사한다. ‘자발적’ 성매매를 하는 민희(정다빈)가 지수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왕철(최민수)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한다는 설정은 또 어떤가. 현실의 성매매 여성이 포주에게 기대면서 고착화되는 착취 문제를 생각했을 때, 도대체 이 캐릭터들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인지 제작진의 진의를 묻고 싶어진다. 동시에 <인간수업>은 소재를 단순 흥밋거리로 소비했다거나 가해자 미화라는 키워드로 서둘러 정리하기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얘기를 담는다.
논란의 드라마 <인간수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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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무법지대>(이하 <타이거 킹>)는 섬뜩한 정보에서 시작한다. 지구상에는 감금되어 사육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야생의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보다 많다. 미국에서만도 5천 마리에서 1만 마리 사이의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는데, 야생 상태의 동물들은 기껏해야 3천 마리가 조금 넘는다. 동물원이 이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위험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쓸모도 없는 동물들은 왜 감금되어 있는 걸까? 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면 몇년의 시간을 투자해 탐구해볼 가치가 있는 중요한 주제이다. 그리고 그건 <타이거 킹>이 올바른 작품이었다면 갔어야 할 길이다.
유감스럽게도 시리즈는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이는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큐멘터리는 소재와 주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제할 수 없고, 종종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이야기에 휩
'타이거 킹: 무법지대'의 관찰하는 카메라의 윤리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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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 <다크룸>은 미국 페미니스트 수전 팔루디가 격조했던 아버지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으며 시작된다. 폭력적인 가부장 ‘이슈트반 팔루디’가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 ‘스테파니 팔루디’로서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긴 설명 없이 오직 ‘사진’으로만 말하고자 했는데, 그건 평생 광고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해온 아버지에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책은 어린 시절 ‘깜깜한 방’에서 벌 받듯 자신의 내면 일부를 ‘어두운 벽장’에 가둬온 아버지가 ‘암실’에서 사진 편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거듭 변형·창안해온 이야기, 그럼에도 다 설명되지 않는 서사의 ‘검은 공백들’을 메우려는 수전 팔루디의 이야기다.
‘원본과 사본’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챕터에서 스테파니는 자신의 거주지인 헝가리로 찾아온 수전에게 ‘정통’ 헝가리 민속문화를 보여주려 애쓴다. 그런가 하면, 수많은 사진들을 자기 생애사라며 보여주는 스테파니에게서는 “항상 무언가 수정하는 사람의 냄새
‘원본과 사본’에 대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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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계기로 최근 몇년간 소개된 일본영화를 연이어 보면서 이들 영화에서 괜한 안쓰러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상실과 허무의 시대를 안간힘을 다해 버텨내는 인물에 대한 느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정작 그 시대를 버텨내고 있는 것은 허구의 세계 그 자체였다.
허무와 상실의 세계에서 버텨내는 삶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인물들은 모순적이다. 생동감이 넘치다가도 그 활기의 끝자락에서 씁쓸함이 우리를 덮쳐온다.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은 세 남녀가 클럽에서 맘껏 노는 장면이다. 특히 여주인공 사치코를 연기하는 ‘이시바시 시즈카’가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순간은 여느 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영화적 쾌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중력을 지웠기에 가능한 생기다. 시즈오(소메타니 쇼타)의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 이후 그들은 여전히 어울려 놀지만 그들에게는 그 이전의 자유와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일본 청춘영화, 그리고 트라우마적 사건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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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에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에 이어 박해준, 김소진, 임시완이 추가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비상선언>은 항공 재난에 직면한 여러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로, 제목인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으로 인한 기장의 항공기 착륙 선언을 뜻하는 말이다. <우아한 세계>, <관상>으로 두 차례 한재림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는 항공 재난의 원인을 쫓는 형사를 연기한다. 이병헌은 비행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나 딸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을, 전도연은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장관을, 김남길은 항공기의 부기장 역을 맡았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로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화제를 모은 박해준이 위기관리센터의 실장 역을, 한재림 감독의 <더 킹>으로 주목받은 김소진이 승무원을, 전역 후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임시완이 홀로 비행기에 오른 승객을 연기한다.
<비상선언>은 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 역대급 라인업 완성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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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이후 프랑스의 시계는 멈춰 서 있다.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문화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었고, 전국 2200개 극장, 5천여개의 스크린이 8주째 완전히 활동을 멈췄다. 정부는 2200억유로(약 290억원) 규모의 영화긴급지원금을 발표했지만 프랑스 영화관 연맹의 리처드 파트리 대표는 3억유로(약 4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프랑스 영화산업이 제대로 된 산소통 없이 깊은 잠수를 강요받고 있는 동안, 3월 미국 VOD 플랫폼 서비스에 가입한 프랑스인들은 46%로 전년 대비 무려 10%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관객이 아예 극장에서 영화 보는 ‘습관’을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파트리 대표는 이 시기만 지나면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거란 낙관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격리 기간 동안 스트리밍 사이트가 이렇게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에게 영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고 믿기 때문
[파리] 코로나19 시대에 프랑스영화계가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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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워런트는 영국 왕실 납품 업체에 주어지는 품질 인증서다. 고층아파트에서 가장 살기좋은 층수도 로열층이라 부른다. ‘로열 또라이’도 있다. 교도소에 죄수 신분으로 잠입한 국가정보원 산업보안팀 소속 백찬미(최강희)가 그렇게 불린다. 내키는 대로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교도소 내 왕따 폭력 현장을 단신으로 제압한 찬미를 두고 죄수들은 ‘로또(로열 또라이)’라 부른다. 미치광이처럼 보여도 뭔가 다르다고 해서 ‘로열’이 붙었다.
SBS 드라마 <굿캐스팅>은 국정원 요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산업스파이를 잡으려 대기업에 위장취업한 세명의 여성 요원 이야기다. “실력도 최고, 똘끼도 최고”로 평가받는 찬미는 현장 경험이 전무한 IT 분야 특채 사원 임예은(유인영)과 국내 안보파트 24년차 베테랑이자 슬슬 ‘관절에 바람에 들기 시작’한 황미순(김지영)과 팀을 이루자니 걱정이 많다. 그런 찬미가 새벽 6시 특훈을 지시하자, 예은이 아이가 있어서 새벽은 곤란하다고 답하는 대목이 있었다.
'굿캐스팅', 편견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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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팡위커(송위룡)는 두꺼운 안경과 교정기를 벗어던지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파티장에 등장한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팡위커는 린린(송운화)에게 키스를 하며 두 사람간 로맨스의 시작을 알린다. <나의 청춘은 너의 것>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린린과 팡위커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팡위커는 따뜻한 린린의 품성에 반해 어릴 때부터 그를 좋아했으며 세심하게 린린을 챙기는 인물이다. 훈훈한 외모로 스타덤에 오른 송위룡은 덥수룩한 머리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채 팡위커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는 팡위커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 매 촬영에 진지하게 임했다. 대몽영 감독은 “그는 오케이 사인이 난 후에도 항상 한번 더 찍자고 말했다”며 송위룡의 열정을 칭찬했다. <나의 청춘은 너의 것>으로 지난해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송위룡은 “더 많은 영화로 관객을 만날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중국
'나의 청춘은 너의 것' 송위룡 - 얼굴 천재의 완벽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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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수감된 만희(이시후)는 조폭 출신 범털(이설구)이 권력을 잡고 있는 방에서 각기 다른 죄목과 개성의 재소자들과 생활하게 된다. 만희와 같은 날 입소한 반대파 두목 태수(유상재)가 범털 방 사람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교도소 내부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중심 사건은 늘어지고 메시지는 어색하다. 불쾌하다 못해 난잡한 성적 묘사, 범죄를 가벼이 여기는 태도, 이 둘을 함께하며 우정을 쌓는 전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범털' 억울하게 수감된 한 남자가 개성의 재소자들과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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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학자인 시본(헤르미온느 코필드)과 일행은 아일랜드 어선을 타고 접근 금지 수역에 진입했다가 괴생명체가 내뿜는 독성 때문에 감염병으로 고통받는다. 해양 재난영화의 스펙터클보다는 심리 스릴러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는 <씨 피버>는 바이러스 공포를 시의적절하게 건드린다. 장르의 공식을 지나치게 충실히 이식한 플롯과 연출, 사건의 전개를 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씨 피버' 바이러스 공포를 시의적절하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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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 에이스 테오(말룸 파킨)는 아빠 로랑(프랑수아 다미앙)을 위해 아스널 유소년팀에 스카우트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술에 절어 살던 로랑은 아들을 위해 영국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며 재기를 다짐하고, 테오는 뿌듯한 한편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아빠의 성장을 응원하는 아들과 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아빠의 마음이 교차하며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모든 인물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한뼘씩 자라나는 과정이 따스하다.
'어쩌다 아스널' 모든 인물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한뼘씩 자라나는 과정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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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목장에서 수제 치즈를 만드는 와타루(오이즈미 요)는 마을의 동료들과 함께 신선한 농작물을 재료로 한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한다. 믿고 따르던 스승 오타니(고히나타 후미요)가 세상을 떠난 후 크게 낙심하지만 가족, 동료들의 위로를 통해 상황을 극복해간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서사지만 그렇기에 무리 없이 위로를 전한다. 평화로운 전경, 신선한 재료, 각자의 이야기로 완성된 음식이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해피 해피 레스토랑' 익숙하고 전형적인 서사지만 그렇기에 무리 없이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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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집을 잃은 소년 스텟(개릿 워레잉)은 그의 노래 실력을 알아본 교장 선생님 덕에 국립소년합창단 오디션 기회를 얻는다. 가까스로 합창단원이 된 스텟은 단장이자 지휘자인 카르벨레(더스틴 호프먼)를 만나 자기 안의 목소리를 발견해나간다. 반항아가 좋은 스승을 만나 역경을 딛고 자란다는 빤한 스토리에 갈등이 손쉽게 사그라들지만, 어린 재능을 지켜주려 애쓰는 어른들 품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감동이 있다. 예정된 성취로 이야기를 맺는 대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인물을 조명하는 결말도 따뜻하다.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내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스텟 역의 개릿 워레잉이 솔로 파트를 소화했고, 팝페라 스타 조시 그로반이 O.S.T에 참여했다.
'보이콰이어' 어린 재능을 지켜주려 애쓰는 어른들 품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