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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긴 세월을 함께한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지난 6월에 이미 법적인 임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상태임에도 40만점이 훌쩍 넘는 소품들의 이전처를 찾지 못해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영진위는 서울영화장식센터에 명도소송을 건 상태로 10월 16일까지 반드시 퇴거 조치를 취해야한다. 오래된 물건이 많아 포장이 중요한 데다 소품 창고 내 물건들을 모두 옮기는 데 드는 비용만 1억~1억 8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영화장식센터는 5t 트럭 기준으로 약 200~300대가 필요해 이사에만 최소 한달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품 수용이 가능한 지자체나 개인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대체로 묵묵부답이거나 현장 답사를 왔다가 방대한 양을 보고 포기하는 상황이다. 김호길 대표와 함께 일하는 최영규 실장은 “황학동 골동품 경매 등을 통해 개인 매매를 하고, 나머지 물품은 전부 폐기 처리해야 할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영진
한국영화와 함께한 40만점의 소품들,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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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종합촬영소는 지금 작별을 준비 중이다. 1997년 11월 5일 개관한 이래 지난 20여년간 한국영화의 주요한 산실로 기능한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오는 10월 16일을 끝으로 모든 기능을 종료한다. 132만m2 부지에 최신 설비를 갖추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야심차게 준공한 이곳은 실내 스튜디오, 야외 세트, 녹음실, 대규모 소품실과 의상실 등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영상지원센터였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판문점 세트, <취화선>(2002)의 민속촌 등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관람·체험 시설을 통해 2017년까지 약 380만명 관람객에게 추억을 선사한 곳이기도 하다. 폐관을 앞두고 조금 쓸쓸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찾아 지난날의 기억들을 돌아봤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철거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씨네21>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화려했던 한국영화 제작의 근거지, 왜 사라지
20년 역사 뒤로하고 10월에 문 닫는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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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씨네21>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영화 굿즈들! 이번 추석에도 아낌없이 나눠드립니다. 9월 27일(금)까지 독자엽서에 영화퀴즈 정답을 보내주시면 추첨 후 1225호에 당첨자를 발표합니다(엽서 도착일 기준). (문의 aim@cine21.com)
* 자세한 선물의 종류와 이미지는 1221호 지면에서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정훈이 만화] 한가위 영화 퀴즈 - 틀리면 화나는 분노의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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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시장에서 마트료시카를 판매하던 안나(사샤 루스)는 파리의 모델 에이전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우연한 기회로 파리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듯한 안나.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러시아(구소련) 비밀경찰 KGB의 지휘 아래 철저히 계획된 일이며, 안나 역시 각종 훈련과 테스트를 거친 KGB 정예 요원이다. 이중생활을 하며 KGB에서 내려주는 임무를 하나씩 수행해가는 안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자유로운 삶이다.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나 앞에 미국 CIA 요원 레너드(킬리언 머피)가 등장하며 여러 가지 사건과 관계에 얽히고, 복잡한 상황이 펼쳐진다. <안나>는 1990년대 초 냉전시대를 현재시점으로 삼으며 끊임없이 과거를 복기하는 플래시백 구조를 유지한다. 3개월 전, 6개월 전, 3년 전 등으로 돌아가, 현재를 가능케 한 숨겨진 이야기를 지속해 보여준다. 이러한 내러티브의 중첩으로 영화의 리듬감이 형성되지만, 이 과정의 반복 빈도가 잦아
<안나> 목표는 오직 하나, 자유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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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회사를 이끄는 두 대표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폴(플로리안 다피트 피츠)과 토니(마티아스 슈바이크호퍼). 사용자 맞춤형 음성인식기능인 ‘나나’를 개발해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를 합친 것 같은 스타 CEO 주커맨(아르툠 길드)의 선택을 받는다. 승리감과 알코올에 취한 두 남자는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서로를 놀리다 말고 회사 직원들 앞에서 100일 동안 물건 없이 살아보는 내기를 선포하고 만다. 하루에 딱 1가지의 물건만 되찾을 수 있는 100일여의 극한체험은 텅 빈 창고에서 나체의 두 남자가 허둥지둥대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쓸어내리면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에게 딱 맞는 물품이 광고로 뜨는 시대. <100일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의 아이디어는 시의적절하고 참신하다. 경제적·문화적 궁핍을 몰랐던 베를린 힙스터들의 삶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100일간 숨겨진 위기를 드러낸다. 소비에 시간을 쏟아 붓지 않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풍요, 이는 곧
<100일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소비에 시간을 쏟아 붓지 않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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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1편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정글(2편 <극장판 헬로카봇: 옴파로스의 섬>)에 이어 이번엔 달이다. 어느 날 GPS 위성이 지구 근처 궤도에서 사라지고, 이 신호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교통 운행에 일대 혼란이 생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휘발유, 굴삭기, 철근 등 지구에 있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경찰은 수사에 나선다. 차탄(이지현)과 유니크루저, 스카이 거너, 소나 다이버 등 카봇은 도난 사건이 치올라 외계인의 소행이고, 그들이 달의 뒷면에 살고 있는 토끼족 마을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탄 일행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달나라로 떠나 치올라 외계인과 맞선다.
차탄과 카봇의 극장판 모험이 어느새 세 번째다. 구전 설화로 익숙한 토끼족과 ‘싸움의 신’ 유니크루저, ‘하늘의 저격수’ 스카이 거너, ‘바다의 왕자’ 소나 다이버 등 새로운 카봇이 만난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신선하다.
<극장판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 차탄 일행과 토끼족의 우정과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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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화투판’이 아닌 ‘포커판’이 주무대이자 포커를 전문으로 하는 도박꾼들의 이야기다. 화려함 뒤에 비정함이 공존하는 '타짜'들의 세계를 엿보는 인물은 고시생 도일출(박정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포커판에서 우연히 만난 마돈나(최유화)에게 빠져, 이상무(윤제문)와 포커 맞짱을 뜨고 실패하기까지. 포커판 입문은 이랬다. 돈, 자존심 모두 잃은 그에게 미스터리한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나고 도일출은 애꾸가 판을 짠 50억원 판돈의 도박판에 합류한다.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연기에 능통한 영미(임지연), 숨은 도박의 고수 권 원장(권해효)으로 구성된 ‘원 아이드 잭’을 결성, 본격적으로 타짜의 길로 접어든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 이후 13년 만이다.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2014) 속편에 이어 세 번째 <타짜>가 돌아왔다. 전작 <돌연변이>(2015
<타짜: 원 아이드 잭> ‘화투판’이 아닌 ‘포커판'이 주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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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달변가,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 고봉수 감독의 주변인들은 그를 이렇게 설명한다. 올해 43살인 고봉수는 18살 연하의 여자친구 은비(최은비)와 실제 겪은 러브 스토리를 소개한다며 영화를 시작한다. 국악을 하는 은비를 위해 사적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그는 애인의 친구와 가족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나이 차 많은 커플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날선 시선에 부딪힌다. 고봉수가 돈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독립영화를 하는 건 현실감각이 없다거나 영화감독은 문란하고 “여자배우를 꾀기 위해” 하는 직업이 아니냐는 무례한 폭언까지 듣는다. 고봉수는 은비의 아버지를 설득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만, 막상 마주한 그는 거친 폭력으로 응대하며 누구보다도 크게 분노한다. 결국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좌절하고 결별을 택한 고봉수-최은비 커플, 고봉수는 마지막 이별 선물로 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 영화가 곧 삶은 아니며, 영화와 현실은 종종 헷갈리지만 같을 수
<갈까부다> 국악을 하는 은비를 위한 사적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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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대복칼국수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철수(차승원)는 칼국수를 먹으러 온 손님에게 “밀가루는 몸에 나쁘다”고 말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어느 날 낯선 여인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그는 자신의 딸 샛별(엄채영)이 몸이 아파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철수의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철수가 샛별과 만나는 걸 반대하고, 샛별의 외할머니(김혜옥) 또한 철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다. 모두의 염려와 달리 철수와 샛별 두 사람은 병원을 빠져나와 가족들 몰래 여행길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로드무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말이 여행이지, 실은 샛별이 병원을 빠져나가려는 길에 철수가 우연히 끼어들게 된 것. 이들이 대구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사건은 오래전 과거에 그들이 겪어야 했던 모두의 기억을 소환한다. 또한 철수와 샛별이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면서 철수는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트라우마에 직면하게 된다. 배우 차승원이 오랜만에 코미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삶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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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일리>는 환생을 거듭하는 강아지 베일리의 이야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베일리 어게인>(2017)의 속편이다. 이든(데니스 퀘이드)을 향한 베일리의 일편단심은 이제 이든의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로 향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싱글맘이 된 엄마 글로리아(베티 길핀)는 딸 씨제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런 씨제이가 걱정된 할아버지 이든은 눈감을 때가 된 노견 베일리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씨제이를 위해 와달라는 당부를 남긴다. 인생의 목표를 부여받은 베일리는 다른 종, 다른 성,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때마다 씨제이를 생각한다. 씨제이는 운명처럼 다가온 강아지 몰리(사실은 베일리)를 사랑으로 키우고, 몰리의 죽음 이후 만난 맥스에게서 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1편에서 ‘내 삶의 목적은 뭘까’ 자문하던 강아지 베일리는 2편에서 제 삶의 목표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전편을 봤다면 익숙한 구성이 단조롭다 느낄지도 모르나, 영화가 품은
<안녕 베일리> 환생을 거듭하는 강아지 베일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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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원>은 청주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을 돌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 기관’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은 기존 동물원이 가지고 있던 전시나 오락의 개념을 확장하고, 야생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의 종 보전과 보호, 구조 및 치료 등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갓 태어난 물범 초롱이가 혹시 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피고, 동물원의 역사와 같은 18살 병든 호랑이 박람이를 살리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 또한 2005년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라온 직지를 비롯한 표범들을 위해 우리 확장 공사를 요구해 공간을 넓혀준다. 이들 역시 동물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환경에서 이미 서식지를 잃은 동물이 많은 게 오늘날의 현실이며, 자연으로 돌려보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과 그렇지 못한
<동물, 원>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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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쉬(아유쉬만 커라나)는 시각장애인 피아노 연주자다. 그는 사실 정말로 시각을 잃은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연주를 위해 청각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카쉬는 우연한 사고로 만난 소피(라디카 압테)의 가족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다. 아카쉬의 연주를 눈여겨본 전직 배우는 자신의 결혼기념일에 피아노 연주를 해달라며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배우의 집에 도착한 아카쉬는 그가 사망했으며, 배우를 죽인 그의 아내 시미(타부)가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시미는 아카쉬가 눈이 멀어 이 모든 과정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상황. 아카쉬는 자신의 위장을 눈치채지 않기 위해 피아노 연주를 이어간다.
<블라인드 멜로디>는 국내에 잘 소개된 적 없는 발리우드 스릴러영화다. 발리우드영화라고 하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부터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최근 점점 다변화되는 인도 장르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범인이 일찌감치 밝혀지는 &l
<블라인드 멜로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가 더 궁금한 스릴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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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모난 곳 없이 모든 커브가 둥글거리는 바우하우스 서체로 오프닝 크레딧이 등장한다. <바우하우스>는 발터 그로피우스가 예술종합학교 바우하우스를 1919년 설립한 뒤 나치에 의해 강제폐교된 14년간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그 영향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다. 바우하우스라는 단어가 ‘건축의 집’이라는 뜻의 독일어임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건축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말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바이마르에서 처음 설립된 뒤 1925년 데사우로 이전했는데,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데사우의 학교 건물은 영화에서도 구석구석 등장한다. 바우하우스의 초기 교수진 중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와 같은 화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색채를 쓰는 감각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으며, 바우하우스가 미술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삶을 통합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
핵심은
<바우하우스> 건축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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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관객 697만명을 동원했던 <럭키>(2016)의 이계벽 감독이 이번에는 배우 차승원과 함께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작품이 2011년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오랜만의 코미디 복귀작이라 할 만하다. 물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본격 코미디 장르만을 표방하는 영화는 아니다. <럭키>의 주인공 형욱(유해진)의 직업이 킬러였듯 이번 영화의 주인공 철수(차승원) 역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알려진 시놉시스상에서는 ‘심쿵 비주얼의 반전미남’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 이 ‘반전’에 철수가 지닌,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담겨 있다. 올 추석 영화 가운데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감독의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코미디 흥행의 힘을 과시할 수 있을까. 극장에서 관객이 매표할 때 분명 ‘힘내리’라고 줄여 읽을
[추석, 한국영화⑥]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