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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건의 슈퍼맨 슈트를 입을 기회는 1993년생 미국 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웨트에게 돌아갔다. 몇 차례의 치열한 오디션 끝에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달에 간다고 통보받은 우주비행사처럼 압도된 기분”이었다고 황홀한 표정으로 당시를 떠올렸다. 2019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내 꿈의 역할은 슈퍼맨이다”라고 말한 지 5년 만에 이룬 성취였다. 그는 슈퍼맨 슈트를 입고 촬영장에 들어섰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풀 착장을 하고 나타났을 때만 생기는 ‘이제 슈퍼맨이 왔구나’ 하는 주변 공기가 있다. 그걸 감지할 때 비로소 나도 준비 완료 모드가 된다.” 그렇다면 슈트의 실제 착용감은 어땠을까. “솔직히 말해 편하진 않았다. (웃음) 당연하게도 외형과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빨간 망토를 두르면 어김없이 밀려오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합격의 기쁨은 제임스 건 유니버
[인터뷰] 친절한 파괴력, <슈퍼맨> 배우 데이비스 코렌스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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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슈퍼맨>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개인적 호기심이나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2018년에도 <슈퍼맨> 연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선택했다. 슈퍼맨이 가진 상징성이 워낙 크다 보니 솔직히 겁이 났다. 원작을 내 식대로 살짝 비트는 걸 좋아해서일까. 거절했음에도 ‘내가 <슈퍼맨>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DC에서 다시 제안이 왔을 때 이번에는 해보자고 결심했다.
- <슈퍼맨> 유니버스에는 제임스 건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담겼을 걸로 짐작한다.
<슈퍼맨> 코믹스의 SF적 세계관을 정말 좋아한다. 이전 <슈퍼맨> 시리즈에서도 그런 요소를 다루긴 했으나 나는 좀더 밀도 있게 확장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괴수나 거대 로봇 같은 상상력 가득한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등장시켰고, 렉스 루터의 과학적 능력도 마법처럼 느껴질 만
[인터뷰] 유쾌한 파격, <슈퍼맨> 제임스 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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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부지 한가운데 자리한 DC 스튜디오 사무실. 복도에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입었던 슈퍼맨 슈트가, 욕실 한편엔 진 해크먼의 렉스 루터가 걸쳤던 목욕 가운이 전시된 이 공간의 주인은 제임스 건 감독이다(<롤링스톤>). 그는 2022년부터 프로듀서 피터 사프란과 함께 DC 스튜디오의 공동 수장을 지내며 현대 대중문화 속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슈퍼히어로를 부활시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대부분의 미국 지역과 한국 전역이 무더위를 맞이할 2025년 7월,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2013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 이후 12년 만에 공개되는 슈퍼맨 단독 영화다.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리부트 작품으로 서사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다부진 체격과 190cm가 넘는 장신으로 이미 슈퍼맨감임을 증명한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기획] 그가 다시 날아온다 - <슈퍼맨> 미리 보기, 제임스 건 감독, 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니컬러스 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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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밸리>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범죄스릴러물이다. 딸 클레어(시드니 스위니)는 마약중독으로 더이상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삶을 살아간다. 세상과 단절된 채 농장을 꾸려가는 케이트(줄리앤 무어)는 그런 딸이라도 놓을 수가 없다. 마약상 재키(도널 글리슨)는 자식을 향한 케이트의 절박함을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 케이트가 준 상처가 현재 클레어의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두 사람은 가족간의 트라우마를 겪었고, 케이트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남편과 이혼했으니까. 그러나 그게 클레어가 마약에 중독된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중독은 질병이고 유전적, 환경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케이트는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딸의 안녕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딸의 삶이 괜찮아지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한다.
- 케이트는 계속해서 클레어가 원하는 것을
[인터뷰] 모녀의 유대감이 지닌 복잡성, <에코 밸리> 배우 줄리앤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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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오키나와는 눈부시게 푸르르지만 고3 미나토(아카소 에이지)는 짙은 어둠 속에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에게서 모든 동력을 앗아간 참이다. 이어폰을 꽂은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던 어느 날, 햇살 같은 한 학년 후배 미우(가미시라이시 모카)가 그를 찾아온다.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에서 시작된 관계는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서서히 깊어지고, 미나토는 미우의 밝은 에너지를 통해 터널 밖으로 걸어 나온다. 도쿄에서 함께 20대를 시작하면서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꿈에 다가가기 위해 애쓰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커다란 시련을 맞닥뜨린다. <366일>은 긴 시간을 들여 엇갈리는 마음과 교차점의 순간을 따라가는 영화다. 배우 아카소 에이지가 깊은 눈빛과 숨결로 간절한 멜로드라마를 완성한다.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로 한일 양국에서 팬덤을 쌓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배우로 자리 잡은 그가<366일>의 국내 개봉(6월11
[인터뷰] 말이 아닌 것으로, <366일> 배우 아카소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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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아직 투표 도장 찍는 감각이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 학교 선거 이야기가 찾아왔다. 6월19일 전편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는 학생회장 선거를 앞둔 영진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인기와 자본력을 갖춘 1번 곽상현 후보(이정식)와 현직 전교 부회장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2번 양원대 후보(최우성)가 모두 원하는 건 소중한 한표뿐만 아니라 1학년 노세훈(윤현수)이다. 눈에 띄지 않는 모범생이었으나 추문으로 전교생이 다 아는 비운의 스타가 된 세훈은 회장 후보들의 관심과 감투의 힘으로 명예 회복을 노린다. <기생충> 공동 각본 이후 첫 각본·연출 시리즈인 <러닝메이트>를 완성한 한진원 감독을 만나 드라마 못지않게 속도감 넘치는 대화를 나눴다. 자신감과 좌절, 흥분과 재미의 롤러코스터였던 제작 과정을 전하는 그에게서 극 중 열성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영진고 학생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 지난해 초 <씨네21>과 만났을 때
[인터뷰] 한표의 정글,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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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낚시터에 간다. 알고 보니 그는 낚시 유튜버이다. 조금 더 알고 보니, 그는 배우이다. 배우가 낚시터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잔챙이>를 보고 떠오르는 의문점을 영화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더 많은 ‘떡밥’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호준을 연기한 배우 김호원이 알고 보니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공동 각본가이고, 또 조금 더 알고 보니 실제로 낚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잔챙이>의 자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는, 마침내 자신의 영화의 배급 총책임자가 되어 극장 관계자와 관객의 마음을 낚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최종적으로 영화와 현실이 뒤섞인 어딘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 배우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가 이토록 영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난 후 2년 만의 극장 개봉을 앞둔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에 대해 물었다.
- 가장 바쁜 시기일 것 같다
[인터뷰] 작지만 꿈만큼은 큰 영화, <잔챙이> 배우 김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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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초기 무성영화를 둘러싼 논의에 뒤늦게 동참한 영화학자 토마스 엘제서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루브의 귀환’(the return of rube)이었다. 사전적으로 교양 없는 시골 사람을 뜻하는 루브는 영화가 발명된 직후 스크린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였다. 로버트 폴의 <활동사진을 처음 본 시골 사람>(The Countryman’s First Sight of the Animated Pictures, 1901)과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에드윈 S. 포터의 <활동사진 쇼에 간 조시 삼촌>(Uncle Josh At the Moving Picture Show, 1902)은 소위 말하는 루브 필름의 대표작에 해당한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크린 속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열차가 다가오고, 커플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경련에 가까운 몸짓을 짓는다. 급기야 그들은 스크린 속으로 뛰어든다. 이렇듯 루브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와 함께 춤추는 사람들 – 초기 무성영화와 근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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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학기엔 학부 2학년 과목으로 저널리즘 강의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전부터 시작한 강의이니 5년은 훌쩍 넘겼다. 첫해와 올해의 강의록을 비교해봤는데 꽤 많이 바뀌었다. 첫해에는 저널리즘 사상과 각국의 서로 다른 저널리즘 양식에 거의 2/3를 할애했다면, 올해는 전체의 1/3쯤으로 그 내용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변화된 저널리즘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났다. 흔히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에 관련된 내용, 지난 한 세기를 풍미해온 서구식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한계 등이 그 자리를 메웠다. 교수가 나이 들수록 강의록은 안 바뀌게 마련인데 학문과 시류의 변화를 좇아가기 벅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안 바뀌는 게 좋을 내용을 중심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해서일 테다. 하지만 저널리즘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과목은 영 그러기가 힘들다. 워낙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빠른 와중에 미디어가 그런 변화를 이끄는 동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보니 그렇다. 심지어 사상, 철학, 역
[정준희의 클로징] 기후 위기를 보듯 저널리즘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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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상사회학 연구자들이 모이는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영상사회학대회 IVSA 2025(International Visual Sociology Association Conference)는 전통적인 사진, 영화, 드로잉부터 웹툰, VR, AI와 이를 다루는 모든 학제열려 있는 학술행사로, 27여 개국 280여 명의 연구자와 예술가가 210편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약 350명 이상 참가자가 예상된다. 올해는 동아시아 최초 개최지로 선정되어 6월 25일(수)부터 28일(토)까지 아주대학교 및 수원특례시 일대에서 4일간 열린다. 2025년 대회명은‘이미지를 넘어서(Beyond the Image)’다. ▲시각연구의 탈중심성 ▲비/가시적인 아시아 ▲영화적 사회학의 렌즈 초점 재조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시각연구의 역학관계를 조명한다. 올해 대회는 특히 젠더 관련 연구가 성과를 보인다. 주요 발표로 ▲K-팝 팬덤과 여성의 정치적 주체성 ▲2024년 계엄령 위기와
[국내뉴스] 시각 연구의 축제,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영상사회학대회 IVSA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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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가 <듄> 시리즈와 <컨택트>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만들기 전, 그러니까 필모그래피에 장편보다 단편의 수가 더 많던 2011년, 그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그을린 사랑>이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압도된 건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국내외 평론가들의 올해의 영화 리스트 상위권에서 <그을린 사랑>을 찾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두통의 편지, 하나의 진실’이라는 포스터 문구는 이 영화가 남기는 충격을 정확히 요약한다. 유언장이기도 한 두통의 발신인은 어머니 나왈(루브나 아자발), 수신인은 쌍둥이 남매인 잔느(멜리사 데소르모 풀랭)와 시몽(막심 고데트)이다. 나왈은 자녀들에게 각기 다른 가족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잔느는 기억 하나 없는 아버지를, 시몽은 존재조차 몰랐던 형을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리뷰] 재개봉 영화 <그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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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함께 형사 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불법체류자 신세로 한국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다섯 남자가 있다. 그들은 멤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트로트 공연을 하는데, 그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폭력배로부터 쫓기는 한 몽골 여성을 돕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 조직이 몽골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밴드로 위장하여 수사를 시작한다. <위장수사>는 몽골과 한국 제작사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모든 장면이 한국에서 촬영된 코믹 범죄수사극이다.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와 엔터테이너들이 대거 출연하여 영화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한국 관객에게는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이 어떤 장르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윤제문, 기주봉 배우와 같은 묵직한 베테랑들의 활약이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리뷰] 허술한 위장을 한 채 한판 잘 놀다 가는, <위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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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부터 격리된 섬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 소년은 마을의 통과의례에 따라 어느 금요일 난생처음 아버지 제이미(에런 테일러존슨)와 함께 성벽 너머의 세상을 마주한다. 스파이크는 절멸의 세상에 처음 나가 경험한 적 없던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지만, 이내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의 불치병을 치료할 방법이 어쩌면 섬 바깥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마주한다. <28년 후>는 <28일후…>와 <28주 후>를 잇는 좀비 아포칼립스의 종장인 동시에 <28년 후: 뼈의 사원> <28년 후: 파트3>로 이어질 새 트릴로지의 서막이다. 영화는 여름 블록버스터에 관객이 기대할 법한 서스펜스와 다음 3부작에서 줄곧 탐구할 것으로 보이는 철학적 화두 모두를 인상적인 미술과 음악, 독특한 편집 리듬 안에서 배합해낸다. 세계관의 끝이며 시작인 작품의 정체성을 경제적인 러닝타임 내에서 효율적으로 독파했다는 인상이다.
[리뷰] 원시로 회귀하고 죽음을 수용하면 오히려 인간은 진화할 수 있을까, <28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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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외딴 마을. 태원(조관우)은 오늘도 서울로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견딘다. 칠성(장윤서)은 아버지를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다짐 하나로 상경했지만 공장 기계에 손을 잃는 불의의 사고를 겪는다. 그로부터 5년, 갈 곳을 잃고 노숙자들과 함께 부유하던 칠성이 예기치 못한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다. 칠성이 범죄자로 지목되며 고향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 꽃 축제가 취소될 위기에 놓이고, 사건을 파헤치던 윤 기자는 그 속에 감춰진 비리를 마주한다. <세하별>은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에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부자의 사연을 그린다. <참외향기> <감동주의보> 등 지역의 풍광과 정서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새겨온 김우석 감독의 노하우가 강원도 철원에서도 빛을 발한다. 악한 부자와 선한 서민의 도식적인 대립 구도는 상투적으로 느껴지지만, 잔뼈 굵은 조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빈틈을 메운다.
[리뷰] 악한 부자와 선한 서민의 대립 구도에 갇혀 있다, <세하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