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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 쥬스>라는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건 당시만 해도 유일한 영화잡지였던 <스크린>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영화 관련 정보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영화가 국내에 수입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꽤 길어서 영화잡지에 실린 간단한 기사만 가지고도 꽤 오랫동안 우쭐거릴 수 있었습니다.제가 기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팀 버튼이라는 감독이 호러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독특한 혼합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 지나 데이비스와 알렉 볼드윈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었다. 롭 보틴이 이 영화를 위해 흉악한 특수분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잡지에 실린 줄거리(보나마나 영화를 보지도 않은 기자가 쓴 글을 역시 영화를 보지도 않은 다른 기자가 번역해서 편집했겠지요)로는 도대체 영화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은 더욱더 정체불명이었습니다. 특히 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건 계단 앞에 둥둥 떠 있는 위노나 라이더의 사
초보 영화광의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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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추리소설 한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치밀한 탐정 셜록 홈스와 함께 범인을 뒤쫓기도 하고, 신출귀몰한 괴도 루팡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작가가 깔아논 복선을 더듬으며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추리해가는 것이 추리물의 재미. 그러나 범인은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올 설에는 스릴과 재미넘치는 추리만화의 세계에 빠져보자.■ 소년탐정 김전일 (글 가나리 요자부로,그림 사토 후미야)‘소년탐정 김전일’은 90년대 일본 추리만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만화가 연재된 <주간소년매거진>의 400만부 시대를 열며, <주간소년매거진>이 <주간소년점프>를 제치고 1등 자리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일등공신이다. 만화는 물론 TV드라마, 극장용 애니메이션, 홈비디오, 게임 등 관련 전 분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연출로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과 감탄을 자아내게 만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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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 시케히코 지음·윤용순 옮김/ 한나래 펴냄/ 1만6천원당대의 오즈는 이를테면 국민 감독이었다. 오즈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었고, 오즈의 영화는 가장 일본적인 영화로 통했다. 그의 서민극 혹은 ‘홈드라마’가 지닌 견고한 탈정치적 일상성은 혈기방장한 후배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일반 관객에겐 오즈적 세계의 한결같은 친숙함과 안온함의 표지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오즈 영화의 불가해한 형식미엔 기라성 같은 서구 학자들의 연구성과가 헌정됐지만, 이런 와중에도 오즈 미학의 뿌리는 선이나 명상 같은 일본적 또는 동양적 정신성에서 종종 찾아졌다. 국민 감독 시절보다 더욱 견고하게 일본적인 감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하스미 시게히코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는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저서다. 도쿄대 총장이며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하스미는 오즈의 영화를 영화의 한계에 도전하는 영화, 일종의 아방가르드적 에너지로 충만한 영화로 보
180도 뒤집어본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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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Peer to Peer)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지난해 인터넷업계와 음반업계의 최대 논쟁거리가 된 냅스터는, 이제 BMG를 거느린 독일계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버텔스만에 인수된 이후 차츰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적과의 동침’을 한 이상, 적에 곧 대가를 지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꿋꿋하게 무료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 유료화를 들고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수많은 냅스터 이용자들이 곱게 유료화에 따라줄 리는 없다. 우선 프리넷이나 그누텔라 등 유사 서비스가 아직도 건제한데다가, P2P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파일 공유 서비스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한편으로는 냅스터에 의해 음반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할리우드는 과연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MP3뿐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에서 나타나
‘그날’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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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 지역 올로케, 100% 후시녹음을 자랑하는 총천연색 디지털 비디오영화 <다찌마와 Lee> 홈페이지가 계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영화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답하고 있다. 신파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트로’를 시작으로 해서 메인화면으로 들어오면 빨강, 노랑, 파랑 그야말로 총천연색의 현란한 홈페이지를 만날 수 있다. ‘홍보찌라시’에서는 영화의 작품세계를 거창하게 늘어놓은 ‘신화부활’과 ‘다찌붙은 사연’을 볼 수 있고 ‘충무로 키드’에는 배우와 스탭진이 소개되어 있다.다찌마와 Lee 역으로 분한 임원희의 현란한 액션 장면으로 꾸며진 예고편 ‘맛보기’ 코너도 준비되어 있고, <다찌마와 Lee>의 시나리오를 다운받을 수 있는 메뉴도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다.‘나오는 이들’ ‘제작 에피소드’ ‘삼일사진관’ 코너는 곧 문을 열 예정이란다. 마지막으로 게시판에 들러 네티즌들의 벅찬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홈페이지를 100%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http://www.
인터넷 뉴스 - <다찌마와 Le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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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 속에 태어났던 국산 TV애니메이션 시리즈 <하얀 마음 백구>가 안방극장에서 석달간의 선전한 끝에 지난 1월12일 막을 내렸다. 99년 10월6일부터 매주 금요일 5시50분 SBS에서 방영됐던 <…백구>는 진도 부근의 섬 조도에 사는 어린 남매와 진돗개 백구의 훈훈한 우정을 그린 13부작 애니메이션.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진도의 주인에게 돌아온 진돗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투견광에게 팔려간 백구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겪는 모험과 아이들의 성장기를 촘촘히 엮은 동화다. 언제부터인가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대로 고정되다시피한 금요일 저녁, 높은 시청률을 얻기 힘든 시간대로 꼽히는 ‘비수기’에 방영된 <…백구>는 평균 시청률 10%를 웃도는 인기를 누리다가 종영을 맞았다. 금요일 저녁은 주말이나 월∼목요일에 비해 전체 시청률 자체가 낮고, 각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가장 쉽게 치고 들어오는 시간대라 결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나
잘했어, 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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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얼터너티브 밴드 리알토(RIALTO)가 서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리알토의 2집 의 홍보와 내한공연을 위해 지난 1월6일 방한한 리알토는 8일부터 2박2일 동안 이나영과 함께 자신의 첫 싱글인 <캐서린의 수레바퀴>(Catherine’s Wheel)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다. 리알토는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성공에 고무받아 2집을 세계최초로 한국에서 발매하고, 내친 김에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방영할 아시아판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도 한국으로 잡았다.지난 1월10일 강추위와 폭설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삼성동의 한 거리.스모그가 가득 찬 낯선 풍경이 길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벌써 열번도 넘게 같은 장면의 촬영이 반복되고 있다. 남자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이나영에게 스카프를 둘러주는 장면. 느낌을 살려내야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재한 감독은 수시로 모니터와 배우 사이를 미끄러운 길을 타듯, 왕복하며 연기지도를 한다. 한국어를 못하는 데이비드와 리알
이야기보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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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즌에 아이들이 볼 만한 영화가 여러 편 쏟아져나온 건, 아줌마로서는 다행이었다. 영화보기는, 남한테 뭘 가르치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거니와 자식교육에는 더더욱 소질없는 아줌마가 딸들한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육적 배려’였던 거다. 그래서 추위와 눈발을 헤치고 애들을 끌고 다니면서 <치킨 런>도 보고 <그린치>도 보고 <포켓몬스터>도 보고 오늘의 얘깃거리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보았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는 확실히 좀 어려운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딸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는데, 후반에 접어들면서 질문의 주종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어?”로 바뀌었다. 아줌마 자신은 영화에 몰입해 있었으므로,스무 번째로 “아직 멀었어?”를 묻는 둘째 딸래미 머리를 쥐어박았는지 험상궂게 째려봤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그때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그러니까 오무들이 황금빛 촉수를 모두어 죽
치맛바람 계곡의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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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일본의 하천 복원운동을 둘러본 일이 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밋밋해진 흐름을 자연스럽게 되돌려 생물들이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이 전국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었다. 놀라움과 부러움 속에 한 가지 어색하게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비단잉어다. 희고 노랗고 붉은 빛깔의 비단잉어들을 도시의 어느 하천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연못에서처럼. 동행하던 일본사람에게 물었다. “왜 자연 속에 인공을 풀어놓는가.”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비단잉어도 자연이다.”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또는 조만간 상영예정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이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있다.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자연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게 만든다. “인간이 지구를 파멸에 몰아넣어도 자연은 살아남을까”, “원시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인가”,
인간과 자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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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계속되고 있는 날, 흰 눈과 검은 눈이 뒤섞인 길을 달려 도산공원 옆 한 카페에서 고소영을 만났다. 고소영은 매니지먼트사 로고가 찍힌 흰 패딩코트에 장식없는 까만색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미끄러운 길을 대비한 듯한 그 실용적인 차림은 똑 부러지는 그의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변하는 듯했다. 표지촬영을 위해서도 단출하게 회색 정장 한벌. 워낙 옷 잘 입고 옷 많기로 소문난 그라 조금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개인적으로 옷 자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 나온 영화배우로 사진을 찍는 거죠.” 까만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는 그의 말이 모두를 설득한다. 이야기하고 표정짓고 움직이는 하나하나에서 인간적인 매무새와 제스처야 묻어났지만, “사생활은 얘기 안 해요”라는 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곧바로 ‘관계자외출입금지’라고 쓴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스타’였다. 다행히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 방의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고소영은 기자에게 커피를 권하고, 자리를
똑부러지는 완벽주의, `똑`소리나는 연기, <하루>의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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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른바 ‘1등 사윗감’의 조건은 비슷하게 마련이다. 기골이 장대한 변강쇠 스타일로 ‘뭘해도 마누라 먹여 살릴 만한 놈’이거나, 변호사나 의사, 정승판서같이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총각이라면 별 걱정 없겠는데, 여기 이 남자, 시작부터 영 불안하다. 왜소해보이는 체격에 작은 키, 게다가 직업은 간호사. <미트 페어런츠>에서 벤 스틸러(35)가 연기하는 그렉 퍼커는 ‘부모님을 만나라’는 미션을 완수해내기에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라는 사윗감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장인이란 사람(로버트 드 니로)은 유별난 딸 사랑에, 전직 CIA요원으로 의심이 하늘을 찌른다.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고, 할머니의 유골단지를 깨트리고, 장인이 애지중지 하던 애완고양이를 잃어버리고…. 시작부터 삐꺽거린 사흘간의 ‘불안한 동거’는 가면 갈수록 꼬여갈 뿐이다. 하긴 그는 성부터 ‘엿 같은’ 퍼커(Focker)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가 ‘매력없음’은 단지 장인들 눈
코미디가 사랑한 심각한 남자, 벤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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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오타쿠의 신 오시이 마모루, 한국의 오타쿠를 만나다5만. 오시이 마모루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수한 <인랑>의 한국관객 수다. 작지만, 진지하면서도 소수 취향인 일본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의 관람객으로서는 결코 조촐하지 않은 잔치였다. 테크놀러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 거기에 상응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는 일본에서도 오타쿠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감독이다. ‘오타쿠의 신’ 오시이 마모루가 신작 <아바론>을 들고 한국에 왔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교배종인 <아바론>의 개봉은 2월 초. 미리 <아바론>을 본 오시이 마모루의 ‘오타쿠’와 ‘신’이 만났다.그들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에 담긴 이미지와 언어들을 시시콜콜 뜯어보며 궁금증을 쌓아뒀던 오타쿠들과, 그들의 물음에 할말이 적잖은 감독에게 1시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지난 1월10일 저녁 6시. 오시이 감독이 머무
가상과 현실, 경계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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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준현재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정보자료담당으로 일하는 서른한살 반공무원.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애니를 보며 일본어를 배웠다. 만화, 애니와 관계된 서울 및 인근지역에 서식하며, 가끔씩 일본으로 사냥하러 이동하는 시기가 있다. 웬만한 건 가리지 않고 보는 잡식성. 한주 평균 섭취량은 만화책 35∼50권(구매 30%/ 대여 60%/ 기타 10%), 애니메이션 4∼5편(TV방영분·동영상 제외) 정도다. 오시이 감독의 작품은 전원에서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 좋다. 최근작보다 <우르세이 야쓰라-뷰티풀 드리머> 같은 초기작이 더 맘에 든다.<우르세이 야쯔라 뷰티풀 드리머>(1984)좋아하는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보통 초기작들을 많이 꼽는다. 그 감독이 막 스타트점에서 긴장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좋다고 할까.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라는 포장에 싸인 <공각기동대>나 너무 현실화한 <패
오타쿠 3인방이 뽑은 오시이 마모루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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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바친다
1995년 여름
백수 시절. 무명가수 강민규와 연일 음주행각을 벌이던 중. 호프집 주인, 포커 하우스 주인 등과 어울려 가리봉동의 한 지하 단란주점에서 문제의 소년소녀들과 처음 조우하다. 이런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코앞에서 보니, 장난이 아니다. 흰색 홀복에 맞추어 흰색 고양이테 안경에, 흰색 고무장화를 신은 깜찍한 소녀를 아직 기억한다. 발에 땀이 찬다고 벗은 장화 속에서 나온 그 작은 발이라니! 그 난잡한 술자리가 끝나고 가리봉 오거리 한복판에 주저앉아 토하면서 쓰리라고 다짐하다.
1995년 겨울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에서 탄 돈으로 가리봉동과 화양리를 오가며 취재 시작. 뺀질거리는 아이들에게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화양리에서 삐끼의 유혹에 넘어가주다. 퀘퀘한 지하단란주점. 약 한 시간 동안 싸가지 없는 소녀 세명과 노닥거리며 뚜껑이 따진 가짜 양주 두병과 안주 두 접시를 먹다. 술값 시비 끝에 건달들
<눈물> 만들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