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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잠들다>는 장 자크 베넥스가 1986년에 만든 <베티블루>의 설정을 그대로 따온 영화다. 두 남녀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물론이고 조연들의 역할까지 원본에 따라 충실하게 ‘배분’했다. 집주인이 여주인공의 속옷을 들어올리며 희롱하는 장면까지 빼놓지 않은 걸 보면 감독의 꼼꼼함(?)은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내친 김에 베티의 상실감까지 훔쳤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베티블루>를 완벽하게 흉내내지 못한다. “운명은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지 않아”라고 울며 말하던 베티, 비정한 욕망의 신에게 자신의 한쪽 눈을 버리면서 복수하는 베티가 여간해서 수빈과 겹쳐지지 않는다. 수빈 역시 가슴을 도려내지만 말이다.힘들이지 않고 본뜬 탓에 괴로움은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베티블루>를 기억한다면 변주없는 반복의 지루함에,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의 비약 때문에 그렇다. 더구나 신파를 끼워넣은 결말 부분은 보기 민망할
그녀에게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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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데뷔작 <록 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을 통해 재기발랄함을 입증한 가이 리치가 선택한 두 번째 영화는 전편을 업그레이드한 작품이다. 고만고만한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기가 막힌 시나리오와 경쾌한 연출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로서는 첫 작품에 충분한 예산을 털어넣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이 리치는 초저예산영화 <엘 마리아치>로 재미를 본 뒤 당대의 스타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기용해 범작 <데스페라도>를 만든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낭패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브래드 피트나 베네치오 델 토로 같은 스타급 연기자가 기용됐지만 이야기는 전편보다 매끄럽지 못하고 스타일도 전편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전편과 달라진 점이라면 자신의 아내 마돈나의 <럭키 스타>를 영화 중간에 틀어놓을 정도로 뻔뻔해진 가이 리치의 태도쯤?). 불행히도 리치 역시 로드리게스가 거쳐간 수렁에 빠진 셈이다.물론 <록 스탁…>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스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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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의 모티프가 어느 정도의 극적 긴장을 획득하려면 대체로 잃어버린 그것의 가치가 상당히 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른바 ‘사건’이란 게 형성되려면 무언가 중요한 곳에 급히 쓰일 거액의 돈 정도는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천국의 아이들>은 이런 ‘좁은’ 생각이 결코 옳지 않음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알리가 잃어버린 것은 기껏해야 여동생 자라의 헌 구두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에서 주인공 부자가 잃어버리고 만, 생계수단으로서의 자전거와 비교해봐도 너무나 하찮은 것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천국의 아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이 그처럼 미미하다는 것을 오히려 통절한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남들이 대단치 않다고 치부하는 그런 것조차도 갖지 못하는 사정이야말로 비극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어이없지 않은가.구두 한 켤레 잃어버린 소소한 일만 갖고도 알리와 자라는 자신들을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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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사드는 어떤 방법으로든 형상화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틀렸다. 사드의 작품과 생애는 200년 동안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조명돼왔고, 최근 그 목록에 필립 카우프만의 <퀼스>가 추가됐다. 카우프만은 사드에게서 자기 모습을 봤는지도 모른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에서, MPAA가 NC-17등급 판정으로 응징한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에서,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쾌락을 좇는 남녀들을 탐미적인 영상에 담았다. 성적 일탈 욕구는 반역의 에너지, 자유와 이상의 메타포로, 카우프만의 작품 속에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 왕정을 반대하고 절대 자유를 추구하던 반체제 예술가 사드의 생애에, 카우프만의 에로틱한 필모그래피를 겹쳐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깃촉’(펜)을 뜻하는 제목 ‘퀼스’(quills)는, 카우프만이 사드의 생애, 사드의 신념 어디에 포커스를 맞출지에 대한 어렴풋한 힌트가 된다. 젊
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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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ova 2000년, 감독 토머스 리 출연 제임스 스페이더 장르 SF (폭스)
3천광년 거리를 순간 차원이동할 수 있는 나이팅게일호. 어느 날 심연의 우주에서 구조요청이 들어와 수색한 끝에 트로이라는 청년을 구하게 되는데, 그는 애버스 박사의 옛 애인이다. 나이로는 중년이 된 트로이는 우주에서 슈퍼노바라는 신비의 물체를 발견한 뒤 젊음과 괴력을 얻게 된 것. 슈퍼노바의 위험성을 직감한 부함장 벤잔트가 이것을 버릴 것을 지시하자 트로이는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할리우드의 최첨단 테크놀로지 기술을 선보이는 디지털 도메인팀이 이 작품의 SF 특수효과를 담당. DVD 출시판에는 교체된 영화의 엔딩을 포함한 삭제된 장면 등이 수록돼 있다.
슈퍼노바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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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Man 2000년, 감독 데이비드 윈잉 출연 메트 메콤 장르 SF (영성)
인간이 컴퓨터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가상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소재로 하는 SF영화. 사악한 컴퓨터 업계의 거물인, 키에란 케이즈는 ‘울트라 웹’이라는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하여 엄청난 속도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러면서 프랭크라는 인물을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이기 위해 울트라 웹 속으로 납치해간다. 그러자 프랭크의 아들 자니는 나이트 맨이라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전사가 되어 케이즈의 엄청난 기계음모를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나이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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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Trip 2000년,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브레킨 마이어 장르 코미디 (CJ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 단짝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 조시와 티파니는 각자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헤어져 생활하게 된다. 그러자 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는 물론이고 셀프카메라까지 동원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적극적인 여학생의 유혹에 넘어간 조시가 그녀와 동침을 하게 되고 이 장면이 셀프카메라에 담겨 티파티에게 발송된다. 당황한 조시는 이 테이프를 되찾기 위해 3명의 친구들과 여행을 시작한다. 98년 <프랫 하우스>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젊은 감독, 토드 필립스의 개성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로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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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ft 2000년, 감독 존 싱글턴 출연 새뮤얼 잭슨 장르 액션 (CIC)
스파이크 리와 더불어 비판적인 사회의식으로 흑인 사회의 정체성을 표방하는 존 싱클턴 감독의 최신작. 이른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71년작 <샤프트>를 리메이크했다. 한 흑인 학생이 백인 상류층 인종주의자 월터 웨이드에 의해 무고하게 살해된다. 그러나 월터는 자신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간다. 이에 분개한 흑인 형사, 샤프트는 그를 잡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보이즈 앤 후드> <하이어 러닝>과 같은 전작들에 비해 존 싱글턴의 사회의식이나 연출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작 헤이즈의 음악만은 압권.
샤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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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어느날, 할리우드에선2000년, 감독 애덤 콜리스 출연 사이먼 베이커 장르 코미디 (폭스)딱히 정의내리긴 뭣하지만, 9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일련의 미국영화들에서 어떤 ‘경향의 법칙’이 발견된다. 이른바 위반의 ‘노스탤지어’. 이를테면, 화장실 유머의 십대영화 혹은 <오스틴 파워> 시리즈 같은 패스티시영화, 그리고 일련의 회고담 영화 속에서 70∼80년대는 묘한 낭만적 감수성으로 상기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낭만적 감수성’인 노스탤지어에 있다. 70년대를 뒤흔들었던 반전·평화운동 그리고 하위문화와 반문화운동의 구호들은 거세된 채 오직 마약과 프리섹스 그리고 록음악의 현상적 단초들만으로 기억되는 지난 역사는 그저 오늘날 돌아보는 ‘좋았던 과거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대로라면, 이것은 포스트모던 문화현상이 보여주는 ‘역사의 말소’라 할 수 있다. 즉 역사 속에 내재한 모순들은 ‘노스탤지어
<선셋 스트립>(Sunset S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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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이 펠리니 재단의 명예회장으로 선정됐다. 펠리니 재단은 1993년 세상을 뜬 ‘영화계의 마에스트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과 영화세계를 연구하기 위해 동생인 마달레나 펠리니가 이탈리아 리미니에 설립한 곳. 이 재단은 감독이 생전에 직접 쓴 시나리오와 그의 그림들, 콘티 등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그의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앨런은 이번 직책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펠리니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해왔으며 그의 작품에 펠리니의 영화를 자주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재단의 부회장은 펠리니의 친구이기도 한 에토레 스콜라 감독이 맡게 됐다.
우디, 펠리니 재단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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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니 모레티 신작 <아들의 방>, 표절논란1993년 <나의 일기>(Caro Diario)에서 난니 모레티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유적의 도시와는 거리가 먼, 또다른 로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칸 감독상을 수상하며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뒤 많은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리고, ‘제2의 펠리니’라는 영광스런 호칭으로 불리며 꾸준히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다.그는 거의 2년에 한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올해에도 많은 기대 속에서 새 영화인 <아들의 방>(La Stanza del Figlio)의 촬영을 끝마쳤다. 현재 편집 작업중인 이 영화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난니 모레티), 평범한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딸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서 특히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세대간 갈등이 쌓이며, 결국 그런 갈등은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죽음으로 영원히 풀리지 않게 된다
제 2의 펠리니, 베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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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여점은 유난히 외국인 손님이 많다. 미대사관, 일본문화원, 프랑스문화원, 사우디대사관 등이 대여점 주변에 있는 데다 종로학원가 일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고, 심지어 인사동 여관에 살고 있는 배낭족과 조계사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스님들까지 ‘영화를 보기 위한 열정’ 하나로 우리 대여점으로 모여든다.어느 날, 외국인 손님이 대여를 하고 나간 직후, 아르바이트 동식이가 “누나, 저분 이제 한국말 잘해요”라는 것이었다. 외국인이면 무조건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과 별 불편함 없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동식이의 말인즉 우리 대여점에 오는 외국인 고객들 대개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대단해 자신은 의도적으로 한국말로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툴긴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꼬박꼬박 “안녕히 계세요”로 인사를 하고 나가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영국문화원장 마크 봄 필드가 우리 대여점에 온 지 1년 정
영어로? 영화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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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밝아지면. 안락한 중산층의 단란한 가족의 저녁 식사시간. 부인은 맛없는 자신의 요리를 너무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며 감동된 듯, 행복에 겨운 눈빛으로 말한다. “당신은 신사예요.” 부인의 칭찬에 보답을 하려는 듯 격렬한 피스톤 운동의 호흡을 멈추며, 아내의 젖가슴에 머리를 박는 남편. 그의 뒤통수 옆으로 희열에 찬 아내의 행복한 만족스런 얼굴은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는 남편의 모습과 겹쳐진다. “내가 네 아빠란 걸 잊지 마라.” 이렇듯 행복한 가정의 자상한 가장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인 그 남자 하비 케이틀은 영화감독이다. 그것도 영화를 통해서 진실을 말하려고 하는….
스네이크 아이를 본 적이 있는가?
난 7살 초등학교 1학년 첫 봄소풍길, 그날 스네이크 아이를 처음 보았다.
그날도, 그래 화창한 봄날 소풍과 함께 있을 그림동화대회에서 솜씨를 뽐낼 양 새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안고, 5월의 개나리 꽃망울인 듯 샛노란 학교 모자를 줄줄이 머리에 쓰곤 참새와 병
비겁한 남자들만 봐라, <스네이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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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화는 아직도 발명중입니다. 우리는 그저 시작을 목격한 것에 불과하죠.” <씨네21>에 보낸 편지에서 빔 벤더스는 말했다. “디지털영화의 도래는 유성영화의 그것에 비할 만한 이행”이라고 그는 디지털을 편들었다. 영화에 소리가 도입될 때, 무성영화가 획득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소리가 있었고 드디어 영화가 현실만큼 풍부해지리라고 반기는 선언도 있었는데.민규동 감독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촌에서 보내온 감동적인 보고서에서도 디지털은 중요한 단어다. 가볍고, 쓰기 쉬운 디지털카메라가 영화창작에 어떤 자유를 부여하는가를 디지털영화 <어둠 속의 댄서>의 감독은 이야기했고, <여고괴담2>의 감독은 공감했다. 디지털이 라스 폰 트리에게 10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한국의 가난한 감독에게는 35mm 필름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영화제작을 실현시켜주었다.디지털은 또 영화유통산업에도 당연히 변화를 불러온다. 국
너의 디지털, 나의 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