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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와이어액션이나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에 범접할 노하우가 없다는 판단 아래 김성수 감독은 <무사>를 사실적 액션 위주로 찍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글래디에이터>를 본 제작진은 절망했다. <글래디에이터>의 초반 전투장면은 <무사>가 시도하려던 액션과 유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안은 없었다. 제작진은 당시 고려 무사들이 그랬음직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무사>의 전투장면은 미리 합을 짜고 시늉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서울액션스쿨의 스턴트맨들에게 “의식도 잃어버려라. 오직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싸워라”라고 주문했다. 정두홍 무술팀의 10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사> 현장을 지켰고 마지막 토성 전투 때는 서울에 남았던 7명까지 중국에 들어와 전투에 참가했다. 그들이 보여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스턴트는 중국 무술팀을 놀라게 만
감혹한 싸움에 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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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찍으라고 권하고 싶네요.” 김성수 감독은 <무사>의 경험이 준 교훈이 뭐냐는 질문에 악동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물론 진담은 아니다. 말이 말을 안 들어서 힘들었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얘기. <무사> 제작진은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5개월간 50마리의 말을 데리고 다녔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지만 현장에서 말은 여간 골치아픈 존재가 아니었다. NG가 나면 처음 찍었던 자리로 되돌리는 데만 몇십분이 걸렸고 “액션”이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형구 촬영감독도 뭐가 힘들었냐는 질문에 “말이 말을 안 들어서”라고 답한다. 이렇게 다루기 힘든 말은 <무사>의 스케일을 실제보다 커보이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민환 프로듀서는 “영화에서 말 한 마리가 쓰러지는 효과는 엑스트라 배우 10명이 등장하는 것보다 강력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몽고기병의 위풍당당하고 용맹한 모습을
“말을 쓰러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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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편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룬 놀란은 메이저의 눈에 들어 5천만달러짜리 영화 <불면증> 감독으로 기용됐다. 현재 후반작업에 매달려 있어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씨네21>의 서면 인터뷰 요청에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도 꽤 꼼꼼한 답변을 보내왔다.<메멘토>는 처음엔 11개 극장에 걸렸다가 나중엔 500개 이상으로 확대됐고, 미국에서만 2천만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비평가들도 절찬했다. 이런 성공을 혹시 짐작이라도 했는가.이 영화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을지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 처음 영화를 끝냈을 때 할리우드에서는 이 영화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어서 특히 즐겁다. 아마 기존의 영화들과 많이 다른 점이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한다. 관객도 수동적인 영화보기에 질려 있었다고 믿는다. 난 사람들이 <메멘토>를 보고 한번에 이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두번, 세번 보고 생각
“레너드가 되어 직접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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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애니] - #7 추격
[플래쉬 애니] - #7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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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 ★ 1. 레너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나탈리를 어떻게 찾아가게 됐는가. 또 나탈리는 레너드를 보고 왜 놀라는가.레너드는 나탈리의 애인 지미를 범인으로 알고 죽인다. 그리고 지미의 옷을 입고 그의 차를 탈취한다. 그런데 지미의 옷에서 저녁에 카페에서 만나자는 메모가 쓰인 컵 받침대를 발견한다. 마약 거래는 컵 받침대를 이용한다는 대사를 기억하라. 물론 그건 나탈리가 지미에게 준 것이지만, 지미를 죽인 사실을 망각한 레너드는 그것을 자기에게 주어진 메모로 오인해 나탈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한편 나탈리는, 기다리던 지미는 오지 않고 낯선 사내가 지미의 옷을 입고 지미의 차를 타고 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였으면, 이 사내가 지미를 살해했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을엔 기억을 잃어버린 이상한 사내가 떠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아마 나탈리도 그런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침뱉은 맥주잔으로 시험해본 뒤, 그의 증상을 믿게 된 것이다.
“나를 위해 절대 풀 수 없는 퍼즐을 만들었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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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바본가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메멘토>를 본 어느 네티즌의 한탄이다. 그러나 자학할 필요는 없다. <메멘토>는 누구에게나 짓궂은 퍼즐이다. 무방비 상태로 극장에 들어갔다가는 꼼짝없이 당한다. 기억손실증 환자가 자기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나서는 <메멘토>는 교묘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내 기억력도 손상된 게 아닌가, 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미국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한번만 봐라. 두번 보면 너무 많은 게 빤해진다”고 충고하지만, 관객의 체험담을 모아보면, 두번 봐도 모호한 게 남을 정도로 복잡한 퍼즐이다.<메멘토>를 한번 보고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당신은 천재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들에 도전해서 자신의 천재성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두번 이상 보고서, 아 이제 알겠군, 하는 사람은 자신의 답이 맞는지 혹시 여기 마련된 답이 틀리지 않았는지 대조해보기 바란다. 아직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할
“나를 위해 절대 풀 수 없는 퍼즐을 만들었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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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참으로 부끄러운 기사가 얼마전 미국의 일간지 에 실렸었다. 국내 한 일간지의 짤막한 중계를 통해 정리하자면 일본 정권의 보수회귀에 한국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한국 내부에도 있다고 분석했다는 기사였다. 한국 안의 친일세력(또는 그 후예)이 아직도 각계의 권력집단에 포진하고 있는 터라, 일제 강점기 친일행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 하긴, 우리 역사교과서에 그 친일세력이 어엿하게 항일운동을 했노라고 기술되는 판이니 일본의 저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사람들이 보고 들을까 염려된다.(아마 알긴 알고 있을 것이다.)영리한 영화 <메멘토>를 보고나서 쓴 이번 칼럼에서 우리의 고종석 아저씨는 망각을 하는 자는 “과오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그 과오를 반복한다. 그리고 망각하는 자는 늘 속임을 당한다”며 한 신문과 우리의 관계를 지적했다. 속임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충북 옥천의 시민들이 만드는 ‘물총’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일전에 어느 대학 시간강사를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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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리얼리스트’의 판타지저는 원래 기억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술을 얼마까지 먹었는지 잘 모르거든요. 그리고 술을 마시는 내가 지금의 난지, 옛날의 난지 구별이 안 돼요. (웃음) 지금도 잘 마시는 줄 알고 마시다간 중간에 필름이 끊긴다든가 할 텐데…. <성공시대> 할 땐가 그러셨잖아요. 리얼리즘은, 그게 뭐였지? 리얼리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것 있었잖아요.<성공시대> 할 때요?<성공시대> 그 앞에 자막으로 처리하셨잖아요. 감독님은 아무리 기억력이 나빠도 기억하셔야 돼요.아, 있어요, 있어요. 그 비슷한 말. 있어요, 내가 뭐라 그랬지? 리얼리즘에 대해서 ‘이다’, ‘아니다’를 얘기했어요.리얼리즘이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하셨어요.하여튼 그것도 애매한 말을 했어요.장 감독 작품 중에 <우묵배미의 사랑>처럼 정말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백미, 완결판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사실 <경마장
“지금도 희망을 못버려요, 병신같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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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동 화력발전소의 철탑 8층. 차관을 상환하는 대신 러시아가 보냈다는 ‘현물’ 헬리콥터 속 제1 카메라가 성소를 훑고 지나는 동안 나머지 스탭과 출연진은 은신처를 찾아 몸을 숨겼다. “어어!” 모니터와 함께 구석자리를 잡고 있던 장선우 감독은, 등 뒤를 돌아보더니 그렇게 싱겁게 틈입자를 반겼다. 헬기의 굉음 속에서, 내년이면 철거된다는 미래파 설치물 같은 박정희시대 유물의 그림자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아니, 시작된 건 20년 전쯤인가. 88년 장선우 감독은 첫 단독 장편 <성공시대>를 만들었고, 틈입자는 영화기자의 첫해를 운행중이었다. 한국영화의 새물결이 이렇게 거대한 바다에 와닿을 줄 그때,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이건 흐름인가, 단절인가, 인터뷰는 촬영이 끝난 뒤 자리를 옮기고 옮겨가며 해뜨기 전까지 계속됐다.시작- 착한 영화<거짓말> 만들고 나서 아주 착한 영화 만든다고, 인터뷰할 때 그러셨잖아요.네, 앞으론 그러려고 해요.그럼 <성냥팔이
“지금도 희망을 못버려요, 병신같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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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는 누가 나오나요?`무술감독 정두홍`은 잊어주세요워낙 임은경이라는 존재가 앞에 부각되는 탓에 <성냥팔이…>의 다른 배역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선 성소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시스템과 맞서 싸우는 주로는 김현성이 출연한다. <세 친구>에서 무소속 역으로 나왔던 그는 유약하기 그지없는 ‘찌질이’이면서도 성소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 주의 친구이자 컴퓨터 게임의 천재로, 뒤에 시스템에게 포섭되는 이 역은 가수 김진표가 맡았다. 그가 맡은 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속한 시스템과 친구 주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는,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세명의 청춘 캐릭터를 뒷받침해주는 조연으로는, 우선 정보복덕방 방장 추풍낙엽 역의 명계남이 있다.그는 시스템을 구축한 컴퓨터 고수지만, 시스템에게 배신당한 과거를 갖고 있어 성소와 주를 돕는다. 주를 돕는 다른 인물은 맹렬 여전사 라라다. 묵직한 오토바이를 탄 채 기관총
출연진과 스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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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3. TTL 소녀가 기관총을 쏜다고요?““액션요?…(눈만 데굴데굴)… (미소만 짠-)… 남자애들하곤 다르게 어릴 적에 총을 갖고 논 적이 없어서 처음엔 되게 어색했는데, 실탄 사격연습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익숙해진 것 같아요. 기관총요? 그것도 별로… 팔이 뻐근하긴 해요. 총소리도 뭐…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총을 쏠 때 다른 사람들은 귀에 솜을 넣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평형감각이 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전 그냥 쏴요.”(임은경)지난해 12월 <성냥팔이…>의 주연 성소 역으로 ‘TTL 소녀’ 임은경이 발탁됐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연기 경험이 일천하기 짝이 없는 열아홉 소녀가 과연 초대형 영화의 주인공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겠냐는 쪽과, 그동안 이정현, 정선경, 김태연 등 ‘생짜 신인’을 배우로 키워내는 데 비범함을 보여온 장 감독이니 믿어볼 만하다는 쪽이 팽팽한 논쟁을 펼쳤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어느 쪽의 예측이 맞았을까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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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영화계에서조차 ‘장선우가 감독하고 임은경이 주연한다’는 사실 정도 이외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그동안 영화의 실체를 보여주길 꺼려했다는 점뿐 아니라, 이 작품이 몇 마디로 설명해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막 비밀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성냥팔이…>에 관한 궁금증은 비단 아래 다섯 가지만이 아닐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있고, 그 뒤엔 CG가 있고, 사운드도 있다”는 장선우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완성돼감에 따라 궁금증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이 다섯개의 의문은 오히려 <성냥팔이…>에 대해 좀더 깊이있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질문1. 대체 무슨 얘기예요?“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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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술렁거린다. “악수도 했댄다. 쪼매만 더 보자. 야, 임은경이다, 임은경!” 스러지려는 여름의 빛이 가득한 8월28일, 부산시 사하구 감천1동 감천화력발전소 주변은 TTL 소녀를 만나려는 10대들의 그림자로 넘실거렸다. 영화촬영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전날 화력발전소 입구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인도에 설치된 감독 모니터를 흘끗흘끗 보며, “와, 점마들, 엔쥐냈네. 졸라 고생하네”라고 쑥덕거리면서 발걸음을 머뭇거린 것은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아저씨들이었다.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화력발전소 안쪽을 향해 연신 발돋움하는 10대들을 뒤로 하고, 촬영장으로 들어서니 발전소 건물 꼭대기에 어른거리는 검은 점들이 보였다.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발전소의 8층 꼭대기. 이날 촬영분은 거리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한 성소(임은경)가 시스템의 추격을 피해 발전소 꼭대기로 올라간 뒤, 자신을 생포하려는 보위대와 대치하는 장면. 그 과정에서 성소
“와, 점마들, 졸라 고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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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을 다룬 일본영화 <아시안 블루>가 한국 시민단체에 의해 수입돼 스크린을 탄다. 광주시민연대는 이 영화를 제작사인 시네마워크로부터 무료로 들여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한다.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일본은 한국에서 강제로 끌고온 강제노역자를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인 4천여명을 고국으로 데려다 준다며 우키시마 마루호에 태웠다. 그러나 이 배는 항로에서 벗어나 마이즈루만 근해로 향했고, 출항 이틀만에 그곳에서 원인모를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일본정부 발표로 594명이 숨진 이 사건에 대해 일본이 일부러 침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컸지만 일본 정부는 진상규명을 외면했다. 사건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92년 일본 교토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일본정부에 일부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 8월13일 선고돼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은 다시 한번 관심을 끌게 됐다.영화 <아시안 블루>는 지난
`우키시마호` 사건 진실은 숨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