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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비정한 질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르영화지만 <친구>의 야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난폭하고 잔인한 조직세계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다. 그가 재현하려는 것이 90년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나이트클럽 살인사건의 진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독차의 뿌연 연기를 뒤쫓는 벌거숭이 동네꼬마들을 담은 첫 장면이 암시하듯 <친구>는 낯선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어떤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그 시절 들뜬 마음으로 여고축제를 찾았던 까까머리 친구들에게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무언가가 성인이 되고 난 어느 날 흔적 없이 증발해버렸다. <친구>는 이곳의 탁한 공기에 희석되어 사라진 언덕 저 너머의 청명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영화다.13살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대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감독의 분신인 상택의 눈을 거쳐 화면에 자리잡는다. 상택은 모범생이던 자신과 달랐던 두
네 갈래 길, 그 시절 맹세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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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등신 미녀들이 액션영화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우연일까, 유행일까, 현실 반영적인 하나의 현상일까. 지난 가을과 겨울을 <미녀 삼총사>가 습격한 데 이어, 올 봄에는 <미스 에이전트>다. <미스 에이전트>의 출발점은 조금 달라 보인다. ‘미녀 삼총사’들이 미인계를 치명적인 무기로 동원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던 반면, 이 ‘에이전트’는 미인과 거리가 멀고 심지어 친해질 수도 없는 부류다. 그녀는 생존과 정의를 위해 혐오해 마지않던 ‘미인 탄생’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두 영화가 취한 태도와 동기는 다르지만, 스크린 뒤에 숨은 의도는 같다. 주인공 여성들은 상당한 지력과 무공의 소유자들로, 남성 전용석인 사설탐정 또는 FBI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지만, 이들에게 여전히 뇌쇄적인 미모(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는 필수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상충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심각해지지는 말자. <미스 에이전트>는 ‘웃자고
팔등신 미녀의 액션영화, <미스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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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유행이 바뀌는 요즘 ‘엽기’라는 단어는 벌써 한물 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엽기’는 여전히 우리 삶에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얼마 전 중학생이 어린 동생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은 원인이 ‘인터넷 엽기 사이트’ 때문일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게임도 들먹였다. 엽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언어도 사회성이 있어 수없이 생성하고 소멸한다. 디지털 콘텐츠, 인터넷 인프라, 정보고속도로, 모바일, IMT-2000 따위의 단어들은 그 느낌만으로도 21세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어 자신의 의미를 확장시킨 단어이며 동시에 2001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역시 엽기가 제격이다.취향을 넘어, 금기를 넘어우리에게 엽기는 이미 그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키치적 취향이나 엉뚱한 농담과 같은 취향의 영역에서 황당함이나 허무함과 같은 정서적 영역 그리고 배설물이나 죽음, 살인과 같은 금기의 영역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사용하는
나는 감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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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양 지음/ 한나래 펴냄/ 2만8천원꽤 오래 전의 일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 어느 잡지에 글을 썼는데, 원고를 넘기고 난 뒤 편집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화영화란 우리 말을 나두고 왜 애니메이션이란 외국어를 쓰느냐’는 것이었다. 그 잡지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배제한 우리말 쓰기로 정평이 났던 매체라서 그런 항의가 일면 타당한 점도 있었지만, 덕분에 2시간 동안 전화를 통해 ‘애니메이션’이란 표현의 당위성에 설명을 해야 했고, 나중에는 원래 원고에 덧붙여 ‘만화영화’란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를 해명하는 글을 써야 했다.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만화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혼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산업적으로 육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 부서의 보고서부터 방송과 신문 같은 매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기사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두 개념은 명확히 구분되질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미학적 가
유희가 아니다,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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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풀과 갤러리 보다가 공동주최한 기획전 공모에서 당선된 김태현씨의 전시기획물. “자연적 기표의 이중표상”이라는 부제를 달고서 풍경사진이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담론을 전개한다. 이은종의 여관시리즈, 권은주의 공간시리즈, 윤정미의 표본실시리즈 등 모두 여섯팀의 작품이 전시된다. 노래방의 벽에 그려진 형광빛 우주그림이라든지, 지하철 역사의 조화들, 여관 이불의 꽃무늬와 벽에 걸린 동양화 액자,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실 풍경 등을 보여주면서 자연의 대상과 그것이 표상하는 이미지에 관해 성찰하는 사진작품들이다. 기획자 김태현씨는 “기존의 풍경사진에 대한 반성과 그 개념의 확장”을 기획의도로 밝혔다.
전시-<山展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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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의 작가 김태수와 뉴욕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신예연출가 우현주가 손잡고 만든 작품. 배우 위주의 리얼리즘 연기에 표현주의적 요소를 가미해 스토리와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만든다. 아내를 잃은 뒤 땅끝 마을 미황사를 찾은 남자가 산장의 여주인과 스님을 만나며 삶과 죽음, 인연을 성찰하는 이야기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춤과 음악, 환상장면 등이 삽입되어 시각적 이미지를 조율하며, 객석에 낙엽을 깔고 향냄새를 나게 하는 등의 연출로 ‘퓨전 연극’을 시도한다. 97년 러시아 유학파를 중심으로 결성된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신작.
<나비는 천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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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3월20∼21일 8시/ 월간 객석/ 02-3673-2162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꾸어온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공연.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들국화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작곡하기도 한 그는 4장의 기타연주앨범을 발표했고 조동익과 듀오 ‘어떤날’을 결성해 활동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유학, 클래식 기타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피바디 음대에서도 수학한 이병우는 팝, 재즈, 클래식 기타에 모두 능한 보기 드문 기타리스트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집으로 가는 길> <혼자 갖는 차시간을 위하여> <오후만 있던 일요일>, 바흐의 <샤콘느> 등 기존 앨범의 수록곡들과 준비중인 새 앨범의 신곡들을 들려준다. 95년 이후 6년만의 단독공연이다.
이병우 기타콘서트 “내가 그린 기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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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2일 역삼동 강제규필름 신규 사옥에서는 전윤수 감독의 <베사메무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가장의 실직으로 인해 결국 애정 위기까지 직면하게 되는 부부이야기. 남편 철수 역에 전광렬이, 부인 영희 역에 이미숙이 캐스팅됐다. 6월 개봉예정.
사진 정진환 기자
행복전선, 이상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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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골프라고 하면, 분명 일부 부유층이나 정치인이 아니면 감히 접근할 생각도 해보지 못하는 스포츠였다. 가끔 보이는 골프 연습장들을 바라보며 보통 사람들은 그저 딴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을 떠올렸던 것이다. TV에서 가끔씩 새벽시간대에 편성되던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그야말로 아주 한정된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증명해준다. 하지만 요술공주 박세리의 등장 이후 상황은 조금씩 변해갔다. PGA나 LPGA투어의 경기 일정과 결과를 줄줄 외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타이거 우즈를 스타로 섬기는 이들까지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아직 보는 스포츠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다.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도, 좋은 주말 시간대를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상황이니, 일반인들이 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그러나 미국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우선 뉴욕과 같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어디서나 차로 20여분만 가면 수십개의
크리슈나, 캐디로 재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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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는 만화규장각사업의 첫 시작으로 온라인에 코믹스점넷을 오픈했다. 코믹스점넷은 만화규장각사업의 결과물을 일반 유저에게 서비스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지난 3월2일에 만화 디렉토리 서비스를 오픈해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코믹스점넷의 디렉토리 서비스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만화, 애니메이션 사이트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디렉토리별로 나누어 간단한 해설 및 평가를 부착했다. 기존 검색 사이트에서 운영하던 만화, 애니메이션 디렉토리에는 사이트들에 대한 평가가 없는 데다 각종 데드링크들이 많았는데, 코믹스점넷은 사이트 세부 정보와 별점 평가들을 제공해 명실상부한 만화 디렉토리 서비스로 손색이 없다. 한편, 코믹스점넷에서는 2001년 하반기 이후 만화검색정보와 작가정보를 보충하고 전문 자료와 이미지 자료 등의 검색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주소는 www.komics.net이다.공모의 계절이 돌아왔다격년제로 개최되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1)과 해마다 개최되
코믹스점넷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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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학교의 영화단체와 개인을 대상으로 예선, 본선, 결승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펼치고 있는 제1회 씨네서울 단편영화전은 현재 본선진출작들의 2라운드가 한창이다. ‘습관’과 ‘발견’이라는 주제하에 예선을 통과한 8팀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네티즌의 평가가 50% 반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단편영화전 마지막 라운드인 결승전의 영화 소재도 공모중이다.
지금 씨네서울 단편영화전의 온라인 상영관에 가면 예선통과작 8편과 본선진출작 8편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모두 보려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다보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화질도 만족스럽다. 작품 하나하나의 수준을 떠나 네티즌에게 바싹 다가선 영화제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시도. 해마다 좀더 발전된 씨네서울 단편영화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http://www.cinematheque.co.kr/
씨네서울 단편영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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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애니메이션은 종종 뜻밖의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몇해 전 한 시사잡지가 창간하면서 창간선물로 특이하게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준 적이 있었다. 시사지에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왜 창간선물로 주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 비디오를 구하러, 한밤에 잡지를 사러 서점으로 숨가쁘게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오페라 이마지나리아>(Opera Imaginaire)란 이 단편 모음집은 제목 그대로 주옥 같은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에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한껏 실력을 발휘해 제작한 드문 걸작이다. 특히 노래의 분위기나 선율에 맞춰 컴퓨터그래픽에서 클레이메이션, 로토스코핑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해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수록된 작품들이 모두 탁월하지만 여기서 언급하려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당신은 나의 낭군’(Du Also Bist Mein Brautigam)이란 아리아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는
아리아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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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오브 다크니스>는 레이싱 게임이 전문인 영국 제작사 ‘코드마스터스’가 최근 출시한 판타지 배경의 액션게임이다. 레이싱은 그래픽과 운동 역학에 정통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장르다. 스피드에 따른 차들의 움직임과 충돌, 지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 등 어느 하나만 빠져도 게임은 당장 어설퍼진다. 레이싱 장르에서 수위를 달리는 업체라는 건, 기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고, <블레이드 오브 다크니스>는 상당히 정교한 게임이다.공격을 하면 상대의 몸이 토막나고 바닥에 피가 튄다. 실력이 발휘되는 건 여기다. 보통 게임은 타격을 입으면 정해진 곳에서 피가 터진다. 부위별로 충돌 체크를 하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고, 상처에 따른 핸디캡까지 관계되면 기술적 어려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이런 어려움을 모두 해결하고 있다. 칼을 팔에 맞으면 팔이 잘리고, 다리에 맞으면 다리가 떨어져 나간다. <블레이드 오브 다크니스>는
피는 충분해, 상상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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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아들은 아비의 납치를 꿈꾸고, 친구는 배신을 음모하고, 신부는 거지의 술병을 뺏고, 수녀는 강간당하고, 타락한 경찰은 동료의 죽음을 팔아 부귀영화를 꿈꾼다. 그렇게 <휴머니스트>는 이 땅에 유교적인 가치관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신앙과 돈이 아무렇지 않게 맞바꿔지는 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고, 세상은 돼지우리 같다고, “싸구려 휴머니즘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악(惡)의 시선으로, 혹은 위악적인 태도를 유지한 채 <휴머니스트>가 썩은 세상에 던지는 냉소가 정확히 그 폐부를 찌를 지는 미지수. 가진 건 돈밖에 없는 패륜아 마태오 역은 TV에서 자주 얼굴을 비춘 안재모가, 늘 불만에 찬 화가 유글레나 역엔 <주유소 습격사건>의 ‘딴따라’ 강성진이, 저능아에 가까운 단세포 아메바는 박상면이 분해 서로 뒤통수치는 친구들을 연기했다. 팝 칼럼니스트이자 연예프로그램 리포터로 얼
커밍순...<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