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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집에서 <무신: 용의 귀환>이라는 2020년에 제작된 중국영화를 보았다. 물론 무료라서 본 것이기도 하고, 조자룡 얘기라서 본 것이기도 하다. 아내는 최근의 중국영화들을 선전영화라고 질색하고, 그런 걸 보고 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간다. 가끔씩 중국 고전을 다룬 영화 중에서 의외로 재밌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재미없다. 유명한 조자룡의 장판교 전투를 다룬 영화이기는 한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여주인공이 중반까지도 못 가고 바로 죽어버려서 김이 샜다. 그 후에 영화는 산으로 갔다. 조자룡 나오는 영화는 어지간하면 보고, 한신 나오는 영화도 설령 가짜 영화라도 본다. 그건 나의 판타지다.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198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망했다. 스팅이 출연했고, 음악은 토토가 맡았다. 나는 재밌게 봤지만, 사람들의 판타지를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때 O.S.T 음반을 샀고, 아직도 가끔 듣는다. 뒤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드라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판타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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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센스8>의 형사로 데뷔해 <60일, 지정생존자>의 비서실 행정관, 영화 <뺑반>의 검사, <D.P.>의 군인 등을 소화할 동안 손석구는 슈트와 유니폼을 위해 타고난 배우처럼 보였다. 다부진 인상은 직업 드라마에서 자부심 강한 프로페셔널을, 멜로드라마에서 상대를 흔드는 마성의 남자를 연기할 때 유독 빛났다. 그런데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편집장의 19금 칼럼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고전하는 잡지사 기자 박우리는 좀 다르다. 정가영 감독이 꿈꾸고, 배우 손석구가 주변에 포진한 여성 동료들의 의견을 구해 완성된 박우리란 남자는 허술한 만큼 귀엽고, 가벼운 말로 상대를 농치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 진중함도 슬쩍 드러낸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 특유의 시크한 미소와 자연스러운 딕션마저 데이팅 앱으로 상대 찾기에 나선 MZ 세대 로코물과 은근한 조화를 이루는 미장센이다. 드라마 <D.P.>와 <지리산>,
귀엽거나 멋있거나 이상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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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는 즉각적이지만 불가해한 배우다. 아프리카 원주민 춤을 추며 흐느끼는 <버닝>의 해미,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을 죽이는 <콜>의 영숙을 보고 있자면 전종서 이전의 계보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자영은 그런 그가 로맨스영화를 한다면 택할 법한 독특한 캐릭터인 동시에 일과 연애에 관한 20대의 보편적인 고민까지 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섹스는 너무 하고 싶지만 더이상 사랑 같은 감정 노동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낯 뜨거운 말을 주절대는 본심에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3년 넘게 섹스 파트너로만 취급받은 데서 온 깊은 상처가 숨겨져 있다. 전종서는 한국 로맨스영화에 자영 같은 돌출을 용인시키면서, 상대 배우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가는 리듬까지 조율해낸다.
-주관이 확실한 배우라는 인상이 있어서 <버닝> <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처럼 강렬한 작품 이후에 <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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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 도시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사와 여성의 솔직한 욕망을 그려온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가 11월24일 개봉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외로움과 효율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데이팅 앱을 선택한 밀레니얼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다.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섹스 파트너 취급받고 새 연인과도 시시하게 헤어진 29살 자영(전종서)은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잡지사 기자가 된 33살 우리(손석구)는 조회수를 올릴 섹스 칼럼을 쓰라는 편집장의 성화에 못 이겨 데이트 앱 오작교미에 가입하고 자영을 만난다. 소주, 대화, 모텔로 축약되는 교류 이후 뜻밖에 조금씩 진심을 꺼내 쓰게 된 두 사람. 육체적 화학작용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연애의 가능성 앞에서 뒤늦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캐릭터들의 말맛과 속도전에 능한 정가영 감독의 영화적
밀레니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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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를 쓴 아레 칼뵈는 노르웨이의 코미디언이다. 도시에 살던 그가 중년이 된 어느 날, 친구들이 모두 산에 빠져 있어 자신과 소원해졌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 자신도 산으로 향한다. 이는 비단 중년에만 해당되는 일도, 노르웨이만의 현상도 아니다. “우리는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 별안간 자연에 애정을 지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아레 칼뵈는 자신이 예외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가 친구들이 산에 빠진 이유를 탐색하는 과정은 일단 책에서부터다. 노르웨이의 모험가 엘링 카게를 인용하면 이렇다. “만약 등산이나 세일링을 통해, 아니 심지어는 걸어서도 세상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나는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나만의 방법을 통해 휴식을 취하곤 한다.” 세상과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산에 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레 칼뵈는 코미디언이므로, 모범답안 말고 픽션에서 자연으로 도피한 이들의 결말도 추적해보었다. “이들 중 10퍼센트는 무엇을
자연은 어려워,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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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 타입> 시즌4
크리에이터 사라 왓슨 | 넷플릭스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 아래 식상하게 취급받아온 뉴요커 드라마에 밀레니얼 페미니즘이라는 강력한 패치를 더한 치열한 여성 서사다.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브라카 유전자를 안고 태어나 유방 절제술을 고민하는 기자 제인, 디지털 소통 전문가이자 시의원 출마 경험이 있는 레즈비언 캣, 연애와 자아실현 앞에서 고민하는 스타일리스트 서턴. 늘 회사 창고에 모여 머리를 맞대기 바쁜 3인방은 페미니즘을 자각하고 살아가는 여자들이라면 일상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간다.
<노멀 피플>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 웨이브
부유한 변호사 집안이지만 가정폭력의 기억이 있는 아웃사이더 메리앤, 블루칼라 미혼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동급생에게 인기가 좋은 코넬.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에 자리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노멀 피플>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요커 드라마에 밀레니얼 페미니즘을 더한 여성 서사 '볼드 타입' 시즌4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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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는 어떤 말이 적절할까? 드라마인데 현실 같다? 현실이 드라마다? 일단 화상회의를 마친 뒤 카메라 끄는 걸 잊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은밀한 행위가 공개되는 순간 내 컴퓨터 카메라 렌즈에 붙인 스티커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손병호 게임’으로 신임 장관 후보를 추려낸다는 발상은 코믹하지만, “일단 남자는 접읍시다”로 시작해 “거리두기 2.5단계에 눈치 없이 회식 사진 올린 인간 접어!”로 흐르는 검증 절차는 신속하고 효율적이다.
2020~21년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블랙코미디로 재현한 이 세계에는 전 여자 친구의 휴대폰을 해킹해 불법 촬영하는 청년이 있고, 몇년 뒤 장가 못 갈 남자들의 분노를 우려하며 여성에 대한 특혜가 문제라 주장하는 야당 최고위원 ‘위대남’이 있고, 성폭력 생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관료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암담하고 우스운 현실을 비트는 걸 넘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늠름하게 나아간다
K정치의 심장까지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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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객석이 전면 개방되고 다시 박스오피스가 열린 가운데 발리우드에선 그간 개봉을 미뤄둔 기대작들이 하나둘씩 등판일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악샤이 쿠마르의 <벨바텀>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210명을 인질로 잡은 비행기 납치극이 일어나자 비밀 요원인 코드 네임 ‘벨바텀’이 해결사로 나선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코로나19에도 인도 및 스코틀랜드 각지에서 현지 로케이션을 감행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기에 손색없을 것으로 꼽혔다. 하지만 그동안은 객석의 부분 개방만 허용되었던 만큼 제아무리 꾸준함의 대명사인 악샤이 쿠마르라도 예의 관객 동원력을 곧장 재현해내긴 어려웠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벨바텀>으로 본격적인 워밍업에 들어갔다면, 이제부턴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난 발리우드가 건재함을 알리며 회심의 카드를 내놓는다.
때마침 콜리우드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했다. 11월1일부터 객석의 전면 개방을 선언한 것인데, 멀티버스
[델리] 발리우드영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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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팬티 바람으로 논밭을 달린 사연은_ 전석호 배우
“그럴 때 있잖나. ‘내가 요즘 좀 고장이 났나? 요즘 기분이 왜 이렇지? 몸이 왜 안 좋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 전석호는 서울에서의 삶이 괴로워 시골 마가리까지 흘러들어온 유씨를 ‘고장 난 사람’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본래 시를 쓰는 사람이다. 시인을 연기하니 뿔테 안경이라도 쓸 줄 알았다고 했더니 전석호는 “겉모습만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엄청나게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거나 오래한 사람 아니겠나”라면서 “유씨는 시를 못 쓰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히 ‘나 시인이요’라고 꾸미지 않았다”라고 응수했다. 대신 그가 이용한 건 시집이었다. 시집을 품에 안고 읽다가 괴로워져서 길에 두고 와버렸다가 다시 되찾아오는 과정을 떠올린 그는, 시나리오에 없는 시집과의 ‘투숏’을 영화에 녹여냈다. 마지막으로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인, 유씨가 팬티 바람으로 논가를 달리는 장면에 대해 묻자 그는 “아잇, 이
'싸나희 순정'의 배우 전석호, 박명훈, 김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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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이 1973년 이후 최장 장마를 기록한 해라는 걸 기억하는가. 50일 넘게 장맛비가 쏟아지는 지역도 있었는데, 영화인들에게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슬럼프에 빠진 시인과 동화작가를 꿈꾸는 시골 농부의 동거를 그린 <싸나희 순정> 현장도 장마로 인해 여러 번 연기됐다. 주인공 시인 유씨를 연기하는 전석호 배우가 “장마가 계속되는 바람에 더이상 촬영을 미룰 수 없는 마지노선에 와 있다. 배수의 진을 쳐놓고 찍는 중”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장마가 끝나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졌다. 총 23회차 중 13회차에 접어든 8월16일, 촬영지인 전라북도 고
창군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스마트폰은 기온 33도를 가리켰다.
<싸나희 순정>은 시를 쓰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유씨가 충동적으로 기차에 올랐다가 충청도 시골 마을 마가리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순박한 시골 주민 원보(박명훈)의 집에 얹혀살던 유씨는 팬티 바람으로 방바닥에 누워 있다가
순정이 다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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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리처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살마 아예크, 제마 챈, 로런 리들로프,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배리 키오건
지난 주말에 이어 <이터널스>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혔다. <이터널스>는 11월12~14일 사흘간 50만126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246만명을 돌파했다. <듄>은 <강릉>에 2위를 내주며 3위에 안착했다. 윤영빈 감독이 연출하고 유오성, 장혁이 주연을 맡은 <강릉>은 강릉의 두 조직의 패권 다툼을 다룬 액션영화다. 한편 11월10일 나란히 개봉한 <아담스 패밀리2>와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이 각각 4, 5위에 올랐고 뒤이어 11월12일에 개봉한 <틱, 틱... 붐!>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작의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 현재까지 최단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터널스>가 <유체이탈자> <
[BOX OFFICE] '이터널스', 부동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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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배우 현빈이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 <하얼빈>에서 독립운동가로 변신한다. <하얼빈>은 1900년대 초 중국 하얼빈을 배경으로 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다. 장르는 첩보 액션. 과거 독립투사들이 한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하얼빈>의 배경 역시 한·중·러가 될 예정이다.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하얼빈>의 촬영을 책임진다.
홍경, 이재인, 정만식
배우 이재인, 홍경, 정만식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뉴미디어 콘텐츠 <콘크리트 마켓>(가제)에 출연한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가 물물교환 장소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재인은 재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주인공 희로를 연기하며, 홍경은 아파트 마켓 관리자 태진으로 분한다. 정만식은 아파트 마켓의 실질적 지배자 상용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D.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 '하얼빈'의 현빈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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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OTT 최초로 아이맥스 인핸스드 기능을 도입해 아이맥스 디지털카메라로 전체 촬영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해 <블랙팬서> <캡틴 마블> <블랙 위도우> 등 마블 영화 13편을 아이맥스 확장 화면비로 제공한다. 이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이맥스, 엑스페리의 자회사 DTS간 협업을 통해 발표됐다. 1.90:1 화면비로 최대 26% 넓은 스크린 화면을 제공해 생생한 비주얼을 전달할 예정이다.
디즈니+, 아이맥스 확장 화면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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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문을 연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11월17일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작품은 모두 187편. <택시운전사> <부산행> 등의 천만 영화를 비롯해 넷플릭스 <낙원의 밤> <승리호>, 드라마 <D.P.> 등의 OTT 작품들이 최근 스튜디오를 거쳐갔다. 11월12일 국내 서비스를 개시한 디즈니+의 <무빙>도 내년까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스튜디오는 올해 309㎡ 규모의 XR(확장현실) 테크랩 내 LED 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개관 2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