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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왕국은 예부터 동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아이들을 깊은 숲속에 버렸다. 짐승의 모습을 띠는 게 저주일까, 날 때부터 소외될 운명인 게 저주일까. 신비한 팔찌로 자신의 비밀을 간신히 지켜낸 아야 공주는 이웃 나라 바리 왕자와의 정략결혼을 위해 바타르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주에 걸린 또 다른 이들을 마주한다. <마리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에 이어 <프린세스 아야>의 세계를 구축한 이성강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극장에 있는 동안 관객이 현실을 잠시 잊는 것이다. 작품에 몰입하며 우리는 크고 작은 고민을 미루게 된다”며 이야기가 선사하는 안온함을 전했다. 세상이 만든 편견과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저주를 자신의 잠재력으로 전환시키는 아야를 보며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는다. 그리고 어느덧 어디로도 도망치지 않는 그의 용기를 건네받는다.
-‘동물로 변하는 저주를 받은 아이’라는 중심 소재가 인상적이다. <
[인터뷰] ‘프린세스 아야’ 이성강 감독, “새로운 세대가 편견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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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스웨덴영화제는 개막작으로 론니 산달 감독의 <타이거즈>를 선정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는 게 목표인 마르틴 벵트손(에릭 엥에)은 16살의 어린 나이로 이탈리아 유명 구단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치열한 경쟁은 벵트손의 목을 조르고 자기 나이대의 어리숙함을 누려볼 새도 없이 자신을 극도로 통제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벵트손은 20여년 동안 우리에 갇혀 지냈다는 호랑이 사진을 보게 된다. 자신을 먹이고 키운 조련사를 해치고 야생의 눈빛을 잃지 않은 호랑이를 보며 그는 자기 안에 갇힌 무언가를 느낀다. 영화는 스웨덴의 유망한 축구 선수 마르틴 벵트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나의 목표가 곧 나의 정체성이라는 자기만의 규칙을 깨버린 소년은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아직 갇혀 있는 무수한 ‘호랑이들’을 위해, 론니 산달 감독이 재구성한 것을 이야기했다.
-주인공 벵트손 역을 맡은 에릭 엥에 배우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16살
[인터뷰] 제11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타이거즈’ 론니 산달 감독, “때론 과감한 포기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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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했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반대나 개정 요구, 긴급조치에 대한 비방, 학생의 집회·시위를 영장 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다. 학생이 집회에 나가면 이유 불문하고 긴급조치 9호 위반이 되었다. 유신헌법을 비판하면 긴급조치 9호 위반이 되었다. 긴급조치를 비판하면 최종적으로 모두 긴급조치 9호 위반이 되었다.
2013년,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백기완 선생 사건을 필두로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형사 재심이 시작되었다. 변호사들이 긴급조치 재심 사건을 나누어 맡았다. 가장 젊은 당사자들도 이미 쉰살을 넘긴 때였다. 그는 체포 당시 미성년자였다. 판결문의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1978년 6월26일 19:00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211 소재 국제극장 앞에서 유신철폐 등 구호를 외치며 서대문쪽으로 진행하는 약 100여명의 학생 시위대에 가담하여 3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긴급조치 9호와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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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성덕>은 무언가에 푹 빠진 ‘덕후’의 목소리를 전한다. 가수 정준영의 ‘성덕’(성공한 덕후)이었던 오세연 감독은 성범죄, 도박, 음주운전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스타로 인해 좌절하거나 수치심을 느낀 팬들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보고, 상처를 직시하는가 하면, 자신과 유사한 입장에 처한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덕질’의 의미를 담론화한다. 덕질은 어떤 대상에 깊이 빠져드는 행위 자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대상에게 애정을 쏟는 이들과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것 역시 덕질의 큰 부분이다. 그래서 스타의 범죄는 덕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게다가 유죄가 확정되었음에도 스타를 지지하는 팬의 존재는 같은 팬의 입장에서도 고민스럽다. 오세연 감독은 거듭된 질문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여해 남은 팬의 심정을 생각하고, 팬덤의 함의에 대해 고찰한다. 누군가를 열렬히 믿는 마음은
[리뷰] 정예인 객원기자의 '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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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은 2003년 공개된 <송환> 이후의 20년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2000년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한 송환 이후 2001년 전향 장기수들은 강권에 의한 전향을 근거로 전향 무효 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재개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기수들의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주연으로 삼는 이는 장기수 김영식이다. 카메라는 본래 영화를 연출하려다 사정상 연출직을 놓은 공은주 조연출의 개인 사정과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이명박 정권기가 한꺼번에 닥친 2008년부터의 5년을 제외하고 2001년부터 2021년까지 김영식의 얼굴을 누적해 담는다.
<2차 송환>은 착실히 20년의 세월을 쌓아간 김영식의 얼굴에 관한 아카이브이자 6·15 남북 공동 선언 이후 20년간의 대내외적 남북 정치사에 관한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통령이 다섯번 바뀌고, 북한의 위원장이 두번 바뀌는 동안의 남북 정치사
[리뷰] 얼굴의 아카이브로 기록한 20년의 남북 정치사, '2차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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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와 친구들은 엘리트 양성 학교로 유명한 천하떡잎학교에서 일주일간 체험 생활을 하게 된다. AI 매니저 스마티는 학생들의 태도부터 감정까지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우등생에게 점수를 부여하거나 차감한다. 차감의 이유는 다양하다. 문제를 틀려서, 친구를 웃겨서, 그 모습을 보고 웃어서. 하지만 점수를 높이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 이 점수에 따라 반 배정부터 급식 메뉴까지 모든 대우가 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 흡덩귀로부터 철수가 엉덩이를 물리고,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는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사상 첫 학원 미스터리물로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밀도 있고 촘촘하게 보여준다. 스쳐간 모든 장면은 사건의 증거가 되고, 영화는 이를 바탕으로 관객만의 추리를 이어가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기숙학교라는 설정으로 가족과 떨어진 다섯 어린이
[리뷰] 혜옥 쌤, 선생님의 방식이 틀렸어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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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욕구는 자주 부모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발현한다. 감독 또한 유년 시절 아버지로 인해 겪은 혼란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아버지를 관찰하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감독의 아버지이자 30여년간 물방울만 그려온 이른바 ‘물방울 작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은, 감독의 말처럼 산타클로스보다 스핑크스에 어울리는 불가해한 존재였다. 어린 자식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여느 부모와 달리 감독의 아버지는 달마 대사에 관한 잔혹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잊지 못할 단 한번의 폭력을 행사한 일이 있으며, 말년에는 대개 침묵으로 일관해 답답함을 자아냈다. 또 노자나 도덕경에 심취한 채 구도자연하면서도 세상이 주는 환대와 혜택을 거부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애증과 온갖 의문을 품은 채 찬찬히 아버지를 탐구해 들어가던 감독은 아버지의 작품 세계와 행동의 이면에는 일제 식민지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근현대사의 아픔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화는
[리뷰] 좌절된 내면이 삼라만상을 품은 물방울로 승화하는 경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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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는 날, 병원에 늦게 도착한 세연(염정아)을 대신해 남편 진봉(류승룡)이 의사와 대면한다. 담당 의사는 세연의 건강이 좋지 않고,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진봉은 큰 충격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세연에게 매몰차게 구는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 가족의 뒷바라지에 몰두하던 세연은 잠시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본다. 그리고 가장 찬란했던 시절, 아름다운 첫사랑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세연의 말에 진봉은 마지못해 같이 여행길에 오른다. 과연 ‘박정우’라는 이름 석자만으로 세연의 ‘정우 선배’를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연과 진봉 부부의 여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스플릿>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이 처음으로 뮤지컬 장르에 도전했으며 배우 류승룡, 염정아가 진봉과 세연의 중년, 그리고 20대 시절을
[리뷰] 조현나 기자의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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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송환시키기 위해 경찰청은 5만8천t에 달하는 벌크선 프론티어 타이탄호를 호송 선박으로 지정한다. 이 선박의 도착지인 부산항에서 오대웅(성동일)이 이끄는 중앙 해양 특수구조팀은 범죄자 호송선의 모든 보안 및 관제 업무를 전담한다. 한편 선박 안에서 일급살인 인터폴 수배자 박종두(서인국)가 치아 교정기를 이용해 수갑을 풀고 반란을 일으킨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선박을 탈취한 종두 일당은 경찰과 대치하기에 이른다. 그 순간 ‘알파’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늑대사냥>은 범죄자 호송 선박 내 반란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생존 게임을 그린 서바이벌 액션 영화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표현의 수위가 높다. 특히 살인 장면이 가감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살인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긴장감은 없다. 이유는 모든 캐릭터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금이 저려야 할 살인 장면이 반복되면서 피곤함만 더
[리뷰] 오금이 저려야 하는데 피곤함이 몰려오는 피칠갑의 향연, '늑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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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와 ‘코카콜라’를 훌쩍 뛰어넘는 솔직 발언으로 ‘국민 수류탄’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전직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낙선한 뒤 고향 강원도에서 재기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과거 내부 총질을 했던 경력으로 여의도에선 더이상 상숙을 찾지 않지만 상숙은 아직 정계 복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상숙의 보좌관이었던 희철(김무열) 역시 직업을 잃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남편 만식(윤경호) 또한 여전히 백수지만 내조를 이어간다.
<정직한 후보2>의 이야기는 그런 상숙이 갑자기 강원 도지사에 당선되는 것으로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상숙이 물에 빠진 트럭 운전사를 직접 구조했던 일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그 계기다. 도정을 맡은 상숙은 특유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높은 지지율을 얻지만 재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초심을 잃고 보여주기식 행정과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 1편에 이어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는 하늘의 벌을 받게
[리뷰] 배우들의 매력만으로는 재선이 힘들어 보인다, '정직한 후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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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씨네21>의 제안을 받고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국내 최고의 영화 잡지에 글이 실리게 되는 일은 정말로 영광이고 설레는 경험이겠지만, 나같이 랩만 할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잡지의 두 페이지나 차지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편집장님은 되레 나에게 자유롭게 써달라 하셨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잘 아는 분야와 독자들의 관심사를 적절히 믹스매치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레 힙합과 영화가 만나는 순간을 다뤄보면 어떨까를 떠올렸고, <씨네21>이라는 플랫폼에 잘 어울리는, 또 도움이 될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가만 보니 양쪽에 꽤 의미 있는 아카이빙이 될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게 ‘딥포커스’를 시작했고 그동안 <브라운 슈가> <허슬 & 플로우> <8마일> <위 아 40> <스카페이스> <우탱 클랜: 아메리칸 사가> <트레이닝 데이&g
[딥플로우의 딥포커스] 마지막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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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인과 얼마나 다를까? SF영화 중에는 외계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체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서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정신이 지구인과 싸우려고 한다든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뭉쳐 있고 그것이 마치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이런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자면 차근차근 생각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외계인의 모습은 다양해진다. 그러므로 우선은 적어도 외계인이 물질 덩어리로 된 형태를 갖고 있고, 또한 물질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형태라고 한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
일단 지구의 생명체와 성분이 비슷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이다. 사람 몸을 이루는 성분의 70% 가까이가 물로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은 H2O이니 사람 몸 성분의 상당량은 수소와 산소로 되어 있다. 그것 말고 중요한 원소를 하나 더 꼽아본다면 탄소다.
수소와 산소가 재료가 될 수 있는 행성이라면 두 원소가 자연스럽게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곽재식의 오늘은 SF] 그럴듯한 E.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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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이 유야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인상은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행복한 사전>의 마지막 장면이다. 해안가에서 남녀가 서로 거리를 둔 채 서 있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여자는 웃는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허리를 굽힐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은 사실 두 사람의 사랑을 지탱하는 양식인 것이다. <행복한 사전>뿐 아니라 이시이 유야의 영화에서 연인들은 늘 서로에게 거리를 두는 종족이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와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서도 연인들은 서로를 신기한 동물을 보듯이 조심스레 응시했고, 영화는 바로 그 간격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은 사랑의 관점으로 보자면 매우 범상한 영화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간격을 사랑의 필요조건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김예솔비 평론가의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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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 페라라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신작 <제로스 앤 원스>는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VOD 서비스로 직행한 이 영화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주된 무관심과 소수의 지독한 악평으로 채워져 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비슷한 편인지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지만 IMDb에 등재된 평점은 페라라 영화 가운데 가장 낮은 3.3에 불과하며 적잖은 평들이 이 영화의 터무니없는 단점들을 지적한다. 이변이 없다면 <제로스 앤 원스>는 대중은 물론 시네필에게조차 환대받지 못하고 있는 페라라의 최근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특별히 거센 불평과 비난에 시달리는 실패작으로 취급될 것이다.
기차에서 내린 제이제이(에단 호크)가 플랫폼의 노동자들을 지나쳐 로마의 텅 빈 밤거리를 걷는 도입부의 몇 장면만으로 나는 이 영화에 사로잡혔지만, 영화에 쏟아진 악평에 맞서 적극적인 반론을 펼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장인들의 장르영화라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엉성하고 조악하기
김병규 평론가의 ‘제로스 앤 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