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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의 시청 공무원 아카네(요시오카 리호)와 고등학생 아오이(와카 야마 시온) 자매에게 신노/신노스케(요시자와 료)는 중요한 인물이 다. 뮤지션인 신노는 고교 시절 아카네의 연인이었고, 아오이를 베이스 기타로 인도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신노는 그들 곁에 없다. 아카네와 같이 도쿄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카네는 동생을 두고 고향을 떠날 수 없었다. 13년이 지난 어느 날 신당에서 기타 연습을 하던 아오이는 갑자기 나타난 고교 시절의 신노와 조우한다. 또 시청에서 주최하는 ‘음악의 날 고장’ 축제를 준비하던 아카네는 초대 가수로 섭외한 엔카 가수를 보조하는 백 밴드 멤버 가운데에서 현재의 신노스케를 발견한다.
영화에서, 과거에서 온 신노는 현재의 신노스케가 남긴 생령으로 묘사된다. 아카네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신노스케의 미련과 아쉬움이 인간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생령의 본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왜 현재의 아카네와 아오이, 그리고 신노스케 앞에 신노
[리뷰] 타임슬립과 평행우주 애니메이션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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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성이 배우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면, 채정안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무정>을 부르는 테크노 여전사에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전설적인 ‘구여친’으로 탈바꿈하고, 2000년대 트렌디 드라마에 ‘차도녀’라는 새 전형을 심기까지 채정안이라는 고유명사는 자주 아이콘으로만 풀이됐다. 그 매력은 지금도 여전해서 채정안은 이제 ‘채소’라 불리는 구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 <채정안 TV>의 주인으로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씨네21>이 배우 채정안을 다시 만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티빙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채정안의 첫 OTT 주연작인 <돼지의 왕>은 그런 의미에서 산뜻하다. 부스스한 중단발에 낡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강력 범죄 현장에서 안광을 빛내는 형사 강진아(채정안)는 모로 보아도 처음 만나는 채정안임이 분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그 모습이 파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친근하
'돼지의 왕' 채정안, 준비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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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은 대체로 법과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다. <범죄도시>의 행동대장 양태에서 <악인전>의 연쇄살인마 K까지, 야생의 눈빛으로 작품에 뜨거운 온도를 더하던 그가 <돼지의 왕>에서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을 쫓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았다. 정종석은 뛰어난 실력으로 젊은 나이에 차기 광역수사대 팀장직을 예정할 만큼 유능한 형사다. 20년 동안 만난 적 없는 중학생 시절 친구 경민(김동욱)이 남긴 메시지를 보고 또 다른 살인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그에게도 사실 숨겨진 과거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많진 않았다”는 부담감도 물론 있었지만, 평소 생각이 많은 배우답게 정종석의 소우주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단다. 그에게 <돼지의 왕>은 “작품은 물론 배우라는 일 자체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현장이었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종석의 다면성은 김성규 본연의 에너지와 만나
'돼지의 왕' 김성규, 선택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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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석아 오랜만이다. 나 황경민이야. 잘 지내지?’ ‘그때 그날, 기억나? 너도 함께해야지.’ 피로 새긴 듯한 붉은 글씨가 살인 현장을 찾은 형사와 경찰들을 맞는다. 경민(김동욱)이 말하는 ‘그날’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경민은 종석(김성규)이 자신과 함께하길 바라는 것일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은 20여년 전 발생한 학교 폭력의 잔해가 현재의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는 추적 스릴러 드라마다. 배우 김동욱은 우연히 중학교 시절의 과거를 마주한 뒤로 연쇄살인을 벌이기 시작하는 황경민을 연기한다. “<돼지의 왕>은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피를 가장 많이 묻히고 나온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얼굴 한켠에 잔뜩 피를 묻힌 채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경민을 보며, 최근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을 포함해 퇴마 스릴러 <손 the guest>에서도 보지 못한 김동욱의 새로운 얼굴을
'돼지의 왕' 김동욱, 몰입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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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이 오는 3월18일 첫 공개된다.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드라마로, 황경민(김동욱)이 살인 사건 현장에 남긴 의문의 메시지와 함께 추격의 서막을 알린다. ‘종석아 오랜만이다. 나 황경민이야. 잘 지내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경민이 호출한 종석(김성규)은 중학교 시절 경민과 같은 반 친구로, 현재 베테랑 형사로 활약 중이다. 강진아 형사(채정안)는 종석과 함께 사건 현장을 예리하게 탐색하는 인물이다. 살인마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어떻게 그려질까. 작품이 공개되기 전 배우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과 함께 <돼지의 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돼지의 왕'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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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화의 배급 및 유통 과정의 순서와 기일을 규제하는 ‘미디어 크로놀로지’는 1982년 당시 극장 영화의 성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비디오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시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이 시행한 법안이다. 그간 이 법안은 인터넷, 유료 채널, VOD 서비스의 등장으로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프랑스는 장편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 후 36개월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왔다. 이 법안의 만기일을 15일 남짓 남긴 지난 1월24일, 문화부 장관 로즐린 바슐로는 영화, 텔레비전, 스트리밍 산업 대표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크로놀로지’를 체결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프랑스 방송 <카날플뤼스>는 개봉 6개월 후부터 장편영화를 방영할 수 있고, 넷플릭스는 15개월 후, 디즈니+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17개월 후, 여타 프랑스 텔레비전 채널은 22개월 이후부터 방영할 수 있다. 대신에 외국계 스트리밍 기업은 프랑스에서 달성한 매출의 20~
[파리] 새로운 미디어 크로놀로지 법안 합의에 엇갈리는 외국계 스트리밍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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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13살 소년이 경찰에 자수한다. 그러나 촉법소년,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 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게 되어 있다. 대중의 분노가 끓어오른다. 소년범을 혐오해 소년부 판사를 택했다는 심은석(김혜수)이라면 ‘사이다’ 판결을 내려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엄중한 판결로 악명 높은 ‘심판’이 처분에 앞서 하는 일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심은석의 활약으로 공범이자 진범이 드러난 뒤에도 정의 구현의 쾌감 같은 건 없다. “소년사건은 해도 해도 적응이 안돼. 늘 찝찝하지”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소년범죄를 바라볼 때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에 관한 이야기처럼도 들린다. 전국의 판사 3300여명 중 소년부 판사는 20여명, 이들이 매년 만나는 소년범은 3만여명, 일주일에 80건, 한달이면 300건의 사건을 다루어야 한다. 판사는 물론 보호관찰관 수도 시설도 부족하다.
[홈시네마] 우리 마을의 책임에 관하여 '소년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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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상냥한 웃음소리 같고, 표지는 파스텔 톤의 명랑만화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3월8일 밤 11시, 윤가은 감독이 영화 대신 산문집 <호호호>를 들고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에 입장했다.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윤가은 감독이 마음을 다해 아껴온 보물들을 하나하나 쓰다듬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가 영화만큼 좋아한 드라마, 만화, 음식,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호호호> 안에서 먼지를 털고 윤기를 낸다. 그는 그 대상들만큼이나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GV, 북 토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대를 내려오며 그는 말했다. “기자들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듣고 계신 분들의 프로필 사진을 계속 봤어요. 여러분의 반응을 상상하며 이야기했습니다.” 독자들도 그의 음성을 상상하며 우리가 나눈 애호의 기록을 읽어주길 바란다.
디스토피아로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 산문집 '호호호' 출간한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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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로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3월7일 밤 11시, 왓챠 오리지널이자 BL(Boy’s Love) 드라마 <시맨틱 에러> 주연배우 박서함, 박재찬과 연출을 맡은 김수정 감독이 <씨네21> 트위터(@cine21_editor)가 연 ‘스페이스’에 참석해 이처럼 말했다. <시맨틱 에러>를 계기로 두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씨네21> 1346호는 잡지가 발간되자마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물론 인터넷 서점 알라딘, YES24에서 전량 품절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스페이스 열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으로,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1~2회씩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 정기 방송일이며 실시간 대화가 끝난 후에는 다시 들을 수 있다. 늦은 밤임에도 최고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 '시맨틱 에러' 김수정 감독·배우 박서함, 박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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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PETA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에 영화 촬영 현장 내 동물 보호 정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PETA는 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말이 죽은 사건을 계기로 제협에 이같은 서신을 보냈다. 제협은 지난 2월25일 PETA 서신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촬영 현장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안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방송계와 동물 보호 단체들을 모아 ‘영상 및 방송 매체 출연 동물 보호 안내서(가이드라인)’를 만들기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하고 3월2일 첫 회의를 열었다.
PETA,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동물 보호 요청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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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가 3월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TV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미 배우조합(SAG)상 TV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일주일 만에 또 하나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정재,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TV부문 남우주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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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술꾼도시여자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좋좋소>가 4월1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5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았다. 세 작품은 페스티벌의 비경쟁 부문인 코리아 포커스 섹션에 초청되었다. 4월 티빙을 통해 공개 예정이었던 <괴이>는 국내 관객보다 해외 관객을 먼저 만난다. 연상호 감독과 류용재 작가가 각본을 쓰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괴이한 사건을 좇는 초자연 스릴러물이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세 여자의 우정과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며, <좋좋소>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코믹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괴이' '술꾼도시여자들' '좋좋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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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을 따르겠다.” 3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 인사 자리에서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대로, 끝까지 팽팽했던 선거였던 만큼 국민 화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선거 기간 동안 윤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웠던 여러 공약 가운데, 문화예술 정책은 원칙과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18일, 그가 발표한 문화예술 공약은 총 7가지였다. ▲전국민 문화기본권 보장 ▲저소득층 예술인 고용보험료 차액지원 ▲한류 지속가능성 제고 ▲문화재영향평가 도입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이재명, 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팔길이 원칙에 따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컬처’ 지원과 관련해서는 “외국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단호히 대처해 문화예술인의 권익과 저작권을 적극 보호하고, 우리 문화의 국제적 위상에 상응한 ‘문화안보’와 ‘문화주권’을 확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예술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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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네21>의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과 꼬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씨네21>도 앞장의 ‘에디토리얼’을 먼저 읽는 독자와 마지막장의 ‘디스토피아로부터’를 먼저 읽는 독자가 있다. 이번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필자인 김겨울 작가는 대선 결과 발표 전에 원고를 보내왔고 나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이 글을 쓴다. 자고 일어났더니 정권이 교체되었다. 출근길. 모바일로 뉴스를 훑다가 잠시 시선을 거두고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은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만물은 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는 없다”고.
2. 확인해보니 달리기 앱을 마지막으로 켠 게 지난해 10월이다. 진정한 러너는
[이주현 편집장] 변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