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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빌 출신의 인디 뮤지션인 제이슨 노블과 줄리아드 출신의 비올라 주자 크리스천 프레데릭슨이 피아노를 치는 레이첼 그라임스를 만나 결성된 레이첼스는 기본적으로 피아노와 첼로, 비올라의 3중주에 기타, 베이스, 드럼, 신시사이저 등 밴드 중심의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악기들을 뒤섞어 운용한다. 레이첼스의 음악을 들으면 토토이즈나 바도 폰드 같은 포스트록 계열의 감수성으로 에릭 사티풍의 선율을 다시 써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쨌든 그들의 음악 역시 일종의 ‘퓨전’이다. ‘일종의’ 퓨전이라고 말한 이유는, 글 끝에 나온다.이들의 음악은 두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는 로큰롤 자체의 해체이다. 1990년대 들어 미국 록의 가장 진보적인 사명의 하나는 바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확고해진 록이라는 개념 자체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해체하는 일이었다. 이를 수행한 뮤지션들이 바로 포스트 록 계열의 음악을 구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해면체 같은 리듬의 이완과 미니멀리즘적인 단
균열이 낳은 퓨전,레이첼스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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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에서 벌인 질펀한 굿 한 마당
이른바 이윤택을, 전투적인 표현을 빌려 문화게릴라, 온화하게는 전방위예술가라고 부른다. 그만큼 문화계의 이곳저곳을 발판으로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가 자신이 연출한 연극 <오구>를 영화로 만들었다. 네살 적 영화애로 시작하여, 연극 <오구>의 이야기를 거쳐, 다시 영화 <오구>에 이르기까지 1인칭 ‘나’로서 이윤택이 들려주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영화메커니즘의 만남’에 대한 고백록이 여기 적혀 있다.
영화와의 조우
내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네살쯤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 등에 업혀 동네 인근 초량극장에 갔는데, 거기서 처음 본 영화가 존 웨인 주연의 <서부 삼형제>였다. 두형이 시내에 나간 사이 목장에 도둑들이 들이닥쳤고, 소발굽에 밟혀 죽는 막내동생의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나는 소리내어 울었던 것 같다. 극장 안은 너무 추웠고, 아버지가 사준 카스테라가 상했는지 극장 안에서 생똥을 쌌다.
하여
영화 <오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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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감독 영화에는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다
나이 오십에 들어서야 첫발을 내디디는 나의 감독 입문은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 내가 쓴 시나리오는 메이저급 투자사에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시나리오와 촬영 콘티까지 제출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보자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일년이 넘게 시나리오를 뜯어고치고 촬영 콘티까지 제출했는데 왜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는 것인가.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다면 촬영을 진행시켜나가면서 감독과 촬영 스탭에 의해 자연스럽게 수정되는 것이지 않은가. 누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칼질한단 말인가. 이런 나의 생각이 돈키호테가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촬영감독이면서도 프로듀서를 겸했던 최두영 감독은 투자사를 찾아다니다 지친 발걸음으로 종로 여관방에 들어와 울분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투자사도 이윤택 감독의 영화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 여관방에 둘러앉
영화 <오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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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욕망, 과잉의 미학
박찬욱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올드보이>가 11월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사는 단 한번뿐이었고, 영화의 내용은 비밀에 붙여지고 있다. <올드보이>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코멘트와 박찬욱 감독이 직접 보내온 가상의 ‘셀프 인터뷰’를 묶어 그 궁금증을 대신한다.
기억나는 대로 대사를 적어본다. 오대수와 이우진의 문답. “넌 도대체 누구냐?” “에이, 질문이 틀렸어요. 왜냐고 물어야죠.” “왜 날 가둔 거냐?” “아니죠,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풀어줬을까, 이렇게 물어야죠.” 이것이 <올드보이>의 미스터리를 푸는 방법론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8평짜리 사설감금소에 갇힌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첫 번째 비밀의 문턱을 넘는다. 그리고는 15년이 지난 뒤 이유없이 오대수를 풀어준 이우진의 그 행동이 두 번째 더 큰 비밀의 문턱으로
매력적으로 뻔뻔한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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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짐승만두 못한 감독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네?!”
씨네 | 우선, <올드보이>를 만들어놓고 제일 뿌듯해 하시는 부분은?
박 | 두 시간 안쪽으로 끊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봉준호, 이재용, 강우석, 이런 감독님들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주려구요. “어유- 어떻게 두 시간 넘는 영화를 만들어요, 그래? 나 같으면 힘들어서 못하겠네….”
씨네 | 그럼 <올드보이>는 정확한 러닝타임이…?
박 | 한 시간 오십구분 삼십팔초.
씨네 | (한숨 한번 쉬고)… 또 하나의 복수극이라… 물리지도 않나요?
박 | 왜- 여기서 실명을 밝힐 수는 없음을 이해하시고- ‘연애박사’ 허모 감독한테는 그렇게 안 물으면서 나만 갖구 그러나요?
씨네 | 그래도… 비슷한 영화 또 만들기가 그렇게도 싫다더니 이 어인 일인지요.
박 | 글쎄, 허진호도 자기가 비슷한 영화를 또 만들었다고는 생각 안 할걸요?
씨네 | 그렇다면 <복수는 나의 것>과 &l
매력적으로 뻔뻔한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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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 배우가 눈이 가늘면 뭐가 좋은데요?
박 | 뭐에 좋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나하고 닮았기 때문에 맘에 든다 이거지… 지태씨는 무용과 요가로 단련된 그 긴 몸을 우아하게 움직이죠. 극중 이우진이라는 자가 지닌 기품이 거기서 나와요. 하지만 어떤 땐 조금 야비한 면을 내비치기도 하죠. 재산과 교양에 의해 감춰진 악마가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들… 성장을 멈춰버린 애어른, 어떤 의사도 진단해내지 못할 만큼 잘 위장된 정신이상의 징후… 유지태는 이런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던 겁니다, 그 긴 몸과 그 가느다란 눈으로….
씨네 | 강혜정양의 매력은 뭐죠?
박 | 그야 물론 살짝 걷어 올라간 윗입술이죠. 감독들이 대개, 남자고 여자고 함께 일할 배우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잖아요. 어떻게 찍어줄까 하고. 그래서 현장에서 그걸 써먹게 되는데, 이번엔 유지태가 혜정양을 보는 시점 쇼트가 그런 경우였어요. 비스듬히 뒤에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 클로즈업이죠. 그때 그 살짝 걷어 올라간 윗입
매력적으로 뻔뻔한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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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영상예술센터는 27-30일 남구 사동 센터 영상관에서 '2003 걸작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앙시로 간 한국 애니메이션'을 부제로 세계 3대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중 하나인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진출한 단편 15편이 상영된다. 또 <마리 이야기>(사진), <오세암>, <원더풀 데이즈> 등 인기를 끌었던 국내 장편과 <천공의 성 라퓨타>, <귀를 기울이면> 등 일본 장편들도 선 보인다.
이밖에 <로봇 태권V>의 김청기 감독과 세종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 김병현 SICAF(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사무국장 등 전문가들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됐다.
광주 영상예술센터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뿐 아니라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며 "지역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와 문화 콘텐츠 생산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광주=연합뉴스)
광주서 걸작 애니메이션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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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05년이면 인터넷으로 신작 개봉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잭 발렌티 미국영화인협회(MPAA) 회장이 말했다고 BBC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발렌티는 배급의 안전성 확보 문제가 거의 해결됐으며 이에 따라 신작 영화는 DVD나 비디어 대여점보다 훨씬 일찍 대형 극장 스크린에서 인터넷으로 곧바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업계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 등 몇몇 기업들과 함께 영화를 인터넷에 안전하게 배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발렌티는 "내년 이맘 때쯤이면 안전한 장치를 갖춘 영화들을 인터넷에 띄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인터넷상의 영화 도용행위는 인터넷 접속 속도의 가속화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추세다. 올해의 경우 <매트릭스2-리로디드>(사진)나 <헐크> 같은 대작 영화를 극장 개봉 전 인터넷을 통해 미리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업계는 영화를 인터넷에 합법적으로 올리는 것을 놓고 고심하며 실험을 계속
2005년 온라인 영화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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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달라져도 변치 않는 정신 말하고 싶다""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입니다. 3년간 이 영화 제작에 매달려왔는데 비로소 이곳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네요. 일본 문화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제 영화가 동양문화에 무관심한 미국인들의 눈을 뜨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일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도쿄(東京) 록본기(六本木)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51) 감독은 다분히 일본 팬을 의식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아부성 발언'이나 '홍보용 코멘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를 배경으로 천황군(天皇軍)과 무사(武士)들의 마지막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 톰 크루즈가 맡은 주인공 네이든 알그렌은 천황이 만든 신식 부대의 조련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무사정신에 매료
[인터뷰] <라스트 사무라이> 즈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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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USA의 義峽을 보다
<킬 빌>이 상영되는 극장 안, 뒤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껄껄 웃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웃음 소리인데? 거 참 많이 거슬리네…. 그는 거의 모든 장면을 껄껄거리며 보다가 마지막 결투장면에 가서는 “야, 이 영화 정말 웃긴다”라며 극장 안의 사람들이 다 듣게 말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물론 내 친구였다. 그는 홍콩 무협영화라고는 한편도 안 본 친구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와 마주치자 첫 마디가 “이 영화 정말 웃긴다”였다. “뭐가 그렇게 웃긴데?” 하려다가 나의 감언이설에 속아 귀한 시간을 쪼개 영화를 보러온 또 다른 친구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쓰인다. 물론 그의 표정 역시 잘 봤다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과 친구들이 모여들고 우르르 몰려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내가 눈치를 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짝퉁이 짱깨 영화 봤으니까 이과두주에 탕수육 먹어야 하는 거 아냐?” 했지만 모두들 못 들은 척한다. 자리를
타란티노의 귀환 [3] - <킬 빌>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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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이야기꾼 혹은 거짓말쟁이
타란티노의 ‘영화는 모두 다 혼돈인 채로 존재한다. 지금까지 봐온 영화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들어가 있다. 그의 영화제작 자체가 영화에 대한 트리뷰트 행위다’ .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어낸 세계가 현실과 부딪치면, 그 세계는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타란티노가 <올리버 스톤의 킬러>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내가 쓴 것은, 약간 비현실적인 세계를 방랑하는 오락영화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은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상만으로 본다면 굉장히 테크닉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한 뒤, 그가 하고 싶어하는 것과 나의 시나리오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한다. 내 경우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놔둔다. 그는 테마를 보여주고, 주장하고, 영상으로 보여준다. 관객이 영화관을 나올 때, 무언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속이 풀리
타란티노의 귀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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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은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더욱 더 순수한 영화광의 자세로 돌아갔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냥 제멋대로 한바탕 난장을 벌였다고나 할까. 홍콩의 무협영화,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와 야쿠자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등의 장면과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와 짜깁기한 <킬 빌>은 무척 자극적이면서도 한없이 가벼운 영화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폭력의 향연 속에서도 희한하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일부에게는 순수한 오락이며 유희이지만,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가벼운 제스처에 불과한 영화 <킬 빌>은 타란티노의 전작들처럼 논쟁적이다. 하지만 한편의 영화를 두편으로 나누었고, 이제 전반부만을 본 상태에서 <킬 빌>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우선 <킬 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타란티노가 좋아했던 그 ‘싸구려영화’들의 흔적과 지난 6년의 과정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타란티노의 귀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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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보다는 폭력을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
로버트 A. 하인라인은 폐결핵 진단을 받고 젊은 나이에 제대한 해군장교였다. 그는 6년 뒤 제2차 세계대전에도 지원했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다시 한번 거절당했다. 밀리터리SF라는 장르를 확립한 <스타십 트루퍼스>는 군인으로 살고 싶어했던 하인라인이 한을 푸는 것처럼 치밀하게 써낸 소설이다. 군대와 우주, 한몸처럼 행동하는 집단과 미지의 공간. 하인라인은 소년들이라면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없는 두 가지 소재를 선택해서 우직한 성장담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폴 버호벤이 영화로 만들었을 때 비판을 불렀던 것처럼, <스타십 트루퍼스>는 파시즘에 가까운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곳에선 군인으로서 복무 기한을 마치지 않으면 시민권을 얻을 수 없다. 눈에 띄는 차별을 받는 건 아니지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니 리코는
그 영화가 소설이였다고?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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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부터 <태양은 가득히>까지,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10選
이건 정말 해묵은 이야기다. 영화와 문학이 피를 섞은 것은 영화가 줄거리를 갖게 된 무렵부터니까 말하나 마나다. 두 장르가 엮이는 방법도 시대와 더불어 가지를 쳤다. 각색은 기본. 잉마르 베리만, 크리스토퍼 햄튼, 장 콕토, 데이비드 마멧 같은 ‘투잡스’도 많았고, 비슷한 시기 탄생한 모더니즘 문학과 영화는 시간과 이미지를 편집하는 법을 서로에게 배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영화가 세를 불린 뒤로는 새로 나온 영화의 사진으로 표지를 갈아치운 고전의 개정판이나, 시나리오의 행간을 메워 이야기를 얽은 ‘영화소설’까지 서점 한 코너를 번듯이 차지하게 됐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이고 문학은 문학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냉정한 관전평이 여전히 우세하다. 만약 정말 위대한 문학이라면 언어라는 매체에 꼭 들어맞는 내용을 지녔다는 뜻이니 숙명적으로 좋은 영화로 냉큼 변신할 수 없다는 명쾌한 논리도 있다.
그 영화가 소설이였다고?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