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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광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영화사가 1천여개를 넘는다고 한다. 이름만 걸쳐놓은 영화사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인가보다. 하지만 1년에 제작되는 60편 내외의 작품 수를 생각하면 이 많은 영화사의 숫자는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영화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공식 회원사는 40여개 안팎에 불과하다. 이중에서도 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발전에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작품을 제작한 영화사를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 셈을 해야 될지 모른다. 그만큼 좋은 영화 한편 혹은 흥행영화 한편을 만든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바람난 가족>의 성공이 남다른 이유와 가슴 뿌듯한 감동을 가져다주는 것은 한국 영화계의 자랑거리인 ‘명필름’이 뒤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바람난 가족>이 제작되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많은 얘기들을 주위에서 들었다. 흔히 영화
명 제작사의 이유있는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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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모니터를 확인한 뒤, 김래원이 목소리를 깔며 이언희 감독에게 정중하게(?) 요구한다. 윗집 소녀 민아(임수정)에게 치근덕대다 경비 아저씨에게 들켜서 놀라는 장면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짬이 나면 휴대폰을 들고 어디에다 전화하기 바빴던 김래원은 자정이 넘어 촬영이 시작되자, 감독이 괜찮다는데도 “찜찜하다”면서 ‘한번 더’를 외친다. 허약하고 새침데기인 민아에게 마음을 뺏긴 사진학과 대학생 영재 역을 맡은 그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서는 동안 이언희 감독은 동시녹음을 맡은 이상준 기사에게 “준비되시면 스피드 콜 주세요” 한다. “이번에 011로 드릴까요?” 이 기사의 농에 스탭들의 웃음이 터져나오는 동안 여름밤 <…ing> 촬영현장은 잠시나마 긴장을 푼다.9월1일 분당의 한 빌라촌. 이날은 <…ing>의 22회차 촬영이 진행되는 날. 이 감독은 마음을 닫은 여고생과 건들거리는 늙다리 대학생의 그저 그런 멜로가 아니라 ‘관계
초여름밤의 연애담,<…ing>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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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제작사인 KM컬쳐 사무실에서 스탭들과 농을 주고 받던 김용화(32) 감독은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서 불안에 떠는 신인감독이 아니었다. <오! 브라더스>가 각종 시사회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이 여유를 갖게끔 한 것일까. “에이. 그래도 좋다고 내색할 수 있나요.” 인터뷰에 들어가자 갑자기 진지 모드로 돌변한 그가 웃음기 띤 얼굴로 응대한다.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동생과 빚독촉에 시달리는 파파라치 형이 만나 우여곡절 끝에 ‘믿음’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오! 브라더스>는 ‘영리한’ 상업영화라는 세간의 평가를 업고서 추석 대전에 나설 준비를 마친 상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작인 단편 <자반고등어>를 통해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김 감독은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작심이라도 한 듯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에 엄정한 평가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보고나면 가슴 찡한 코미디를
영리한 상업영화. 좋지 않나요?<오!브라더스> 감독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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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그러나 푼수끼가 상당한 낙천주의 건달과 음악을 업으로 삼는, 그러나 음치끼가 상당한 로커, 이 두명이 ‘어깨동무’를 한다. <가문의 영광>을 통해 중후함에서 코믹함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유동근과 이미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까메오 출연으로 가수에서 영화배우로 영역을 넓힌 이성진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깨동무>(감독 조진규, 제작 CK픽쳐스)는 한 기업 회장의 비리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놓고 벌이는 김태식(유동근), 나동무(이성진)의 엎치락뒤치락 코미디 한판을 보여줄 예정이다. 나이 많은 푼수 건달과 천방지축 락커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면 무슨일이 벌어질런지? 9월4일 촬영을 시작한 <어깨동무>는 2004년 1월 개봉 준비 중이다.
[사람들] 왜 어깨동무 했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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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찰스 브론슨이 지난 8월30일 81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우락부락하고 거친 외모 탓에 액션영화의 ‘터프가이’ 캐릭터를 많이 거쳤던 그는, 1958년 로저 코먼의 갱스터영화 <머신 건 켈리>를 비롯해 <위대한 탈출>(1963), <더티 더즌>(1967)등에 출연했다. 유럽으로 건너가 찍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로 확고한 스타의 위치에 올랐고, <빗속의 방문객>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데스 위시>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성난 캐릭터는 브론슨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 중 하나. 그는 스스로에 대해 “난 벽난로 옆에서 와인을 들고 서 있는 것보다, 맥주를 한병 들고 서 있는 게 어울리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 터프 가이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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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도망가자 박중훈 뒤쫓는다. 도망자의 사연인즉 카드빚을 갚을 재주가 없다는 것이고, 추격자의 사연인즉 그 돈을 받아내야만 하는 직업적 소명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진땀나는 추격전은 최근 두 배우가 나란히 캐스팅된 영화 <투 가이즈>(가제)에서 벌어질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차태현은 룸살롱 주차요원 일과 대리운전을 동시에 하는 젊은이로 등장한다. 근면한 청년 같지만 실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빚을 다 갚겠다는 의지도 없다. 카드깡을 동원해가며 카드빚을 돌려막다 해결이 안 돼 결국은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이런 ‘채무자’에게 집요하게 돈을 받아내는 카드깡 해결사가 바로 박중훈이다. 쫓고 쫓기던 두 사람은 그러나 어떤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같은 편’이 된다.
<투 가이즈>는 뺀질이 생양아치와 ‘집념’의 해결사가 입심과 몸싸움으로 만들어내는 코믹액션영화다. 먼저 캐스팅된 박중훈이 이 영화를 차태현과
그들이 도망가고 쫓아간 사연,박중훈&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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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 릴리-로즈 멜로디 뎁은 얼마 전부터 “우리 아빠는 해적이에요”라고 자랑하기 시작했다. 아직 배우가 뭔지 몰라서, 보이는 대로 믿기 때문이다. 이 천진한 아이를 위해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에서 모티브를 따온, 세상에서 조니 뎁과 가장 안 어울리는 영화지만, 릴리-로즈는 <베니와 준> 같은 영화를 아직 이해할 수 없는 탓이다. “릴리-로즈가 태어나기 전 내 삶은 허상”이었고 “삼십년 넘게 이상하고도 어두운 안개 속에서 헤매다가 릴리-로즈를 얻고서야 비로소 현실의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는 조니 뎁. 그러나 조니 뎁은 아빠가 되고나서도 자신을 특별한 배우로 만들어주었던, 지상의 어떤 영토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자를 잃지 않았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일단 조니 뎁을 고용했다면,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은 그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브룩하이머의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 되었다,<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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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선수’들이다. 스튜디오 안은 시장바닥에 가까웠다.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 세명의 스타들을 돌보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만 해도 적은 수가 아닌데, 기자만 4명에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프로듀서와 마케팅 실무자까지 빼곡하다. 마침 점심때라 끼니를 거를 수 없어 옹기종기 모여 김밥을 나눠 먹는다. 배우는 배우대로 스탭은 스탭들대로. 그 틈에 좁은 탈의실에서 차례로 옷갈아입고, 농담도 하다가, 사진 촬영하고, 사이사이에 인터뷰도 한다. 지켜보기만 해도 정신이 없을 터인데 세 배우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조명이 터질 때만 되면 눈빛과 표정이 싸악 달라진다. 막 옷갈아입고 나와서 머리 다듬는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도 건성어린 답이 없다. 특히 세 배우가 함께 카메라에 섰을 때는 심상찮은 공기가 흐른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뿜어내는 미묘한 경쟁의 기류. 소란스럽지만 흐트러짐이 없는 속도감으로 촬영과 인터뷰는 예상 밖으로 아주 일찍
<스캔들>의 세 배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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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자칭 “사랑 지상주의자”다. 사랑하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에 파묻힌다니. 설사 그게 아픔이고 슬픔이어도 말이다. 이건 영화보다 남자 혹은 결혼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배우의 ‘모범답안’을 내동댕이치는 그의 이런 솔직함과 명쾌함은 웬만해선 말릴 수가 없다. 멜로연기를 가장 잘할 수 있고 좋기도 하다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다른 걸 강요하지 않는 정통 멜로”이고 “너무나 전형적인 사랑영화”다. 10년 가까이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정절녀 ‘숙부인’ 캐릭터가 언뜻 그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자신과 닮은 인물”이라는 것도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숙부인의 견고한 방어망 때문이 아니다. 그는 조원의 뜨거운 구애를 만나 잠시 버티기에 들어가지만 한순간 완벽히 허물어진다. 조원의 사랑이 음험한 게임에서 시작됐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라도 숙부인처럼 맘가는 대로 할 것 같아요. 상대방의 진심을 봤으니까. 그
<스캔들>의 세 배우 [2] -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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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0년차가 어디서나 대접받는 건 아니다. 대접을 받는다 해도, 경력 10년차가 늘 당당하지만은 않다. 영화 <스캔들…>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하는 배용준의 태도가 뜻밖에도 그랬다. 한마디 말을 하더라도 그는 언제든 뒤로 빠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송경력 10년의 연기자에게, 혹은 그 10년 동안 스타의 고도를 변함없이 유지해왔던 프로페셔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수세였다.“‘1+1=2’처럼 수학적 연기를 계속 하다가 연기 자체가 감정의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거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하는 수준인데요, 뭐. 기어다니는 정도죠.” 그에게는 <스캔들…>의 선택이 매체를 달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였던 것 같다. 스크린의 은막을 두르고 한번도 나가본 적 없는 온실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맞아야 될 찬 바람은, 이전과 다른 연기의 영역이라는.
“영화가 훨씬 여유있어요. TV가 좀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순발력을 요하는 매체라면, 영화는 핸드
<스캔들>의 세 배우 [3] - 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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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선배냐고요? 요새는 어디를 가도 거의 다 내가 선배죠.” 그리고는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큰소리를 던진다. “야, 담배들 좀 그만 펴! 머리아파 죽겠어.” 그런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 허허 웃으며 아무도 기분나빠하지 않는 걸 보면 이 말도 맞는 것 같다. “98년부터 신인감독들하고 많이 해왔어요. 나는 벽이 없어요. 어떨 땐 지금 세대하고 더 많이 통하기도 하고. 단절되는 법이 없어요. 오히려 더 앞서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글쎄, 옛날 얘기 할 새가 어디 있어요.” 어떤 여배우들은 이 나이쯤 되면 스스로 아줌마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광고도 바꾸고, 영화 속의 역할도 바꾸면서, 원숙함이라는 자기위안으로 ’포기’를 위장하려든다. 이미숙에게는 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 그녀가 맡고 있는 역은 욕망의 육체를 걸고 ‘내기를 거는 여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조씨부인이다.
이미숙이 오랜 공백을 깨고 “소년 같이 얌전한” 이재용 감독
<스캔들>의 세 배우 [4]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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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뱀파이어의 우두머리격인 듀크와 혈투를 벌이다, 동료이자 연인인 릴라를 잃은 리브(정이건)는 홍콩행을 택한다. 왈가닥 여동생 헬렌(채탁연)과 함께 홍콩에서 지내던 리브는 새 동료인 집시(종흔동)를 소개받고 슬레이어로서의 임무를 다시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아버지를 제거하고 권좌를 노리는 듀크의 위협을 피해 홍콩으로 몸을 숨긴 뱀파이어 왕자 카자프(진관희)는 자신들의 거처를 안내해준 헬렌에게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쓴다. 그러는 사이, 듀크는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려면 카자프의 혈액을 손에 넣어야 함을 알아채고 왕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 Review
뱀파이어와 슬레이어의 대결을 내세웠지만, <트윈이펙트>는 오히려 남녀의 사랑에 방점을 찍는다. <영웅>의 무술감독인 견자단이 안무한 오프닝 액션은 15분 가까이 치뤄지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금새 잊혀진다. 연인을 잃고 실의에
홍콩의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전설의 영화?,<트윈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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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피카드 선장(패트릭 스튜어트)은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끌고 로물루스 행성의 새로운 집정관 신존(톰 하디)을 만나러 간다. 베일에 싸인 인물인 신존이 은하 연방에 만남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신존을 만난 피카드는 그가 자신의 젊은 시절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신존은 로물루스의 옛 정권이 첩자로 활용하고자 만든 피카드의 복제인간이었던 것. 이제 권력을 쥔 신존은 자신을 이용했던 인간들에게 복수를 선포한다.
■ Review
<네메시스>는 1966년 TV시리즈로 시작된 <스타트렉>의 열 번째 극장용 영화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은 커크에서 피카드로 바뀌었고, 승무원들도 한 세대를 넘어 ‘넥스트 제너레이션’으로 멤버를 교체했다. 한때 은하계의 개척자였던 엔터프라이즈호가 이젠 시대에 뒤처진 고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TV영화와 비디오영화, <엔터프라이즈> 등의 외
장점을 잊어버린 <스타트렉>의 열 번째 극장용 영화,<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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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43년 티베트, 무명승(주윤발)은 스승으로부터 전설의 두루마리를 수호하는 임무를 이어받는다. 이 두루마리에는 소리내 읽으면 절대적 힘을 갖게 되는 비기(秘記)가 담겨 있는 것. 하지만 이를 차지하기 위해 나치 SS부대가 쳐들어오고, 무명승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뒤 사라진다. 그로부터 60년 뒤 현대 미국 도시에 나타난 무명승은 집요한 나치 잔당의 추적을 피하다 지하철 소매치기 카(숀 윌리엄 스콧)를 만난다. 무명승은 홍콩 쿵후영화를 보며 무술을 익힌 카에게서 향후 60년간 두루마리를 지킬 후계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무예를 연마시킨다.
■ Review
<방탄승>은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답게 컬트적인 성향이 녹아 있다. 이 영화는 특히 동양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서구적인 그릇 안에 담으려 한다. “힘보다 조화가 중요하며 적 대신 자신을 아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무명승의 가르침이나 두루마리 수호자의 임기가 간지(干支)의 순환
색깔도 맛도 어색한 칵테일,<방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