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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롱숏의 영화남동철 | <봄여름…>에서 정서적인 클라이맥스는 감독 자신이 직접 맷돌 지고 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그것은 바로 앞의 장면들 때문에 멜로드라마의 맥락을 갖는다. 보자기를 쓴 여인은 과거 자신이 죽인 여자를 연상시킨다. 그 여자가 아이를 낳아 암자로 데리고 왔고 거기서 죽는다. 이 장면에서 김기덕 감독이 연기한 장년승은 감옥에 갔다옴으로써 사회적인 죄사함은 받았지만, 스스로는 죄책감이 남아 그걸 풀고자 한다. 고행을 통해 스스로 죄를 사하고자 한다. 이 영화가 과거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전작들에선 그런 죄의식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이 자해를 했지만 여기서는 자해 대신 고행을 한다.김기덕 | 과거의 그녀와 유사한 삶의 구조를 가진 여자가 다시 자기에게 왔을 때 그가 자신의 과거 모습을 거기에 대입하는 것은 맞다. 그 여자가 과거의 그 여자냐 아니냐는 건 중요하지 않다. ‘겨울’장면에 필요했던 건 자신에
김기덕 감독의 변화와 고민을 캐묻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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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샛노랗게 물든 은행 한 그루를 보았다. 온산이 아직 푸른 중에 홀로 노랗게 변한 것을 마주하는 기분은 감탄보다 충격에 가까웠다. 그 나무는 내내 비로 지새는 늦여름을 견디지 못한 예민한 녀석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사회의 환부를 남보다 먼저 감지하는 몸을 지닌 존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산속의 노란 시인!무언가를 미리 보는 눈에 대해 생각할 때면 에두아르 마네가 떠오른다. 그의 만년작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벨 에포크(좋은 시절)로 불리는 19세기 말 파리의 정경을 인상파 특유의 감각으로 전해준다. 그런데 이 그림의 핵심은 거울로 비치는 술집의 화려함이나 종류도 다양한 술병과 과일, 장식적인 옷차림으로 가득한 사교계의 생동감이 아니라, 홀을 내다보고 있는 어린 여급의 무표정한 얼굴이다.그림 속 소녀의 얼굴은 예언적이다. 그 상황과 표정은 이후로 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세계 곳곳에서 보아왔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보게 될 종류의 것이다. 마네는 근대
예민한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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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에 갇힌 절망적 사랑2080년 미래의 도시에, 사랑 때문에 사회부적응자가 돼버린 한 남자가 있다. 직업은 특수경찰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요직이지만 이 남자 R(유지태)은 직업에 충실하거나 거기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없다. 머리속엔 오로지 자기가 사랑하는 사이보그밖에 없다. 클럽에서 춤추는 댄서의 용도로 만들어진 이 여자 사이보그 리아(서린)는 수명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R은 전투력이 뛰어난 정예요원이다. 그러나 리아를 살리기 위해, 폐기해야 할 사이보그의 인공지능 칩을 밀매하고 리아의 영혼을 보통 인간에게 더빙시키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납치하려고까지 한다. 그에겐 정의와 불의의 구분조차 사라졌다. 그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미래 사회의 제도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일까. 단순히 사이보그에 대한 사랑 때문인가.‘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게 사이보그 수명’이라는 리아의 독백에서 시작해, R의 망가진 모습을 그려가는 도입부는 매력적이다. 하수관 안에서 사이보그와 특수경찰들이 벌이는
[새 영화] 한국형 SF <내츄럴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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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6시에 시작된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 예매에서 개막작인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도플갱어>가 예매시작 28분 4초만에 매진되었다.
올해 개폐막작 예매는 일반작품들과 함께 할 경우 사이트 폭주와 예매 지연사태를 막기위해 일반상영작 예매 일주일 전에 별도로 시행한 것이고, 피프 캐쉬(PIFF CASH)를 이용한 인터넷 예매만 실시했다. 인터넷 예매는 PIFF 회원가입이 필수로, 전년 4,819명의 회원이 올해는 21,800명으로 4.5배의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개폐막작품을 제외한 일반상영작 예매는 9월 24일 오전 9시 30분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부산은행 예매창구와 임시매표소에서 일제히 이루어진다.
인터넷 컨텐츠팀 cine21@news.hani.co.kr
[PIFF 2003] 개막작 예매 28분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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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향>은 한국영화에 무엇을 제기했나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열다활동 초기부터 제작, 기획, 감독을 겸해온 신상옥 감독은 몇개의 “관념적인” 모델을 거쳐 영화기업 신필림에 이르렀다. <성춘향>(1961)은 이같은 전환의 “모두 다”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당시 <성춘향>의 흥행은 서울 상영만 38만명, 한국영화 평균 4만명을 압도하는 기록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관념에서 실체로 도약한 신필림의 경이를 이해하는 손쉬운 해결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대의 논자들이 질문했듯이, 흥행기록의 이면에서 “한국영화에 <성춘향>이 제기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서울영화사라는 건 관념적인 것이었다. 배급해야겠다 생각해서 그냥 한 것이지. 지금은 우리가 배급도 하고 제작도 하고 다 하지만 옛날에는 배급회사가 따로 있었다고. 그럼 거기다 팔아먹고 하는 식이었으니까. 그러나 우리가 힘도 없고, 자본도 없으니까 배급은 실패했고 그래서 제작일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영화 회고록 신상옥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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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향>으로 1960년대 영화제작의 기업화를 유도하다”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시험했다"1961년, 고전 서사 <춘향전>을 컬러 시네마스코프로 제작한 두편의 영화가 동시 개봉되어 경쟁한 사실은 영화사의 잘 알려진 사건 가운데 하나다. 익숙함에 대한, 그리고 변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던 신상옥 감독의 <춘향전>은 경쟁작을 압도했고, 영화 기업화라는 60년대의 화두와 결합했다. 당시의 기업화 열망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춘향전> 성공에 관한 감독 자신의 분석을 곰곰이 들여다보게 된다.<춘향전>은 내가 한번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사실은 내 영화에 <춘향전>이 여러 번 나온다. <로맨스 빠빠>에는 주증녀가 춘향 어머니가 돼가지고 하는 게 잠깐 나오고, <코리아>라는 작품에도 <춘향전>이 나온다. 고전이 원래 한국 사람에게 끌리는 작품인데, 홍성기가 한 <춘향전>
한국영화 회고록 신상옥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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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림 탄생, 기업적 영화제작 불붙다“배우·작가 전부 전속이었지”1961년과 63년 두 차례 고시와 법령을 통해 이루어진 영화사 통폐합 과정에서 등록 요건에 미치지 못한 군소 프로덕션들은 사라졌고, ‘신상옥프로덕션’은 ‘주식회사 신필림’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1960년대 기업적인 영화사의 등장은 군사정부의 영화정책과 연관이 깊다. 그러나 <성춘향>의 성공이 ‘잘 만들어진 국산영화’의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한편, 투기성 자본이 성행하던 조건은 영화인들에게도 합리적인 체계와 질서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것이 정부가 강행한 구조조정의 결과이든 아니든, 대형영화사 신필림의 등장은 새로운 영화 제작 패턴을 보여주는 것임이 분명하다.그때 아마 영화사가 100여개 있었나? 영화가 된다, 하니까 모두 다 영화한다고 나섰으니까. ‘독립푸로’의 그 부작용으로 불미스런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영화라는 게 갬블이니까, 영화 맨들지 않고 도망간다든가 이런 것도 있고, 망하면 도망
한국영화 회고록 신상옥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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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많이 몰리는 부산영화제는 예매와 숙소예약이 필수다. 홈페이지와 부산은행 홈페이지(pusanbank.co.kr), 서울 코엑스, 수원·대구·해운대 메가박스와 서울 대한극장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개·폐막작 예매(피프캐시로만 가능)는 19일까지, 일반작 예매는 24일부터다. 61개국 245편의 영화 가운데 다른 국제영화제에서의 인지도와 프로그래머의 추천을 기초로 8편을 추려봤다.▶ 도플갱어(사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최신작. 연구의 벽에 부딪친 남자에게 그의 거친 분신이 나타난다. 인간 내면의 양면성이 현실에 드러난다는 설정. 기요시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화면분할기법과 야쿠쇼 고지의 징그러울 정도의 연기가 압권이다.▶ 용감한 자에게 안식은 없다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신예감독 알랭 기요디의 첫번째 장편. 꿈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이번 잠이 마지막이며, 한번 더 자면 너는 죽는다고. 이 이상한 꿈을 꾼 한 청년의,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방랑기에 젊음의 우수와 유머가 끼어든다.▶
[PIFF 2003] 놓치면 후회할 8편 ‘예매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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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림 탄생이후 영화계 구도변화를 살펴보다“ 양대 산맥으로 갈렸지 ”“이것은 영화산업의 한 과정이지, 완전한 과정이라고는 할 수 없지.” 신상옥 감독은 영화기업 신필림의 15년 역사 동안 제작, 배급, 상영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아쉬움을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표했다. 신필림의 성패를 반추해 당시의 영화산업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신 감독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쉬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신필림이 메이저 제작사로 등극한 이후 달라진 영화계의 구도, 그리고 신필림의 제작활동들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들어보았다.우리가 기업이 되고부터는 신필림하고 충무로가 헤어졌다. 양대 산맥이라고 볼 수가 있지. 정창화씨네, 최완규씨네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만주 벌판 액션물, 이런 건 우리가 하지 않았거든? 순전히 거국적인 거, 이른바 예술작품이랍시고 하는 것만 했으니까. 그쪽에서는 완전히 상아탑에서 노는 걸로 보였을 거야. 그런데 독립푸로가 건전한 독립푸로가 아니고,
한국영화 회고록 신상옥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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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는 우리 둘을 맺어준 은혜로운 영화입니다""저희 둘을 맺어준 작품입니다. 의미있는 작품이니 만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국영(張國榮)이라는 스타가 팬들의 곁을 떠난 지난 4월 한국 영화계에는 또 하나의 별이 스러졌다. 1998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영화 <스케이트>를 진출시킨 조은령 감독이 어이없게도 목욕탕 실족으로 숨진 것.한창 신혼생활을 즐기며 첫 장편 '프론티어'의 제작을 준비하던 고인이 세상에서 보낸 시간은 만으로 서른두 해였다.18일 오후 고 조은령 감독의 추모영화제가 열리던 대학로는 비로 축축히 젖어 있었다. 유작과 추모영상물 상영을 비롯해 사진전, 추모식 등이 마련된 이날 행사는 영화제 외에도 고인의 유작 <프론티어>의 제작이 발표되는 자리이기도 했다.고인의 뒤를 이어 영화를 완성할 사람은 <꽃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촬영 감독 출신인 남편 김명
[인터뷰] 고 조은령 감독의 유작 완성한 김명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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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힘들었지”60년대 배급구조로 보는 신필림의 경영전략 그리고 한계최근 많은 영화 기업이 수익의 안정을 위해 수직통합의 전략을 취하는 것처럼, 60년대 영화시장의 호황 속에서 대형제작사로 조직된 신필림도 배급과 상영에 대한 통제를 꾀했다. 명보극장과의 제휴나 허리우드극장 직영은 그런 시도들이다. 당시의 배급구조와 사세의 변화를 말하며 신상옥 감독이 되짚는 신필림의 경영전략 그리고 한계는 무엇일지 주목하게 된다.요 앞서도 얘기했듯이 블록부킹이라는 것은 전속관에 자기 영화만 붙이지 딴 건 안 붙인다는 건데, 명보극장이 신필림 전속관으로 있었다. 그때는 좋은 프로만 있으면 전속관 같은 게 필요없을 땐데, 결국 좋은 프로 가지고 있으면 극장서는 우리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전속관이라는 게 생기지. 지방흥행사들이 전속관을 맨들고 우리더러 한달에 영화 두개씩 맨들어달라고 했다.문제는 내가 투자하는 거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돈하고 잘 안 맞아떨어졌다. 지방에 판
한국영화 회고록 신상옥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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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일 일본에서 막을 올리는 제16회 도쿄국제영화제의 ‘아시아의 바람’(Winds of Asia) 부문에 올해 국내 최고 흥행작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초청됐다.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과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인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과 동명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김동빈 감독의 1999년작 <링>도 동반 초청됐다. 그러나 공식 경쟁부문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한국영화가 출품되지 못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중국 여배우 궁리(鞏利)가 맡고 모리타 요시미쓰 감독의 <아수라와 같이>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각각 개막식과 폐막식을 장식한다.
(서울=연합뉴스)
도쿄영화제에 한국영화 3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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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사진)의 제작사 이스트 필름(대표 명계남)과 <아름다운 시절>의 백두대간(대표 이광모), <달려라 장미>의 조우필름(대표 조종국) 등 세 영화사는 18일 TTU라는 이름으로 컨소시엄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TTU는 '최고'를 뜻하는 'Two Thumbs Up'의 약자로 세 영화사는 외형상 독립적으로 존재하되 아이템 기획, 시나리오 개발, 제작, 마케팅, 해외ㆍ남북 합작 프로젝트 추진 등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단일체계를 이루게 된다. 컨소시엄에는 이밖에 부산의 씨네씨, 대구의대경엔터테인먼트도 협력사로 참여한다.TTU 컨소시엄은 올해 방은진 감독의 <첼로>, 여균동 감독의 <숨바꼭질>, 김응수 감독의 <달려라 장미>를 제작할 예정이며 TTU라는 동일 브랜드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TTU는 컨소시엄 출범에 맞춰 총 상금 1억4천만원을 걸고 두 시간 내외 분량의 극장용 장편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시나리오 공모전을 연
이스트필름, 조우필름, 백두대간 컨소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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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로 알려진 영국의 좌파감독 켄 로치가 다음달 중순 한국을 방문한다. 영국문화원에 따르면 켄 로치 감독은 다음달 20일께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영상원 학생 대상 강의와 국내 영화인이 초청되는 리셉션 등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방한기간중 영화사 백두대간은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빵과 장미>와 <레이닝 스톤> 등 감독의 대표작을 상영하고 관객과 감독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켄 로치는 노동계급이나 빈민 등 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작품을 일관되게 연출하고 있는 현대 유럽을 대표하는 좌파 감독이다.
(서울=연합뉴스)
좌파감독 켄 로치 10월 첫 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