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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그녀의 힘지난주 <스위밍 풀>을 보던 날 우연히 진짜 ‘스위밍 풀’에도 가게 됐다.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이 폐장을 하루 앞둔 8월31일,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이라도 선탠을 해야겠다는 한 친구와 아무 생각없는 나머지 둘은 그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영장에 갔더랬다.그 많던 파라솔 중에 하필 곰팡이가 덕지덕지 끼고 천 따로 우산살 따로 놀던 파라솔을 편 다음- 영화에 등장했다면 엄청난 복선이 깔린 장면이었을 거다- 우리는 돛자리를 깔고 앉아 열심히 오일을 발라댔다. 내 친구들은 실외 수영장이라고 비키니까지 입은 차림이었는데 그 자태란… 좋게 말해서 장군감이라고나 할까, 잘 키운 딸 하나 열 장정 부럽지 않다고나 할까, 뭐 그런 거였다.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의 수영장행은 <스위밍 풀>의 전주곡,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의 집단 퍼포먼스 같은 것이었다. 삼인조 ‘사라’들이 목욕탕에서 옆사람 등밀어주는 자세로 열심히 서로에게 오일을 발라주는 동안 옆옆옆 자
<스위밍 풀> 다녀온 아가씨,나이듦에 관해 숙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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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극장가는 코미디 3파전이 될 거라 예상된다. 2001년 <조폭마누라>, 2002년 <가문의 영광>이라는 추석 초히트 상품은 2003년에도 ‘코미디 대박’을 기대케 하여, 추석 겨냥 출시품들을 코미디 일색으로 만들었다. 소재가 비교적 창의적이며 훈훈한 인간미도 느껴지는 <오! 브라더스>와 감독의 전작 <라이터를 켜라>에 이어 여전히 산만하나 ‘김정은’이라는 확실한 코미디캐릭터를 앞세운 <불어라 봄바람>, 그리고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이하 <조폭마누라2>)이 그들이다. 일단 <조폭마누라2>가 흥행에서 가장 유리해 보인다. <가문의 영광>의 감독이 <조폭마누라>의 속편을 만들었다니, 흥행 계보를 잇는 적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계보학적 예측은 영화 시작 10분 만에 헛소리로 판명난다. 코미디도 액션도 드라마도 모조리 지겨워졌으니, 이런 변이 있나! 이
<조폭마누라2>, 웃기지도 통쾌하지도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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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낯선 영화가 도착했다. <낮은 목소리> 이후 8년 만에 극장 개봉하는 한국 기록영화인데다, 기록 대상이 영화와 아무 인연 없어 뵈던 무속이다. <영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는 21세기 대중과 전근대 샤머니즘을 화해시키려는 영화판의 굿이다. 과연 화해가 가능할까? 란 의구심이 드는 건 김동리의 <무녀도>부터 최근의 까지가 일러주듯, 근대 기독교에 밀려 소멸해간 무당의 요령 소리가 동네방네 십자가로 도배된 IT 강국에 주술을 걸기엔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자가 사기꾼임을 폭로하는 프로가 히트치는 판에, 굿판은 아무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검증이 필요한 사이비 미신쯤으로 치부된 면이 있다. 따라서 박기복 감독의 집요한 참여관찰이 수놓은 이 드문 민속지(ethnography)를 염탐하려면 근대적으로 학습된 모든 편견을 괄호쳐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귀신영화 볼 때의 호기심 정도로도 특수한 문화를 고생없이 체험할 수 있다는 뜻도
<영매>,낮은 목소리로 행하는 이중의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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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365일이라면,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백은하 기자의 즐거운 베니스 다이어리베니스=글·사진 백은하 lucie@hani.co.kr·취재협조 윤성봉스쿠터가 있다면 좋을 텐데, <나의 즐거운 일기>의 난니 모레티처럼 좁다란 이탈리아의 골목과 골목을 달려 이곳의 느낌을 단숨에 전달할 수 있다면, 내 발에 바퀴가 달려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이 영화의 계주를 한 트랙도 빠짐없이 달려낼 수 있다면, 하루가 48시간이라 기자회견에서 상영으로 머릿속을 미궁으로 만드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면, 영화제가 365일이라면,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그랬다면 좀더 친절한 일기를 쓸 수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코언 형제의 신작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잔혹함’을 동반한다. 개막전야를 포함해 12일 동안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신작들을 소화불량이 될 만큼 먹어치우고, 차마 곱씹을 틈없이 다시 어두운 상영관으로 발을 옮기는 행위를 일주일째 계속하고 있
백은하 기자의 즐거운 베니스 다이어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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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8일 목요일__ 베니스의 연정<잘있어요, 용문객잔>아침 일찍 산 마르코 광장을 가로질러 바포레토 정류장으로 부지런히 발을 옮기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이른 관광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고3 수험생처럼 아침 8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꽉 짜여진 시간표에 몸을 맡기는 사람이 되고보니, 저 웅장한 산 마르코 광장이, 사진기를 둘러멘 이 많은 관광객이, 지겨운 비둘기떼들이, 모두 블루스크린 위로 영사되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베니스, 이곳에 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바다의 냄새와 이 수분을 가득 품은 더운 공기, 지중해의 햇살 때문이다.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던 차이밍량의 신작 <잘있어요, 용문객잔>(베네치아60 경쟁부문/ 감독 차이밍량/ 출연 이강생, 첸샹치(chen shiang chyi), 미아오 티엔, 시 준)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다 내 마음 같았는지, 며칠 동안 군데군데 빈자리
백은하 기자의 즐거운 베니스 다이어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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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0일 토요일__ 오! 오마 샤리프! (담배 아님)<드리머스>--<토킹 픽처>각국 기자들이 모여드는 프레스센터 안은 말 그대로 언어의 대격돌장이다. 여기는 이탈리아어가, 저기는 불어가, 러시아어가, 일본어가, 영어가, 스페인어가, 포르투갈어가, 복잡한 전선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인터넷선을 차지하기 위한 대화에도, “그 영화 어땠어?” 하는 탐색전도 끊임없이 다른 언어들이 교차한 뒤에나 이루어진다. 오늘은 세계화를 반대하는 극공산주의 좌파그룹인 ‘노글로벌’(noglobal)이 팔라초 델 치네마 앞의 연단을 장악하는 ‘파도 점령사건’이 일어났다. 올해의 시위는 평소 때보다 조용히 치러지긴 했지만, 이탈리아 ‘리라’가 사라지고 유로로 통합된 지도 몇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이들의 구호로 막기엔 빠른 속도로 뒤섞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의 면면을 보더라도, 특정지역의 이슈를 심도있게 다루는 몇몇 작품을 제외한다면 거의 문화충돌의 산물
백은하 기자의 즐거운 베니스 다이어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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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정재씨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재작년 10월 자신을 상대로 계약금 8억1천만원 반환 등 소송을 내고 지난 4월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 16일 SM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반소를 서울지법에 냈다. 이씨는 이날 소장에서 "당시 다른 회사와 전속계약이 체결돼 있던 본인에게 SM측이 가계약이라도 체결하자고 졸라 할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과정만 봐도 본인이 SM의 계약금을 편취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SM은 사기 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 유명 연예인인 본인을 고소해 정신적 고통을 주고 언론에 알려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검찰도 지난 7월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덧붙였다.
SM사는 지난 4월 "이씨가 2000년 9월 국내외 연예활동에 대한 모든 권리와 온라인상 초상권 등과 관련해 전속계약을 맺고 2억원을 받았으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씨를 검찰에 고소했으며 이에 대해 이씨도 SM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영화배우 이정재씨, SM상대 2억 맞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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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영화배우 권상우(27)씨가 16일 모교인 한남대학교에 발전기금 5천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 14일 한남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권씨는 당초 대학 홍보CF를 촬영하며 무상 출연의사를 밝혔으나 학교측이 출연료 5천만원을 전달하자 이를 다시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 권씨는 "홍보CF 출연은 동문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셈인데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주위 분들과 상의한 뒤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며 "후배들과 학교를 위해 잘 쓰여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기금으로 `권상우 장학기금'을 조성,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권씨는 현재 전북 정읍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촬영 중이며 1회당 1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개런티로 SBS TV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캐스팅돼 안방극장 복귀를 준비 중이다.
권상우, 한남대에 발전기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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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남구 문학동에 위치한 문학 월드컵 경기장이 23일 주경기장 1층 로비에 마련된 영화전시장 ‘오발탄’을 오픈한다. 유현목 감독의 명작 ‘오발탄’에서 이름을 따온 이 전시장에는 영화역사 존(Zone), 감독 존, 배우 존, 영화장비 존 등이 마련된다. 23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리는 개장식에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유현목 감독, 영화배우 안성기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032)429-0818
(서울=연합뉴스)
문학 월드컵 경기장에 영화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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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설 새 빌딩에 오페라 하우스, 공동체센터, 복합영화관 등이 입주해야 한다는 문화단체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15일은 새 빌딩에 입주를 희망하는 단체들이 입주희망 제안서 제출 마감일로 WTC 재건축 담당사인 맨해튼 남부 개발공사(LMDC) 대변인은 70여개 이상의 단체들이 제안서를 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이런 가운데 일부 단체들은 자신들의 입주 성사를 위해 로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화를 상영하는 복합영화관의 입주 제안은 메릴 스트립(사진), 아서 밀러 등이 지지하고 있다. `아메리칸 내셔널 씨어터'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연간 2천만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며, 150개 극장에서 최고 작품을 선정할 것이라고 캠페인을 주도중인 배우 진 쿨렌은 말했다. 쿨렌은 이 복합영화관이 각각 800, 700, 400석 규모의 극장 3개를 포함할 것이라면서 "이 프로젝트는 전국적인 지지를 받을수 있다는게 강점중 하나"라
[뉴욕] 예술단체들 WTC 새 건물 입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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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영화 촬영장에도 피해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의 제작사 강제규 필름에 따르면 지난 추석연휴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경남 합천군에 건설중이던 이 영화의 세트 중 일부가 파손돼 8천만원 가량의 피해를 냈다. 이 세트는 극중 국군의 평양 시가지 진군이 촬영될 장소로 다음달 말까지 40개동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집중 호우로 30% 가량이 파손됐다.
제작사 측은 "세트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인 만큼 태풍으로 망가졌다고 해서 치명적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면서 "추석 연휴와 태풍 예보로 촬영이 중단된 상태라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내년 1월 개봉 일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파손 세트는 빠른 시일안에 복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태풍 ‘매미’ 영화 촬영장에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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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들이 고대하던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라인업이 발표됐다. 10월2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부산영화제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60개국 244편의 영화가 선보이며, 어느 해보다 많은 게스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개막작으로는 일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도플갱어>가, 폐막작으로는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가 선정됐다. 각각 “일본 영화계 최고의 감독 기요시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작품”, “호러라는 장르를 경유하지만 가족과 현대적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게 프로그래머들의 선정 이유. 한편, 개막식은 박중훈과 방은진이, 폐막식은 김호정과 황정민이 각각 진행하게 된다.
부산을 찾을 해외 게스트들의 진용 또한 화려하다. <도플갱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주연 야쿠쇼 고지를 비롯해 부산영화제가 제정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인 모흐센 마흐말바프, 그리고 그의 딸인 사미라와 하나, 캐나다의 괴짜감독 가이 매딘,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 역대 최대 라인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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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30)은 하얀 얼굴과 부드러운 미소 뒤에 단단한 고집을 숨기고 있는 배우다.
그가 텔레비전 연기자 생활 10년 만에 첫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모두들 의외라 했다. 배경이 조선시대인지라 상투 틀고 안경을 벗어야 했는 데다 충무로에 다른 배우의 이름이 공공연히 떠돌던 작품이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포함해 주변에서 선뜻 찬성하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내가 먼저 시나리오를 찾아 읽고 영화사에 연락”할 정도면 옹골찬 고집 없이는 힘들었을 터. “원래 제가 친구랑 게임을 할 때도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기를 좋아해요. 성취욕이 있잖아요. 승부사 같은 기질이랄까.”
<스캔들…>은 배용준의 10년 연기인생에서 하나의 ‘승부수’일지 모른다. 꼭 상투 틀고 수염 붙였서만은 아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정조시대 희대의 바람둥이 조원. 야심만만한 사촌누이 조씨부인(이미숙)과 내기를 걸고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정절녀 숙부인(전
야비…냉소…, 배용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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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영화제작사가 프랑스 정부의 영화지원제도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올가을은 자존심 강한 프랑스 영화계와 할리우드의 신경전과 함께 시작되는 듯하다. 자국 영화산업 수호를 둘러싼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주인공은,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극장가에 ‘아멜리에’ 열풍을 일으킨 장 피에르 주네 감독(사진)의 새 영화 〈약혼시절의 어느 긴 일요일〉이다.지난 8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192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죽음을 믿지 않는 소녀의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세바스티앵 자프리소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4500만 유로라는 엄청난 예산으로 기획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여기에 〈아멜리에〉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드리 토투가 최근 영국까지 진출해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더럽고 예쁜 것들〉에 출연한 이후 다시 한번 주네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인 만큼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왔다.〈약혼 시절의…〉가 프랑스
프랑스에 할리우드판 트로이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