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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존경받는 경찰 관리의 범행을 조사하던 이문건(정이건)은 이것이 최면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최면술사 여상정(여명)에게 도움을 의뢰한다. 덕분에 수억달러에 이르는 보석 탈취를 시도하려던 용의자의 계획을 간파하고 경매장 보호에 나서지만 오히려 여상정의 최면에 걸려 보석을 훔치게 된다. 여상정이 보석과 함께 달아나자 쫓기는 신세가 된 이문건은 누명을 벗기 위해 여상정을 추적하다 여상정이 갱단에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Review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자물쇠만 찾는다면 쉽다.” 여명이 말한다. 과연 영화는 냉철하고 의지가 강한 형사가 거짓말처럼 넋을 잃고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정말 너무나도 쉽다. 아니 쉬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영화적 가정이며 설령 최면은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손 치더라도 묵인해야 하는 출발지점이다. 그리고 그 계약에 서명하자마자 영화가 보여
진목승 감독의 최면에 걸릴 관객이 과연..?<쌍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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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평범한 은행원 존(벤 채플린)은 어느 날 인터넷으로 러시아 신부를 주문한다. 공항에 도착한 여성은 미모의 나디아(니콜 키드먼). 그녀는 영어를 못하지만 순정 어린 육탄공세로 존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유리(마티외 카소비츠)와 알렉세이(뱅상 카셀)가 그녀의 생일날 들이닥치면서 분위기가 심상찮아진다.
■ Review
인터넷으로 고른 배우자가 다짜고짜 벗어젖히고 덤벼드는 죽여주는 미인이라면, 황당&황홀한 남성 판타지의 손쉬운 실현이 수상쩍기도 할 것이다. <버스데이 걸>은 이 정체 모를 행운을 뒤잇는 새옹지마의 굴곡을 꽤 담백&신선하게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담백함은 할리우드식 느끼함을 걷어낸 영국적 분위기 때문이고, 신선함은 할리우드식 뻔함을 벗어난 개방적인 플롯 덕분이다. 런던 교외의 전원에 거주하는 건실하지만 내성적인 독신남은 마천루 한복판의 애덤 샌들러나 짐 캐리에겐 없는 어떤 자족적인 여유로부터 미소를 끌어낸다. 그렇다고 잔잔한 휴먼코
가벼운 소품의 규모 큰 메세지,<버스데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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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차대전 중 영국의 와이 중대는 독일군과 일대 격전을 벌인 뒤 간신히 전장을 빠져나온다. 안개 속을 헤매던 중대원들은 독일군들이 남아 있는 참호를 탈환한 뒤 구조될 때까지 머물기로 한다. 하지만 불길한 기운이 참호를 맴돌면서, 서로를 죽이게 될 거라는 독일군 포로의 저주가 점점 현실화된다.
■ Review
‘서부전선 1917년’으로 시작하는 <데스워치>는 정통파 전투신으로 막을 열지만, ‘서부전선 이상있다’고 타전하는 사파 전쟁영화이다. 그 이상함은 가장 현실적인 전쟁이 가장 초현실적인 공포와 퓨전되면서 발생한다. 주인공들을 휘감은 독가스가 실은 안개이듯, 분명한 적은 모호한 공포로 둔갑하는 것이다. 비와 피, 쥐와 시체가 뒤엉켜 질척이는 진흙탕 참호는 관처럼 움푹 팬 형태로 하우스호러의 폐소공간을 이룬다. 전쟁의 공포를 공포와의 전쟁으로 치환한 그럴싸한 아이디어는 이후 공포에 대한 참고문헌 인용으로 이어진다. 정체 모를 <괴물>의 긴장감
`전쟁호러`의 참신한 컨셉의 한계,<데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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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니클라스(구스타프 스칼스가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십대 소년이다. 독선적인 어머니 몰래 런던에 있는 작가학교 입학시험을 보려던 그는 작은 사고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바로 그날 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불량소녀 아넬리(투바 노보트니)에게 살해당한다. 다음날 니클라스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영혼이 되어 아넬리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복수하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 달리, 니클라스는 아넬리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 Review
한 소년이 죽었고 시체가 사라졌다. 한밤의 숲속에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이들은 이미 범죄를 자백했지만, 그중 누구도 시체를 옮기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인비져블>은 이렇게 산 자들 사이를 떠도는 영혼과 그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 시체를 찾는 절박한 숙제로 외피를 두른 영화다. 그러나 미스터리처럼 들리는 흥미로운 껍질 아래에서는 죄없이 죽고 죽이는 아이들의 서글픈 사연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낯선 나라,낯선 배우,낯선 감독,<인비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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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회화 복원사로 일하는 준세이(더케노우치 유타카)는 평생 잊지 못할 여인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녀의 이름은 아오이(진혜림). 준세이는 아오이와 한, 30살의 생일날 피렌체의 성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아오이의 소식이 준세이에게 전해진다. 아오이가 살고 있다는 밀라노로 달려가는 준세이. 이미 그녀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다시 일터로 돌아온 준세이는 자신이 복원하던 그림이 누군가에 의해 찢겨 있는 것을 발견한다. 스튜디오마저 문을 닫게 되고, 준세이는 도쿄로 돌아온다.
준세이는 아오이와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보지만, 장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무렵 친구로부터 아오이가 자신을 떠나게 된 비밀을 알게 된 뒤 준세이는 밀라노에 있는 그녀에게 편지를 띄운다. 답장을 기다리던 어느 날 피렌체의 스튜디오로부터 연락이 오고, 준세이는 피렌체로 온다. 드디어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날, 준세이는 10년 전 약
평이한 대중영화의 깔끔한 멜로,<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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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하야사키 미치오(야쿠쇼 고지)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기계몸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한때 천재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처지다. 그런 하야사키 앞에 자신만만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도플갱어, 또 다른 하야사키가 나타난다. 하야사키는 도플갱어의 출현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감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욕망을 분출하는 그를 선망하고 질투한다. 하야사키와 도플갱어가 동시에 애욕을 느끼는 유카(나가사쿠 히로미)는 동생이 도플갱어를 대면한 뒤 자살한 인연으로 두 남자와 만나게 된 여인이다. 하야사키는 유카와 조금 멍청한 청년 기미시마와 팀을 이루어 외딴 작업실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점점 더 도플갱어에게 의존하게 된다.
■ Review
도플갱어는 살아 있는 영혼(生靈) 혹은 분열된 자아가 만들어낸 분신을 뜻하는 독일 민담 속의 존재다.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면 죽게 된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속설. 그 자신조차도 샅샅이 파헤쳐 들여다보
희망을 읽을 수 있는 영화,<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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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상영일정 변경사항10월7일 오전11시 메가박스 3관에서 상영되는 <소무>와 오후8시 메가박스5관에서 상영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에 관객과의 대화(GV)가 추가됐다. 이 자리에는 각각 지아장커 감독과 가이 매딘 감독이 참석할 예정이다. 7일 오후5시 메가박스3관 <첸모와 메이팅> 상영 뒤 열릴 예정이던 관객과의 대화는 취소됐다. 한편 7일 오후2시 부산극장 2관에서 상영 예정인 <철인>에는 영문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시네마서비스 파티시네마서비스 10주년을 기념하는 파티가 7시30분 메리어트 호텔 야외테라스에서 열렸다. 약 5분가량의 <실미도>의 메이킹 동영상이 상영되었고 김정상 사장, 강우석 감독을 비롯 <실미도>의 주연배우인 설경구, 정재영, 임원희 등이 참석했다.일반상영작 최종 예매현황일반상영작 최종 예매현황은 다음과 같다.(10.6 오후 10시 기준). 총 13만 7,072석의 예매가 완료됐으며,
PIFF 2003 단신 및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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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갖는 정창화 감독 부산 도착한국 액션영화의 전설적인 존재 정창화 감독이 돌아왔다. 10월6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 부산영화제에서의 일정을 시작한 정창화 감독은 “이 자리에 오느라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다”고 말을 꺼낸 뒤 감격을 못 이긴 듯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어느날 새벽, 내 회고전을 한다는 전화를 받은 뒤, 믿을 수가 없어 예전에 내가 데리고 있던 김시현 감독에게 전화로 확인을 하기도 했다. 그 소식은 내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켜 생활의 리듬이 깨질 정도였다”고 회고전을 맞은 심정을 피력했다. 이어서 정 감독은 예전 제작자들이 동남아에 판권을 팔 때 원판까지 팔아넘긴 탓에, 이번 회고전에서 <햇빛 쏟아지는 벌판> <지평선> 등 본인이 아끼는 작품을 상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정창화 감독은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액션영화에 대한) 편견을 감수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지만 세대교체를 주장한 뒤 주위의 미
“젊은 감독들이여, 넓은 시야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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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마지막 삶> 감독 펜엑 라투나루앙타이의 영화감독 펜엑 라투나루앙이 네 번째 영화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을 만들었다. 이 절실한 제목의 영화는 끈끈한 향수를 자아내던 전작 <몬락 트랜지스터>와는 달리 무표정한 삶과 죽음의 세계를 다룬다. 자살충동에 사로잡힌 일본남자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타이 여자와의 담담한 애정. 펜엑 라투나루앙은 의외로 명랑쾌활한 표정으로(미국의 부시 대통령 이야기를 할 때는 진하게 욕도 섞어가며) 답변한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펜엑 라투나루앙, 이제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몬락 트랜지스터>와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몬락 트랜지스터>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부분이 컸다. 그러나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은 단순한 스토리이고, 사건보다는 캐릭터와 분위기에 더 치중
[Interview 2] “세상엔 부시같은 자식도 있지만, 작은 희망이 도움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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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제작자간 포럼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미래를 묻는 한일 제작자간 포럼이 6일 오후 2시 파라다이스 호텔 16층 파노라마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튜브 픽쳐스의 김승범 대표와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 <시황제 암살 사건>의 이세키 사토루 PD, <와호장룡> <영웅>을 제작한 필립 리가 패널로 참석해 겨우 십 년에 불과한 기간 동안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어떻게 발전했으며, 무엇을 숙제로 남겼는지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먼저 한국형 블록버스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보통 4, 50억 이상의 예산을 다룬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취급한다.튜브 픽쳐스에서 나온 일련의 대작들, <로스트 메모리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내츄럴 시티>는 애초 35억 정도의 예산이 잡혔으나, 제작과정에서 50억을 넘겨버린 블록버스터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연쇄적인 흥행 실패의 요인을 묻는
[Forum]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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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의 시선> 관객과의 대화인권영화 프로젝트 <여섯개의 시선>은 ‘차별’을 주제로 박광수(<얼굴값>), 여균동(<대륙횡단>), 임순례(<그녀의 무게>), 박찬욱(<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정재은(<그 남자의 사정>), 박진표(<신비한 영어나라>) 감독 등이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로 제작 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10월6일 오후 1시 부산극장 2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는 임순례, 정재은, 박진표 등 3인의 감독만이 참석했다.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느냐”는 첫 질문에 정재은 감독은 “솔직히 인권보다 동물의 권리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인간중심적 사고의 폐해를 강조한 발언으로 분위기를 돋구었다. 임순례 감독은 “제의를 받고서 시작한 일이지만 인권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11월5일에 개봉하는데 좋은 성과가 있어 10년 이상 지속되는 프로젝트였으면
[Forum] “이 프로젝트가 10년 이상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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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구하기 힘들어 관객과 게스트 불만 높아, 보완책 필요올해 영화제는 예년에 비해 티켓 전쟁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5부 능선을 넘어선 10월6일 오후 3시까지 완전 매진된 작품은 무려 77편에 달한다. 전체 좌석 중 13만701석의 예매가 완료됐으며 좌석점유율은 69.2%까지 치솟았다. 특히 10월3일 휴일을 시작으로 일요일이었던 5일까지는 표를 구하기 위해 혈전이라도 치뤄야 할 판이었다. 오전부터 상영관 주위의 임시매표소와 교환부스를 기웃거리며 표를 손에 넣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이들은 오후가 되자 아예 마음을 접고 개봉작들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영화제 사무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연휴를 등에 업은 3일 동안 극장 나들이에 나선 관객만 6만명을 넘는다.이 기간 동안 가장 불만이 높았던 이들은 해외 게스트와 저널리스트들. 일반 상영이 시작된 3일 이후 표가 순식간에 동이 나자 이들은 조직위에 “일반 관객 뿐만 아니라 게스트와 프레스를 위한 관람 기회 또한 적절히 마련해야 한
영화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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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천애> 감독 유릭와이‘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근미래에 관한 우울한 서정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지하전영 감독 유릭 와이의 두 번째 장편영화 <명일천애>는 생동하는 정신에 테크놀러지가 뒤따를 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 중 하나이다. 유릭와이는 “중국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근미래, 독재자의 지배와 파멸을 겪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다루면서 중국의 미래이기보다 아시아의 미래를 상상한다.그것도 아주 우울하고 쓸쓸하게. “아시아의 발전이란 경제적으로는 성장인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반대라고 본다. 너무 황폐해진 정신상태때문에 오히려 중세적인 야만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유릭와이는 웃으면서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가 나오는 것은 방법이 없는데서 오는 어떤 무기력함때문이다.내 영화속의 인물들이 유랑을 하는 것도 해결책을
[Interview 1] “돈과 상관없이 정신은 풍족할 수 있다”(+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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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산영화제가 열릴 때 우린 ‘영화의 미래’인 ‘학생’이었다. 무대뽀와 뗑깡을 열정이라 믿으며 학교를 졸라댄 우리는 결국 전원 ID카드를 받는 행운을 얻었다.삼삼오오 짝을 지어 부산으로 내려간 우리는 개떼처럼 몰려다니며 하루에 세 네편씩 영화를 때려보며 문자 그대로 영화의 바다에서 몸부림 쳤다. 그리곤 밤이면 방 하나에 우루르 모여서는 밤새 술기운과 개성과 말싸움을 남발했다. 몇몇은 지쳐쓰러져 아무렇게나 널부러지고 구겨져서 잤다. 어떤 친구는 혼자 밤바다를 거닐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또 프로그램을 보며 열심히 다음날 스케쥴을 짜기도 했다. 그리곤 날이 밝으면 또 우리는 어김없이 떡진 머리와 퀭한 눈으로 서로의 입냄새에 치를 떨며 눈부신 가을 햇살을 피해 극장의 어둠 속으로 깔깔대며 몰려갔다.그날들의 며칠째 밤에 우린 얼마 남지 않은 체력과 정신력을 불사르며 서로에게 트집잡고 시비를 걸고 있었다. 이런저런 엇갈린 고집과 감정들이 오가다 어느 순간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Talk] 수연아,기억나니? 감독 조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