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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감독 세디그 바르막이 이야기하는 영화 제작기<오사마>는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다음 만들어진 아프가니스탄의 첫번째 장편영화다. 전쟁의 포화 속에 변변한 카메라 하나 없는 변방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혹자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필름조각이라고 업신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대하면 데뷔작이라고 믿기에 의혹이 일만큼 사려깊다. 한 소녀가 생계를 위해 소년으로 변장하게 되면서 이어지는 파국은 폐허로 변한 아프가니스탄의 풍광과 맞물려 묘한 긴장과 오랜 여운을 남기기 때문. <오사마>를 들고 올해 처음 부산을 찾은 세디그 바르막 감독(41)을 붙잡고서 그 비밀을 물었다. 가난하지만 영화를 찍기에 행복한 이들의 원초적인 아우성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 1“길거리에선 채찍질이 가해졌다. 귀와 다리를 잘라내는 만행도 빈번했다. 포악한 탈레반 정권 아래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탈레반 정권은 영화제작을 완전히 금지했다. 그게
[Special] 아프간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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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도 들를 예정”로케이션 매니저 빌 바울링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생소한 직함의 빌 바울링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미국 내 로케이션과 리얼리티쇼 <서바이벌 게임>의 태국편 로케이션을 담당한 인물이다. 우리 식 장소 헌팅과는 좀 거리가 먼 로케이션 매니징은, 어떤 장소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할 때, 세트를 짓기 위한 지질 고려, 연계 시설의 고려 등 모든 정보를 총체적으로 규합,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바울링은 한 때 홍콩에서 영화 작업을 하다, 헐리웃으로 돌아가 지금껏 2년간 74개국에 이르는 국제적인 로케이션 정보를 모으는 중이다. 현재 정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부산을 통해 한국을 처음 경험했다고. 한국적인 동시에 미래적인 이미지를 지닌 부산을 통해 첨단 신도시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는 그는, 소문과는 다르게 아직 <서바이벌 게임 : 한국편>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8일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경주에 위치한 크고 작은 사
[People 3] 로케이션 매니저 빌 바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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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화 감독 핸드프린팅10월7일 오후4시 남포동 PIFF광장에서 정창화 감독 핸드프린팅 행사(사진)가 열렸다. 정 감독은 25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뷔작 <최후의 유혹>을 부산에 찍었고, <노다지>나 <햇빛 쏟아지는 벌판>은 부산을 배경으로 할 정도니 부산은 제 2의 고향”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는 65년부터 68년 사이 정감독 영화에서 조감독을 지냈던 전우열 감독이 찾아와 핸드프린팅과 회고전 행사를 축하했다. 한편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는 영화계 후배로서 핸드프린팅에 앞서 정창화 감독의 손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했다.파로허저드 시 낭송회10월8일 오전11시 메가박스10관에서 포루흐 파로허저드 시 낭송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이란 뉴시네마의 누이’라 불릴 정도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이란 감독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줬던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파로허저드의 시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성우이자 EBS 이사장인 김세원씨가 낭
PIFF 2003 단신들(7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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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성황리에 폐막, 게스트 1100여명 참석제6회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 10월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영화제의 성장과 발 맞추어 게스트 수, 프로젝트 미팅 건수등이 매해 늘어나고 있는 2003 PPP는 18편의 공식 프로젝트와 함께 신인 감독들의 NDIF 프로젝트 5편, HAF in PPP 5편등이 선보였다. 또한 올해는 아시아필름마켓으로의 시작인 인더스트리 센터의 시작과 함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현재와 미래’등의 패널토론이 이루어졌다. PPP 기간에 참가한 게스트는 총 30개국 300여 개 회사의 1100여명으로 게스트 라운지와 카페테리아등지에서 이어진 즉석 미팅을 제외한 총 500여건의 공식 미팅이 진행되었다.특히 올해 처음 실시된 인더스트리 센터는 시네마서비스, 시네클릭 아시아, 쇼박스 등 국내의 10개 세일즈 회사와 차이나 스타, 미디어 아시아, 포르티시모 필름즈 등의 총 22개의 회사들이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6층에 오피스를 차려
구로사와 기요시 부산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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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것은 1997년. 그 해에 뉴커런츠상을 받았던 박기용 감독님 <모텔 선인장>의 조감독 시절이었다. 둘째날 밤이었나? 꽤 멋진 레스토랑에서 그 당시 ‘우노필름’이 주최한 <모텔 선인장> 파티가 열렸다. 나는 파티장 한 구석에 뻘쭘하게 숨어 있다가 그것마저도 불편하여 베란다 밖으로 나왔다. 나 같은 파티 부적응자들 몇몇과 어울려 지루함을 달래는 가운데, 창문 안 파티장에는 김성수, 박광수, 임권택 감독님 등등 기라성 같은 감독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 조감독 신세였던 나로서는 감독님들이 그렇게 모여있는 광경 자체가 하나의 현란한 스펙터클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나는 소파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곤 숨이 턱 멎고 말았다. 김기영 감독님이었다.황학동 비디오 도매상을 싸그리 뒤져서 <화녀> <느미> <육식동물>의 테이프를 찾아내고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바로 그 김기영 감독님을 실제로 보다니! 슬
[Talk] 김기영 감독님,부디 천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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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 홍콩·중국, 2003년104분, 감독 윌리엄 콕, 오후8시 부산3관고즈넉한 중국 북부의 한 사막 지방에는 아름답지만, 표정에서 알지 못할 슬픔이 느껴지는 여성 칭화가 있다. 8살 때 머리가 모자란 시시에게 시집와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이 갑갑함을 견디지 못해 탈출을 꿈꾼다. 이 부부의 주변에는 건장한 청년 춘솅이 맴돌고 있다. 시시의 오랜 친구인 그는 칭화에게도 모종의 감정을 품은 듯 보인다. 어느날, 시시와 춘솅은 처녀로 죽은 한 여성의 무덤을 인부들이 파는 광경을 목격한다. 총각이 죽으면 처녀의 시체를 함께 묻어 영혼 결혼식을 치러주는 것이 이 지역의 풍습이기 때문이다. 얼마 뒤 시시는 양떼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을에 남은 칭화와 춘솅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의심받는다. 결국 도시로 탈출한 칭화와 춘솅은 우연히 시시를 만나고, 이상한 분위기의 여성 옌옌도 만나게 된다.<어둠의 신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좀처럼 따라잡
[CineChoice 4] <어둠의 신부(Darkness B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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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일본/2003년/92분구로사와 기요시/오후 5시 부산1관공장에서 일하는 니무라는 해파리를 키우는 동료 아리타와 가까워진다. 공장의 사장은 니무라와 아리타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보너스를 주더니,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한다. 아리타의 집에 찾아와 혼자 TV를 보며 떠들거나, 니무라의 CD를 뺏다시피 빌려가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생활을 공유하여 자신의 따분한 생활을 바꾸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무례한 사장의 행동은 차츰 니무라와 아리타에게 짜증과 분노를 일으키고, 마침내 화가 난 니무라는 쇠파이프를 들고 빌려간 CD를 받기 위해 사장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미 사장의 가족들은 시체가 되어 있다. 범인은 아리타. 니무라는 아리타를 면회갔다가 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차츰 가까워진다. 니무라와 아리타의 아버지가 가까워지는 과정은, '밝은 미래’의 아주 작은 신호음처럼 미세하게 들린다. 아리타가 키우는 해파리는 젊은 세대의 상징이다. 해파리는 가까이 오는 모든 것에게 독을 뿜
[CineChoice 3] <해파리(Bright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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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네마/ 타이/ 2003년 / 105분감독 프라차야 핀카엡/ 오후 7시30분 야외상영관타이의 전통 무술 ‘무에타이’가 성룡의 애크러배틱 액션과 이연걸의 정교하고 기품있는 무술을 빨아들여 액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한다. 10살 때부터 무에타이를 연마해온 파놈 이럼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점프력과 탄력성으로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을 태연히 펼친다. 성룡의 단골메뉴이던 좁은 시장통의 추격전에서 이럼은 별다른 디딤돌 없이 서너대의 차량을 훌쩍 뛰어넘고, 서너겹으로 포위된 골목길에서 깡패들의 머리를 징검다리 삼아 가뿐하게 빠져나온다.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은 듯한 실감나는 액션이다. 무릎과 팔꿈치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격투신들은 진짜 부상이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며 자극적이다. 특히 타이의 삼륜 오토바이 택시들이 수없이 부서지며 벌이는 추격장면은 타이판 <분노의 질주>라 할만하다.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액션에 비해 이야기는 놀랄 만큼 진부하다. 타이의 한 시골 마을에 수호
[CineChoice 2] <옹박(Ong 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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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시네마/ 영국,이탈리아,프랑스 / 2003년/ 115분감독 베르나로드 베르톨루치/ 오후 8시 대영시네마소년들과 소녀가 게임을 한다. “자, 맞춰봐, 이게 어떤 영화에서 나온 장면인지” “뭐더라… 아, 맞아! <스카페이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이후 30년 만에 파리로 향수 어린 귀환을 결심한 <몽상가들>은 영화가 인생이고, 모든것이었던 시절의 파리에 대한, 영화에 대한 영화다. 배우들의 과감한 정면전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몽상가>들은 다시 한번 에로시티즘과 정치가 산란하게 한배를 탄다.누벨바그의 물결이 쓸고 간 파리, “오로지 프랑스영화만이 힘을 가졌던 시절”, 미국을 떠나 파리의 시네마테크에 기거하던 미국인 매튜(마이클 피트)는 독특한 분위기의 프랑스 남매 이자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를 만나게 된다. 발랄한 이자벨과 내성적인 테오는 묘한 근친관계에
[CineChoice 1] <몽상가들(Drea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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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으로 PPP 초청받은 이명세 감독오랜만에 고국의 영화인들과 만난 이명세 감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2000년 4월에 미국에 건너가 4년 넘게 이국 땅에서 영화준비를 했던 그에게 낯익은 얼굴과 정감어린 언어가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수많은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만난 이명세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고 근황을 물었다.이명세 감독은 올해 <크로싱>이라는 영화로 PPP의 초청을 받았다. <크로싱>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혜리의 책 <태양이 없는 곳>을 각색하는 영화로, <웨이트 오브 워터> <조이 럭 클럽> <태양의 제국> 등에 관여했던 프로듀서 자넷 양이 이명세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한 작품.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북한에 있는 외삼촌의 가족을 탈출시키는 어느 한국계 미국여성의 소설같은 실화를 그릴 예정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너무 심각한 이야기라 거절했던 작품인데
[Interview] ˝한국영화 잘 될 때 시장 넓히자˝(+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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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
알리레자 아미니 감독
“나는 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 데뷔작 <바람에 쓴 편지>와 두번째 영화 <광산에 내리는 진눈깨비>를 들고 온 알리레자 아미니 감독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두 편은 각각 사회로부터 격리된 광산과 부대 속 인간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가까운 사람이 눈앞에서 참혹하게 죽는 모습을 본 적 있나. 내 아버지는 이라크와의 전쟁 때 폭탄에 맞아 돌아가셨다. 그 충격이 아직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완성된 세 번째 영화에서 지뢰를 밟은 채 꼼짝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나, 그 다음 프로젝트에서 두 명의 탈옥수를 그리려는 것도 아직 그가 전쟁의 상흔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영화를 만듦으로써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People 2] <광산에 내리는 진눈깨비>의 알리레자 아미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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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프로모션플랜(PPP) 수석운영위원 정태성
‘굿바이 미스터 PPP!’ 정태성 부산프로모션플랜(PPP) 수석운영위원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6년동안의 ‘복무’를 마치고 영화제의 무대에서 내려온다. 그는 7일 PPP 폐막식에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PPP를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8년 첫 행사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고, 이듬해부터 수석운영위원을 맡아 현재까지 이른 그는 영화에 대한 안목과 뛰어난 언어능력, 합리적인 비즈니스 마인드 등으로 PPP를 ‘아시아 최대의 프리마켓’으로 끌어올렸다. 2001년에는 한국 신인감독을 제작, 투자사와 연결해주는 뉴 디렉터스 인 포커스(NDIF)를 개설했고, 올해 행사부터는 아시아 업체를 대상으로 영화마켓을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등 의욕있는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몇년동안 정 위원은 ‘올해가 나의 마지막 PPP’라고 거듭 이야기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PPP에서 그의 존재가 절대적인데다, 결국 그 다음해 PPP 사무실에
[People 1] 아름다운 작별인사, PPP 수석운영위원 정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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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 잘했다,그지?2박3일 동안 누구보다 알차게 영화 바다를 항해 중인 함윤희(19 왼쪽)씨와 강지연(20)씨. 6일 도착하자마자 <희미한 불빛> 등 두 편을 챙긴데다, 7일 역시 <안녕, 용문객잔>을 포함해 두 편, 서울 올라가는 오늘도 <해파리>등 두 편을 볼 예정이다. 중학교 동창인 둘은, 작년 이맘때까진 대학 진학에 여념이 없던 고3 수험생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재수를 하지 않고 무사히 대학 진학을 마친 터라, 강의 몇 개 빠지고 부산행을 택한 것. 처음 오는 부산 영화제라 볼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아 한시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단다. 오랜 친구와 함께 떠나는 영화 여행이 그녀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한없이 풍요로워진 가슴 말고도 삶의 여유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 깨달음일 것이다. 서울에서 보자구요~.피플 인 부산피터 반뷰런/ 저널리스트/ 10.3/ 해운대 그랜드소남 킹가/ 배우/ 10.4/ 웨스틴 조선지아장커/ 감독/ 10.4/ 해운
오늘의 관객(함윤희, 강지연 씨)/People in P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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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와 일반 관객들 반응 뜨거워,일반상영작 무료 관람 가능북한 영화 상영전이 7일 오전 11시30분 남포동 대영극장에서 생각보다 적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사히 막을 열었다. 지난 98년부터 북한영화 상영을 준비해 온 부산 국제영화제 조직위가 8회를 맞아 오랜 숙원을 달성한 것. 심의 문제로 진통을 겪던 일곱편의 북한영화 중 다섯 편은 고스란히 관객의 품에 안기게 됐고, 나머지 두 편은 제한 상영이나마 빛을 보게 됐다. 상영전이 열린 첫날 대영 2관에서 제한적으로 상영된 <내 고향>의 경우 스무명 정도가 관람하는 데 그쳤고, 같은 시간 대영 3관에서 상영된 <신혼부부>는 일반에게 공개된 덕분에 150명 가량이 관람을 했다. 두 작품 모두 ID 카드 예매분은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나, 정작 상영관에 나타난 게스트는 거의 없었다.반면 외신기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영문 자막이 제공되지 않음에도, <헐리우드 리포터> <스크린 인터내셔널>
북한영화 드디어 관객 품에!(+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