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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존재, 행복... 그건 다 오해야
<유혹의 기술> | 김대우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김대우라는 신인감독은 생소할는지 몰라도,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는 꽤나 익숙한 이름이다. <송어> <정사>부터 최근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그는 충무로 시나리오계에서 이미 안정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작가다. 그런 그가 ‘감독선언’을 했을 때 “백이면 백, 극렬하게 뜯어말렸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본 만화 중에 아들은 굉장히 열심히 살고, 아버지는 엉망으로 사는 부자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쯤에 두 부자가 베란다에서 ‘남자는 늙으면 어떻게 봐도 다 똑같아 보여’라고 말하는데, 만화 가게에서 펑펑 울게 되었다. 싸한 느낌이랄까. 인생에서 결과는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으로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루빨리 영화의 가까운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었다.” 결국 이 작가의 감독행은 흔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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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어둠 속에 빛을 밝혀라!
<안녕! 유에프오> | 김진민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김진민 감독은 지금까지 “저예산 조감독”으로 살아왔다. 전수일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내 안에 부는 바람>으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그는 <세기말> <눈물> 등을 거치면서 혹독하게 단련됐고, 7년 세월을 칼만 갈았다.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감독이 되려 했지만, 하나도 멋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발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영 운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다. 관상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박철수필름 공채에 합격한 첫걸음도 행운이었지만, 뜻이 맞는 친구 이해영과 이해준 작가를 만난 것도 천운이었다. <안녕! 유에프오>는 <품행제로>를 쓴 이 젊은 작가들과 김진민이 함께 방구석을 헤집으며 만들어낸 시나리오다.
이해영·해준 작가가 처음 썼던 <안녕! 유에프오>는 여피족이 등장하는 멜로영화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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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사이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배형준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시스템으로 감독된 거죠.”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배형준(37) 감독은 늦깎이로 첫 연출작을 맞이한 소감을 그렇게 말한다. 그는 1992년 <우연한 여행>에서 연출부 막내로 시작한 이후,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맨>을 거쳤다. 그리고는 지금은 ‘형, 아우’ 하는 한지승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했다. 한지승 감독이 공동대표로 있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제작사 ‘시선’ 창립도 함께 도왔다.
배형준 감독은 원래 데뷔 준비작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영진위 2002 하반기 시나리오 당선작 <비둘기 둥지로 날아든 뻐꾸기>를 우연히 보게 됐다. “내 거는 이거만큼 풀려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 같아서” 방향을 선회했다. “원래 코미디와 멜로를 지향”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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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고딩과 싸가지 대딩의 우격다짐<내사랑 싸가지> | 신동엽 감독-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글만 써왔다. 동명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내사랑 싸가지>로 데뷔하는 신동엽(27) 감독은 그동안 시나리오만 여러 편 작업했던 사람이다. <기막힌 사내들> 연출부로 일한 뒤 스물셋, 늦깎이로 군에 입대하면서, “남들보다 늦게 간다는 것부터 뒤진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나 해놓고 가자”고 결심해 <동감>을 썼다. 제대 뒤 인터넷을 뒤져 다섯편 영화의 연출부 구인 소식을 알아냈다. “그쪽에서야 날 뽑는 거지만 내 딴엔 내가 고르는 거라서” 강제규필름 투자에 정초신 감독, 안재욱 주연이라는 영화 <비트겐슈타인> 연출부에 합류했다. “나름대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5개월 만에 엎어졌다. “단추가 두칸 정도 어긋난 출발이었지만” 운좋게도 제작사가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느냐 해서 <유아독존> 시나리오를 썼다. 이후 <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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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을 찾아서<아홉살 인생> | 윤인호 감독-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마요네즈> 이후 윤인호 감독이 영화의 소재를 건져올린 건 번번이 소설에서였다.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계획들이긴 하지만, 윤인호 감독은 황석영의 단편 <몰개월의 새>, 신경숙의 중편 <그가 모르는 장소>의 각색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문인들이다. <마요네즈>를 좋게 봤다며 연락을 줘서 알게 된 김운경 작가와는 그새 네팔 여행까지 다녀왔고, 틈만 나면 장터 여행을 함께 가곤 한다. “나이 들어서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책에서 소재 찾고 작가들과 어울리고… 그렇게 되네요.” 황기성사단에서 <아홉살 인생>을 맡아달라며 윤인호 감독을 부른 것도 우연치곤 기막히다. 90년대 초반에 출간된 <아홉살 인생>은 10여년간 꾸준히 인기를 모았지만, 지난해 MBC의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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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그러진 ‘스위트홈’의 기억현대가족의 이면을 그린 또 하나의 공포영화 <아카시아> 그리고 감독 박기형가족은 괴물이다. <장화, 홍련>이나 처럼 박기형 감독의 신작 <아카시아>도 가족의 폐부에 기생하는 비극을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그려낸다. 화사한 꽃무늬로 단장한 집이 기괴한 사이코드라마의 무대가 됐듯, 단란한 가족을 위해 마련한 4인용 식탁에 죽은 아이들의 냉기가 자리하듯, 앙상했던 아카시아 나무가 꽃을 피울 때 그 속에선 죽음의 향기가 배어난다. 2003년의 가족호러 3부작라 불러도 좋을 세편 가운데 <아카시아>는 못지않게 불온한 영화다. “내 쉴 곳은 오직 집, 내 집뿐”이라고 노래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가족의 초상은 뒤틀리고 일그러진다. <아카시아>는 가족이 괴물이 된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는 영화다. <여고괴담>에서 우리의 학창 시절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들추어냈던 박기형은 이 영화에서 가족의 포근함 속에 깃
<아카시아>와 박기형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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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형 감독 인터뷰소통이 단절되는 순간이 바로 두려움의 시작“제발 호러 전문 감독이라고 쓰지 말아주세요. 다음엔 코미디 하고 싶어요.” 다소 의외지만 박기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996년 단편 <과대망상>에서 올해 <아카시아>까지 7년간 어두운 상상력에 짓눌렸던 탓이다. 어쩌면 <아카시아> 이후 한동안은 박기형의 공포영화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오랜 시간 공포영화를 고민했던 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아카시아>는 <여고괴담>의 제목이 될 뻔했다고 들었다. 오래전부터 아카시아에 대한 공포영화적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아카시아에 대한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다. 아카시아향이란 게 따로 방향제로 팔 만큼 향기롭고 꽃이 피면 예쁘고. 어릴 때 노래 있었잖나.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그런 식으로, 아련하고 예쁘고 추억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아
<아카시아>와 박기형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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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시인의 초상사망 40주년 시인 장 콕토의 ‘빛의 잉크’로 쓴 시(詩) 영화세계 조명홍성남 / 영화평론가장 콕토의 영화들 속에서 시인은 죽음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그 어둠의 세계로부터 귀환하는 존재로 종종 그려진다. 그의 마지막 영화 <오르페의 유언>에서 콕토 자신이 연기한 시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쩌면 이런 식의 부활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었는지 1963년 10월의 어느 날 콕토는 절친한 친구였던 가수 에디트 피아트에게 자신들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 대해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우리의 의사들은 아는 게 없어. 우리가 죽고 난 걸 보고 나서야 우릴 되살려내려나봐.” 며칠 뒤 두 사람은 같은 날 몇 시간의 간격을 두고 차례로 이 세상을 떠났다. 물론 초현실적 혹은 몽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콕토의 영화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에서도 발생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의 영화에서와 달리 죽음은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무심하게 시간만 흘렀을 뿐인 것인데 바로 그렇게 지
영상시인 장 콕토 Jean Cocteau(1889~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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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이 스크린으로 간 까닭은<새>부터 <디 아워스>까지, 음향으로서의 음악의 정체성현대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필립 글라스가 그의 앙상블을 이끌고 처음으로 내한해 공연을 갖는다. ‘필립 온 필름’이란 이름으로 10월14∼15일 LG아트센터(02-2005-0114)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컬트 다큐멘터리로 꼽히는 고드프리 레지오의 3부작 중 <균형 잃은 삶>과 <변형 속의 삶>이 상영되는 무대 위에서 열린다. 필립 글라스와 고드프리 레지오의 ‘합작품’은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기술에 점령당한 참상을 ‘눈으로 듣는 음악, 귀로 보는 이미지’로 드러내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 3부작은 글라스가 레지오의 영상에 맞추어 곡을 작곡하고 레지오가 음악에 맞추어 영상들을 다시 쪼개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필립 글라스는 이후에도 <디 아워스> <쿤둔> <트루먼 쇼> 등의 영화음악을 통해 영상과 음악의
현대음악이 스크린으로 간 까닭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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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이란 무엇인가이처럼 음악을 음향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방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의 하나가 히치콕의 고전인 <새>이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없다. <시민 케인>의 스코어 작곡가이기도 한 전설적인 버나드 허먼이 맡은 사운드트랙은 합성된 전자음을 통해 새의 끔찍함, 비명, 히치콕이 나중에 ‘전자음향적 정적’이라고 부른 아스라한 바닷소리 등을 표현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음향들은 그 어떤 음악보다도 극명하게 상황적이고 또한 음악적이다.또한 음향적 전위음악은 수많은 사이-파이필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음악가인 제리 골드스미스는 1968년작 <혹성탈출>(Planet of Apes)에서 당시까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전위적 사이-파이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였는데, 이 전자사운드는 지금까지도 사이-파이 사운드트랙의 전범으로 남아 있다.이들 이외에도 수많은 실험영화들이 전위음악의
현대음악이 스크린으로 간 까닭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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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와이즈만은 SF·게임 중독자?9월 중순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언더월드>의 감독 렌 와이즈만은 아주 특이한 경력을 가진 감독이다. 이 영화를 감독하기 이전의 필모그래피라고는 <스타게이트> <고질라>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등에서 소품담당을 했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 그나마 IMDB에는 <스타게이트>와 <인디펜던스 데이>의 소품 보조로만 올라와 있어, 다른 영화들에서 그의 역할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면, 뭘 보고 그에게 이런 영화의 연출을 맡겼을까 의아해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광고와 뮤직비디오 업계에서 연출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인물이다. 소니(플레이 스테이션), 타임워너, 오라클,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를 만들었고,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해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 등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던 것이다.그런 그
표절 시비 말린 <언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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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란 겉보기에 근사한 한두 가지 의미나 기쁨을 위해서 백여 가지 견마지로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체를 만드는 일도 예외가 아닌데 이번주에는 견마지로를 하는 동안 여러 번의 기쁜 일이 있었다.그중에서도 영화를 통해서 마음과 관계를 치유해보자는 정성어린 제안, 이재용 감독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내면에 대한 진솔하고 진심어린 소개를 접하는 기쁨은 청명하고 깊다. 기력이 쇠한 몸이 기름기 없이 맑은 고급 음식을 접한 듯한 쾌감과 통한다.이들 감독 혹은 필자들의 태도는 ‘이질적인 것에 대한 관조와 연민’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야와 직능을 막론하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귀기울이면,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모아진다. 그것은 바로 승인된 문화 규범의 바깥에 있는 이질성이나 불일치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리오타르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화합할 수 없음’ 자체다.이런 가치를
쿨한 관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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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 되는 날이다. 개막 당일 수영만은 한국 가을날씨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저녁 바닷바람 속에 성황을 이뤘다. 확실히 축제는 단조로운 일상과 노동의 리듬을 일탈하고 궁극적으로는 보완하는 생활의 악센트다.올해는 부산영화제가 해운대 시대로 전환하는 원년이라고 기록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영화제들이 거의 예외없이 쾌적한 휴양 기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부산영화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영화제 전용공간이 착공되는 2005년이면 멀티플렉스를 포함하는 안정적인 상영관 인프라, 배후의 고급 숙박시설 등과 더불어 영화제가 제2의 도약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이러한 공간상의 변동과 더불어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동시에 감지된다. 남포동의 좁은 광장을 송곳 꽂을 데도 없이 가득 메우며 스타를 향해 꺅꺅 환호하던 예의 팬덤을 어떤 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젊은 영화 열기라고 불렀지만, 무언가 결핍에서 기인한 극단적인 열
영화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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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난 한 남자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바람의 전설>(감독_박정우)이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크랭크 인 했다.
약 닷새 동안 강원도 대관령 삼양 목장을 필두로 태백시 철암의 선탄장, 흥국사, 고성군 대진항 방파제 등지를 돌면서 진행된 이번 첫 촬영은 사교댄스를 배우게 된 주인공 풍식이 전국의 춤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춤을 완성시키는 내용이다.
영화<바람의 전설>은 ‘사교댄스’라는 이색적인 소재와 이성재의 춤꾼 연기 변신과 박솔미의 스크린 데뷔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람의 전설>은 1월 말까지 촬영이 진행되고 내년 봄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성재 주연의 <바람의 전설> 크랭크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