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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소혹성 B612호의 면적은 11평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11평의 아파트를 생각해도 좋고, 그 아파트의 바닥을 구체(具體)로 뭉친 형태를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말건 펴건, 어쨌거나 11평이란 공간은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아니, 90%의 사람들은 그곳을 좁다고 말한다. 5%의 사람들은 그런 평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나머지는 기권이다.11평의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더욱 얘기는 쉬워진다. 공간은 빤하고, 무언가 엎질러지면 야단이 나고, 숨을 곳도 숨길 것도 그곳엔 없다는 사실을- 하루만 살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대개 그곳에 사는 이는 알게 모르게 청빈하고, 부지런하고, 겸손하게 마련이다. 늘 장미를 돌보고 바오밥나무를 감시해야했던- 어린 왕자처럼.나는 때로, 집의 면적이 인간의 겸손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면적과 겸손함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말해 무엇하지만, 91평에 사는 인간이라면- 죽어도 홈쇼핑
슬픔의 바오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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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단위(UNIT)로 쪼개서 산다면 시간 단위는 부담스러우니 30분 단위로 나누는 것이 좋다. 나의 하루는 목욕 1단위(30분)/ TV시청 1단위- 주로 퀴즈 프로그램/ 인터넷 서핑 2단위(1시간)- 주로 슈퍼모델 나체 사이트/ 운동 3단위- 주로 당구/ 머리 만지기 4단위/ CD 쇼핑 2단위/ 점심시간 3단위…. 이렇게 나는 알찬 생활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직업을 가질 시간이 있단 말인가? ” 이것은 이 땅에 크리스마스가 없어지지 않는 한 대대로 불려질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작곡한 아버지 덕분에 그 저작권료로 살아가는 빈둥 백수 청년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가 하는 말이다. “무슨… 이런 호화스런 말을! 쳇!” 시기어린 투정도 해보지만 이거야말로 ‘남자의 로망’ 아니 ‘백수의 로망’ 아닌가….근데 전제조건이, 이 백수는 돈이 있는 백수라 위의 사항이 가능한 것이다. 돈없고, 어딘가 주눅들고, 상처 잘 받고, 쫀쫀하고, 경제관념 확실한 백수가 우리 시대의 백수
미장원에 4단위를 투자하는 보이,<어바웃 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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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박사 논문을 쓴답시고 허덕대고 있었다. 한편의 논문에 그 무엇인가를 걸고 어느어느 대학교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내 인생을 팔려고 하고 있었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가빠하면서도 아이 키우는 것과 시집살이하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모두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나를 단련시키고 강화해주는 예방주사와 같은 것이라고 위안하며 살았다.
그러다 그 영화를 만난 것은 어느 청명한 가을날 오랜만에 호젓하게 슬그머니 찾아간 한적한 영화관 스크린에서였다. 그 즈음 나는 안팎으로 밀려오는 분주함을 혼자서 잠깐씩 해소하는 방법으로 영화관을 찾는 것이 낙이었다. 그날도 작은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집 앞의 번화가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서 영화관으로 들어섰던 것 같다. 사실은 아무 기대도 없었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서는 내 몸 전체가 숨은 듯 착각을 하듯이 그 숨가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심지어 내가 사는 목표라고 정해놓은 것까지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면서
삶의 무게를 조용히 내려놓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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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고래가 그랬어> 창간호 나오고 어느 날 자정 넘어 조 중사가 전화를 했다. ‘멸공’은 얼치기 빨갱이인 나에 대한 그의 장난 섞인 지지고 ‘중사’는 그가 스스로 달아준 계급이다. 그는 내가 ‘브로커’라고 놀릴 만큼 출판이나 회사 경영에 경험이 많다. 그는 내가 나름의 원칙과 명분을 주식회사라는 현실적 틀 속에서 실현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노련하고 듬직한 중사를 둔 셈이다. 조 중사는 이따금 자정이 넘어 전화한다. 대개 나에 대한 염려를 주정이라는 형식으로 드러내곤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해요, 씨바”, “솔직히 무슨 일 있는 거 모를 줄 알아요” 하는 것이다. “일은 무슨 일, 씨발놈아.” 그럴 때면 나도 편안해져 욕을 한마디 한다. “왜 애들처럼 욕을 하고 그래요.” 내가 웃음을 터트리고 자정 넘어 싱거운 통화는 끝나는 것이다.그러나 이날은 목소리가 유난히 쾌활하다. “씨바, 기분 좋네요. 정말.” “넌 술 먹으면 기분 좋잖아.” “씨바, 그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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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굿바이 레닌>을 생각하다엄격한 유교 관습에 따라 장례를 치르는 상가에 갔을 때 내가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대목은 ‘곡’이다. ‘곡’은 상을 당한 후손들의 슬픔의 정도를 대외만방에 알려서 가문의 예의범절을 과시하기 위한 형식이다. 그런데, 나는 일정한 박자와 곡조에 실려 전달되는 규격화된 슬픔을 접하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지금 울고 있는 저이는 지속적으로 눈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슬픈 기억들을 동원하고 있을까? 슬픔은 개인적인 것이고, 그 표현양식도 개인적인 게 제격이다. 내가 가장 쉽게 감염되는 슬픔의 표현양식은 두 가지다. 죽은 자식을 끌어안은 어미의 오열과 누군가의 죽음과 맞닥뜨린 무심한 표정. 이 둘은 사뭇 달라 보이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몰입해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런데도 무심한 표정으로 슬픔을 삼키는 사람들은 종종 오해받는다. “지 아비가 죽었는데 저놈은 슬프지도 않는가 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네.
독일식 사랑과 한국식 우국충정,<굿바이 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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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에는 언어가 있다. 그러나 정작 언어가 중요한 주제가 되는 영화들은 별로 많지 않다. 1964년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 영화는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가 꽃파는 아가씨 일라이자의 언어를 수개월에 걸쳐 고쳐줌으로써 그녀를 상류사회로 진입시킨다는 내용으로, 음성학적 지식과 활동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영화 <황산벌>의 주제가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이 언어나 언어학은 아니지만, <황산벌>은 언어가 중요하고 특별한 역할을 하는 흔치 않은 영화들 중 하나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서기 660년, 황산벌에서 백제의 계백 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일전을 벌인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백제인들이 호남 방언을 사용하고 신라인들이 영남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연출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언어공동체의 맥락과‘거시기’
<황산벌>에서 사용된 오늘날의 호남 방언과
방언의 충돌을 통해 정치와 풍자를 이루다,<황산벌>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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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토마스 앤더슨에게는 두개의 신분이 있다. 하나는 거대 기업의 프로그래머 앤더슨, 다른 하나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무법천지로 누비고 다니는 해커 네오. 어느 날 네오는 선글라스를 낀 비밀요원들에게 체포된다. 그들은 앤더슨에게, 전설적인 해커 모피스의 체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협박한다. 앤더슨은 거부하지만, 요원들은 이상한 기계곤충 같은 것을 그의 뱃속에 집어넣는다.
놀라 깨어난 앤더슨은, 자신의 방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트린에게서 걸려온 전화. 앤더슨은 요원들을 만난 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모피스를 만나게 된다. 모피스는 그에게 양갈래 길을 보여준다. 하나는 최근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이 삶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후자를 택한 앤더슨은, 이상한 곳에서 깨어난다.
머리 뒤에는 플러그가 장착돼 있고, 온몸에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로 거대한 거미집 같은 곳에서 깨어난
사이버 스페이스의 `부활`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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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씨네큐브는 마흐말바프가(家) '릴레이' 영화 상영의 두 번째 순서로 14일부터 <칠판>을 상영한다. <칠판>은 이 집안의 장녀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두 번째 영화로 2000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칠판을 멘 두 선생님과 쿠르드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 칠판은 영화의 소재이자 카메라를 몰고 다니는 영화의 주인공. 두 선생님들이 짊어지고 다니는 칠판은 상황에 따라 방패, 들것, 결혼 예물과 이혼 위자료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영화는 그다지 잘 다듬어진 편집이나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악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소박한 모습은 관객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한다.사미라 마흐말바프는 교육이나 전쟁에 대한 거창한 주장을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상징으로 나지막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부아르와 싸이드는 학생을 직접 찾아다니는 선생님.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저 사
[새 영화]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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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서먼, 루시 루 주연의 무협액션 영화 <킬 빌 Vol.1>의 기자시사회가 5일 오후 2시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열렸다. 타란티노가 6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기대와 동양 액션영화를 적극 활용한 내용 때문인지 극장 안은 류승완, 장준환, 이무영, 정준호, 김보성 등 액션장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국내유명감독들과 배우들로 붐볐다.“복수는 차가울 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킬 빌 Vol.1>은 <매트릭스>와 <미녀삼총사> 등으로 동양무술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무술감독 원화평이 참여해 기대이상의 강도높은 액션씬과 새로운 형태의 무협액션을 보여준다.그러나, 동양 무협영화에 대한 흠모와 강인한 여성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버무려진 <킬 빌 Vol.1>은 발목이 잘리고 눈알이 뽑혀나가는 장면 등 잔인한 장면들로 인해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액션씬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청엽옥에서 벌이는 싸
<킬 빌 Vol.1> 기자시사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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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경이 신생영화사 더존필름의 창립작 <여고생 시집가기>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CF 속의 신비로운 이미지 하나로 단숨에 주목받은 이후 주가가 급상승한 그는 이번 영화로 국내 여배우 중 최고의 개런티를 받았다고 한다.
데뷔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큰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음에도 3억원이 훨씬 넘는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제안받은 역할은 여고생 안평강. 16살이 되면 온달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왈가닥 학생이다. 이 배역으로 그는 최근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생기발랄한 모습을 큰 스크린 속에 확장해놓을 듯하다. <여고생 시집가기>는 온달 역 캐스팅을 마치고 내달 11월께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여고생 시집가기>에 캐스팅 된 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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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10-13일 올해 우수기획 DVD 공모전의 출품작을 모집한다. 모전은 상업용 혹은 비상업용 구분없이 국산 창작 영상물을 담은 DVD를 대상으로 하며 교육ㆍ어린이, 기획ㆍ교양, 애니메이션, 극영화ㆍ드라마 등 4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다. 대상 1편과 우수상 각 부분 1편씩 모두 5편을 선정하며 선정작은 구입지원을 통해 국내외 주요 도서관, 공공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신청서는 문화부(www.mct.go.kr)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www.kocca.or.kr)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접수는 서울 목동 923-14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문화부, 올해 우수 DVD 공모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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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가 영화 <소금인형>에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납치된 아내를 구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 여기서 이은주는 납치당하는 아내 서지호 역을 맡았다. 서지호는 1년 전에 아들을 잃고 그 뼛가루를 바다에 뿌린 슬픔 속에 사는 여인으로,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납치를 당하면서 격한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온몸을 내던질 남편 김선우 역에는 한석규가 출연을 결정한 상태. <소금인형>의 제작은 올해 초 <이중간첩>을 내놓았던 영화사 힘픽처스가 한다. 시나리오를 쓴 이순안 감독이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치르며, 11월 초 크랭크인할 예정.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및 배급을 담당한다.
깊은 슬픔 속으로,<소금인형>의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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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한국과 프랑스의 영화 공동제작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지난 8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최근 협정 초안을 마련했으며, 5일 오후 4시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회의실에서 영진위 주최로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에 나선다. 박덕호 영진위 해외진흥부 1팀장은 "프랑스와 공동제작협정이 체결되면 한ㆍ불합작영화는 프랑스 영화로 간주돼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제작 기술 및 인력 교류와 수출입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프랑스는 지금까지 40여개국과 영화 공동제작협정을 맺고 있으나 우리나라가 외국과 공동제작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분야에서도 1994년 캐나다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유일하다.국내 자본이나 인력 등 일정 비율이 참여하는 합작영화를 모두 국내영화로 인정해 수입추천 면제, 스크린쿼터 제외, 해외 영화제 포상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와 영화 공동제작협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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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인간 야옹이’와 우리 불쌍한 소녀 ‘홍련’가 만나 결혼을 한답니다. 영화 <어린 신부>(제작 컬처캡 미디어, 감독 김호준)에서. 11월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어린 신부>에 쾌남아 김래원과 눈 큰 소녀 문근영이 캐스팅됐다.
어린 시절 양가 할아버지가 맺어놓은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대학생 신랑과 고등학생 신부가 벌일 옥신각신 이야기가 <어린 신부>의 주요 내용이다. <옥탑방 고양이>로 단숨에 쾌남아의 경지에 올라서버린 김래원이 맡은 역은 결혼을 하거나 말거나 그저 놀 궁리만 하는 먹자대학생 ‘상민’. 눙치는 웃음을 흘리며 미운 짓을 해도 밉지 않은 그가 이번에 피울 말썽은 무엇이 될지.
문근영이 맡은 역은 어린 신부 ‘보은’. 사연 끝에 결혼하긴 했지만 똑 부러진 성격으로 신랑 길들이기에 나서는 캐릭터. <장화, 홍련>에서 보여줬던 신선함을 이번에는 또 어떻게 발휘할지. 내년 2월 확인할 수 있다.
꼬마신부 납시오~,<어린 신부>의 문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