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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꽃을 피우던 시기이기도 하다.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은 어디서 그 단서를 얻었을까. 오히려 그것은 당시의 현실이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산업사회의 ‘피곤도’는 극에 달했고 그 결과 산업사회 이후에 올 다음 패러다임이라면 그 피곤도의 증가 이외에 다름이 아닐 것이라는 자각이 이런 영화들을 낳는다. 그러면서도 이런 상상력의 배경에는 ‘기술은 계속 진보할 것이다’라는 가정도 들어 있다. 그러니 이 디스토피아적 가정법은 ‘연장선’ 속에서 미래를 기술하는 한 방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그리고 테리 길리엄의 <여인의 음모>(원제 ‘브라질’)가 바로 그런 상상력의 대표자격들인 영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시기가 바로 뉴에이지의 발흥 시기와 겹친다는 것. 디스토피아, 뉴에이지, 그 두 갈래는 방향은 달라도 동일한 당대적 조건에서 탄생한 쌍둥이들이다
대조의 미학,<브라질>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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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이건의 <쿼런틴>은 사립탐정일을 하고 있는 은퇴한 테러 전담 경관 닉이 병원에서 갑자기 실종된 여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뻔하디 뻔하다고 할 수 있는 하드보일드 추리물의 도입부이고 이건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우선 쓰기가 쉽고 진짜 추리소설에서는 굉장히 뻔한 장르 공식이라도 SF와 같은 다른 장르와 결합하면 그 진부함이 쉽게 감소되기 때문이다.그런 걸 생각해보면 이건의 안전한 선택은 오히려 최선이다. <쿼런틴>에서 이야기의 독창성이나 힘, 캐릭터의 개성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닉의 캐릭터나 그의 고민, 실종된 여인을 찾아나서는 그의 수색은 점점 무게를 잃고 독자들 역시 그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이 소설이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른 데 있는데, 만약 정말로 독창적인 스토리 라인이 이 소설에 따라주었다면 오히려 독자들의 시선은 엉뚱한 데로 분산되었을 것
미래사회에 대한 예언 혹은 숙고,그렉 이건의 SF스릴러 <쿼런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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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러들의 수다>를 제작한 장진 감독이 TV드라마에서 주연으로 깜짝 출연한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 편의 시를 녹여내듯이 만드는 MBC `한뼘 드라마'의 2회(10∼13일 밤 12시50∼12시55분) `택시 드라이버'편에서 주인공인 택시 운전사 역을 맡는 것.
장진은 매일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타는 한 여자(김혜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띄워 전달한다.
영화감독 장진,TV드라마 깜짝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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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내년 2월 열리는 제54회 베를린영화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8일 부산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베를린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스캔들‥>을 포럼부문에 초청해 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1988년작 '위험한 관계'와 비교상영할 예정"이라고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 프로그래머 도로테 베너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베를린 영화제의 초청작 선정은 각 부문의 프로그래머들이 별도로 담당하고 있으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공식경쟁부문에도 출품해 놓은 상태다. <스캔들‥>의 경쟁부문 진출 여부는 이달 안으로 밝혀질 예정이다.10월 초 개봉해 1-2일 주말까지 전국 32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조선 최고의 요부 조씨부인(이미숙)과 바람둥이 조원(배용준)이 수절 과부 숙부인(전도연)의 정절을 놓고 벌이는 위험한 '게임'을 그린 영화로 1
<스캔들‥>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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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르네상스, 여기서 싹텄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20년을 맞았다. 1984년 남산 영화진흥공사 건물(현 영화감독협회)의 구석진 방에서 출발한 영화아카데미는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올해까지 배출한 296명의 영화인 중 대다수가 충무로 현장을 바쁘게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햇수로 20년 영화아카데미의 역사는 곧 한국영화의 최근사와 동의어나 다름없다. 2000년 만하임-하이델베르그영화제, 2001년 발라돌리드국제영화제 등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특별전’이 열리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영화아카데미의 20년을 돌아본다.
얼마 전 토론토영화제에 들른 임상수 감독은 이곳 프로그래머로부터 다소 엉뚱한 질문을 받았다. “도대체 영화아카데미가 뭐하는 곳이냐”는. 이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감독들은 임 감독을 비롯해 장준환, 봉준호, 박경희, 김기덕 감독이었는데, 이중 김기덕 감독을 제외하곤 모두 아카데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아카데미 20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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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깨우친 영화의 '어른' 들
“촬영을 나가서 무심코 카메라를 땅바닥에 놓았는데, 유영길 촬영감독님이 막 화를 내는 거예요. 영화 하는 놈이 이것밖에 못하냐고.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한,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시려 했던 것 같아요.”(박기용 감독·3기)
교수진이 취약하다는 점은 현재까지도 영화아카데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지만, 그 와중에 학생들에게 큰 가르침을 준 ‘어른’들이 있다. 우선, 고 유영길 촬영감독. 그는 영화아카데미의 초창기 때부터 실습수업을 진행했다. 유 감독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영화에 대한 자세를 심어줬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허진호 감독은 “황영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날 유 감독님과 술을 함께 마셨다. 새벽인데, 유 감독님이 쓰레기통을 앞에 가져다놓더니 이리저리 바라보면서 ‘빛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그때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한다.
또 한명의 스승은 유재형
영화아카데미 20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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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은 아카데미를 다니던 1년 또는 2년을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시간’으로 기억한다. 영화아카데미 출신 5명의 영화인이 회고하는 ‘나는 왜 영화아카데미에 갔는가’, 또는 ‘아카데미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나’, 혹은 ‘아카데미는 현장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줬나’.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
조근식 | 13기·<품행제로> 연출
내가 속한 영화아카데미 13기는 변화의 시대를 살았다. 우선 우리 기수들은 남산에서 홍릉으로 이전한 뒤 뽑힌 첫 번째 기수인데, 덕분에 나는 페인트 냄새 채 가시지 않은 새 건물과 새 책상, 그리고 새로 구입한 실습장비들을 마음껏 흠집내며 다닐 수 있었다. 또 우리 기수 때부터 1년에서 2년으로 교육기간이 늘어났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원래는 1년 반 정도의 3학기였던 것 같은데 우리가 졸업작품을 6개월 넘게 찍는 바람에 그냥 2년으로 정리됐던 것 같다. 세 번째는 12기까지 12명 정도를 뽑다가 우리 기수부터 정원이 18
영화아카데미 20년 [3] - 졸업생들이 회고하는 영화아카데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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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5수생의 합격비법
박경목 | 16기·단편 <그녀>, 중편 <후회해도 소용없어> 연출
나는 영화아카데미를 다섯번 만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카데미 20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대부분 세번 정도의 시도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그 정도에서 그만둬버리기 때문일 거다. 이런 면에서 나는 바보이면서 일면 쓸데없이 집요한 놈이다.
처음 영화아카데미에 대해 들은 것은 1994년도 독립영화협의회에서 하는 정기상영회에서였다. 그때 상영작이 아카데미 11기 작품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 그리고 지금 데뷔를 준비하는 허재영 감독의 작품이었다. 영화를 하겠다고 대학 졸업 뒤 고향 대구를 등지고 독협 워크숍을 들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 그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나도 저들처럼 영화를 잘 만들 수 있겠지, 라고 꿈을 꿨다.
아카데미를 향한 첫 도전은 12기를 선발하던 94년 겨울이었다. 당시 아카데미 시험의 방식은 매번 바뀌었
영화아카데미 20년 [4] - 졸업생들이 회고하는 영화아카데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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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비통한 이야기지만) 나는 영화아카데미를 다니지 못했다. 영화아카데미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개교했지만, 나는 그때 소년 가장이었다. 나는 취직을 했고, 정말 한없이 부러운 심정으로 내 친구들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난 그때 진정한 영화광이란 결국 영화를 만드는 마지막 계단에 올라야 한다는 트뤼포의 말을 신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영화 스터디를 하던 김소영은 용용 죽겠지, 하는 표정으로 입학을 했고, 황규덕은 속마음도 모르고 너 내년에 시험 볼 거냐고 물었다. 나는 정말로 영화현장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걸 보면서 떠들어대는 것은 다 헛수작들이거나, 잡담이거나, 그도 아니면 질투이다. 영화평론가란 아무리 잘해봐야 이류 영화감독이다(그래도 삼류감독들보다는 낫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하여튼 영화아카데미 1기들과 모두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그렇다고 이 말이 그들 모두와 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
영화아카데미 20년 [5] - 영화광 정성일이 `질투심으로` 날리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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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포착! 영어완전정복에 이런 일이?
‘조선의 9급공무원’ 나영주가 난생처음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겪게 되는 일을 로맨틱코미디라는 포장지로 감싼 영화 <영어완전정복>. 이 영화의 촬영장에는 촬영감독인 김형구 감독 외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건 이강산 조명감독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그는 촬영 틈틈이 조리개를 열어 현장의 분위기를 간직했다. 촬영장의 낮은 숨결까지 포착한 이 흑백사진들(촬영 초반 그는 컬러필름을 사용했으나, 비용문제로 곧 흑백필름으로 바꿨다) 아래 김성수 감독과 주연배우 이나영, 장혁이 ‘토’를 달았다. 즐겁고 난감하며 신나고 답답했던 6개월간의 기록.
1) 첫 촬영
이나영
어? 첫 촬영을 마쳤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어떻게 찍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렴풋하게 편안하고 따뜻했던 분위기는 가슴에 남는데…. 첫 촬영이라 그렇겠지만 모두들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빨리 스탭들과 친해지고 싶다. “놀아줘!”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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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포착! <영어완전정복> 포토코멘터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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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쉬 이즈 프로!
김성수
조민환 대표의 눈은 정확했다. 안젤라 켈리는 정말 프로페셔널한 배우다. 낯선 곳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을 텐데, 늘 밝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다. 한국어 대사 연습도 어찌나 열심인지, 연출부와 제작부들에게 한국어 대사를 발음해달래서 각각의 특징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아 거기에 자기만의 연기를 섞는 식으로 준비를 해온다. 촬영 마치고 돌아갈 때 서운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9) A는 B가 아니고, B는 C가 아니지
이나영
감독님과 장혁이 담배를 피우러 또 밖으로 나간다. 감독님은 내가 연기나 캐릭터의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꼭 “이나영씨, 모니터 좀 보러오세요”하고 존댓말을 하신다. 그런데 장혁에게는 “담배나 피우러 가자”라고 한다. 음…. 둘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자배우인 내가 모르는 둘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음… 대
순간 포착! <영어완전정복> 포토코멘터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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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나가고 터져나가고…, 독종들!
지난 3월 촬영에 들어간 강우석 감독의 신작 <실미도>. 그러나 이 영화는 크랭크인 이후 반년이 넘도록 대중에게 그 형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5분짜리 메이킹필름을 공개하면서 약간의 갈증을 달래주긴 했지만, 순제작비 82억원에 서울, 제주도, 뉴질랜드, 말타에 이르는 방대한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실미도>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거대한 섬이었다.
12월 개봉을 앞두고 찐득한 펄밭 위로 서서히 눈동자를 드러낸 <실미도>의 정체는 육중한 블록버스터이기 전에 30년 전 한 사건에 대한 신랄한 고발장인 동시에 권력자의 손아귀에 사지가 찢겨나가고 터져버린 가련한 인간군상에 대한 비극적 드라마다. 여기 <씨네21>에 처음으로 공개한 스틸사진 위에 프로듀서, 연출부, 제작부가 써내려간 제작일지와 “과묵한“ 배우 설경구가 기억의 골짜기를 더듬어 올라간 증언을 더해 <실미도>, 그 생생
<실미도> 210일간의 혹독한 촬영의 기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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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은 파카, 낮에는 강렬한 햇살
“꿈을 꿨다. 우린 실미도에서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는데 전쟁이 났다! 한국전쟁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우리는 우연히 부상당해 피해온 국군 한명에게 소식을 듣는다. 서울이 함락되었고, 부산 정도만 남아 있다고…. 어찌할 바 모르던 감독님은 최후의 최정예 부대원들이 바로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우리 훈련병들이다! 북에서도 전혀 실체를 모르고 있던 <실미도> 배우 훈련병들!!! 감독님은 그들에게 실제 무기를 주고 북으로 북파를 시킨다. 김정일 목을 따오라고! 잠을 깼다. 헉… 개꿈이다. ….” - 연출부 제작일지 중
징그러운 지네와 ‘돈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무의도 숙소에서 빠져나와 물이 빠진 길을 걷거나, 보트를 타고 실미도에 도착하면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일단 실미도에 도착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해변을 뛰었다. 8km가량 되는 실미도 앞 하나개 해변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다양하
<실미도> 210일간의 혹독한 촬영의 기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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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촬영현장에 나타난 귀신들
Q : 실미도의 귀신의 특징은?
A : 모두 군복을 입고 있다
이름없이 쓰러져간 기구한 영혼들이 떠도는 섬 실미도. 스탭들은 촬영 중간중간 당시의 물건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피묻은 칼이 발견됐을 때는 거의 패닉상태였다. 하여 귀신의 출현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저곳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증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5월18일, 밤촬영 3일째. 조감독 3인방 중 한명인 심혁 조감독은 어젯밤에 다리없는 군인 귀신을 봤다고 하고 훈련병 중 두어명도 실미도에서 귀신을 보았고 제작부 재승이와 승원이도 실미도에서 잘 때 귀신을 보아서 밤새 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고 한다(제작부는 2명씩 교대로 촬영종료 뒤 스탭과 배우가 숙소로 돌아가도 실미도 현장의 장비와 세트장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을 선다). 현장 분위기 흉흉해 여자 스탭들은 촬영장에선 화장실도 안 가고 숙소로 돌아갈
<실미도> 210일간의 혹독한 촬영의 기억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