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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16일(일) 밤 11시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은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문예영화이다. 문예영화는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일종의 주류 장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군사 쿠데타 이후 대부분의 예술작업들이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 힘든 상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유현목 감독은 문예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기도 한데,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이범선 원작의 <오발탄>(1961)을 비롯해 황순원 원작의 <카인의 후예>(1968) 등이 대표적이다.
작품의 무대는 개항 시기 경남 통영이다. 20년간 한약국을 경영하는 아버지에게는 네딸이 있고, 그 네딸은 각각 성격이 판이하여 통영에서는 ‘김약국집 딸들’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읍내에서 입방아가 자자하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첫째딸, 신여성이 된 둘째딸, 말괄량이 셋째딸, 기독교 신자인 넷째딸. 한창
[한국영화걸작선] 한국 근대사의 대서사,<김약국의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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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 꿈을 온전히 이루기란 쉽지 않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꿈을 위해 매진하던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자신의 현재를 비관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왠지 측은해 보이고, 쓸쓸함을 자아낸다. 신철호 감독의 <오디션>(DV 6mm/ 흑백/ 2002년)은 그 꿈과 현실의 간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갖고 있던 작고 소박한 꿈들. 그러나 현실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은 사람들. 그 쓸쓸함이 영화에 슬며시 녹아 있다.
그것은 매우 쓰라리지만,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연극배우 수완은 오디션을 앞두고, 선배의 강권에 못이겨 술자리를 갖게 된다. 그리고 선배의 회한에 찬 푸념을 듣는다. 결국 수완은 연습 한번 하지 못하고, 대학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운다. 그곳에서 떠오른 또 다른 수완의 추억. 옛 여자친구를 자신의 곁에 두지 못한 안타까움. 수완은 오디션에서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한번도 그녀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진심을 털어놓는다
[독립영화관] 왜 만날 넘어지는 거야, 응?<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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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Beauty, 1999년감독 샘 멘데스출연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SBS 11월16일(일) 밤 11시55분
샘 멘데스 감독이 만든 현대판 ‘아메리칸 드림’. 무기력한 회사원 레스터는 성공을 꿈꾸는 완벽주의자 캐롤린, 평범한 10대인 딸 제인과 함께 살고 있다. 레스터는 딸 제인의 치어리더 공연을 보러 농구장에 갔다가 딸의 친구 안젤라에게서 성적 환상을 느낀다.
이후 젊음을 되찾고 싶은 그는 스포츠카를 사고 헬스를 시작한다. 제인은 옆집으로 이사온 리키와 조금씩 마음을 터놓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아네트 베닝, 도라 버치, 케빈 스페이시 등이 열연하고 있다.
[주말 TV] 아메리칸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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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間道, 2002년감독 유위강출연 양조위, 유덕화, 증지위, 황추생KBS2 11월15일(토) 밤 10시50분
경찰의 비밀요원 진영인은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다가 발탁된다. 이후 범죄조직 삼합회에 잠입하여 조직원을 위장한 스파이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보스가 가장 신임하는 심복이기도 하다. 한편, 유건명은 열여덟살 때부터 경찰에 잠입해 스파이로 활동했다.
그는 현재 경찰 내에서 뛰어난 강력반 요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찰 경력이 벌써 십년째에 이르는 그는 이제 조직원 신분을 버리고 싶어한다. 엇갈린 길을 걸어가는 남성들을 내세운 홍콩 액션영화. 양조위의 연기가 일품이다.
[주말 TV] 무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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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 Diario, 1994년감독 난니 모레티출연 난니 모레티 EBS 11월15일(토) 밤 10시난니 모레티 감독의 (1998)엔 이런 장면이 있다. 은 감독 자신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 난니 모레티는 두 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한다. 이탈리아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게 된 것이 한 가지이고 나머지는 득남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좌익은 우익 정치인들 못지않게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허탈감을 느낀 난니 모레티는 신문기사가 어지럽게 널린 방 안에 주저앉는다. 옆에선 아들이 태평스럽게 놀고 있다. 이 장면은 난니 모레티의 영화 특징을 요약한다. 신문기사의 스크랩과 TV 등 대중매체에 관한 냉소, 그리고 영화에 대한 성찰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나의 즐거운 일기>는 난니 모레티의 영화 중 가장 유쾌하면서 ‘소수의 것과 문화’를 변함없이 옹호하는 감독의 세계관이 스며 있다.<나의 즐거운 일기>는
현실에 들이미는 화사한 칼날,<나의 즐거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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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영화들 가운데 <카트린 부인은 어디에?>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삼아 카트린이란 노파의 시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그린 희극이었다. 심장마비로 죽은 카트린 부인의 시체는 죽기 직전 그녀와 파티 중이었던 에릭이란 사내에 의해 엉겁결에 땅에 묻혔다가 이후 에릭과 그의 친구들에 의해 다시 파내어져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에릭과 친구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시체는 마을의 화가 지망생 소년에게 발견되지만 우연히 공사장 땅 속에 묻혀 마침내 사람들의 눈앞에서 영영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 밖에도 꽤 많은 수의 인물들이 등장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이 영화에서 사실 위와 같은 줄거리는 대단한 것이 못 된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줄거리 자체보다는 일종의 맥거핀적인 대상이라 할 시체의 존재/부재가 유발하는 여러 상황에 인물들이 반응하는 방식이었다. 생각건대 이 영화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례
죄의식에 관한 유물론적 탐구,앨프리드 히치콕의 <해리의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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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멕시코의 소도시 탐피코에 몰려드는 외국인은 두 종류다. 이곳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실권자거나, 아니면 본국에서 도피 중인 조무래기 범죄자. 멕시코인과 외국인 실권자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하는 범죄자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가끔씩 굴러들어오는 일용직이거나 구걸뿐이다. 돕스와 커틴 역시 그렇게 하루하루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살아간다. 예전에 이곳에서 금을 캐내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봤다는 노인 하워드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돕스와 커틴은 지금까지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몽땅 투자하여 금을 찾으러 가기로 한다.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작가 B. 트레이븐이 발표한 소설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은 소유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반자본주의적 비판정신으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출판사조차 트레이븐의 본명이나 얼굴을 알지 못했고, 작품들의 일관된 주제나 스타일을 보고 잭 런던이나 앰브로즈 비어스가 필명을 쓰는 게 아닐까, 혹은 유
멕시코 버전의 <맥베드>,<시에라 마드레의 보물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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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비극이 시작된다.”(윤재연 감독) 사랑받고 싶다는 혹은 성공하여 인정받고 싶다는 소녀들의 욕망이 제각기 뒤틀리고 교차되는 순간 공포의 파고가 몰아친다. 예술고등학교라는 특수한 상황, 또래들보다 훨씬 앞질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맞닥뜨린 예술가 지망생들은 여우계단을 하나하나 짚어 올라가며 ‘내 소원을 들어줘…’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포영화 시리즈’인 <여고괴담>의 세 번째 작품으로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3000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4명의 신인배우들이 자신들의 실제 모습과는 많이 다른 ‘장르적’ 캐릭터들에 어떻게 독특한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탐구하는 모습, 30여분간의 삭제장면까지 포함하는 감독의 음성 코멘터리, 미술과 그림과 무용, 특수분장, 음악 담당자와의 꼼꼼한 인터뷰를 통해
여우야 여우야 숨긴걸 말해줘, <여고괴담3: 여우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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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냐구요? 책을 읽으세요. 책에 다 있습니다.” 지난 2001년 겨울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공개된 뒤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던져진 질문을 프로도 역의 엘리야 우드는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퉁명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틀린 얘긴 아니다.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만큼은 원작을 들춰보면 어렵잖게 풀어낼 수 있다. 그런데 원작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도, 이제 더이상은 의문을 품을 일이 없다. 조만간 선보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함께 절대반지의 폭풍 같은 운명도 종말을 고하게 될 테니까.운명이 점지한 대로, 프로도는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의 끝에 다다르고, 아라곤은 곤도르의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그러나 “고통없는 시련은 없고, 희생없는 자유는 없다”는 카피가 예고하듯, 이들은 적잖은 시련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이 3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내용. 프로도는 반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 ‘보물’에
반지의 귀환,해외신작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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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감독 김기덕이 다시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지난 10월30일 크랭크인한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과 딸의 원조교제를 목격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전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달리 소재부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원조교제하면 몸을 파는 여자와 몸을 사는 남자만 떠올리는데 딸의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점을 도입해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사마리아>에 등장하는 여고생은 매춘으로 상대방에게 삶의 깨달음을 얻게 만드는 인물로 나온다. 매춘으로 불교를 전파했다는 인도여인 바수밀다의 설화에서 따온 이 이야기는 <나쁜 남자> 못지않은 논쟁을 예감케 한다.11월3일 화곡동 여관골목에서 진행된 촬영분은 원조교제를 하던 친구가 죽은 뒤 친구가 관계를 맺었던 남자들을
매춘이 그들을 구원할지니,<사마리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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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 하나 있는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 골목길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고는 11월의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 세명뿐이다. 우도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되는 영화 <인어공주>가 동네 해녀 아주머니들을 모두 모아놓고 물질하는 장면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는 <인어공주>는 억척스러운 엄마를 지겨워하는 나영이 스무살 시절 앳되고 맑았던 엄마를 만나게 되는 판타지. 그곳에서 나영은 엄마가 남몰래 사랑하는 우체부 청년이 자기 아빠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해녀 연순과 그녀의 딸 나영을 모두 연기하는 전도연은 이날 두 시간 넘게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아 취재진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박흥식 감독은 연순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라면서 “그분에게 잃어버린 시절을 되찾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욕탕 때밀이로 살고 있는 연순에게 여리고 순진했던, 짝
혼저옵서예,<인어공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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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2살 생일을 맞은 닐 올리버(제임스 마스덴)는 부유한 아버지, 사려 깊은 여동생, 똑 부러지는 여자친구, 유명 법대의 입학허가까지 따놓은, 겉보기엔 부러울 것 없는 청춘. 그러나 그의 실상은 ‘파파보이’이자 자신의 의지로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청년이다. 어느 날 2층 베란다에서 떨어진 양동이에 맞아 정신을 잃은 닐은 이상한 노인 레이를 만나고 “보름 안에 ‘60번 고속도로’를 통과해 소포를 전달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 Review
<인터스테이트>는 80년대 방영되던 TV시리즈 <환상특급> 한편을 보는 듯한 영화다. 귀가 솔깃해지는 흥미로운 설정, 소소한 재미,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교훈적인 엔딩. “아랍에는 ‘지니’가 있고, 중국엔 용이나 원숭이, 유럽엔 요정이 있는데 미국엔 왜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신이 없는 걸까?” 척박한 자국의 상상력을 조롱하는 사내들 곁으로 바텐더가 살며시 다가오면서 말한다. “모르는 소
스크린으로 보는 TV판 환상특급,<인터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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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조명구(정웅인)는 6명의 여자를 죽인 연쇄살인범이다. 다혈질인 여검사 오현주(강수연)는 사형을 구형하려 하지만 피고쪽 변호사 김병두(전재룡)는 그가 정신이상자라고 주장한다. 조명구의 동거녀 미향은 조명구의 살인이 제3자의 조종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증언하고, 김병두는 그 존재가 조명구의 전생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낸다.
■ Review
<써클>은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서 출발한다. 이 집에 사는 남자는 피범벅이 된 시체 위에 그림을 그려넣고 그 옆에 앉아 천연덕스럽게 라면을 먹어치우는 사람이다. <양들의 침묵>의 렉터 박사처럼 잔인하고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가진 그는, 쉽게 말해 싸이코 살인마다. 헛소리를 지껄이고 이죽인다는 기본적인 특징 외에 버거킹 햄버거만 먹고 자신을 성기능 불구자로 착각한다는 특성도 가졌다. 터프한 여검사는 그가 무고한 여자들을 여섯 명이나 죽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격노하여 윽박지른다. 익숙한 미스터리스릴러의 외양을 띠고
해답을 주지 못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써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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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60년대 인기 TV쇼의 주인공이었던 록키와 불윙클은 35년 동안 잊혀진 채 쓸쓸하게 살고 있다. 버려진 신세는 그들을 미워하는 악당들도 마찬가지. 스파이 보리스(제이슨 알렉산더)와 나타샤(르네 루소), 그들의 두목인 위원장(로버트 드 니로)은 할리우드 프로듀서를 이용해 현실세계로 나가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케이블방송을 내보내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FBI는 이들을 막고자 카렌 심퍼시(파이퍼 페라보) 요원을 파견해 록키와 불윙클을 현실로 데려온다.
■ Review
<록키와 불윙클>은 1961년부터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TV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날다람쥐와 말코손바닥사슴이 사악한 스파이를 물리치는 이 시리즈는 1960년대엔 공기나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웠던 냉전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했다. 그러나 냉전의 시대는 갔다. 영화 <록키와 불윙클>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유머를 찾아내야 했고, 미디어, 특히 TV와 할리우드영화를 향한 조롱을
`만화같다`의 잘못된 해석,<록키와 불윙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