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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보는 눈이 입체적으로 된다는 말과 통할 성싶다. 내가 속한 세대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십대까지는 대부분 사물을 파편적인 지식으로 분절하는 법을 암기했고, 20대는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충격적으로 접하는 반역의 시기였으며, 그것조차도 단지 가능한 하나의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갈 무렵 우리의 청춘도 막을 내렸던 것 같다.그러고 나자 해체의 시대가 도래했다. 고정된 모든 질서와 경계가 의심받았으며 진실은 상대화되었다. <매트릭스>는 심지어 세계 전체의 존재방식에 이원론을 재도입했다(이 시리즈의 속편들은 전혀 다른 영화이지만).상대주의는 비단 거시적인 차원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도 그러하다. 누군가의 확고한 믿음이 나에게는 도전해야만 하는 과제가 된다거나 나의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의심스러운 대상일 수 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내가 보는 법’이다.모든 가능성을 다 품고 있는 세상, 바라보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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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3부작의 액션, SF, 철학 이야기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의 코멘트
1999년, 세기말에 등장한 <매트릭스>는 충격과 탄성을 자아냈다. 검은 가죽옷을 입은 트리니티가 공중에 붕 떠서 우아하게 발차기를 하는 순간, 관객은 이전에 만나지 못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홍콩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광적인 마니아였던 워쇼스키 형제는 실사영화가 미처 손대지 못했던 원시림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매트릭스>는 보통의 대중오락에서도 고상한 철학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오랫동안 비주류로 남아 있던 동양 무술을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었고, 몸과 기계를 이용한 갖가지 액션의 신천지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액션영화광이건 철학자이건 <매트릭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트릭스>는 21세기의 영화가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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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서 쿵후(功夫)하기
20세기 말에 등장해 요란하게 세기를 이어온 <매트릭스>. 암울한 SF영화이자 철학적 논란까지 일으키는 이 거대한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액션장면의 가장 큰 특징은 적극적으로 ‘쿵후’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무수히 많은 미국영화에서 쿵후 파이터들을 볼 수 있었으며, 서양인들이 보기엔 별 차이없는 동양 무술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비디오 가게 진열장 한벽을 다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이전까지는 ‘쿵후’가 할리우드 주류영화를 이끌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풍토 속에서 탄생한 <매트릭스>가 새로웠던 점은 할리우드의 누구도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던 ‘쿵후’의 세계를 그들과 다르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저 운동 좀 했다고 설치는 배우들 몇명 데려다가 카메라 앞에서 펼쳐놓고 좋은 동작들 몇개 건지면 그만인 그런 게 아니었다. <매트릭스>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얼마나 ‘쿵후’의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2] - 류승완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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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로서의 <매트릭스>, 그리고 속편들의 쇠락 요인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만큼 21세기 영화판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른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많은 <매트릭스> 팬들은 기존 SF 장르 독자들이 영화에 보내는 덤덤하거나 냉소적인 반응에 울화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내 개인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도 여러 번 있었던 일이다. 사실 장르 독자들의 이런 냉소엔 사람 속을 긁는 얄미운 면이 있긴 있다. 터줏대감의 심술이랄까.
SF팬들은 왜 <매트릭스>를 인정하지 않는가?
이들의 심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SF 문학계에서 사이버펑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초반. <매트릭스>가 할리우드 장르 세계에 사이버펑크 장르를 본격적으로 이식한 것은 1999년. SF 문학계에서는 벌써 사이버펑크의 유행을 접고 그 다음을 모색하는 동안 영화계에서는 뒤늦게 한물간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3] - 듀나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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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들이 보고 싶은 걸 찍은 거겠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네트라고 하는 가상공간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뿐 아니라 화면구성 등 많은 면에서 <매트릭스>에 영향을 끼쳤다.
>> 실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마침내 그걸 시작한 남자가 나타났다는 점이 매우 감개무량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연출이나 특징이 어떠한 것인가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나름대로 거기서 얻을 게 있었고, 워쇼스키 형제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확실히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 <매트릭스>는 딱히 싫어하는 영화는 아니다. 좋아한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싫어하는 영화는 아니고 본인들하고도 만났으니까. 하지만 사실 뭘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달까, 그들에게 영화란 일종의 사업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업 얘기에 더 열심이었고. 어떤 영화를 좋아햐나고 했더니 홍콩영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4] - 오시이 마모루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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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블록버스터의 철학하기
“어떤 인간이 사악한 과학자에게 수술을 받았다. 그 사람의 두뇌가 육체에서 분리되어 두뇌를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해줄 영양분이 가득 담긴 통 속에 옮겨졌다. 신경조직은 그대로 초과학적 컴퓨터에 연결되어 (…) 모든 것이 완벽히 정상적인 듯이 보이는 환각을 일으키도록 한다고 하자. 사람들, 사물들, 하늘 등등이 모두 있어 보이지만 그 사람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컴퓨터로부터 신경세포에 이어지는 전자자극의 결과다. (…) 그 사악한 과학자는 여러 가지로 프로그램을 변형시킴으로써 그 사람으로 하여금 과학자가 원하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일지라도 ‘경험’하도록 할 수 있다.”(힐러리 파트남, <이성, 진리, 역사>)
실재론과 관념론
<매트릭스> 1편에서 거대한 수조 속에서 배양되는 인간 클론들의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곧바로 미국 철학자 파트남의 사유실험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 “과학적 공상”은 “외부세계의 존재에 관한 회의론이라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5] - 진중권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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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방 나인 이영애…맞수관계 동무…맛깔스런 궁중음식…이영애는 궁궐 음식을 만드는 소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나인이다. 어릴 적 궁에 들어와 각종 나물 이름 외기, 물동이 이고 걷기, 놋쇠그릇 닦기, 상놓는 법 익히기 등 고된 수련을 거쳤다. 생각시 시절부터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동무도 있다. 이영애는 음식에 관한 한 뛰어난 기질을 타고 났다. 반면 그의 동무는 기교는 뛰어나지만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는 갖고 있지 않다. 어느날 최고상궁이 두 사람을 불러놓고 말한다.“내가 이제 물러날 때가 됐으니 두 사람이 경합을 벌여 음식 솜씨가 더 뛰어난 사람을 내 후계자로 삼겠노라!” 결국 전수자 결정은 보류되지만 그 뒤 두 사람은 서로 각기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된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각종 맛깔스런 궁중 상차림은 양념으로 여러 차례 제시된다.이상은 대한민국에서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구 가운데 40% 이상이 본다는 인기드라마 〈대장금〉의 줄거리가 아니다. 문화방송이 1995년 12월1일 창사
8년 전에도 대장금? 아~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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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S.E >
감독 임상수/출연 문소리, 황정민, 윤여정, 봉태규/화면비율 2.35:1/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두장으로 만들어진 확장판 패키지. 기존 DVD의 프로덕션 노트를 업그레이드시킨 어드밴스드 프로덕션 노트에서 영화 제작단계부터 DVD 제작을 위한 스탭들의 특별 인터뷰, 메이킹 편집, 촬영 등을 담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임상수 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 영화평론가 황진미씨가 거침없이 털어놓는 ‘바람’과 ‘외도’에 대한 코멘터리. 문소리, 황정민, 봉태규, 백정림 등 배우들이 이야기하는 섹스 장면의 뒷이야기도 유쾌하다. 또 영화 촬영전과 촬영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엮은 ‘이미지북‘을 수록해 제작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명필름
<고양이의 보은>
감독 모리타 히로유키/애니메이션/화면비율 16:9/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들을 탄생시킨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새 DVD]<바람난 가족S.E><고양이의 보은><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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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 열연 최민식
〈올드 보이〉의 극중 초반 오대수가 술 취해 파출소에서 ‘깽판’을 치는 장면에서 그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고 내 이름이 오대수인데 수습이 안 된다”고 자조 어린 농담을 한다.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던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는 오늘 하루가 아니라 15년을 수습하지 못하는 극단의 상황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괴물’로 변해간다. 배우 최민식(41)은 ‘소시민’과 ‘괴물’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두 시간 동안 유유히 헤엄쳐 나간다. 거기에는 대책 없고 주책없는 ‘이강재’(파이란)와 광기 번득이는 ‘장승업’(취화선), 쭈뼛거리고 흔들리는 ‘서민기’(해피엔드)와 싸늘하고 가차없는 ‘박무영’(쉬리)이 함께 숨쉰다. 이처럼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은 자신의 보여온 연기의 지류들을 하나의 정점으로 끌어모았다.
그의 연기를 묘사하는 데 ‘신기’라는 표현조차 진부해져 버리는 최씨에게 뭐가 도전일까 싶지만 최씨는 오대수가 “새로운 연기 스타일의 도전”이었다고 이
<올드보이>의 최민식, “죽어 마땅한 인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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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형식의 탐구와 개척에 생애를 바친 덴마크의 거장 칼 드레이어(1889~1968)의 회고전이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저널리스트로 출발해 20대 중반부터 영화에 몸담기 시작한 드레이어는 덴마크 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림과 아울러, 클로즈업과 몽타주의 독창적인 사용으로 이후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장 뤼크 고다르는 〈비브르 사 비〉에서 드레이어의 〈잔다르크의 열정〉을 인용하며 그에게 경배를 바쳤고,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드레이어와 텔레파시를 통한 교감을 느끼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영혼은 스타일 속에서 드러난다”며 스타일을 중시했던 드레이어는 수난과 구원의 문제에 주목하면서 그 못지않게 영화마다에 적합한 형식을 모색하고 개발해 나갔다.회고전은 그의 영화 14편 가운데 데뷔작 〈재판장〉(1918)부터 클로즈업의 교과서로 언급되는 〈잔다르크의 열정〉(1927), 불명확한 시점 쇼트 안에 존재 자체의 불안감을 담아넣은 독특한 공포
‘클로즈업의 교과서’ 칼 드레이어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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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신작영화 <실미도>에 조혜련, 전도연(사진) 등 인기 연예인의 동생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훈련병 5'로 출연하는 조지환(25)과 '훈련병 7'을 맡은 김기성(25)이 그 주인공. 조씨는 1남 6녀 중 다섯째 딸인 조혜련씨 집안의 막내 동생이며 김씨는 전도연의 외가쪽 사촌 동생이다. 연예인 누나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단역이지만 이 영화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동아방송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조지환은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맡았으며 서일대 연극영화학과에서 공부한 김기성은 정두홍 액션스쿨 소속으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제작사와 연출팀 혹은 연기자들이 이들의 출연사실을 알게 된 것도 촬영이 중반 이상 진행된 이후다. "오랜 기간 같이 고생한 덕에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두 사람도 서로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을 정도.김기성은 "누나들의 후광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며 "액션이 가능한 연
영화 <실미도>에 연예인 동생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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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복귀 3년 만에 안방 시청률 평정, "인기 들뜨지 않게 가다듬고 가라앉혀야"
"레디...투 쓰리 포...큐!...또 비행기 소리야...스톱!" "오늘 비행기 소리 때문에 30여분간을 헤매고 있어요." 평균 시청률 45%대를 유지하며 5주째 인기순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MBC 특별기획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의 촬영이 진행중인 경기도 의정부 MBC 문화동산 야외세트장에서 이병훈 PD가 어깨를 어쓱거리며 허탈해 한다.
그 앞에는 `대장금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장금' 이영애(32)씨가 연분홍 저고리와 쑥색 치마를 차려 입고 촬영 훼방꾼인 비행기 소리를 원망하는 듯 한상궁 양미경씨 옆에 다소곳이 서 가끔 먼 하늘로 눈길을 보낸다. 촬영이 진행중인 야외세트장 한옥 정원에는 따사로운 11월중순의 늦가을 햇살이 며칠째 짓궂은 비를 뿌리던 구름을 물리치고 화사하게 내려앉아 카메라 렌즈를 마주하고 있는 장금이의 치마 저고리에 윤기를 보탠다.
한때 브르주아
‘대장금 신드롬’ 이영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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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고?지난 6월 말 전세계 <스타워즈> 팬들은 경이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스타워즈>의 온라인 게임판인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던 것. 한국을 중심으로 해서 전세계적으로 이른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가 선풍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스타워즈>라는 차별화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MMORPG의 출시는 비단 <스타워즈>의 팬들뿐만 아니라 게임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루카스 아츠사와 소니 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2000년부터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통해 개발을 진행해왔고, 그 과정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기다리던 이들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분열된 제국>(An Empire Divided)이라는 부제를 가진 <스
롤플레잉 게임 개발중인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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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는 2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애정만세 4색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성과 재미를 겸비한 애정 영화 4편을 상영한다. 상영작은 브래더 앤더슨 감독의 <해피 엑시던트>와 아모스 펠렉 감독의 <패스트푸드 패스트우먼> 등 미국 영화 두 편과 이란 영화 <도메>, 롤랑 조페 감독의 <바텔>. 작품당 하루 1회씩 상영되며 맥스무비(www.maxmovie.com),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7천원. 문의 ☎(02)766-3390, 인터넷 www.dsartcenter.co.kr▲<도메>(하산 엑타파나) = 배경은 이란 북부의 작은 산골 마을. 젖소 농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청년 도메는 어느날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처녀 세타레에게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하지만 집안의 어른이 대신 청혼을 해야 하는 것이 이란의 관습. 도메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
하이퍼텍 나다, 애정영화 4편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