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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요인에 관해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개인 차원의 요인과 범인과 범죄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물론 그 두 가지 성격의 요인은 얽혀 있는 게 보통이다. 비만이 범죄는 아니지만 비만의 요인도 개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비만은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게으름에서 비롯된 문제로 치부된다. 몸무게가 0.1t에 조금 못 미치는 필자가 느끼기에는.저자 그렉 크리처는 비만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학교, 사회, 국가가 함께 맞서야 할 공공의 적으로 지목한다. 그는 어느 날 운전 실수를 해서 다른 운전자에게 ‘조심해 뚱땡아!’라는 욕을 먹었다. 뚱뚱한 사람은 운전도 더욱 조심해서 해야 하나? 열받은 게 아니라 충격을 받은 그는 체중 감량에 돌입하여 목표를 이뤘다. 그는 되물었다. ‘나는 어떻게 살을 뺄 수 있었을까?’ 남다른 의지력 때문에? 아니다. 살 뺄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사회 계층에
비만은 ‘공공의 적’이다, <비만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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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을 보고 톰 행크스, 정말 싫어졌다. 그 싹수야 10년 전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서 알아봤지만 <터미널>로 확인사살이 됐다. 문제는 뭔가 하니, 그가 너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리뷰기사를 보면 영화에 대한 평이야 여러 가지로 갈리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게 톰 행크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선량하기 그지없는 둥글넓적한 얼굴에 눈망울이 젖어들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그의 표정을 볼 때 ‘얼씨구 놀구 있네’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던 나마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 아저씨 왜 이러세요. 다 잘될 거라구요” 말하고 싶어진다.
전 미국인의 연인이라고 일컬어졌던 해리슨 포드나 지나친 ‘자뻑’에 이제는 미국 관객마저 등을 돌린 케빈 코스트너도 한때는 아메리카니즘을 대표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톰 행크스는 그들과 다르다. 일단 펑퍼짐한 외모부터. 또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짐이 곧 아메리카다”라고 말하는 대신 “밥
연기 너무 잘하는 거 아냐?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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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한달 휴가를 얻어 유럽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미술 관련 서적 하나를 들고가 3주간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미술관 몇 군데를 방문했다. 그중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을 잊을 수 없다. 고흐의 그림을 보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본 도판에서 전혀 느낄 수 없던,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붓질의 느낌 때문이었을까. 평소 고흐의 그림을 특별히 좋아한 적 없건만 그의 삶과 영혼에 델 듯했다. 물론 그건 낯선 경험에서 오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유명한 그림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한번도 없던 한국 촌놈이니 그럴 만한 일 아닌가. 지금 돌이켜보면 굳이 고흐의 그림이 아니었대도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진품의 향취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전율을 불러온다.
그때 본 미술관 풍경 가운데 기억에 오래 남는 일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들은 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직접 보며 자라는구나. 무심히 그 모습을
문화적 저력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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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바퀴 달린 물건이 많아지고 있다. 길에 굴러다니는 자동차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의자와 냉장고와 침대에, 여행가방과 계단과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신발바닥에까지도 바퀴가 달려 돌아가고 있다. 청계천에 나가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물건에 부착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바퀴들을 갖춰놓고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한곳에 붙박이로 머물러 있던 가구들, 전적으로 근육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었던 물건들에 바퀴가 달리는 현상에는, 사물의 자연스런 진화과정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전혀 이질적인 요소들의 돌연한 결합과 그로 인한 이전 단계와의 뚜렷한 단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지된 사물과 이동하는 사물이 결합함으로써 사물의 기능이 변하고, 그 변화는 다시 그 사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로 전이된다.이를테면 의자는 사람이 한곳에 정지해 있으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어떤 일에 집중하기 위해 만든 물건이었다. 의자는 동물인 사람을 정적인 식물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도구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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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지독한 사랑>의 주인공 김갑수는 부인에게 연구논문을 쓸 게 있다고 하고 집을 나와 강수연과 외진 바닷가에 딴살림을 차린다. 강수연은 거기서 출퇴근을 하고, 겨울방학을 맞은 교수 김갑수는 살림을 돌본다. 하루는 그가 동네 가게에 가서 번개탄을 산다. “아줌마, 번개탄 하나 주세요.” 난 이 말을 “아줌마, 멍게탕 하나 주세요”로 알아들었다. 아, 저런 외진 바닷가는 가게에서 멍게탕도 파는구나, 생각하고 멍게탕이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해서 가게를 나오는 김갑수의 손을 유심히 봤다. 김갑수는 냄비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난 내가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집에 돌아온 김갑수가 가스불을 켜는 대신 연탄아궁이 뚜껑을 여는 걸 보고 나서야 김갑수가 멍게탕이 아니라 번개탄을 샀다는 걸 알았다.후배랑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데, 그 후배가 자기 대학 시절에 알았던 여자 후배 얘기를 꺼냈다. 그 여자 후배가 노래를 엄청 잘했는데 얼굴도 정말 예뻤다며, 가수해도
사랑도 자막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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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알려진 바로는 사망자만 400명 정도고, 사상자는 1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베슬란 주민의 1%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그것도 단 1시간 만에. 누가 이들을 죽인 걸까? 30명 남짓의 인질범?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그건 그들의 살상능력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그들의 총이나 무기는 아마도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희생자들의 살에 가 박힌 총알이나 그들의 살을 태우는 화약은 아마도 대부분 러시아 군인들의 손에서 날아간 것일 게다.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말이다!진압작전의 시발이 된 폭발이 테러리스트의 폭탄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인질범들은 인질들을 죽이기 위해 인질을 잡고 있는 게 아니다. 폭탄의 사용이 야기할 결과를 뻔히 알고 있을 그들이 왜 특별한 이유도 없이 폭탄을 터뜨리고 총질을 해댄단 말인가? 더구나 그들은 협상을 위해 30명가량의 인질을 풀어주지 않았던가? 폭발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인도한 직후에 일어나
국가의 폭력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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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수록 어려운게 연기”그룹 쥬얼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한 박정아(23)가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박정아가 30일 첫 방송되는 SBS TV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윤정, 연출 최윤석)에서 여주인공 인혜 역을 맡아 드라마 데뷔를 한다. 그는 2003년 초 개봉한 영화 '마들렌'에서 조인성의 첫사랑으로 조연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박정아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그가 연기를 욕심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닌데, 맡은 배역은 뜻밖이다. 사실 연예계에서 박정아는 잘 웃고, 털털하면서도 솔직한 성격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런 그가 (그의 표현대로라면) '사랑을 잊으려 하면서도 결코 잊지 못하며 살아가고, 강인해 보이면서도 여린' 인혜를 연기하는 건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평소 박정아의 이미지라면 경호무술학원에서 무술을 익히고, 천방지축처럼 싸돌아다니지만 한 남자를 속으로 가슴 깊이 사랑하는 정우역이 더 맞는 것처
박정아 “저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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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고 떠들썩한 명절 분위기가 싫증난다면 호젓한 예술전용관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예술영화 전용관 전국 네트워크인 아트플러스와 시네마테크, 아트큐브 등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아무리 줄을 서도 못만나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전남 광주의 광주극장과 서울 압구정 씨어터2.0은 개봉하지 않은 한국 영화들을 상영하는 하나 더+ 영화제를 연다. 영화 아카데미 출신 감독 20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이공>을 비롯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신성일의 행방불명>(신재인 감독),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오명훈><썬데이@서울>(오명훈 감독),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 등 젊은 감독들의 저예산 장편영화와 장길수, 황규덕, 이두용 등 중견 감독들의 신작을 상영한다. (02)3444-6640.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을 전국 개봉(10월 중순) 전에 볼
‘빈집’에 미리오세요. 예술영화전용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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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9시 30분 개시된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일반 상영작의 인터넷 예매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7분여동안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kr)의 '온라인 티켓예매창'을 통해 진행되는 인터넷 예매는 이날 오전 17분 18초 동안 중단됐다. 영화제의 김희성 홍보팀장은 "시스템에 비밀번호 오류가 생겨 한동안 예매가 중단됐지만 바로 복구됐다"면서 "일시에 많은 영화팬의 예매 시도가 몰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일반 예매가 접속량 폭주로 인하여 지연 운영되었다"며 "이로 인해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예매가 중단되자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오후 1시 30분까지 100여 명의 네티즌들이 항의의 글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PIFF 2004] 부산영화제 첫날부터 예매 일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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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배경. 최민식, 류승범등 출연법무부가 영화제작 지원에 나서 실제 교도소 시설을 영화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소년수가 권투선수로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주먹이 운다>의 촬영에 협조키로 하고 영화제작진에게 천안소년교도소내 모든 시설을 공개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법무부는 그간 <광복절 특사> <교도소 월드컵> 등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제작진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안문제 때문에 교정시설 공개를 꺼려왔다.한철호 법무부 교정과장은 "그간의 `교도소' 영화들이 법무부 지원없이 세트에 의존해 촬영하는 바람에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묘사가 많았다"며 "보안상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교도소를 촬영장으로 빌려주면서 시나리오 작성시 교도소내 용어, 절차 등도 협조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류승완 감독의 새영화 <주먹이 운다>는 길거리 노장복서 강태식(최민식 분)과 19세 소년
영화제작 지원 위해 교도소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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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웨이 감독과 이재규 PD 작품에 동시 출연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감각파 연출자로부터 동시에 찍힌 행운아가 있다. 영화 <화양연화>, 의 왕자웨이 감독 덕분에 중국 드라마 주연을 맡았고, 한국에서는 MBC TV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PD가 연출한 단막극을 통해 국내 드라마 주연 데뷔를 했다. 주인공은 신인 배수빈.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업계의 장인'들의 손을 거치며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막극 한 편의 주연을 맡은 게 이력의 전부인 그가 30일 첫 방송하는 SBS TV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윤정, 연출 최윤정)에서 덜컥 주연급으로 발탁됐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고수 박정아 박예진과 함께 주요 멜로 라인을 형성하게 된다.사실 배수빈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된 데에는 왕자웨이 감독과 이재규 PD의 도움이 컸다. 우선 왕자웨이 감독 덕분에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왕자웨이 감독과 연이
배수빈, 한국과 중국 연출자에게 찍히는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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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영화축전은 한마디로 상업주의적인 할리우드의 아카데미상과는 판이하게 차이났습니다. 이상을 가진 축전이며 아시아의 자랑입니다." 제9차 평양영화축전(9.12∼20)에 참가했던 일본인 감독 야마모도 싱야(山本晋也)씨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평양지국 기자와 인터뷰에서 평양영화축전을 `아시아의 자랑'이라고까지 극찬했다. 23일 조선신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야마모도씨는 지난해 처음 방북을 통해 북한현실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왜곡됐는가를 실감한 뒤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영화축전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축전에 단편영화 <환생>과 <식욕>을 출품했다.야마모도씨는 인간의 주체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북한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게 됐다며 "영화는 단지 오락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생관을 키워주는 교육의 일환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마모도씨는 또 평양시민들이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실
일본감독 “평양영화제 아시아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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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최고 흥행 시즌인 추석연휴 극장가의 특징은 한국영화, 가족영화, 코미디영화의 강세로 요약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세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김상진 감독, 차승원 주연의 <귀신이 산다>가 17일 개봉해 추석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 반면 올해는 <조폭마누라>(2002)나 <가문의 영광>(2003)처럼 한 영화가 관객을 독식하는 독점 흥행의 전망은 그리 높지 않다. 추석 차례상 차림처럼 하나의 ‘메인’ 메뉴가 시선을 모으기 보다는 다양한 빛깔과 향의 영화들이 골고루 차려져 있는 게 올 추석 극장가의 특징. 여느 해보다 빨간 날이 많아서 영화 한 편은 ‘봐줘야’ 마무리될 것같은 올 추석 연휴 개봉영화들을 장르별로 소개한다.
휴먼 드라마
탄광촌 밴드·꼴찌 야구팀 ‘안전한 선택’
남녀노소 막론하고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영화는 역시 가슴 따뜻해지는 사람 이야기.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류장하 감독)은
추석 극장가 골라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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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9월30일부터 두번째 ‘시네-랑데부’전 상영랑데부라는 단어는 얼마만큼 미래진행형의 설렘을 동반하고 있는가. 시네-랑데부, 혹은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 지난 9월1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던 첫 번째 ‘시네-랑데부’는 호기심에 찬 많은 관객에게 할 하틀리와 오타르 요셀리아니, 브루노 뒤몽,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을 기쁘게 선사하였고, 오는 9월30일부터 10월12일까지 그 두 번째 종합선물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세계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시대 시네아스트를 소개한다는 취지하에 이번에는 이시이 소고의 <엔젤 더스트>와 짐 매케이의 <우리들의 노래>를 포함하여, 9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현대영화의 어떤 경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8편이 마련되었다. 가스파 노에, 로랑 캉테, 이시이 소고, 장 피에르 리모쟁, 엘렌느 앙젤, 안느 소피 비로, 짐 매케이, 필립 그랑드리외라는 비교적 낯선 이름들이 줄줄이 호명될 이번 영화제를
우리 시대 문제작과의 두 번째 조우, 두번째 ‘시네-랑데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