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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Please Please Me> 팔로폰/EMI,1963
이 음반은 비틀스의 이른바 4대 명반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대한 팝/록밴드로서 비틀스를 예우한 결과도 아니다. 사실 당시 비틀스는 풋내기였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링고 스타의 드럼 실력을 신뢰하지 못해 스튜디오에 세션 드러머를 ‘5분 대기’시켜놓을 정도였다. 팝과 록을 예술적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비틀스 신화에 ‘눈먼’ 이에게 이 음반은 그저 화려한 맹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비틀스는 ‘될성부른 떡잎’ 이상이었다. “1! 2! 3! 4!” 하는 외침을 신호로 시종 거칠고 단순하게 전개되는 <I Saw Her Standing There>로 시작해 <Love Me Do>와 <Please Please Me>를 거쳐 존 레넌의 숨넘어갈 듯한 절규가 생생한 <Twist and Shout>로 끝나는 이 음반은 당대 청(소)년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바로 그 음악이었다
<씨네21>의 추석 선물세트 [3] - 베스트 데뷔앨범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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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는 생강차, 귀성길에는 만화책이다. 대한민국 명절 공식 종목 고스톱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랫목 체질들에게 명절음식을 쌓아둔 채 만화책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을 터. 일본 만화 <올드보이>의 한국영화로의 변신합체는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나꿔채는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브라운관에서는 원수연의 <풀하우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람의 파이터>의 성공과 함께 준비되고 있는 대작 후속타들도 즐비하다. <블루엔젤> <아일랜드> <오디션> 등등. 만화는 한국영화라는 두레박의 또 다른 우물로 깊어간다. 그리하여 영화 속 캐릭터나 스타일 혹은 이야기 방식 등에서 왠지 만화방에서 한세월 보냈을 듯한 감독 8명에게 열독만화를 물어봤다. 단순히 추천만화라면 심심할 것 같아 추천자들의 직업적 특성을 발휘하여 ‘영화로 만들고 싶은’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그들이 추천하는 스크린으로 옮기고 싶은
<씨네21>의 추석 선물세트 [2] -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만화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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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자서전> 버트런드 러셀 지음 l 송은경 옮김 l 사회평론 펴냄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을 살펴보는 것이 한 시대를 살펴보는 것과 같을 때, 그 사람을 사상가라 부르며 그 사람의 생각을 사상이라 일컫는다. 버트런드 러셀의 삶과 사상은 바로 그런 드문 경우, 즉 시대를 집약한 축도이자 시대를 감지하는 중추였다. 정직과 솔직함이라는 자서전의 필수 덕목을 완전에 가깝게 갖춘 이 책, 그래서 회고록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추냉이 맛처럼 알싸한 러셀 특유의 표현과 위트를 감상하면서 20세기를 조감할 수 있다.
케인스, G. E. 무어, 비트겐슈타인, D. H. 로렌스, 조지프 콘래드, A. N. 화이트헤드, T. S. 엘리엇, 아인슈타인 등 많은 거장들과 교유했던 내용도 놓칠 수 없다. 그는 20세기 영국 지성계 네트워크의 명실상부한 허브였다. 백작, 철학자, 논리학자, 수학자, 문필가, 반전운동가, 스캔들 메이커, 노벨문학상 수상자. 러셀의 삶은 가로지
<씨네21>의 추석 선물세트 [1] - 국내외 전기소설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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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주말 1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국시장 마케팅ㆍ배급사로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3AM(대표 스티브 리)은 24일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 전역 33개 스크린에서 지난 19일까지 77만8천911 달러의 흥행실적을 올려 순항하고 있는 강제규 감독의 영화가 이날 애틀랜타와 댈러스, 휴스턴, 보스턴 등으로 상영관을 확대하게 됨에 따라 한국 영화사상 최단기간내 입장수입 100만 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스티브 리 대표는 이날 "당초 예상했던 대로 전체 관객의 10-20%는 비한국인으로 추산된다"며 "이런 추세라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세운 종전 기록을 앞당겨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미 개봉 8주만에 100만 달러 벽을 깨뜨렸으나 태극기는 지난 3일 개봉, 순항을 거듭하며 박스오피스 42위에 올라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美 시장 곧 100만 달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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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은 잘 살아 있다. 캐나다의 영화제 세계에서 말이다. 여기엔 선언되지 않은 전쟁이 이런 행사의 미래에 대한 큰 암시를 갖고 절정에 다다르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캐나다의 어느 호텔방에 앉아서 이 글을 쓴다. 북미 최대 규모의 가장 중요한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9월9∼18일)가 29회째 개최 중이다. 일주일 전쯤에도 캐나다에 있었는데, 그때는 28회째를 맞은 몬트리올세계영화제(8월26일~9월6일)에 있었다. 이 두 영화제와 두 도시는 불과 몇백 마일 떨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나라나 심지어는 서로 다른 대륙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어권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은 특색이 있으면서 꾀죄죄하고, 산이 많고 역사에 전 듯한 도시로 막강한 세인트 로렌스 강가에 자리해 있다. 말하자면 유럽 도시인데 공교롭게 북미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영어권 온타리오주에 있는 토론토는 밋밋하고, 티 한점 없이 깨끗하고, 평탄하고, 역사성이 떨어지는 도시로 거대한 온타리오 호숫가에 있다. 이는
[외신기자클럽] 세련된 몬트리올 vs 화려한 토론토 영화제 (+영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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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신작 <뉴 폴리스 스토리>
한국에 강철중이 있다면 홍콩에는 진가구가 있다. 백화점 6층 높이에서 맨손으로 전선 기둥에 의지해 뛰어내리고, 온몸에 시한폭탄을 두른 채 도로를 질주하기도 하고, 헬기에 매달려 발버둥도 쳐보고, 강아지 털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우크라이나 설원을 구르던 슈퍼캅 진가구가 돌아온다. 85년부터 3, 4년 주기로 제작되어온 성룡 영화의 대명사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8년 만에 신작 <뉴 폴리스 스토리>(新警察故事)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20년 뒤가 배경으로 성룡은 사건 해결률 100%의 전설적인 경관 진국영을 열연한다. 여기에 경찰아버지의 끊임없는 학대로 경찰에 대한 반감을 지닌 범죄집단의 수뇌 역에 우옌주가, 진국영과 간담상조하는 동기이지만 거액의 도박빚으로 경찰의 기생충 같은 존재로 전락한 썬 역에 왕걸이 성룡에 맞서는 악역으로 등장하고, 시리즈마
[베이징] 전설이 되어 돌아온 슈퍼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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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감독들이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철폐를 위한 옴니버스 영상물 제작에 들어갔다. 이는 오는 10월15일에서 23일까지 열리는 국보법 철폐 및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문화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되는 프로젝트. 참여 감독은 김태일(<어머니의 보랏빛 수건>), 김경만(<각하의 만수무강>), 최진성(<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 윤성호(사진)(<제국-산만한 제국>), 푸른영상 김진열(<잊혀진 여전사>), 스튜디오 아이스크림 이훈규(<킬로미터 제로, 2003 칸쿤 WTO 투쟁>), 미디어 참세상 영상팀 등 7팀. 제작지휘를 맡고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벌 홍수영 사무국장은 “하나로 묶었을 때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하에 여태까지 작업을 통해 보여줬던 나름의 색깔을 보고 참가자들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9월 초, 위의 프로젝트를 제안받은 감독 중 거절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고.
작품당 3분에서 15분 정도
영화로 외친다 “국보법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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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스의 정경> イノセンスの情景 Animated Clips2004년감독 오시이 마모루상영시간 36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일본어자막 없음출시사 브에나비스타(일본)<스팀보이> スチ?ムボ?イ 스타터 킷(한정판)2003년, 2004년감독 린타로, 오토모 가쓰히로상영시간 52분화면포맷 1.85:1 비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일본어자막 무자막출시사 반다이(일본)<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사운드트랙(한정판)2003년감독 피터 잭슨상영시간 40분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음성포맷 DD 2.0 영어자막 없음출시사 워너뮤직(미국)DVD는 영화 상영이 종결된 뒤에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가끔은 영화 상영 전에 출시되기도 한다. 불법으로 제작된 DVD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본편 전편을 볼 수는 없겠지만 일부 클립과 다양한 부가영상을 수
첨단의 예고편 DVD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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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스>의 도입부. 브랜드가 달아난 동생들을 쫓기 위해 보조 바퀴가 달린 유아용 자전거를 빼앗아 타고 달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화면 밖에서 조시 브롤린(브랜드 역, 사진 두 번째)의 자못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순간을 계기로, 제 커리어는 끝장이 났죠.” 이어서 터지는 박장대소. 다들 웃겨죽겠단다. 오디오 코멘터리가 진지하게 정보만 전달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구니스>는 환상적인 모험영화. A부터 Z까지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DVD에서는 감독(맨 왼쪽)과 함께 어엿한 어른이 된 ‘그때의 꼬마들’이 다시 모여 스튜디오에 음료와 다과를 벌여놓은 채 그저 바글바글 신나게 수다를 떤다. 서로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오면 환호성을 질러대고, 발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듬거렸던 대사를 흉내내며 배꼽을 틀어쥐기도 한다. 각자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면 ‘주목!’을 외치기도 하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동료 연기자들에 대한 추억도 나눈다. 오랜만에 만난 아저
[서플먼트] 어른이 된 꼬마들, 그때를 추억하다, <구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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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GoodFellas Special Edition1990년감독 마틴 스코시즈상영시간 145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영어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워너총을 든 오즈의 마법사 혹은 갱스터 나라의 앨리스, 마틴 스코시즈의 <좋은 친구들>은 부인할 수 없는 모던 클래식이다. <좋은 친구들>은 이 세상 무엇보다 갱스터가 되고 싶었던 남자의 흥망사이자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의 연대기다. 마틴 스코시즈의 범죄영화는 범죄를 뒤쫓는 데서 재미와 스릴을 찾는 영화가 아니며, 그렇다고 범죄자와 형사를 영웅 또는 낭만적으로 그리는 유의 것은 더욱 아니다. 갱스터의 독백이었던 <비열한 거리>는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에서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갱스 오브 뉴욕>은 역사성까지 부여받는다. 마틴 스코시즈에게 갱스터의 세계는 20세기 미국의 역사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패를 증언하는 장, 그 자체다.
얽히고 설킨 수많은 뒷이야기,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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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시대의 화약고 같은 영화는 아니다. 그 역할은 보통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나 <이지 라이더>에로 넘겨진다. <졸업>은 귀여운 말썽쟁이이며, 혁명이란 폭풍 전의 고요에 깊숙이 자리한 작품이다. 졸업 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부르주아 생활로의 지침서- 빨간 컨버터블, 파티, 미래산업 플라스틱의 초대- 를 뒤로한 채 지루한 일상에 빠져든다. 그는 풀장의 나른한 시간이 주는 공허와 이웃 여인과의 섹스란 유혹으로부터 곧 벗어날 테고, 언젠가는 그의 부모처럼 안락한 삶을 영위할 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웃 여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주변의 삶이 얼마나 역겨운 것인지 깨닫는다. <졸업>은 21살 똑똑한 청년의 심심한 사회진출기가 아니라 삶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자의 모험담이다. 이제 세상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그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아들은 부모가 만든 ‘사
나즈막한 혁명의 조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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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케하는 월터 머치와 매튜 로빈스의 초고를 토대로 USC 대학생 루카스는 15분짜리 단편 를 만든다. 이 작품으로 대학생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그는 UCLA 출신의 또 한명의 천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동기생들을 모아 독립영화사 아메리칸 조에트로프를 설립, 장편 데뷔작 <THX 1138>을 연출한다. 하지만 최종본을 받아본 워너의 경영진은 알 수 없는 내용에 경악하고 2년 뒤 늦장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도 실패한다. 그러나 루카스는 곧이어 <청춘낙서>로 재기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스타워즈>의 전설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THX 1138> 감독판은 2분이 늘어난 것 외에도 여러모로 기존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77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미래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느꼈음인지 루카스는 여러 장면에 손을 대 지하세계를 좀더 그럴싸하
스타워즈 신화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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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흉포한 용과 동양의 성스러운 용이 다르듯, 유럽의 인어와 일본의 인어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라인 강이나 지중해에서 달 밝은 밤 초록색의 긴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부르는 매혹의 인어는 일본에 오면 날카로운 이빨에 흉측한 얼굴을 가진 괴물로 둔갑하게 된다. 그래도 닮은 점이 있다면 양쪽의 인어 모두 인간을 유혹해 파멸의 길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인어가 아름다운 외모와 노래로 인간을 꼬인다면, 일본의 인어는 영생을 보장하는 자신의 고기로 인간을 꼬드긴다. <란마 1/2> <견야차>의 다카하시 류미코가 안내하는 예상 밖의 공포세계는 인어 고기에 얽힌 단편 연작이다.<은하철도 999> <무한의 주인> <잭과 엘레나> 시리즈 등 걸작 만화 중에는 영생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질기고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자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계 몸을 얻기 위해 은하철도를 타고 가는 철이는 영원
영원한 생명을 회쳐 드실까요, 다카하시 류미코의 <인어> 시리즈 박스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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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사람이 있다. 듣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음악이 있다. 이한철(의 음악)이 그런 경우다. 1994년 대학가요제 입상 이후 이한철은 대중음악계의 ‘젊은 유쾌한씨’였다. 이는 어느 정도는 TV에 비친 모습 때문이다. 사실 이한철 하면, 기타 메고 노래하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해 촐랑대는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니까.그런 이미지는 역으로 솔로(<델마와 루이스>), 듀엣 지퍼(<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그리고 밴드 불독맨션(<Destiny>)으로 이어지는 음악 ‘본연’에 대한 평가를 간과하고 알맹이 없는 가수 정도로 간주하는 효과를 낳곤 했다. 이는, 시계바늘을 15∼20년 전쯤으로 되돌린다면, 역량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이자 가수라는 점에서, 분방한 반면 나사 하나 빠진 듯한 가수로 ‘가볍게’ 치부된다는 점에서, 음악적 진가를 더디게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김수철에 대입해볼 수 있다
‘유쾌한’씨의 맛깔스런 라틴 리듬, 불독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