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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정일과의 대담에서 김기덕 감독은 “언젠가 ‘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소망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빈 집>을 통해 실현되었다. 하지만 제목의 그 ‘집’은 의미심장하게도 ‘빈집’이다. 굳이 제목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한강다리 아래의 천막(<악어>), 정박 중인 배(<야생동물 보호구역>), 새장여인숙(<파란 대문>), 형형색색의 좌대(<섬>), 빨간색 군용버스(<수취인불명>), 매춘이 이루어지는 트럭(<나쁜 남자>), 그리고 호수 한가운데 뜬 암자(<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등 김기덕의 영화에서 불완전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집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빈 집>에서 엿보이는 집에 대한 김기덕의 관념(의 변화)에는 어딘지 예사롭지 않은 데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의 그의 관심이 장소(집) 자체가 아닌
환상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유령연습’,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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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의 오럴섹스도 검열이 되나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량살상무기를 거래하는 희대의 악당으로 묘사해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마리오네트(꼭두각시 인형)영화 <팀 아메리카: 세계경찰>이 또 한번 이슈에 올랐다. 비밀경찰 ‘팀 아메리카’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개리 존스턴이라는 등장 ‘인형’이 같은 팀의 여성요원 인형과 질펀한 오럴섹스를 벌이는 장면 때문에 미영화협회(MPAA)와 마찰을 벌인 것이다.
애초에 이 영화는 MPAA로부터 NC-17등급을 받았는데,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성인과 함께라면 관람이 가능한 R등급과는 달리 NC-17등급은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입장이 완전히 금지되므로 흥행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등급. 이에 <팀 아메리카…>의 프로듀서 스콧 러딘과 트레이 파커 감독(<사우스 파크>)은 등급 하향조정을 9차례나 MPAA에 건의했고, 외설규제 강화를 원칙으로 하는 MPAA는 끊임없이 이를 반려하다가 마침내 R등급으로 최
미성년자 입장 완전 금지 등급 받은 인형 애니메이션 <팀 아메리카: 세계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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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춤추는 스크린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가. 할리우드에 뮤지컬영화 제작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재 수면 위에 부상한 프로젝트만도 여러 편으로, 뉴라인 영화사는 <헤어스프레이> <제작자들>의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착수했으며, 레볼루션 스튜디오는 에이즈 시대의 젊은 동성애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 <렌트>를 영화화할 감독으로 크리스 콜럼버스(<해리 포터>)를 낙점했다. 한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고 조엘 슈마허가 감독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12월 전세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외에도 브로드웨이의 성공작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판권이 이미 할리우드 제작사들에 팔린 상태다.
뉴라인 영화사의 회장 마이클 린은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뮤지컬영화 제작 붐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뮤지컬영화도 상업적인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
<제작자들><헤어스프레이> 등, 영화를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역영화화도 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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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2003,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오후 2시, 메가5타이의 신성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열대병>은 무척이나 낯선 영화다. 영화의 절반은 병사와 소년의 수줍은 로맨스에 할애된다. 두 사람은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마을을 거닐다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영화를 보러가고, 가라오케에서 수줍게 노래를 부른다. 완벽하게 따사로운 퀴어 영화의 동화(童畵)속에서 펼쳐지는 행복한 이미지들을 뒤로 하고 밤이 찾아온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이 정지한다. 영사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아해질 무렵, 영화는 별안간 전반부와 전혀 다른 세계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병사는 어두운 정글을 헤매이며 (아마도 사랑하는 소년을 잡아간)호랑이의 유령을 쫓아다니고, 위라세타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글을 조명 하나 없이 무성영화처럼 찍어낸다. 전반부의 드라마와 후반부의 판타지를 연결하는 이상한 순환구조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 테지만, 퀴어영화와 타이 민담이 뜬
<열대병> Tropical Ma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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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2004, 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 오후 5시, 부산보스니아에 살고 있는 세르비아인 루카는 보스니아와 세르비아를 이어주는 철도 건설을 꿈꾸는 유쾌한 남자다. 국경 근처의 아름다운 집에서 그는 아름다운 뮤지컬 배우 아내와 축구선수가 꿈인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보스니아 내전이 발발하자 모든 꿈은 허물어진다. 아들은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난다. 비탄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루카의 집에 아름다운 이슬람 간호원 사바하가 보스니아군을 피해 숨어들어오고, 루카는 그녀와 아들을 포로로 교환할 계획에 모든 희망을 건다. 그러나 전화속의 사랑은 더욱 간절해 지는 법. 루카와 사하바는 마술처럼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인생은 기적처럼>은 여전히 활기차고 전과 다름없이 시끌벅적한 '쿠스트리차 영화'다. 등장인물들의 끊임없는 수다와 (쿠스트리차 자신이 베이시스트로 참가하고 있는) 노스모킹 밴드의 정신없
<인생은 기적처럼> Life Is A Mira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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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004, 감독 바흐만 고바디, 오후 8시, 부산2쿠르드족 아이들은 일찍 어른이 된다. 동생을 안아 어르고 돈을 구하러 다니는 이 아이들은 이기적인 욕심이 없어 보이지만, 슬픈 노래와 눈동자에선 걸음마와 함께 생존을 배워야하는 거친 세월이 어쩔 수없이 드러난다.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이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취한 말들의 시간> <고향의 노래>에 동족의 고난을 담았던 바흐만 고바디는 그 전쟁터를 떠나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이것은 픽션이 아니고 현실이라고, 그게 전부다.이라크 피난민들이 몰려드는 국경지역, 위성 안테나를 사고 싶어해서 ‘위성’이라고 불리는 소년 칵은 마을 아이들을 이끌고 민첩하게 살아가고 있다. 위성은 팔을 잃은 오빠 헹고와 함께 피난민 속에 섞여온 소녀 아그린을 보고 반한다. 아그린은 부모를 살해한 군인들에게 강간당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매몰차게 아기를 떠미는 아그린은 그 밤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거북이도 난다> Turtles Can 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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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오락프로그램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고 기도가 막혀 이대 목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성우 장정진(51)씨가 11일 오후 6시 23분께 사망했다. 장씨는 호흡과 맥박, 혈압 등 활력증상을 점검한 의료진이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해 가족을 불러모은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병명은 기도 폐색에 의한 저산소성 뇌경색. 주치의 김용재 신경외과 교수는 "고인께서 뇌사상태에 계시다 편안히 가셨다"고 밝혔다.장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진행된 KBS 2TV <일요일은 101%> 코너 '골목의 제왕'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같은 날 오후 9시께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졌다. 호흡 곤란에 의한 산소 부족으로 뇌가 크게 손상된 장씨는 그동안 한달 가까이 의식불명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목숨을 유지해 왔다.장씨는 1977년 KBS 성우 15기 출신으로 만화 '삼국지'의 장비, '달려라
의식불명 장정진씨 끝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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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촬영한 송강호·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가 국제공동제작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한국과 뉴질랜드 영화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일약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선 뉴질랜드는 천혜의 촬영조건에다 우수한 스태프와 첨단 시설을 갖춘 나라. 젊은 감독과 배우들이 장점인 한국도 다양하고 개성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며 아시아 영화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7∼9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된 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에서 단연 눈길을 끈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녹음과 현상을 도맡았던 필름 유니트와 특수효과 업체 옥토버 등은 8일 오후 설명회 순서에서 <반지의 제왕> 후반작업 기술을 선보인 뒤 <남극일기> 로케이션 과정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내년 설 개봉 예정인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
<남극일기>는 한국-뉴질랜드 영화계 협력의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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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프란츠 카프카는 슬픈 감정을 안고 F.B와 함께 마리엥바드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 방문은 아무 것도 잘 되지 않았다. 1936년 8월 마리엥바드에서 열린 제14차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자크 라캉은 일인칭 나의 구조화가 타자라는 환상의 과정을 설명한 ‘경상(鏡像)단계’ 이론을 발표했다. 1961년 알랭 레네는 누보로망 소설가 알랭 로브-그리예와 함께 마리엥바드에 가서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를 찍었다. 2004년, 마리엥바드의 네 번째 방문객 오시이 마모루는 다시 한번 우리를 초대한다. 오시이는 카프카의 일기와 라캉의 논문, 레네-로브 그리예의 영화를 모두 보았거나, 혹은 그에 유사한 혼수상태에 빠져버렸음에 틀림없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공각기동대>의 (속편이자) 두 번째 이야기 <이노센스>는 마리엥바드를 모델로 한 KIM의 거대한 해킹 저택을 그 중심에 놓고 다시 한번 사유의 내기를 한다. 집에서 도망칠 수 없
[비평 릴레이] <이노센스>,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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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탤런트 예외없이 병역 조기부과"
병무청은 11일 병역비리에 연루된 탤런트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논란이 일자 조기에 병역을 부과키로 하겠다는 입장을 정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병무청은 이날 "야구선수 및 연예인 등 병역면탈사건 관련자의 병역의무 부과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수사결과를 통보받는 즉시 한사람도 예외없이 전원 면제처분을 취소하고 조기 의무부과할 계획"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병무청은 "특히 병역면탈 연루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병역감면 및 연기 등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송승헌이 "재입대는 국가의 뜻에 따르겠다"며 병역면탈 혐의를 인정한만큼 그의 군입대 전 드라마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송승헌을 출연시킬 계획인 드라마 제작사측이 이날 "병역담당 부처가 조금만 여유를 준다면 송승헌과 같이 갈 생각"이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자 병무청 홈페이지에는 그의 입대전 드라마 출연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송승헌 입대 전엔 드라마 출연 못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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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국방송 주말극 <애정의 조건>(사진)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초반에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애정의 조건>은 지난달 시청률이 40%대까지 치솟았다. 혼전 동거·유산 등 경험을 지닌 은파(한가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자의 과거’라는 신파조의 다소 구시대적인 소재가 막바지 인기의 요인이 됐다. 시청률과 관련해 <애정의 조건>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보통 시청률은 회가 가면 갈수록 올리기 어려운 탓에 초반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 방송가의 상식으로 통한다. 이는 이른바 ‘되는 드라마’는 떡잎부터 알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대개 드라마 1, 2회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여해 ‘최상의 완성품’을 내어놓으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들은 초반의 높은 완성도보다는 자극적인 화면과 설정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화방송 <한강수타령>이 그랬고, 한국방송 <두번째
김수현·김정수 작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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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을 훌쩍 넘어 코믹 연기로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한 개그맨 신동엽. 그가 웃기는 방법은 다른 개그맨들과 뭔가 다르다. 사실 신동엽은 개그맨뿐 아니라 웬만한 가수, 탤런트도 몇 개씩은 준비하는 성대모사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 흔한 개인기 하나 없는 신동엽, 그러나 상황 대처에 대한 순발력과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화술만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어렵다. 뛰어난 재치와 잽싼 임기응변은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미 문화방송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과 에스비에스 오락프로 <헤이 헤이 헤이>에서 ‘신동엽 표 애드립’은 확실히 자리잡았다. 이런 재주를 지닌 까닭에선지 신동엽은 시트콤에 대한 애정에 있어서도 다른 이들보다 한 수 위였다. 열정을 넘어 일생에 꼭 이룰 뭔가를 시트콤에서 해내겠다는 투다.
“개그맨은 웃음을 줘야 하는데 방법은 상관이 없어요. 버라이어티쇼에서 웃길 수도 있고 코미디에 나올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전 시트콤이
11일 첫 방송‥‘빙의’ 소재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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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1980년대 후반 청춘의 한 시기를 거친 이들에게 ‘최수지’라는 이름은 그가 세상물정 모르고 파견돼온 스파이인지, 조금이나마 이땅에서 대중문화의 세례를 맛보고 자란 토착 시민인지를 가르는 한 시금석으로 삼을 만하다. 최수지라는 이름이 갖는 광휘는 그만큼 찬란한 바가 있다. 그는 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이래 각종 드라마와 영화 주연으로 인기를 누렸으며, 특히 88년 대하드라마 <토지>의 서희 역을 통해선 당대의 히로인으로 우뚝한 자리를 차지했다.
공채 2주만에 주연, 10여년 늘 봄날이었지만 <토지>의 그늘 아래였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8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그가 기억되는 데는 데뷔와 동시에 순식간에 대중들의 눈길을 붙잡은 그의 빼어난 미모가 자리잡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86년 롯데제과의 ‘찰떡아이스’라는 신제품이 인기 상품 반열에
8년만에 드라마 출연한 최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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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분산, 표 확보 문제는 여전" 영화제가 중반을 넘자 바다 건너온 객(客)들의 불만도 하나둘 터져나오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티켓 부족 사태, 해운대-남포동 상영관 이동의 어려움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먼저 티켓 부족 사태. 영화제 쪽은 올해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을 30회로 늘리고, 일찍 매진이 된 영화의 경우 2개관에서 상영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500여명으로 늘어난 해외 게스트들을 만족시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시네마 코리노>의 데이비드 카소로우는 “주요 국제 영화제들처럼 기자, 업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상영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9일과 10일, 표를 구하기 위한 몸싸움이 극심했던 주말에는 영화제 쪽이 마련한 비디오 룸마저 게스트들로 꽉 차 이용이 어려울 정도였다.좌석수가 많은 남포동 지역 상영관에 인기작들을 대거 배치해서 해운대 쪽에 숙소를 마련했던 해외 게스트들로부터 지난 해 비판을 들
해외 게스트들의 부산영화제 중간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