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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해준의 뒤집어보기 엎어보기- <드랙퀸 가무단> Splendid Float 대영2, 대만, 감독 제로 추편의상 K라고 하자. 방콕 여행 마지막날, 나는 일행들과 함께 한국인이 운영하는 드랙퀸 클럽에 들렀다. 작고 허름한 클럽에 내가 막 들어섰을 땐 쇼가 시작되려던 찰나였다. 도저히 무대 쪽으로 비집고 들어설 수 없었던 나는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 위에는 커다란 꿩털을 머리에 꽂은 드랙퀸이 뒤돌아 서있었다. 음악이 시작되었다. 패티김의 <못 잊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뒤를 도는 순간. 믿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그 아름다운 뒷모습의 주인공은, K였다.K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별로 특징 없던 그가 갑자기 매우 특별해진 사건은 어느날, 2학년 초여름 자율학습시간에 일어났다. 갑자기 K는 칠판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건 그는 걸어나가 교탁에 버티고 섰다. 침을 세 번 꼴깍, 꼴깍, 꼴깍. 한번 더, 꼴깍. 하더니
K양의 커밍아웃과 <드랙퀸 가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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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맥도널드를 꺼꾸러뜨리기까지극장 안에 불이 꺼진다. 스크린에 빛이 투사되고, 홍보물 상영이 끝나면 영화가 시작된다. 객석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한창 들린다. 팝콘을 으스럭거리며 씹는 소리, 츠읍 하며 스트로우를 통해 콜라를 마시는 소리. 20분 뒤. 극장 안에서 팝콘 먹는 소리나 콜라 마시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식욕을 똑 떨어뜨린 이 영화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영화는 공포 물도, 슬래시 호러 물도 아니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인간에 관한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이다.모건 스펄록 감독은 TV에서 비만으로 고생하는 여학생 두 명이 맥도널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맥도널드가 자신들의 음식은 비만과 연관이 없으며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본 스펄록 감독은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는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채식과 걷기로 단련된 자신의 건강한 몸에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 제작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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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몸이었다. <갈매기>를 연출하는 이의태(27) 씨팀과 <무제>를 연출하는 민예지(21) 씨팀은 알고 보면 같은 팀이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영상원 3학년 동기들. 아이디어는 넘쳐나고, 어느 하나만 공모전에 내기에 아까웠던 이 00학번 청춘들은 결국 두 개의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하나라도 되면 다행”이란 심정으로 냈던 시나리오는 둘 다 당선됐고, 남들은 한 편 찍기도 부족한 시간에 이들은 결국 두 편이나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어느 하나 썩히기 아까웠던 시나리오 두 개를 모두 영화로 제작하게 된 것이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합체해봤자 5명밖에 안되는 이 ‘초경량 알뜰 패키지’인 두 팀, 아니 한 팀의 제작체험기가 궁금하다.갈매기와의 한판! - B급 코미디 <갈매기> 현장부산 해운대에 갈매기가 없다니, 이게 웬 말이냐. 이의태씨가 지휘하는 <갈매기>는 B급 영화를 지향한다.
상상예찬 영화제작단 - <갈매기> <무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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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체험>떠오르는 신인 vs 무게있는 거장뉴 커런츠 프리젠테이션부산 국제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영화감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관객과의 대화, 무대인사, 메가토크등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마다 연출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연륜과 영화 스타일에 따라 감독들의 말하는 방식이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답니다. 11일 오전에 있었던 뉴 커런츠 부문의 감독 프리젠테이션에 모인 젊은 감독들은 커피와 쿠키를 곁들인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탠딩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CF감독 출신으로 파격적인 영화를 선보인 <서바이브 스타일 +5>의 세키구치 겐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처음 왔는데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젊은 관객들이 많아 매우 놀랐다”며 “부산영화제의 열정이 피부로 와닿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광고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데뷔작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냐는 질문에 “매번 같을 순 없겠지만 독특하고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대답으로 신인 감독만의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뉴
모바일 기자단의 PIFF 비교체험 - 뉴 커런츠 프리젠테이션과 오픈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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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니와는 달라요"호주산 단편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를 만든 박세종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버스데이 보이>는 1951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생일을 맞은 한 소년의 절반의 하루를 담아낸 10분짜리 3D 애니메이션. 절제된 우리말 대사와 풀숏의 흙빛 이미지들이 매우 한국적인 정서를 자아내는 이 애니메이션은, 6년전 호주로 건너간 감독이 “하고 싶었던 걸 지금 안 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2년간 틈틈이 완성한 첫 작품이다. 그는 “대부분 코미디 위주로 대사를 남발하는 미국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걸 만들고 싶어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현재 호주인 아내와의 사이에 두 돌박이 아이를 둔 그는 “작품은 굳이 한국적인 걸 고집하지 않지만 한국 국적은 아들에게 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보여주려면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아”바꾸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준비 중인 새 애니메이션도 <버스데이 보이>처럼 아시아적인 정서 테두리 안에 있을 듯 하다. 이에 대해 말을
호주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의 박세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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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필연이었다”가린 누그로호는 인도네시아 젊은 감독들의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다. 그는 사막이나 다름없던 90년대 인도네시아 영화계에서 홀로 생명을 유지했고,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스탭으로 기용해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감독으로 키워냈다. “마음만 먹으면 최고의 스탭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스탭을 모두 바꾼다. “경험없는 사람을 쓰면 영화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선생이고, 언제나 기회를 주어야 한다.”외국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책으로만 영화를 배운 가린 누그로호는 이제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베개 위의 잎새> <달의 춤> 등을 만든 가린 누그로호는 불모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사랑과 믿음”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 더 인내가 있었다.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건 낚시에 비유할 수 있다. 줄을 던지고 하염없이 기다려야한다. 매우 지루한 과정이지만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기
인도네시아의 거장 가린 누그로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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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타인의 시선과 만나야한다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12일 오후 1시 부산 메가박스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앙겔로풀로스는 전날 마스터클래스를 가졌던 허우 샤오시엔과는 달리 자신의 삶과 영화를 간추린 강연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신의 영화처럼 유장한 대답 속에는 잔인한 시대를 영화로 견뎌냈던 노감독의 일생이 녹아있었다. “나는 한번도 영화를 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영화는 내게 여행과도 같았고, 내 삶에서 가장 강한 순간이었다”이었다고 말한 그는 “당신들은 왜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두 시간 동안의 마스터클래스를 시작했다.두 명의 학생으로부터 대답을 들은 앙겔로풀로스는 “당신은 영화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영화도 당신을 필요로 하는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해야 한다. 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영혼을 알기 위해선 다른 이들의 영혼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마스터클래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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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가 처음 열렸을 때 나는 <씨네21>의 기자였다. <씨네 21>은 당시로선 생소했던 영화제 데일리를 낼 참이었다.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영화제 개막을 몇 달 앞두고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씨네 21>을 찾아와 데일리 간행을 부탁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칸이나 베를린에서 발간되는 소식지 비슷한 것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영화제 측도, <씨네 21> 취재부도 만만하게 생각한 그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치러지는 국제영화제라는 흥분에 취해 역동적인 분위기로 달아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남포동에 모인 젊은 관이 인파를 보고 축제의 최면에 빠졌다. 사방은 즐거운 활기로 넘쳐나는 것같은데 <씨네 21> 데일리 사무실은 녹초상태였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숱한 시행착오의 아수라장 속에서 일 욕심 많은 당시 편집장의 진두지휘 아래 속으로는 육두문자를 삼키며 작업하곤 했던
부산의 추억 - 막노동 뒤 소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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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경구를 모조리 모은 개인적인 잠언집
관객과 비평가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막읽기에 급급해서 대체 스토리를 따라갈 여지가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이노센스>는 주인공들이 밀턴, 데카르트, 공자와 성경을 인용하며 이야기하는 매우 철학적인 영화다. 관객은 자막을 따라가기가 힘에 부칠 수도 있다. 드림웍스가 이 작품을 더빙한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게 약간은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던졌던 조언은 일리가 있다. “우리의 신과 희망이 과학적 현상이라면 사랑 또한 과학현상이라고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라는 빌리에 드 릴라당의 1886년 SF소설 <미래의 이브>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된 영화는, 오시이 마모루가 끌어온 온갖 경구로 가득 차 있다. “시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저가 될 필요는 없다”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잠언, “자신의 얼굴이 비뚤어져 있는데 거울을 탓해서 뭐 하나”라는 고골리의 잠언이 일상적인 대화 속
애니메이션의 작가주의,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 해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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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관객을 확 잡아끄는 것은 무시무시한 물량으로 완성된 영화의 비주얼이다. “뉴욕이야말로 고딕의 마을이었다. 솟아오른 마천루의 단호한 수직선의 거리. 어디를 걸어도 대면하는 것은 수직으로 뻗은 벽뿐으로, 원경없는 폐쇄된 거리. 고층건물의 틈으로부터 들이비치는 거대한 반사광이 근대적인 거리를 거대한 사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공각기동대>의 로케이션 헌팅으로 방문했던 홍콩에서, 굉장한 소나기를 만나 대로가 일순간 운하처럼 변모했던 것을 보고 <공각기동대>의 미래도시를 창조했던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는 오시이 마모루의 말처럼, 현대 홍콩을 도쿄만에 옮겨놓은 듯했던 전편의 미래도시는 좀더 인공적인 고딕의 메트로폴리스 이미지로 <스왈로우 테일>과 <킬 빌>의 프로덕션디자인을 담당했던 다네다 요헤이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다. 전편의 배경이 전형적인 사이버 펑크 모험담의 세계였다면, <이노센스>의 도시는 어둠침침한 누아르의 세계가 더 잘
애니메이션의 작가주의,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 해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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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는 광대해.”
내무성 공안 9과(<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좌가 그렇게 읊조리며 네트 속으로 사라진 건 1995년이었다. “어쩌면 나는 훨씬 이전에 죽었고, 지금의 나는 전뇌와 의체로 구성된 가상인격인 게 아닐까. 아니, 처음부터 나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아닐까”라며 데카르트적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던 <공각기동대>는, 식상한 표현을 구태여 빌려보자면 당대의 ‘컬트영화’가 되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를 위시한 서구 감독들은 인터뷰에서, <공각기동대>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토로하기도 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DVD 판매수익을 올렸다. 일본 내에서 겨우 12만 관객을 동원했던 <공각기동대>는 그렇게 부활했다. 부활이라고? 그랬다. 그것은 부활이었다. 일본 대중에게 <공각기동대>는- 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처럼- 외국에서의 컬트적 인기로 역수입된 문화적 상품의 사례 중 하
애니메이션의 작가주의,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 해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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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고생과 열몇살 나이가 많은 남자가 집안 사이의 약속에 의해 부득이 결혼을 올린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섹스와 애정보다 유아적인 장난에 기반을 두며, 남자가 여자아이의 학교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단계를 맞는다. 학교에서 여자아이는 또래 남자아이를 짝사랑하고 남자는 같은 학교 여교사의 애정공세에 시달린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라고?
2002년 홍콩에서 만들어진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는 최근의 ‘<어린 신부> 표절 논란’에서 ‘원본’으로 지적되는 영화다. 과연 두 영화는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기본 상황까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함께 대형마트를 누비는 장면이야 현대 아시아 대도시의 부부생활이 비슷할 터이니 넘어갈 수 있다 해도,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교사가 집으로 쳐들어오는 신에 이르면 ‘표절설’이 근거없지만은 않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러나 가족, 학교라는 배경을 활용해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어린 신부>와 달리 <아저씨…&
<어린 신부>의 원본?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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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하루 전세 내 밤새 도심을 돌겠다는 평범하지 않은 손님이 있다.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섞어 뿌린 듯한 회색빛 머리칼, 딱 달라붙는 고급 회색 슈트를 입은 이 정체불명의 사내는 빈센트(톰 크루즈)다. 이런 손님이라면 택시운전사 맥스(제이미 폭스)가 제격일 것이다. 노스스프링에서 유니온까지는 7분, 베니스까지는 3분. LA 시내 구간구간의 소요시간을 빠삭하게 외우고 있으니 말이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10시간 안에 도심 다섯 군데를 돌며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강행군이라면 이런 프로페셔널 운전사를 골라야 한다.
택시가 LA 야경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심도 깊은 카메라로 잡아낸 이국적인 대도시의 밤풍경을 보라. 부감으로 잡아낸 풍경 속엔 밤하늘에 흩뿌린 듯한 빌딩의 노란 불빛과 바람에 고요히 흔들리는 야자수가 어울려 고즈넉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 재즈로 편곡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넘실댄다.
<G선상의 아리아>
삭막한 도시의 밤에 찾아온 악몽, <콜래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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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앙코르와트 사원 석벽에 사랑의 비밀을 봉인한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먼지 낀 창을 들여다보듯” 희미하게 지나간 날들을 기억할 뿐이라던 그 남자는 지난 사랑의 실패를 딛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났을까. 아름답고 안쓰럽고, 그래서 궁금했던 그 남자 차우가 돌아왔다. 그는 변했고, 변하지 않았다. 그건 왕가위도 마찬가지다. <2046>을 만나는 일은 <화양연화>를 거듭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낼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상한 것 이상, 예상한 것 이외의 것을 보게 될 거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예고가, 이럴 때 어울린다.
우선 그 남자의 근황. 신문사 일을 그만두고 포르노 소설을 쓰는 차우(양조위)는 밤마다 여자를 갈아치우는 바람둥이가 되어 있다. 만취해 쓰러진 여자(유가령)를 데려간 곳은 오리엔탈 호텔 2046호. 사랑했던 여인 수리첸(장만옥)과 남몰래 만나고, 함께 무협소설을 써내려가기도
왕가위의 화려하고 비장한 ‘오페라’,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