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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 드라마 <해신>이 마지막 회에서 무려 11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부모님 전상서>를 밀어내며 1위로 종방했다. 5월 25일 51회를 끝으로 약 6개월간의 기나긴 장정을 끝마친 <해신>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31.9%였다.
한편, <해신>에 밀려 호평 속에서도 시청률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던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은 <해신> 특별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던 5월 26일, 23.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주간 시청률 8위에 올라 마지막 방송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SBS 드라마 <그린로즈> 역시 5월 29일 2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의 전국 시청률은 25.4%로 3월 19일 전파를 탄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편, 장동건, 최지우, 배용준 등 국내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김승우, 김남주의 결혼식을 다룬 섹션TV연예통신이 6위에 올랐으며 SBS의 월화드
<해신> 시청률 1위로 대단원의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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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전쟁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지옥의 영웅들>은 비록 최고의 전쟁영화가 아닐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옥의 영웅들> 앞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함부로 들먹이면 안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오마하 해안 상륙 장면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전쟁의 영웅들>은 이후 수많은 전쟁영화의 전범이 되어왔다.
사실 치열한 전투장면을 기대한 관객에게 <전쟁의 영웅들>은 도리어 심심할 영화다. 스펙터클보다 군데군데 끼어 있는 이상할 정도의 평온함이 더 인상 깊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옥의 영웅들>의 진정한 적자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아닌 <씬 레드 라인>이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옥의 영웅들>은 1차대전의 마지막 날 시작해 2차대전의 마지막 날 끝난다. 미 보병 1사단 16연대 3대대 1중대 1소대 1분대에 속한 노병과 네 명의
<지옥의 영웅들: 복원판> 가장 원숙한 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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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라스베이거스를 떠났던 터라 마이크 피기스의 뉴욕행 발걸음은 제법 가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불과 350만달러의 제작비만을 가지고 빠듯하게 작업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완성해낸 그를 맞이한 프로젝트는 대본료로만 무려 300만달러를 지불한 조 에스터하스(<원초적 본능> <쇼걸>의 작가)의 값비싼 시나리오였다. 피기스는 외도를 주제로 한 원안의 기본 골격만을 유지한 채 에스터하스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자기 식으로 고쳐놓았고, 자존심 센 할리우드의 ‘스타 시나리오 작가’ 에스터하스는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했다. 뻔하디 뻔한 불륜의 이야기에 피기스 감독 특유의 도회적 감성을 한껏 불어넣어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원 나잇 스탠드>이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전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처럼 섹스, 고독, 죽음, 욕망을 연주하는 도시의 심포니이긴 하되, 전작에 비해 더 가벼우면서 덜 우울한 곡
삶은 오렌지다,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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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란 무엇인가. 나의 미국행 화두는 이런 것이었다. 수오 마사유키의 <함께 춤추실까요>나 작가 리처드 커티스의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등의 영국 코미디, 혹은 리안의 데뷔작 <결혼피로연> 등에 달아오른, 한번도 장편영화을 만들어보지 못한 감독 지망생의 경쟁심에 미국행은 크게 기인했다. 우리도 우리식의 우아한 코미디를 만들어볼 수 없을까라는 고민의 시작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쯤 거의 나당연합군을 물리치러 황산벌에 나가던 계백의 그것처럼 내딴에는 거의 역사적 사명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 와서도 아무도 코미디는 이것이다라고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누구에게 크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기대는 없었으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누군가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업시간마다 서툰 영어로 훌륭한 코미디를 만드는 게 꿈이다라고 아주장해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공부가 고독한 건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이것이 코미디다! <뜨거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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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이란 직업을 ‘천명’으로 여기고 자기의 전부를 걸었으나, 남은 거라곤 쓰라린 회한뿐임을 깨달은 노인의 허망한 미소. <철도원>의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과 주인공 다카구라 겐은 이미 20년 전 <엑기>(驛)에서 그 쓸쓸한 삶의 미소를 예감했다. <엑기>의 미카미는 이미 그때 삶의 허방을 보았다. 그는 철로를 미끌어지는 기차가 그렇듯, 인생의 키를 쉽게 움직일 수 없음을 알았다. 마치 작정을 한 듯 모든 건 그의 기대에 어긋나 있다. 특수사격대로 발령받은 그는 순순히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만 그 결과로 ‘백정경찰’이란 비난을 듣는다. 그로 인해 미카미는 회의에 빠지지만, 그의 총에 죽는 범인의 숫자는 늘어만간다. 또한 그는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라고 생각한 기리코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기리코와의 결합을 위해 경찰직 사퇴를 결심한 직후에 그는 기리코의 집에 숨어 있던 그녀의 첫사랑을 사살한다. 언제나 그랬듯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쓸쓸한 삶의 미소, <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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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중세와 현대를 통틀어 가장 영토가 큰 제국”(브리태니커 사전 참조)을 건설한 몽고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시저, 나폴레옹 등과 마찬가지로, 정복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의 삶은 서사물에 매력적인 소재다. <징기스칸>은 몽고의 통일과 대제국 건설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학살, 권력과 암투로 둘러싸인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 홍콩의 시져널필름코퍼레이션에서 돈을 대고, 내몽고필름스튜디오가 제작한 이 영화는 베이징영화학교 출신인 부부 감독 사이푸와 말리시는 물론, 대부분의 배우와 스탭까지 실제 몽고인들이 그린 징기스칸의 초상이다.
그간 정복자로서의 징기스칸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많았던 것과 달리, 몽고인들이 만든 <징기스칸>의 관심사는 인간 징기스칸이다. “1167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이 몽골 초원에 태어났다”는 자막으로 시작된 영화는, 소년 테무진이 황제의 칭호를 얻게 되기까지의 치열한 생존투쟁을 다루면서 그의 내면
징기스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징기스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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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메리아 황야에 모래바람이 분다. 그러나 40년 전 그곳을 휩쓴 스파게티 웨스턴의 열풍은 사라진 지 오래다. 1965년, 유럽산 웨스턴이 세상을 뒤흔들 즈음에 태어난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에게 <800 블렛>은 장르에 대한 애정 표현이다. 그러나 이글레시아의 작품이 향수에 젖은 고백사일 리 만무하다. 서부극의 액션과 가족드라마가 덜컹거리며 만나고, 최후의 카우보이들은 특수부대와 현실주의자들에 대항해 일전을 준비한다.
<800 블렛>은 죽은 아버지의 전설을 찾아나선 맹랑한 꼬마와 옛 꿈에 젖어 사는 철부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늙은 스턴트맨과 일당은 모두 떠나버린 알메리아 황야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무법자가 될 수 있을까? 단 800발의 총알에 남은 자존심을 묻은 옛 스턴트맨의 웃음과 눈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알싸하다. 이글레시아는 스페인이야말로 스파게티 웨스턴이 피를 뿜은 땅이었음을 목놓아 외쳤으니, <800 블렛>은 그들의 웨스턴에서조차 가려
<800 블렛> 이글레시아의 스파게티 웨스턴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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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 올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종교적인 기적이나 빤히 보고서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예나 지금이나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1999년 미국에서 개봉한 첫주에 <식스 센스>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스티그마타>는 초자연적인 힘에 영혼과 육체를 저당잡힌 프랭크를 내세운다. 그녀의 몸엔 예수의 성스러운 상처가 새겨지고 조사나온 앤드루 신부는 결국 그녀를 조종한 힘이 이단으로 몰려 바티칸으로부터 파문당한 한 신부의 영혼이었음을 밝혀낸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했던 루퍼트 웨인라잇은 쉴새없이 관객의 눈과 귀를 공격한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다 갑자기 몽환적인 읊조림을 이어 붙이거나 한 프레임 내에 여러 이미지를 중첩한 <스티그마타>를 두고 <LA타임스>는 ‘90년대 MTV 버전의 엑소시스트’라 평했다.
하지만 강력했던 초반의 MTV식 몽타주는 점점 단순한
90년대 MTV 버전의 엑소시스트, <스티그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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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는 인간사 희로애락으로 안무한 영화다. 사랑과 정열, 환희와 고뇌, 질투와 분노가 출렁대는 탱고의 강렬한 선율과 춤사위는 댄서들의 심리와 개인사를 거울처럼 비춰내고, 초기 유럽 이민자들의 정착과 군부독재 시절 등 아르헨티나의 고단한 역사까지 아우른다. 역사와 사회, 전통예술에 대한 속깊은 애정으로 들쭉날쭉한 필모그래피를 그려온 카를로스 사우라도, 이제 그 모든 관심사를 한번에 녹여내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탱고>는 <피의 결혼식> <카르멘> <플라멩코>로 이어진 그의 춤 영화 행진에, 이렇게 의미심장한 마침표를 찍는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중견 연출가가 젊고 아름다운 무희를 뮤즈로 맞고, 그 사랑으로 천국과 지옥을 현기증 나도록 오가면서 필생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스토리나, 극중극을 내러티브로 활용한 구성은 특히 <카르멘>과 닮은 꼴이다.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 정착을 거부하자 배신감에 살인을 저
인간사 희로애락으로 안무한 영화,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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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는 칼바람 소리가 났다. 어떤 일본 감독도 기성사회와 그렇게 맹렬하게 싸운 적이 없었다. 재일동포 차별, 사형제도, 전후 일본민주주의 실패, 일본 공산당의 스탈리니즘적 몽매함을 가차없이 내리쳤고, 나중엔 국가의 존재가치까지 부인했다. 일본인 심성의 밑바닥을 헤집으면서 느리고 긴 싸움을 벌였던 이마무라 쇼헤이가 “내가 농부라면 오시마는 사무라이”라고 할 만했다. 그러던 그가 70년대가 되자 변했다. 아무리 “체제가 바뀌어도 밑바닥 인생들은 그대로다.” “일본을 떠나 국제적 감독이 되고 싶다.” 등의 체념적 발언을 하더니, 갈기를 휘날리며 도쿄 거리를 누비던 거친 모습은 사라지고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TV 여성상담프로에 나왔다. 프랑스의 아르고스필름이 제작비를 댄 <감각의 제국>은 그 와중에 태어난 영화다.
<감각의 제국>의 원제는 ‘사랑의 투우’다. 투우는 투우사와 소 가운데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감각의 제국>
뻔뻔스럽고 도발적인 포르노그라피, <감각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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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에 관한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왜 죽였는가, 원인은 무엇인가? 세인들은 흔히 정서적, 환경적 요인으로 모든 범죄행각을 설명하기도 한다. 혹자는 뇌과학의 입장에서 ‘양심의 박동음’을 들을 수 없는 이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것이 막연한 분노 탓인지 아니면 신체상의 결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프리츠 랑 감독의 <M> 이후 연쇄살인마에 관한 스릴러물은 긴 계보를 형성한다. 스파이크 리는 <똑바로 살아라>와 <말콤X> 등의 수작들로 사회적 발언과 작품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흑인 감독. 그가 처음으로 만든 범죄 스릴러물 <썸머 오브 샘>(이 영화는 <선 어브 샘>(Son Of Sam)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은 디스크와 펑크, 성해방의 물결이 드셌던 197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관객을 향수어린 시공간으로 몰아넣는다.
<썸머 오브 샘>은 실화가 바탕이다. 44구경의 매그넘
미국인들의 정신적 진공상태에 방점을 찍다, <썸머 오브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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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속에 담겨진 은밀한 연애이야기’라는 홍보카피를 달고 있지만 <인터뷰>는 숱한 사랑이야기를 빌려 카메라의 진실, 나아가 진실 그 자체를 궁리하는 영화다. 마치 좋은 연애소설이 끝내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성찰에 가 닿듯, <인터뷰>의 로맨스는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그건 어쩌면 진실과 거짓를 구분하는 ‘경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혹은 경계짓기의 무의미함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인터뷰>의 화두는 대중영화의 코드에 쉽게 접속될 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낯설고 생경한 영화 컨셉을 주류의 울타리 내에서 풀어내고 있다.
<인터뷰>에는 대부분의 장면이 두번 반복된다. 우선 전반 15분 동안 대략의 줄거리를 잡아줄 장면들이 영화감독인 은석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리고는 ‘인터뷰 1년 전 프랑스 파리’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의 서두보다 더 이전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
카메라 속에 담겨진 은밀한 연애이야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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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의 깊이와 판화의 감각적이고 억센 힘이 공존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핀스크린애니메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낯선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자크 드루앵 특별전이 한국독립애니메이션상영전과 함께 오는 5월30일부터 6월30일까지 중앙시네마에서 열린다. ‘애니광 구출! 상영작전’이라는 이름의 이번 상영전은 지난 1월부터 (주)라바메이저(rabamajor.com)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org)가 시작한 독립단편애니메이션 정기상영회의 네 번째 행사.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자크 드루앵의 핀스크린애니메이션 다섯 작품과 한국 독립애니메이션 일곱 작품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선보이게 된다.
핀스크린애니메이션은 본래 러시아 출신의 애니메이터 알렉산더 알렉세예프(Alexandr Alexeieff)와 그의 동료이자 아내 클레어 파커(Claire Parker)가 함께 고안한 기법이다. 자크 드루앵은 이들이 캐나다국립영화제작소(NFB)와
빛과 어둠의 조형사를 만난다, 자크드루앵&한국독립애니상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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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유난히 리메이크 공포 영화들이 많다. 특히 일본 공포 영화들의 재빠른 할리우드 화는 놀랄 만큼 진전이 빠르다. 사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이미 아시아 공포 영화들의 상당수가 일본 영화, 보다 자세히 말한다면 <링>의 복제품이나 다름없는(사다코는 이제 상당수 공포 영화들에서 모방을 했다) 영화들을 토해냈다. 특히 한국 공포 영화들의 개념 없는 베끼기는 지나칠 정도였다.
대개의 경우 리메이크 영화들은 웬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오리지널 팬들의 원성을 사기 마련이다. 더욱이 오리지널의 완성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비판은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올해 극장가를 찾는 공포 영화들은 전에 없이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처럼 똑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스타일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어 버빈스키의 <더 링>에서 이미 증명이 되었었다.
현대 공포 영화들의 중심은 철저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 이것은 나쁜 것
2005년 리메이크 호러, DVD로 예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