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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9일 새벽 3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하네다 공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뉴질랜드 비행기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고 들었는데, 일본 가는 비행기는 <포켓 몬스터>로 도배가 되어있다. ‘과연 애니메이션의 천국’. 애니메이션을 보러 가는 손님을 위한 환영인사인 듯 보였다.
출발 이틀 전부터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설렜던 이유는 <기동전사 Z건담 - 연인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비록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20년 가까이 늘 마음 한 구석을 자리하고 있던 작품 <기동전사 Z건담>의 두 번째 극장판이기 때문이다.
도쿄에 도착, 신주쿠에 마련된 숙소에 짐을 맡기고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Z건담>의 상영관이 있는 조이시네마로 향했다. 아침 7시 40분에 첫 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전편 상영 당시 올드팬들이
<기동전사 Z건담> 두 번째 극장판 일본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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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베닝이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데이크림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어느 독일산 화장품의 광고문구는 베닝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아마 이 화장품을 사게 될 사람들은 40대의 피부를 20대처럼 팽팽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부인들이 아니라, 현명한 나잇살을 안고 곱게 늙어가고 싶은 부인들일 것이다. 곱게 늙은 얼굴. 47살의 여자에게 이는 참으로 적절한 찬사다. 하지만 47살의 여배우에게 이런 찬사를 거리낌없이 보낼 수 있으랴. 할리우드는 여자의 나이에 결코 관대하지 않고, 여배우들은 젊음을 되찾고자 처녀의 피를 마신 바토리 백작부인의 후예처럼 고통을 감내하며 세월을 얼굴에 가둔다. 그래서 아네트 베닝의 곱게, 그러나 늙은 얼굴은 드물게도 배우의 진심을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빙 줄리아>를 바로 그 ‘아네트 베닝의 얼굴’에 바치는 영화라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연기라는 것이 스크린에서 젊게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하나의
당신의 잔주름을 위해 건배, <빙 줄리아>의 아네트 베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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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강은 한번 기억하면 잊기 힘든 배우다. 그저 ‘남자’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하는 안길강은 담벼락도 뚫을 듯한 강한 눈빛과 자신의 귀에도 울림이 전해진다는 둔중한 목소리로 스크린에 깊게 팬 흔적을 남겨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분노밖에 가진 것이 없는 소년을 링으로 이끄는 <주먹이 운다>의 교도관 정도가 알려진 배역이었을까. 류승완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했는데도 <야수와 미녀> 기자회견에서 굳이 자기의 필모그래피를 소개해야 했던 안길강은 “영화에서 조연은 혼자 카메라에 잡히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사람들은 주인공만 보게 된다”고, 미스터 셀로판과도 같았던 기억의 부재를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주먹이 운다>에서 상환(류승범)의 배경에 머물던 안길강이 두 남자 사이의 여백을 건너 아버지와 비슷한 그림자를 드리워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건달과 형사 역이 사뭇 어울리는 골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안길강은 어린 시절
달의 반대편에서 온 사나이, <야수와 미녀>의 안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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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 김기영과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감독. 1920년대생으로 비슷한 연배인 세 감독은 기존의 영화문법을 파괴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탐구했던 인물들로 꼽힌다. 작품들을 소개할 때 늘 ‘기괴한’ ‘황당무계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세 감독의 대표작들을 묶은 ‘욕망예찬’ 특별전이 8일부터 13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관에서 열린다.
새로 들어온 가정부로 인해 뿌리째 무너지는 중산층 가정을 그리며 성적 억압에 대한 강박에서 한국사회의 계급적 통찰까지 두루 아우르는 <하녀>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화녀>(1971·사진)와 <충녀>(1972) <화녀82>, 그리고 초기작에 해당하는 <고려장>(1963)이 김기영 감독편으로 상영된다. 이마무라 쇼헤이 작품으로는 감독 데뷔작인 <도둑맞은 욕정>(1958)과 이마무라 감독의 독특한 여성관을 보여주는 <일본 곤충기>(1963), <붉은 살의&
김기영·이마무라 쇼헤이·스즈키 세이준, 기괴한 세 감독 ‘욕망예찬’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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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를 놓고 미국의 압력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LA타임스는 지난 10월31일, 경제면 머리에 ‘미, 한국과 영화전쟁 중’(U.S, South Korea in a cinema war)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고,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에서 스크린쿼터 문제가 또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PEC 개막 하루 전날인 11월17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 마련 등 정치적인 사안 외에도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확대 여부 등 경제 현안에 관한 양국 정상간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이러한 보도를 거들고 나섰다. 로버트 포트먼 USTR 대표는 현지시각으로 11월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2차 연례 아시아포럼에서 “올해 안에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선 핵심 쟁점에 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완전한 의견일치가 필요하다고 말했
미 쿼터 압박,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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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파우스트>, 라이브와 함께 본다
11월5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무르나우 회고전 상영작 중 <노스페라투>와 <파우스트>가 라이브 연주와 함께 상영된다. 11월9일 오후 7시30분 상영작 <노스페라투>는 피아니스트 박창수의 독주로, 10일 오후 7시30분 상영작 <파우스트>는 박창수와 첼리스트 박정민의 이중주로 상영된다(문의: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단편은 전진한다
사단법인으로 독립하여 새롭게 단장한 제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2005)가 지난 11월2일 시네코아에서 막을 올렸다. 7일까지 계속될 이 영화제를 위해 집행위원장 안성기, 심사위원장 이명세, 특별 심사위원 김민선을 비롯한 영화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는 AISFF가 올해 시작한 사전제작지원제 수상작 <쁘아송 아브릴>의 허인 감독에게 지원금과 부상이 주어졌고,
[국내단신] <노스페라투> <파우스트>, 라이브와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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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클레이터, <패스트푸드의 제국> 영화화
<비포 선셋>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비밀리에 영화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2001년에 출판된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에릭 슐로서가 패스트푸드 업계의 실상을 고발해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다. 링클레이터와 제작사 파티시펀트 프로덕션은 이 영화의 정체가 드러나면 푸드체인점 등에서 촬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코요테>라는 가제로 준비작업을 해왔고 10월24일부터 텍사스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감독은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으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웨인스타인, 로레알과 프로모션 제휴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2년간 프로모션 제휴 관계를 맺는다.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제작하는 영화에는 로레알의 상품이 배치되어 홍보효과를 얻고 시사회를 비롯한 여러 행사는 공동 주최, 후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모든 영화에
[해외단신] 링클레이터, <패스트푸드의 제국>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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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에 살짝 걸려 있던 해가 뚝 떨어졌다. 바다는 찬바람에 쓸리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고목나무와 아늑한 평상은 매미 소리 우렁찬 여름밤 풍경을 연상시킨다. 거제도의 한적한 길목은 10년 전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는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더없이 어울린다. 고등학생 수호 역의 차태현이 바다처럼 맑은 파란빛의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끌며 타달타달 걷다, ‘이 바보!’ 하는 표정으로 제 머리통을 쥐어박더니, 파란 공중전화기를 발견하고 그 앞에 선다. 수호와 공중전화기 뒤로 걸려 있는 짙은 푸른색 바다, 저 멀리 떠 있는 어선들이 밝혀놓은 금색 조명들, 쌀쌀한 가을 기온에 굴하지 않는 푸른 나무. <파랑주의보>의 풍경은 그림 같다.
<파랑주의보> 현장의 조명부는 11명이나 된다. 차태현과 공중전화기 위로, 고목나무 뒤쪽 집 옥상으로, 그보다 먼 골목 끝집 옥상으로 조명부는 세 군데에 나뉘어 서정달 조명감독의 지시를 받는다. “앞의 건 됐어, 이제 뒤의 거!” 하고 조명
섬소년, 섬소녀를 만나다, <파랑주의보> 거제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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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은 너무 많아? 그런데 포스터에는 왜 네명뿐이지? 올해 전주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관심을 모았던 독립디지털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감독 안슬기)가 11월25일 개봉을 앞두고 포스터를 공개했다. 제목만으로는 장르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없는 <다섯은 너무 많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양한 연령대, 직업의 네 남녀가 가족에 버금가는 인연으로 또 다른 가족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그린 발랄한 영화.
실로 꿰맨 듯 독특한 포스터 속 제목의 글씨체는 엉뚱하게 가족으로 묶인 영화 속 인물의 상황을 보여준다. “한뼘 단칸방, 이상하게 자꾸만 식구가 늘어난다”는 코믹스릴러풍의 메인 카피, 저마다 비밀을 숨긴 듯 장난스러운 인물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동백꽃> <빛나는 거짓> 등 앞서 개봉한 독립장편영화의 포스터를 찍었던 독립영화감독 겸 사진작가 이난이 촬영한 이 포스터에는, 의미심장한 제목에 대한 호기심을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포스터 코멘트] <다섯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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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감독이 후배이자 동료감독에게 그저 좋은 일에 두루 동참하라는 차원에서 추천한 것이라고 본다. 추천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일이니까. 특별하게 영화하는 사람들이라서 이런 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구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타자로는 <너는 내 운명>의 안수현 PD를 추천한다. 핑퐁하는 식으로 되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다. 추측건대 원래 박진표 감독님이 안 PD를 추천하고 싶었는데 같이 작업한 식구라서 고민 끝에 나를 택했다고 생각한다.”(웃음)
[만원 릴레이] 감독 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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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웨이터와 손님 같다. 10월22일 새벽1시50분.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 차려진 근사한 식탁.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은 박용우, 최강희 두 배우들의 요청을 받아듣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남겨두고 있다고 하니, 이젠 허물없이 지낼 법도 한데. 두 배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독은 “음악을 조금 넣을 생각입니다”, “대사 시작할 때 조금만 더 뜸을 들이시죠” 하고 존대로 깍듯이 모신다. 영문 모른다면, 감독이 들고 선 콘티를 메뉴판으로 착각할 것만 같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서요”라는 감독의 썰렁한 농담이 돌아온다.
손재곤 감독이 현장에서 ‘웨이터’ 노릇을 자청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함부로 말하는 성격도 아니고, (배우들이) 존중받는 느낌을 가졌으면 해서요”라는 감독의 해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윤석준 프로듀서는 “배우들을 많이 신뢰하는 스타일이에요. 첫 테이크는 언제나 배우들이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달콤, 살벌한 연인>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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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회자되는 ‘검열에 의한 13장면 삭제’로 유명한 영화 <허튼소리>. 한국영화에 가해진 무자비한 검열의 역사 속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이 영화는 개봉 16년 만인 2002년 원판이 복원되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검열 이전에 ‘왜 하필이면 파계승 중광이냐’는 말로 요약되는 불교계의 반발 때문에 제작과정 역시 험난했다.
1980년대는 중광의 악명이 한창 높았던 때. 그가 첫 출가했던 통도사에 갔을 때조차 촬영은 여지없이 거부당했다. 절 바깥은 청주 법주사에서, 안은 수원의 용주사에서 찍어야 할 정도였고, 낙산사 홍련암에 갔을 때는 촬영팀이 시주까지 하면서 사정사정하여 겨우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찍은 영화는 ‘왜 제목이 허튼소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냐’면서 억지로 ‘중광의…’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주요장면의 삭제라는 최악의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중광이 전사 군인의 유골을 묻는 대목에서는 ‘국군이 인민군과 함께 묻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허튼 소리> 13장면 삭제, 김수용 감독의 육성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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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픽사의 도움없이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해 자체제작한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Chicken Little)이 11월 첫째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애초 3500만달러 전후일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상회하는 4008만달러 수입을 거뒀다.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험을 감행하는 치킨 리틀의 이야기인 <치킨 리틀>은 디즈니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픽사(<인크레더블>)와 드림웍스(<슈렉2><마다가스카>)에 뒤처졌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수작업을 포기하고 최신 3D 기술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 또 내년에 종료되는 픽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도 이 영화의 흥행결과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개봉 직전까지 나온 영화평은 ‘매우 유쾌한 가족영화’와 ‘끔찍한 영화’로 양분되어
<치킨 리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높이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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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기자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올해를 정리하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음악 쪽에서 트랜드를 이끈 가수를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그 때 필자가 할 수 있었던 대답은 “딱히 없는데요.” 뿐이었다. 트랜드가 없는 게 트랜드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는 음악계에서 주목할만한 새로운 흐름 같은 것도, 시장을 뜨겁게 달군 뮤지션도 등장하지 않았다. 김종국처럼 오락프로그램과 앨범 활동을 병행시켜 인기를 얻거나, SG 워너비처럼 R&B 창법을 쓰는 발라드 앨범을 내놓아 이지리스닝을 좋아하는 20~30대 발라드 팬에게 앨범이나 컬러링 판매를 하는 것이 오히려 트랜드로 보였을 정도다. 최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으로 승부한 가수들만 그나마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이는 요즘 음악계가 최대의 불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앨범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예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과거처럼 열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다. 요즘 사람들은 음
강명석의 Shuffle! <이승환 ‘끝장’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