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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3일 오후 2시. 공존할 수 없는 세 남자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을 담은 누아르 영화 <야수>가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던 열혈 형사 장도영(권상우), 악을 향한 근본적인 증오를 지녔으면서도 원칙과 이성을 우선시하는 검사 오진우(유지태). 살면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았을 것 같은 너무 다른 두 남자는 조직폭력배이자 정계진출을 노리고 있는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을 처벌하기 위해 말그대로 악전고투를 벌인다. 이 영화로 데뷔전을 치른 김성수 감독(<무사>의 김성수 감독과는 동명이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소신이나 원칙들이 다 사라져버려 결국 폭력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실패자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과연 빠져나갈 구석 하나없이 마지막 단 한 숨까지 소진하는 세 남자의 비극은 더이상 어두울 수 없을 정도로 비장하다.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 인물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의 앵글, 악에 받친 듯 처절한 액션,
유지태·권상우 주연의 누아르 영화 <야수> 언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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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윈에서 오는 11일 일본산 무협 판타지 <아슈라>를 출시한다.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연극 ‘아수라성의 눈동자’를 영화화한 것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과 그들을 물리치려는 퇴마사 조직이 암약하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전직 퇴마사 역을 연극배우 이치가와 소메고로가, 그 상대역으로 누드집 ‘산타페’로 유명한 미야자와 리에가 맡아 열연했다. 감독은 <음양사>를 연출했던 다키타 요지로.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칸노 요코가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본편은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일본어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를 지원. 부록으로는 감독 음성해설과 예고편을 담았다.
무협 판타지 액션 <아슈라> 11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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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이벤트로 지난해 9월 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리나에서 열렸던 ‘한류 올스타 서밋’이 오는 3월 23일 일본서 스페셜 DVD 박스로 선보인다.
한류 사천왕이라 불리는 이병헌, 김승우, 권상우, 장동건과 함께 비, 신혜성 등 다른 인기 스타들까지 참여한 ‘한류 올스타 서밋’는 당시 2만4천장의 입장권 티켓에 27만 명이 넘는 인원이 응모하면서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전설의 이벤트.
총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되는 스페셜 DVD 박스는 출연진들의 무대 영상을 비롯해 무대 뒤 모습, 인터뷰 모음, 미공개 사진, 기자회견 등의 부가영상을 수록하여 한류팬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DVD 외에도 오리지널 사진집, 엽서세트, 캘린더 등 소장가치를 고려한 아이템들이 포함될 예정. 가격은 16,800엔에 책정됐다.
한류 올스타 서밋, 日서 스페셜 DVD 박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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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아들이라는 그림자
2세 배우들이 ‘아버지의 아들’로 불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김희라에게는 <마부> <아빠의 청춘> 등으로 유명했던 아버지 김승호의 그늘이 워낙 크고 짙었다. 김승호와 작업했던 많은 감독들은 아버지가 타계한 직후 배우의 길로 들어선 아들 김희라를 향해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거라며 걱정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는 것이 김수용 감독의 회상이다. 김희라는 자신이 배우가 된 것이나 연기하는 방식에 아버지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하지만, 그가 2001년 오랜 침체 끝에 악극 <아빠의 청춘>(아버지의 대표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하려 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김희라를 배우로 데뷔시키고 많은 작품을 함께한 임권택 감독은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이해를 보여준다. “김희라군은 용모와 체격이 좋아서 연기자로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돌아온 진짜 사나이, 배우 김희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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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 영화 <사생결단>의 고사 뒤풀이 자리에 배우와 스탭 모두가 모였다. 이 자리의 최고참 어른으로서 먼저 마이크를 건네 받은 이는 김희라였다. 살집이 있고 풍채가 좋던 옛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얼굴도 홀쭉해지고, 머리도 하얗게 세고, 걸음걸이도 불안하고, 발음도 어눌해졌다.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사이, 그는 정계 진출에 실패했고, 건강을 잃었다. 가족 덕에 재활에 성공했다는 미담이 알려졌지만, 이렇게 빨리 배우로 현장에 복귀하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좌중에 옅은 불안과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김희라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전엔 이 나이 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서 요양하고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영화 찍고 있을 줄 몰랐는데, 기왕 하기로 한 거, (우렁차게) 내 ‘사생결단’으로 한번 노력해보리다. 파이팅!” 누군가는 소름이 돋고, 누군가는 울컥해진 채로, 덩달아 화이팅을 외치고 말았다고 한다. 용맹하고, 의리있고, 호탕하고, 강적
돌아온 진짜 사나이, 배우 김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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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나도 이런 스승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걸레짜기, 애들 싸움 구경하기 등 소소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엄연한 싸움의 기술, 삶의 기술을 농담처럼 건넨다. 그러나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물총놀이를 하다보면 지옥 같은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신한솔 감독의 데뷔작 <싸움의 기술>은 학원폭력에 시달리는 병태(재희)가 독서실에 은둔한 미스터리한 싸움 고수 판수로부터 한수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 여타의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제자를 들이는 것이 영 마뜩잖고, 그럼에도 자꾸만 불쌍한 청춘에게 마음이 가는 이 매력적인 스승 판수로, 백윤식이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백윤식의, 백윤식을 위한, 백윤식에 의한 캐릭터라 불러도 좋겠다. 캐스팅 뒤 백윤식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모두 다시 썼다는 감독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윤식은 <지구를 지켜라!> 이후, 충무로의 패기만만한 젊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캐스팅 1순위가 됐다. 감독들
<싸움의 기술>의 싸움 고수 오판수 역 맡은 백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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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휴, 10t 고릴라, 아니 50t은 될 법한 고릴라가 쳐들어온다. 먼지가 걷히며, 난 동료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크다, 커!” 피터 잭슨의 3시간짜리 <킹콩>은 별다른 자기 성찰없이 자의식으로 크게 뭉쳐 있다. 1933년 원작에서 탐험가였던 감독 어니스트 B. 쇼드색과 메리언 C. 쿠퍼가 섹스·살육·가학·기괴한 인종들과 특수효과의 소란스러운 혼합으로 빚어낸 모든 굴곡이 지나치게 정상화되어 있다. 잭슨의 광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일부러 더 날조된 듯한, 궁극적으로 꽤 피곤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프로덕션은 요정 같은 백인 여자(나오미 왓츠)를 향한 정글 괴물 원숭이의 미친 사랑을, 아버지 없는 여자가 궁극적인 보호자를 찾아나서는 <섹스&시티>의 한 에피소드처럼 만들어버린다.
피터 잭슨판 거대한 소프드라마
박스오피스의 성공이 이미 결정된 잭슨의 <킹콩>은 잡스러운 대공항의 배경을 여유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30년대를 배경으로
결국 장사치들의 영화일지니,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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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의 <킹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팬보이의 헌사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팬보이는 누구인가? 특별한 대중 예술장르나 그 장르에 속해 있는 특정 작품에 연인과 같은 헌신을 바치는 팬이다. 그 팬이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그가 지금까지 품고 있던 비전을 현실화시키고 원작에 대한 애정을 토해내는 것이다. 자기 작품이 좋으면 좋겠지만, 자기 작품의 자체 완결성이나 완성도는 부차적이다.
원작의 거의 2배나 되는 러닝타임은 어떤 의도?
<킹콩>을 피터 잭슨의 ‘에고’가 지나치게 부푼 결과라고 믿는 게 잘못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킹콩>과 종종 비교될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야말로 감독의 에고로 똘똘 뭉친 영화다. 잭슨은 카메론보다 훨씬 겸손하다. 원작을 그대로 흉내낸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마지막에 나오는 정중한 헌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기가 해골섬과
겸손한 페어플레이,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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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관객에게 던진 시각적 충격이라는 점에선 피터 잭슨의 <킹콩>이, 그가 경배를 바치려 한 72년 전의 오리지널 <킹콩>에 미치긴 힘들 것이다. 9·11 이후의 영화적 구경거리가 진정으로 충격적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933년의 <킹콩>은 당대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긴 경지를 돌파한 것이었다.
잭슨의 <킹콩>이 선사하는 스펙터클은 그의 전작 <반지의 제왕>에서 빚어낸 신화적 자연, 초인간적 문명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에 비해서도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대도시의 한가운데 등장한 괴수라는 오래된 영화적 소재는, 외계인이 지구를 초토화하는 스펙터클마저 진부화한 마당에 이젠 거의 귀여워 보인다. 이런저런 사정이 이 리메이크작의 정서적 힘을 멜로드라마에서 구한 이유일 것이다.
어쨌거나 피터 잭슨의 꿈은 이뤄졌다. 유년기를 사로잡은 환상을 자신의 손으로 재창조하는 건, 더구나 거의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영화로 그
미녀가 야수를 죽일 수 있던 이유,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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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태풍> ‘백제신패’의 비밀
[정훈이 만화] <태풍> ‘백제신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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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본명 정지훈·24)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제작 모호필름)에 캐스팅됐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비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비는 2002년 <바람의 파이터> 주인공으로 정해졌다가 제작사 사정으로 출연이 무산된 바 있다. 그 사이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인 <상두야 학교 가자> <풀하우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닦아왔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이 전투용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망상증의 소녀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심한 도벽을 가진 인물로 사람의 능력이나 영혼까지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망상증의 청년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비는 <올드 보이>의 여주인공 강혜정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의 에이치디(HD)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올드 보
비, 박찬욱 감독 영화로 데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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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호연 속 인물·이야기 불완전
개연성 대신 작위의 흔적 여기저기
한국방송 <슬픔이여 안녕>이 지난 1일 60회로 끝났다. 마지막회 전국 평균 가구시청률 31.9%, 전회 평균 가구시청률 25.2%로 흥행 성적은 좋았다. 김동완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거두기 힘든 결과였다. 탱탱한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주말 드라마라 해도, 극적 완성도 면에선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슬픔이여 안녕>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들도 여전했다.
드라마의 핵심인 인물과 이야기의 문제다. 인물의 비정상성은 서사적 결함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주인공 한정우(김동완)는 27년간 친형 부부를 친부모로 여기고 살아오다 어느날 친어머니를 알게 된다. 정우의 친어머니 강혜선(이혜숙)은 갓난아기 때 헤어진 아들과 만난 기쁨도 잠시, 암 말기 선고를 받고 아들 품에서 숨진다. 여기까지가 흔하디 흔한 ‘
고질병 못 고친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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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치밀한 고증과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뛰어난
[올드독의 TV감상실] 치밀한 고증과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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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아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 것 같은 기암절벽의 섬. 그늘을 드리운 협곡 속으로 유선형의 요트가 들어선다. 자세히 살펴보니 능숙하게 핸들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김성수다. 빠르게 물 위를 달리는 요트의 뒤쪽에는 좌석에 몸을 기댄 양동근의 머리카락이 열대의 바람에 날린다. 둘은 분명히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지만, 십수 미터 떨어진 선박으로 들려오는 것은 기분 좋은 파도 소리와 모터 소리뿐. 12월21일 오전에 도착한 이곳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비치>로 유명해진 타이 푸켓의 피피섬이다. 세 시간 넘게 배멀미에 시달리며 섬에 당도한 스탭들은 땅에 발을 내딛지도 못한 채 촬영장비를 스피드 보트에 연신 옮겨 싣고 있다. “메이크업 팀 먼저!” 통통거리는 고무보트 위에서 들려오는 제작부의 외침이 해안가 절벽을 타고 맴돈다. 멀미에 시달린 스탭들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것은 푸켓의 강렬한 태양에 그을렸기 때문일까. 얼굴색만으로는 타이 현지 스탭과 한국 스
[현지보고] 김성수·양동근 주연의 <모노폴리> 타이 촬영현장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