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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백서3. 잘난 척 떠들지 말고 뭐든지 왜냐고 다시 한번 따져보라.
자, 출석 부르기 전에 선생님한테 감사의 봉투들 안 주니? 썰렁하구나. 요즘 너희들 <왕의 남자>의 준기 오빠한테 꽂혀서 공부도 게을리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 자, 수업 들어가자. 연산군은 왜 늘 미친 사람처럼 나오는 걸까?
왜 연산군은 광기의 임금으로 알려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 논하라
<왕의 남자> 보면 신하들이 다 그러지.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왜 신하들이 다 연산군만 보면 이가 갈려서 그러니?
학생1 | 임금이 임금다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비판적인 여론을 만든 거 아닐까요?
이걸 생각해보자. 조선시대 중·후기에 연산군, 광해군, 사도세자 같은 불운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단 말이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평가는 누가 내리는 거지? 그렇지. 다음에 왕권을 잡은 세력이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평가하는 거지. 물론 독단적으로 역사를 적을 수 없는 제
논술대특강 - 한방에 끝내는 영화 논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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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무극> 혹시 나라마다 내용이 달라지나요?
[헌즈다이어리] <무극> 혹시 나라마다 내용이 달라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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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영화를 되짚어보며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글쓰기도 말하기도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 지난해 즐겼던 영화를 복기하면서 여러 생각할 거리들을 같이 만들어봤으면 한다. 수험생들이라면 가볍게 머리 식히기에 좋을 것이고, 아니라고 하더라도 술자리 안주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논술백서1. 글발이 안 풀리면 최근에 본 영화를 떠올려보라.
안녕! 어, 음. 대꾸가 없네요. 나 같은 스타가 꼭 먼저 인사해야겠어요? 그래요 그럼. 본론부터 들어갈게. 논술은 이태리 타올이야. 생각의 기름기를 박박 닦아내야 돼. 그럼 어떻게 돼? 속살만 남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뽑아내라구. 그게 제일 중요해. 그 다음 어떻게 속살을 디자인할 건지 다 생각한 다음에 쓰는 거야. 아무 생각없이 첫줄부터 쓰지 마. 자, 질문 하나 할게. 내가 복수한 거 어떻게들 생각해?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의 정당성과 절차적 정의에 대해 논하라
학생1
논술대특강 - 한방에 끝내는 영화 논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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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우이도에서 촬영이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목포에서 배로 3시간을 가야 한다는 우이도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출발 하루 전 영화사에서 전화가 왔다. “날씨 문제로 우이도 촬영은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전남 장흥 촬영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제작부가 내려가 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의 발자국을 되짚는 남자와 그가 길에서 만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김대승 감독의 세 번째 영화 <가을로>의 촬영 일정을 결정하는 것은 감독도 제작사도 아닌, 폭설과 이상한파로 변덕을 부리는 독한 날씨였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전남 장성의 충령산 자연휴양림 행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촬영팀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산으로 향했지만, 공들여 감은 스노체인이 눈과 빙판으로 무장한 비포장 오르막길에서 줄줄이 ‘터져버렸다’. 염화칼슘과 스노체인을 다시 구해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 보다 모텔 방을 하루 더 알아보는 게 빠르겠다는 수군
감독 3인의 신작 현장 [4] -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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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의 키는 무려 190cm에 달한다. 지난 1월14일 오후 8시, 서울 강남 모처에서 진행되는 <비열한 거리>의 촬영현장. 모니터와 카메라 앞을 쉴새없이 왕복하는 그의 실루엣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그러니 열혈단신(短身)의 기자가 감독의 분주한 행보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밖에. 고층건물 앞에 주차시킨 승용차 운전석에서 병두(조인성)의 정면을 잡은 카메라의 앵글을 모니터로 확인한 감독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배우에게 향한다. 힘겹게 그 걸음을 쫓아가면, 카메라를 조금 높였으면 한다는 제안이나 방금 촬영한 테이크가 괜찮으니 다음 컷으로 넘어가자는 식의 다소 썰렁한(?) 멘트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커다란 덩치를 지닌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갈수록 세기(細氣)를 더한다. 사랑하는 여자인 현주(이보영)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삼류조폭 병두가, 회사 상사인 이대리(김영필)와 함께 건물을 나서는 현주를 발견하는 장면. 병두가 어떤 타이밍에서 웃음을 흘리고, 눈빛이 흔들려야 하는
감독 3인의 신작 현장 [3] -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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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나뭇잎이 쌓인 남산 동물원 앞에 현우(지진희)가 서 있다. 그늘이 생길 정도로 움푹 팬 얼굴이지만 아직 젊은 그는 몇달 뒤면 감옥에 들어갈 것이고, 드문드문 흰머리가 섞인 나이가 되어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죄없는 청년, 증발해버린 젊음 그리고 그를 기다리지 못하고 죽은 연인. 황석영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오래된 정원>은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시대를 응시하는 영화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죄가 되고 찰나의 행복도 수치였던 80년대를 바라보며,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들려주고, 시대의 그림자 속에서도 생명을 찾아낸다.
<오래된 정원>은 우연하게도 임상수 감독의 전작 <그때 그사람들> 1년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다. 박정희가 죽고 서울은 봄을 맞았다 했지만, 그해 봄은 매우 짧았다. 계엄군이 도청에 진입하기 직전에 도망 나온 현우는 반년 넘게 떠돌다가 전라도 갈뫼에 사는 미술교사 윤희(염정아)를 찾아간다. “나는 운동
감독 3인의 신작 현장 [2] -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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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를 향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영화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영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길어야 1년을 기다리면 온전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무리한 조급증을 문제삼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한편의 영화가 완성된 형태로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지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영상을 한땀 한땀 공들여 완성하는 촬영과정을 미리 엿보는 것은 기다림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호기심은 무모한 채근이 아닌, 설레는 기대에서 비롯된 애정의 다른 말이다.
임상수, 유하, 김대승. 대중영화의 화법으로 견고한 세계를 전달해온 세명의 감독이 신작을 찍고 있는 현장을 찾은 것은 그 때문이다. <눈물>과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거쳐 <바람난 가족>을 만든 솔직대담한 독설가 임상수 감독은 <그 때 그사람들>에 이르러 만만찮
감독 3인의 신작 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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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문막에 자리한 적막한 유원지 한쪽에 <구타유발자들>이 있다. 지난 1월13일에 있었던 현장공개 당시 자욱한 안개로 인해 리허설만 진행된 탓에 다시 찾은 현장.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피묻은 야구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봉연(이문식)이다. “뭐해 새끼들아, 준비, 땅!” 그리고 이어지는 애국가. 사람좋은 미소를 감쪽같이 지운 이문식이 물가에서 발을 씻으면서 불러젖히는 단조로운 선율이 1절에서 4절까지 이어진다. “야, 이거 무슨 장송곡 같은데. (국가모독죄로) 문제되는 거 아냐?” 테이크를 마친 뒤 원신연 감독이 스탭들을 돌아보며 묻는다. 애국가를 구슬프게 부르는 게 대수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봉연의 열창을 배경음악 삼아 상상 이상의 폭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자장가> <빵과 우유> 등의 단편을 연출했던 원신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구타유발자들>의 시나리오는 2004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 대상작. 한정된 공간
한정된 공간 속 폭력의 연쇄작용, <구타유발자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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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5월 16일 발매 예정인 <크림슨 타이드 무등급 확장판>(브에나비스타 출시)의 자세한 사양이 공개됐다.
극장 버전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본편에 추가될 이 타이틀은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를 지원. 부록으로는 삭제장면들과 새로이 제작된 메이킹 필름이 제공될 예정이다.
토니 스콧 감독의 1995년 작 <크림슨 타이드>는 핵잠수함 알라바마호를 배경으로 한 액션 스릴러. 명배우 진 해크먼, 덴젤 워싱턴이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려는 강경파 함장과 그의 독단을 막으려는 부함장 역을 각각 맡아 숨막히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 작품이다.
<크림슨 타이드> 무등급 확장판 사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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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인기 있는 예고 영화들이 있다. 최근 <싸움의 기술>이 그랬다. 드물게 7천만원을 들여 만든 <싸움의 기술> 티저 예고편은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와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패러디해 폭발적인 웃음을 이끌어냈다. 티저편만 무려 300여개관에 내걸렸다. 더 드문 일이었다. 예고 영화를 전문으로 만드는 최승원 감독(29·하하하 필름프로덕션 대표)의 작품이다. 한참 주가가 오르는 그가 올 상반기 손 묶인 작품만도 5편. <구타유발자> <짝패>를 만들고 있고, <청춘만화> <다세포소녀> <아치와씨팍>도 계약된 숙제다.
예고 영화 감독만큼 기만적인 직업이 있을까. 최 감독은 감독인데 마케터라 하고, 한 영화를 수십 차례 보면서도 극장은 좀체 가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는 개봉도 안 했는데, 영화 관계자들은 자신이 만든 예고 영화를 통해 관객수 견적을 뽑는다. “<싸움의 기술> 티저 광고에
“안되는 영화까지 되게 하는” 최승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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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비뇽축제는 충격적인 작품의 개막과 함께 술렁거렸다. 바로 ‘현대의 다빈치’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 (L'histoire des larmes, History of Tears) 때문. <눈물의 역사>는 수백개의 유리그릇과 수십개의 사다리 같은 오브제가 등장하고, 10여명의 무용수가 15분 동안 울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시작해 20여명의 무용수가 나체로 무대를 뛰어다니는 도발적인 무용극이다. 벨기에 출신의 전방위 예술가 얀 파브르는 이번에 대본, 안무, 연출,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중반에 <달콤한 유혹> <세계적인 저작권> <불타는 성상들> 신체 3부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2000년대의 <나는 피다>와 <울고 있는 육체>로 시작된 체액 3부작은 이번에 공연되는 <눈물의 역사>로 마무리된다. 얀 파브르는 70년대말 입장료로 받은 돈을 불태워 그 재로 ‘돈’이라고 쓰
충격과 도발의 무대,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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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의 거장 후안 미로, 20세기 팝아트의 슈퍼스타 앤디 워홀, 세계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솔 르윗…. 이들 20세기 거장의 유화, 조각, 콜라주, 드로잉, 사진, 실크스크린, 에칭 등 총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여기에는 후안 미로의 외동딸 마리아 돌로레스 미로의 협찬으로 1994년 개인전에 등장했던 작품 70여점 중 일부, 현존하는 20세기 추상미술의 대가 타피에스의 65점의 모래와 대리석 가루, 페인팅, 오브제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전시회 도중, 미로와 타피에스가 한달간에 걸쳐 대작을 완성하는 장면, 슈퍼스타 앤디 워홀의 생애와 실크스크린 작업 광경이 담긴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 전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작가들 작품을 전시해온 줄리아나 갤러리가 한국 예술계 최초로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의 문화훈장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며 특별히 기획됐다.
후안 미로로 20세기 현대회화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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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코는 2년 만에 만난 동생 하루에게 사랑을 느끼고 <빨강머리 앤>의 매슈와 마릴라처럼 평생 함께하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이런 에리코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하는 에리코의 첫 남자친구 이즈미는 그녀에게 다시 연애감정을 느끼고, 하루의 친구 이케가미는 농구부 선배인 이즈미를 좋아한다. 한편 여자 농구부의 스마는 이케가미를 좋아하지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스마의 단짝친구 교코는 스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길까봐 안절부절못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면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12각 관계 에피소드가 떠오르겠지만, <회전은하>의 이 정리 안 되는 다각관계에는 커플마다 나름의 맑은 진심이 담겨 있다. 남들이 하면 스캔들이지만, 내가 하면 순수한 사랑이라 했던가. 그 수많은 순수한 사랑을 각각 주인공의 입장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회전은하>는 말간 그림체와 연출이 어우러진 깔끔하고 다정한 ‘순정만화’다.
12개의 진심, <회전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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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Funk)는 미국에서 퍼져나간 대중음악들의 가장 근본적인 토양 중 하나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심지어 한국 인디신에서조차, 가장 소수자의 음악이라 할 힙합과 펑크(Punk)보다도, 더 소수에 속해 있었던 것이 펑크(Funk)이기 때문이다. 한상원 이후로, 애시드 재즈(Acid Jazz)나 R&B 음악 속에서나 희미하게 그 냄새를 맡는 것에 만족해야 했을 펑크러버(Funk-lover)들에게, 그래서 Earls라는 그룹은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재즈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밴드 Earls를 시작한 멤버들은, 때로는 다른 뮤지션들의 세션맨으로서, 때로는 그룹 Earls로서, 클럽·페스티벌·레코딩룸을 바지런히 오가며 꾸준히 그들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이 어찌 늘 순탄키만 했겠냐마는, 그들은 낙천적이고 유쾌하다. 제임스 브라운과 T.O.P의 그것처럼 즐거운 리듬 속에, 어딘지 친숙한 우리 주변의 냄새가 섞여 있다. 누군가 음반을 걸어놓고,
엉덩이를 흔들어, Let’s Funk! Earls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