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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1999년의 칸영화제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바로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와 브뤼노 뒤몽의 <휴머니티>라는 발군의 리얼리즘 작품들이 동시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원래 프랑스영화는 리얼리즘 전통이 강하다. 특히 로베르 브레송의 엄격한 리얼리즘은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레송의 적자를 찾자면, 단연 다르덴 형제와 뒤몽이 맨 먼저 눈에 띈다. 다르덴 형제는 프랑스어권 벨기에 출신 영화인들인데, 그들의 미학적 태도는 그 어느 프랑스 감독들보다 더욱더 브레송적이다. 현재 유럽의 리얼리즘을 보면, 이들 프랑스어권 영화인들과 그리고 ‘도그마95’로 출발한 라스 폰 트리에와 그의 동료들이 큰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다르덴식 정치적 리얼리즘
다르덴 형제가 다루는 인물들은 프롤레타리아도 되지 못하는 극단적인 주변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파졸리니와도 자주 비교된다. 처음으로 형제들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인 <약속>(1996)에선 불법이민자 거래꾼들을,
<더 차일드>를 보는 네 가지 시선 [3] - 한창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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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헬드, 영화의 윤리성, 효과음의 배제, 진보적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사회파 감독 등…. 다르덴 형제를 일컬을 때마다 등장하는 수식어다. 그러나 나의 다르덴 형제와의 첫만남은 이런 거창한 언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들>이라는, 좀 지루하게 생겨먹은 영화제목의 광고를 어디선가 보고 대학로의 상영관으로 갔었을 게다. 초반부 내내 이상하게 생긴(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뒷모습만 보이며 어린 남자아이를 스토킹하고 있었다. 흠, 나이를 뛰어넘는 좀 파격적인 성애 스토리인가, 보 비더버그 감독의 <아름다운 청춘>의 퀴어버전인가보군, 근데 카메라가 너무 흔들리잖아, 쩝, 하며 영화를 쫓고 있다가, 글쎄 푹 잤다고 보는 게 맞을 게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종종 자는 편이라 그러려니 하고 집에 가려는데, 이상하게 그 소갈머리 없던 아저씨의 ‘뒤통수’가 눈에 밟혔다. 그 뒤통수는 보통 뒤통수가 아녔다. 취한 듯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
<더 차일드>를 보는 네 가지 시선 [2] - 최진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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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 주연의 신작 쿵푸 액션 <무인 곽원갑>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춘절 연휴 동안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6천5백만 위안(약 78억원)을 넘어섰으며, 예상 목표인 8천만 위안(96억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 이는 비슷한 시기 개봉된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과 장백지 주연의 코미디 영화 <야만비급>을 압도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무인 곽원갑>은 실존했던 무술인이자 이소룡 주연작 <정무문>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곽원갑의 인생을 그린 영화. 국내에서는 오는 3월 개봉될 예정이다.
이연걸 주연 <무인 곽원갑> 중국서 대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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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의 신작 <더 차일드>가 1월27일 개봉한다. <아들>에 이어 한국에서 개봉하는 두 번째 작품이고,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아들>이 우리에게 준 충격은 컸다. 그래서 <더 차일드>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다르덴 형제의 무엇이 우리를 감동시키는지, <더 차일드>에는 또 어떻게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하나의 목소리를 들려주기에는 모자란 듯싶어 두명의 감독과 두명의 평론가에게 <더 차일드>와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청탁했고, 이윤기, 최진성 감독, 한창호, 홍성남 평론가가 각각 숨결 고운 애정의 에세이를 보내왔다.
뒷목을 뻐근하게 만드는 차가운 공명
교도소 면회실의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커피를 놓고 마주 앉은 두 젊은 남녀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남자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여자의 손을 잡는다. 그의 오열이 점점 소리를 더해가자 여자도 눈물을 흘린다.
<더 차일드>를 보는 네 가지 시선 [1] - 이윤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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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앤디 워홀의 한 영화는 화면 밖 파트너에게서 구강 성행위를 받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만 내내 보여준다. HBO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그 정도의 우아한 개념이 들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펜튼 베일리와 랜디 바바토가 쓰고 감독한 이 다큐를 “구강 성교를 보는 13가지 방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목구멍 깊숙이>는 미디어 사건이었고, 문화 전쟁의 전투였으며, 쇼비즈니스의 대사건이었다. 마이애미의 한 모텔에서 2만2천달러로 만들어진 영화가 결국 6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영화의 독창성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워홀의 구강 성교가 개념적이었다면, <목구멍 깊숙이>는 허리 한참 위의 개념이었다. 클리토리스를 편도선 어디쯤에 가지고 있는 한 여자가 (극단적인) 구강 섹스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다니.
혁명적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 그 뒷이야기
퀸스 출신의 전직 이발사
70년대 쇼비즈니스의 대사건, <인사이드 딥 스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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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눈 속에서 얼어죽는 그 표범이고 싶다.” 하나, 어찌하랴. 표범이 아닌 하이에나로, 그것도 그토록 되고 싶던 표범을 물어뜯으며 죽어야만 하는 이들의 그 완벽한 ‘개죽음’을.
<야수>는 ‘장르’를 넘어섬으로써 ‘장르’를 완수한다. 앞의 ‘장르’는 장르영화로서의 문법이요, 뒤의 ‘장르’는 순연한 누아르의 정신이다. 영화는 기대를 저버린다. 가령 마지막 쪽지는 수사를 개진하지 않으며, 유강진은 장 형사도 아닌 오 검사에게 ‘담가진다’. 그러나 이 결말을 ‘오버’로 규정하는 것은, 영화를 버디물로만 보았지 극한의 누아르임을 알아보지 못한 소치이며, 무정부주의의 정치성을 판독하지 못한 소치이다.
<공공의 적2>의 국가주의 반대편에 위치하다
장 형사와 오 검사, 뜨거운 정의(가족애)와 냉철한 법을 표상하
누아르를 넘어선 누아르,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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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해서 웬만하면 보지 않는 두 가지 범주의 영상물이 있다. 생태 파괴 다큐멘터리와 동물 학대 영화다. 예컨대 아마존 정글을 불태우는 지주들을 다룬 다큐나, <옹박: 두번째 미션>처럼 액션영화인 줄 알고 보고 있는데, 코끼리가 무참히 살해되는 영화류는 정말 괴롭다. 둘 다 가까운 미래, 숲과 종의 멸절을 은연중 플래시 포워드하고 있고, 복원에 장구한 세월을 요구하는 한 세대의 삶의 사이클로는 도무지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특히 <옹박: 두번째 미션>에 경악했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트랜스젠더 무용가인 진싱을 좋아하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코끼리를 학대하는 악역을 맡은 것이 아닌가? 뛰어난 현대 무용가가 역을 선택하는 안목이 떨어지는 데 실망했다. 이렇게 공포영화보다 생태 파괴 및 동물 학대 영상물을 기피하고 무서움에 떨면서 보는지라 <투 브라더스>를 보기 전 이전과는 달리 영화 줄거리와 예고편 그리고 메이킹 필름까지 모두 살펴본 뒤
사이보그 호랑이는 사이보그 관객을 꿈꾸는가, <투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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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한 화제의 호러 영화 <호스텔>의 DVD 커버 아트가 공개됐다.
지난 1월 개봉되자마자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호스텔>은, 미국인 배낭여행족들이 동부유럽의 한 호스텔에서 겪는 지옥 같은 체험담을 다룬 영화. 데뷔작 호러 <캐빈 피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일라이 로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48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그 10배에 달하는 흥행수입을 거둔 깜짝 히트작이다.
4월 경 북미지역에 출시될 <호스텔> DVD는 무등급 특별판으로 선보일 예정.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를 지원하며 일라이 로스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 ‘에인트잇쿨닷컴’의 운영자 해리 놀즈 등이 참여한 4종류의 음성해설, 메이킹 필름, 멀티 앵글이 지원되는 장면분석 등이 제공될 전망이다.
타란티노 제작 호러 <호스텔> 커버 아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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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형사>와 마찬가지로 방학기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TV 드라마 <다모>가 4월 28일 일본서 박스세트로 출시된다.
사전 제작된 HD 드라마로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 <다모>는 방영 당시 ‘다모폐인’들을 양산하며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작품. 감독판으로 국내 선보인 DVD는 뛰어난 영상미의 화질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일본판 <다모>는 NHK 위성 채널을 통해 소개된 ‘채옥의 검’이라는 제목으로 출시. 14부작의 본편과 함께 메이킹 등을 담고 있으며, 일본어 더빙과 함께 일본판만의 부록으로 새로 제작된 출연진 인터뷰가 수록된다. 가격은 24.675엔.
조선 여형사 <다모> 박스세트 일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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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판타지가 가장 판타지스럽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이즈음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수년 전 <쥬만지>를 필두로 <폴라 익스프레스>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처>가 영화화됐으며, <The Widow’s Broom> <Sweetest Pig> 등도 영화제작이 결정된 상태.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취미 삼아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자신의 그림에 동화책 삽화 스타일의 ‘내러티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림에서 서사적 영감을 얻어” <압둘가자지의 정원>부터 <자투라…>에 이르기까지 십수편의 소설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떠올리는 만큼 시각적 상상력이 뛰어나며, 일상 탈출이나 꿈 이야기 등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를 즐겨 다룬다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이 인터뷰는 LA 프레스 정킷이 있은 지 두어달 뒤,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사무실에서 전화로 이뤄졌다.
[현지보고] <쥬만지> 속편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처> 시사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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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리는 영화 시사회의 낯선 풍경 중 하나는 양동이만한 점보 사이즈의 콜라와 팝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도 예정돼 있고 기사도 써야 하는 부담에 먹고 마시라고 나눠주는 공짜 쿠폰을 잘 쓰지 않는데, 지난해 늦가을 LA에서 열린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처> 시사회에 들어갈 때도 그랬다. 그런데 ‘<쥬만지> 속편’이라는 얕은 정보만으로 무심히 접한 <자투라…>는 보는 내내 허기가 지고 목이 타서 두고 온 팝콘과 콜라가 그리워지는 경험이었다. 한순간 우주로 공간이동했나 싶더니, 미친 로봇과 굶주린 괴물이 달려들었고, 무시무시한 블랙홀이 입을 벌렸다. 이런 강도의 모험이라면, 간접 체험도 힘이 드는 법이다.
도시 한가운데 정글 식구들을 떼로 불러들이던 <쥬만지>의 속편답게 <자투라…>는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먼 ‘우주’로 데려다놓는다. 아빠가 집을 비우자 형과 다툰 막내는 지하실에서 낡은 게임판을 발견하고 혼자 게임을
[현지보고] <쥬만지> 속편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처> 시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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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왕의 남자>의 반격이다. <왕의 남자>는 2주 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고수한 <투사부일체>를 물리치고 정상을 탈환했다.
개봉 6주차 <왕의 남자>는 945만 5천명(이하 배급사 기준, 2월 5일(일)까지 전국누계)을 동원하며 이번주 목요일쯤이면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381개 스크린에서 개봉중인 <왕의 남자>는 평일에도 하루 14-5만의 전국관객을 동원하는 꾸준함을 보였다.
419개 스크린에서 525만명을 동원하며 <가문의 위기>를 추월한 <투사부일체>도 현재 추세라면 한국 코미디영화 역대 흥행 최고기록인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의 566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3주째로 접어든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의 1위 다툼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관심을 모은다. 800개의 스크린을 확보중인 두 작품은 여전히 박스오피스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한
<왕의 남자>의 반격, 3주만에 정상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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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투사부일체> 남기남, 교직생활의 컨셉을 고민하다
[정훈이 만화] <투사부일체> 남기남, 교직생활의 컨셉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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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달려라 장미>(김응수 감독)에서 남자주인공 강남대 역을 맡은 김태훈(31)은 낯설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신인 영화배우라 당연히 낯설겠지만, 익숙한 데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루나자에서 춤을> <상사주> 같은 연극을 통해 그에게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개를 살짝 숙이거나 옆으로 돌린 김태훈의 얼굴에서 그의 둘째형이기도 한 배우 김태우(35)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장단점이 있어요. 좋게든 나쁘게든 일단 좀 더 유심히 봐주세요. 대신 있는 그대로 제 모습을 보기보다는, 저한테서도 형과 비슷한 어떤 것들을 기대하신다는 단점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안고 가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우쭐하기도, 더러 억울할 것도 같지만 그 자신은 오히려 ‘김태우 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원래 성품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것 같기도 하다.
<달려라 장미> 주연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