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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가꾸어진 공원보다는 거친 자연이 좋다. 거친 대자연이야말로 나에게 영감을 안겨주는 존재다”라는 월트 디즈니의 호언과는 달리 디즈니 세계는 약육강식의 대자연과는 별로 닮은 점이 없었다. 이게 꼭 월트 디즈니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예로부터 우화(寓話)를 그려내는 가장 효과적인 예술이었고,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자연법을 모르는 선한 금수들의 놀이터였다. 심지어 먹이사슬을 소재로 삼은 애니메이션들도 그리 잔혹하게 굴지는 못한다. 톰은 제리를 이빨로 짓이겨 삼키지 못하고, 불쌍한 코요테는 로드런너를 평생 쫓아다니기만 할 테니 말이다. <폭풍우 치는 밤에>는 디즈니나 루니툰과는 조금 다른 세상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영화는 시작부터 잡아먹히는 염소의 단발마를 들려주며 물감과 CG로 그려진 세계가 약육강식의 법도를 지키고 있음을 음험하게 속삭인다. 과연 잔혹한 자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폭풍우를 피해 오두막
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현대 우화, <폭풍우 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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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오종은 국내에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특별전을 통해 먼저 이름을 알렸다. 미지의 작가치고는 이례적으로 DVD 박스 세트도 출시되었다. 영화적 일면을 충분히 보여준 두편의 전작 <스위밍 풀>과 <8명의 여인들>도 개봉된 바 있다. 그런데 세 번째 개봉작 <타임 투 리브>는 극장에서 그의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다소 다른 느낌을 심어줄 만한 영화다. 익히 알려져 있는 ‘영화 악동 오종’이라는 편견으로 재단하기 힘든 영화다.
<타임 투 리브>는 오종의 영화 중에서도 ‘독소가 없는 영화’의 예외적 계보에 속한다. 오종은 영화광의 기질, 영화학교에서의 학습을 통해 능숙하고 지적인 기교파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형식적으로 그것은 블랙유머와 심리전, 장르의 횡단, 영화적 인용 등을 통해 발칙함의 자리를 고수한다. 그 단수가 소재나 기교 면에서 매우 높기 때문에 매력적인 독소를 뿜어낸다. 영화 악동이라는 별칭은 거기에서 유래했다. 그건
떠나는 사람이 되돌아보는 인간의 일생, <타임 투 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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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버지인 사울(리처드 기어)은 대학에서 유태교 신비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영리하고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들 애론을 편애했지만 어린 딸 엘리자(플로라 크로스)가 철자법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듭하자 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단어의 의미와 어원만 듣고 모르는 철자를 떠올리는 엘리자. 사울은 그 재능이 단어의 핵심에 다가가 신과 직접 대화하는 카발라 수행방법을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흥분한다. 그러나 그 사이 아내 미리엄(줄리엣 비노쉬)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아버지에게 소외된 애론은 힌두교에 빠져든다.
마일라 골드버그의 소설을 각색한 <다섯번째 계절>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 것처럼 시작된다. 벌써 히브리어를 해석할 줄 아는 오빠의 그늘에 가려졌던 엘리자는 눈을 감고 머릿속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나씩 글자를 떠올리고, 나뭇잎 무늬 원피스에서 글자 모양 덩굴을 피워올리며 몰랐던 단어의 철자를 조합한다. 그러나 &l
분열과 화해의 가족영화, <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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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73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제동을 걸겠다는 국회 쪽 움직임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위원장 우상호)에서 한나라당 정병국 외 38명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영화진흥법 중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논의되지 않았다. 현행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 146일을 시행령이 아닌 모법(母法)에 ‘못 박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이 법안은 2004년 7월에 발의됐으나 지금까지 계류되어 왔다.
현재 영진법 개정안은 빠르면 2월8일 문화관광위원회 전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소위원회 차원에서 이 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전체 회의에서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도 처리되지 못하면, 의원 3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 본회의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2월6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았던 영화인들로서는 이같은
차질을 빚고 있는 국회의 스크린쿼터 제동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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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형사 나도열>의 나도열(김수로)은 ‘짬뽕’ 슈퍼 히어로다. 각종 ‘맨’과 드라큘라가 사생아를 낳으면 나도열이 탄생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그에게선 여러 영웅의 냄새가 풍긴다(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 맨> <엑스맨>처럼 초능력을 가진 한국형 히어로 시리즈물 탄생을 위한 것이었다). 스파이더 맨이 슈퍼 거미에 물렸듯, 나도열도 DHL 항공기를 타고 멀리 트란실바니아의 고성에서 날아온 흡혈 모기에 물려 괴력을 얻는다. 슈퍼맨이 밤과 낮에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운명이듯, 나도열도 미명 뒤에 숨어야 하는 박쥐의 운명을 따른다. 또 배트맨이 악당 조커와 맞섰듯 나도열 역시 스크린 경마장의 악덕업주 탁문수(손병호)를 상대로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그렇지만 100% 한국형 히어로를 표방하는 나도열은 그 ‘맨’들과 다르다. 저들이 미국적 정의를 수호하는 비장하고 엄숙한 영웅이라면, 나도열
히어로 패러디의 한계, <흡혈형사 나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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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주제를 건드릴 때부터 친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비장한 예측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제작된 <뮌헨>에 관해 처음 흘러나온 뉴스가 개봉 전 영화를 본 유대인들이 불쾌해했다는 내용이었다는 데서 현실화되었다. <뮌헨>은, 1972년 9월5일, 팔레스타인 테러단 ‘검은 9월단’이 뮌헨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침입, 코치 2명을 사살한 뒤 인질로 잡은 9명의 선수들마저 21시간의 인질극 끝에 모두 살해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독일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분개하며 테러 주동자들을 직접 처단하기로 결정한다. 악당이 처형되고 세계는 평화를 찾는다, 는 이야기를 <뮌헨>이 선택했다면 스필버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사는 데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대인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피를 피로 응징하면 악이 종식되는가.
<뮌헨>의 시작은 실제 있
복수가 복수를 낳은 역사,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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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과 <뮌헨>의 ‘속’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먼저 보는 것은 어떨까.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타는 <게이샤, 침묵의 400년>(2월11일 오전·오후 10시)과 <테러로 얼룩진 뮌헨올림픽>(2월12일 오전·오후 10시)은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게이샤’와 ‘1972년 뮌헨 올림픽’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게이샤, 침묵의 400년>은 극도로 폐쇄됐던 까닭에 여러 오해(몸을 파는 창녀라는 식의)만 쌓아왔던 게이샤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게이샤를 ‘살아 움직이는 전통’이라고 정의한 다큐는 1600년도부터 시작된 게이샤의 기원과 사회ㆍ문화적 의미부터 되짚는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소 가볍게 지나쳤던 게이샤가 되기 위한 조건과 수련과정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곳곳에 삽입된 인터뷰들이다. 여든이 넘은 게이샤에서부터 슈퍼모델 못지않
<게이샤의 추억>과 <뮌헨>의 ‘속’ 이야기, 다큐멘터리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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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못 살 게 없다고? 재벌가문의 상속자인 열아홉살 재경(현빈)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말은 틀려 보이지 않는다. 싸움이 붙어도 합의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마음껏 주먹을 날리며, “내가 말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랬지”라면서 친구들을 거느릴 수 있는 건 막대한 돈 덕분이다. 게다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날이면 할아버지가 남긴 어마어마한 유산까지 물려받게 돼 있으니 그의 ‘머니 라이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참이다. 그런데 상속일이 되자 변호사는 유언장을 빌려 엉뚱한 말을 던진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로 전학가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면 유산은 없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서두는 <집으로…>와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리게 한다. 재경이 강원도 산골로 내려가 낯설기 짝이 없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는 폼새는 전자를, 비현실적으로 착하기만 한 친구들과 주민들의 모습은 후자를 닮았다. 물론 재경이 전원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지극한 태도에 감화받
세월 변한 건 계산 못 하지 않았나? <백만장자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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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일본의 교토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박치기’란 한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일본영화 <박치기!>는 재일조선인을 사랑하게 된 일본 고등학생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당대의 파란만장한 풍경을 힘차게 그려낸다.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은 ‘일본의 역사’를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박치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일본의 역사는 전공투와 프리섹스, 미시마 유키오와 포크음악만이 아니라 재일조선인과 거리의 폭력배들까지 망라한다. 머리에서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고, 결코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불타는 거리에서 몸으로 경험하고 익혔던 깨달음을 <박치기!>는 유쾌하게 담아낸다.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결코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이즈쓰 가즈유키의 결연한 태도가 <박치기!>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분방한 에너지가 넘치고, 쾌활한 것 같으면서도 슬픔을 질근질근 씹고 있다.
교토의 히가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코우스케
불타는 거리에서 몸으로 익혔던 깨달음,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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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협박, 비밀과 폭로의 경계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스릴러 <손님은 왕이다>(제작 조우필름, 제공 시네마서비스)가 2월6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기자 시사회를 가졌다. 동시간대에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진행되고 있던 배우 장동건의 스크린 쿼터 관련 1인 시위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상영되기 전 시사회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한 편이었다. 주연 배우인 명계남, 성지루, 성현아, 이선균과 함께 무대 인사에 참석한 오기현 감독은 “본인이 서툴고 미숙한 탓으로 배우와 스텝들의 노고를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 역할과 판박이로 검은 썬글라스를 낀 채 등장한 명계남은 자신에 대한 ‘비호감성’(?) 때문에 “영화가 갖고 있는 새로운 열정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관객이 한국 영화의 왕”이라는 겸손한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손님은 왕이다>는 한적
<손님은 왕이다>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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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총 5146명의 관객이 1월19일부터 26일까지 행사장을 찾았다. 회당 관객 수 198명으로 좌석점유율은 70%를 넘었다. 12편의 상영작 중 <벌집의 정령> <킬러> <충격의 복도> <올 댓 재즈> <오프닝 나이트> <흩어진 꽃잎> <베니스에서의 죽음> <남국재견> 등은 모두 매진됐다. 최근 열렸던 ‘일본영화 계승과 혁신: 쇼치쿠 110주년 영화제’와 ‘마스무라 야스조 걸작선’ 등의 행사가 좌석점유율 20%를 밑돌았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2003년 1월 열렸던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이 이전하기 전에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행사인데 그때와 비슷한 수준이고, 이전 뒤에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대만영화제보다도 훨씬 높은 관심”이라고 주최쪽은 밝혔다.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참여가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오승욱 등
[충무로는 통화중]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폭발적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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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영화의 극장매출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버라이어티>의 스크린쿼터 관련 기사에 따르면 9년 연속 성장을 거듭한 한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지난해 8억7천만달러를 기록해 2천만달러 차이로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2005년 한국의 극장 입장객은 전년 대비 6% 성장한 1억4300만명을 기록했다. 동기간 주요한 영화시장으로 꼽히는 스페인은 7억5천만달러, 이탈리아는 6억5천만달러의 극장매출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4년 10월 작성한 ‘세계 영화 산업규모 및 현황연구’ 보고서에서는 2004년을 기준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인도가 1999년부터 5년간 평균 극장매출에서 한국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외시장을 분석하는 <버라이어티>의 다른 기사는 “19%나 극장매출이 성장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를 거둔 곳 중 하나”라고 평했다. 참고로 올해 한국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한 독일은
한국시장 극장매출 세계 5위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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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3>로 다시금 액션스타로 돌아올 톰 크루즈의 차기 출연작은 러브스토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이 영화는 톰 크루즈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사 ‘크루즈/워그너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으며 로맨틱 코미디 <세렌디피티>의 마크 클라인이 각본을 맡게 된다고. 제작사측 관계자는 “독창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혼자 케이티 홈즈와 깨가 쏟아지는 연애를 즐기는 톰 크루즈가 어떤 멜로 연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톰 크루즈, 차기작은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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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의 언론 시사가 2월 6일 두 차례 열렸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올해 아카데미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아카데미 시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영화다. 미국에서는 소수관으로 개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흥행성적을 내기도 했다. 평단에서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작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LA 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올해의 영화 1위 등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랑에 대한 영화다. 우연히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좌절되면서, 이 이야기는 슬프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받고 괴로어하는 히스 레저의 뛰어난 연기는 전성기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킨다(뉴욕 타임즈)”, “두 남자와 대자연, 그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사랑을 축복하는 서사적인 이야기(헐리우드 리포트)” 등 미국의 매체들은 이야기와 배우의 연기에 초점을 맞춰 많은 칭찬을 보낸바 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언론에 첫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