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쿠바>는 엄마가 재혼해서 쿠바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친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말루와 그의 단짝 친구 호르히토의 긴 여행 이야기다. 아빠는 아주 먼 곳에 계신다며 한숨을 내쉬는 말루에게 호르히토는 “만나러 갈 수 없을 만큼?”이라고 묻는다. 다음 순간 아이들은 쿠바 끝에서 끝으로의 여행을 결정한다.
만나러 갈 수 없을 만큼 먼 곳은 없다. 그래서 후안 카를로스 크레마타 말베르티 감독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전주에 왔다. 그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내가 정말 한국에 있는거야?”라 물으며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15명의 스탭이 만든 이 영화에서는 TV의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자로 유명한 그의 어머니가 조감독을, 할머니가 영화 속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제작 과정에 대해 “영화에서 아이들이 그랬듯이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어머니에게 뭔가를 지시할 수 있었다”라며 웃는다. 하지만 "세상에 진짜 독립영화 감독은 코폴라와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셋 뿐이다. 그들만이 제작사나 배급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뼈아픈 농담에서 제3세계 영화인의 고뇌가 느껴진다.
쿠바 최초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비바 쿠바>에는 시사회 전 감독이 “꼭 아이들과 함께여야만 영화를 볼 수 있다. 설령 당신이 문화부 장관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더니 실제로 문화부 장관이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왔다는 일화도 있다. 비극을 암시하는 결말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설정을 따오기는 했지만 해석은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감독, 예술가, 게이라는 아웃사이더로서 자신의 감수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며, “나는 항상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가 처음으로 배운 한국어가 ‘그리고’라는 단어인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