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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기를 끌었던 게이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의 메인 캐릭터 중 한명이었던 마이클은 열렬한 만화광이어서 나중에 스스로 만화가게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우연히 대학에서 만화 강의를 하게 된 그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다가 강의를 풀어가기 위한 첫 번째 열쇠로 자신이 왜 코믹북들의 슈퍼 히어로들에 매료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 이유는 묘하게도 자신의 성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슈퍼 히어로들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는 ‘정상’이 아니며,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히 숨겨야 한다는 것이 게이로서의 마이클의 정체성과 유사한 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난 세기까지 스크린상에서 슈퍼 히어로들인 온갖 ‘∼맨’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완벽함의 대명사였지만 새로운 밀레니엄과 함께 그들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등을 조망하면서 히어로들의 인간적인 면들이 강하게 부각하기 시작했다. <브이 포 벤데타>의 V는 바로 이런 현상의 극점에 있는 캐릭터이자 한번도 가면을 벗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역사에 대한 회상,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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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상원의원 조 매카시는 미국 국무성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지지를 얻은 그는 1954년까지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를 이끌며 숱한 정치가와 예술가, 시민들을 공산주의자로 고발했고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매카시는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에 공포를 퍼뜨렸다.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침묵했고 달아났고 다른 이를 붙잡아 함정으로 끌고 갔다. 엘리아 카잔이 동료 영화인들을 고발했듯이. <굿 나잇 앤 굿 럭>은 매카시의 권력이 절정에 달한 것처럼 보였을 그 무렵 침묵을 그치고 진실을 보도했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와 그 동료들에 관한 영화다. 머로는 “역사를 부정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면서 공포의 시대에 제동을 걸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의 제목 ‘굿 나잇 앤 굿 럭’은 머로가 방송을 마치면서 건네곤 했던 인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런던에서 전
미국 언론사에 잊혀지지 않은 스캔들, <굿 나잇 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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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행 146일인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73일로 줄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3월7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영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7월1일부터는 연간 73일 스크린쿼터가 적용될 예정이다. 예정된 충격이었지만, 영화인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화계는 1월26일 깜짝발표를 통해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원칙을 뒤집은 뒤 ‘묵묵부답’과 ‘여론호도용 이벤트’로 일관하다 결국 축소를 강행한 현 정부를 향해 ‘제2의 매국행위를 저질렀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로 달음질친 상황에서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를 ‘원상복구’하기 위해선 한-미 FTA 저지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화진흥법
[충무로는 통화중] FTA 협상 저지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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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만나자. 지난 3월7일,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서울여성영화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피해여성들과 법조계 여성의 연대를 그린 다큐멘터리 <법조계의 자매들>(킴 론지노트)로 시작하는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는 33개국 97편의 영화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여성의 목소리를 전한다.
메인섹션인 ‘새로운 물결’에는, 아시아쪽 특별전이 열리지 않는 올해 영화제의 특성상 아시아계 영화를 많이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잠복>(박찬옥), <육다골대녀>(이애림) 등 국내 여성감독의 신작이 한자리에 모였고, 도리스 되리(<파니 핑크>)의 <내 남자의 유통기한>, 샹탈 애커만의 <저 아래> 등 신작이 궁금한 거장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경쟁섹션인 아시아단편경선은 7개국 20편의 단편을 통해 여성영화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상영 목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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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부터 열리는 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올해는 샤트아지트 레이, 므리날 센과 함께 인도 영화의 삼두로 꼽히는 리트윅 가탁 회고전이 마련된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리트윅 가탁은 1947년 인도 독립과 동시에 동서 파키스탄 분리로 분열과 이주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자국 민중들의 삶을 직시하는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데뷔작 <시민>(1952)을 비롯해 <구름에 가린 별>(1960), <사랑스러운 간다르>(1961), <티탸시라는 이름의 강>(1974) 등 8편의 상영작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벵갈 민속음악, 신화 등을 차용한 실험적인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전주영화제 쪽은 3월13일 회고전 이외 올해 특별전 프로그램도 공개했다.'소비에트 특별전:저항의 알레고리"라 이름붙여진 이 부문에서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구 소련에서 만들어진 10편의 영화가 소개될 예정이다. 후루시초
7회 전주국제영화제 회고전, 특별전 프로그램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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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가 <나를 잊지 말아요>(가제)에 출연한다. 더 드림 픽쳐스의 창립작으로, 두 남녀 형사가 연쇄 살인 사건을 뒤쫒는 스릴러물. 송윤아는 선배 형사 역을 맡았다. <패스 오버>로 대한민국영상대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안상훈 감독은 스릴러를 줄기로 삼되 공포스러운 상황을 적절하게 끼워넣을 것이라고. 3월 16일 촬영에 들어가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송윤아, 이동욱 <나를 잊지 말아요>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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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가 개봉 첫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데이지>는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가 출연하고 <무간도> 유위강이 감독한 액션·멜로 영화. 3월 9일 개봉한 <데이지>는 지난 주말(배급사 기준, 3월 11~12일 이틀간) 전국 381개관에서 40만 4천명을 동원했다. 개봉 이후 현재까지 전국 누계는 60만 5천명이다. <왕의 남자>로 시작된 사극 열풍의 와중에 비(非)코미디물로서 1위를 차지한 건 <데이지>가 처음이다. 개봉 이후 1위에 올라있던 <음란 서생>은 2주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그러나 두 사극 영화의 인기가 쉽게 사그러들지는 미지수다. 개봉 첫주의 압도적인 점유율(39.2%)에 비하면 힘이 떨어졌지만, <음란 서생>은 무시 못할 점유율(20.4%)을 기록하며 <데이지>(34.4%)를 쫓고 있다. 현재 전국 누계는 233만이다. <구세주>를 밀어내고 다시 3위
<데이지> 개봉 첫주 박스 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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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공식>이 제 8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Festival du Film Asiatique de Deauville, 프랑스 도빌)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인터뷰> <나쁜 남자>의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온 조창호 감독의 데뷔작인 <피터팬의 공식>은 열 아홉 살 소년의 섬세한 성장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월드 프리미어를 수상하고, 선댄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의 대상(황금연꽃상)은 중국 리위 감독의 <둑길>에 돌아갔으며 국내 개봉중인 타이 영화 <시티즌 독>은 비평가 상을 수상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액션 아시아’ 부문에 초청되어 액션아시아 상을 받았다. 폐막을 하루 앞둔 3월 11일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도빌시 훈장 수여식도 열렸다.
<피터팬의 공식>, 제 8회 도빌 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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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조재현 주연의 <로망스>가 3월13일 첫 시사회를 가졌다. ‘두려움 없는 사랑’이란 홍보 문구와 제목에 걸맞게 비련의 남녀가 고전적 로망을 펼쳤다. 형준(조재현)은 강직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권력에서 소외되고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뒤 위태롭게 생존하 는 형사다. 윤희(김지수)는 경제적, 정치적 힘을 모두 가진 남자의 아내이지만 자신의 모든 걸 소유하려드는 남편의 병리적 집착에 육체와 정신이 부서져가고 있는 중이다. 윤희와 형준은 그 벼랑 끝에서 마주쳐 서로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파국의 톱니바퀴는 버거울만큼 육중해서 한치의 오차도 일으키지 않는다.
<로망스>는 서사보다 영상에 감성을 실어나르려는 판타지 멜로다. 상처난 육체가 조각난 정신을 대변하고, 치명적인 총의 안무가 비극의 대단원을 끌고 나간다. 김지수는 <여자, 정혜>에서 정밀하게 보여줬던, 부유하는 눈빛에 고전적 슬픔의 아름다움을 더했고,
김지수, 조재현 주연의 <로망스> 첫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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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에이트 빌로우>의 주연배우 폴 워커와 프랭크 마샬 감독이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에이트 빌로우>는 다카구라 겐 주연의 일본 영화 <남극이야기>(1983)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로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았던 작품. 남극기지에 버려진 8마리 썰매개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오리지널 영화에 감명을 받아 연출을 맡았다는 프랭크 마샬 감독은 “원작이 이야기하고 있는 용기, 결의, 신념, 충성심, 팀워크를 우리 작품 속에서도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라는 동물이 촬영에 참가하면서 겪게된 어려움과 즐거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개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폴 워커는 “다카구라 겐의 영화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가 왜 일본의 국민배우로 추앙받는지 알 것 같다”며, 후배 연기자로서 선배에게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폴 워커, 프랭크 마샬 일본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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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째: 6월11일
오후에 우리 영화의 실질적 마지막 장면인, 비를 피해 광고판 아래 모여든 혜영과 박의, 정우 그리고 장 형사를 촬영했다. 광고판 아래 서로를 모른 채 서 있다가 비가 멈추면 각자의 갈 길을 간다. 날씨는 유난히 쌀쌀하고 비까지 뿌리니 한기가 몸을 감싼다. “No Matter What, Feature can be Changer!” 하지만 지나온 운명 같은 시간을 누가 저버릴 수 있을 것인가. 박의가 꽃밭이 있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정우가 데이지를 들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운명처럼 느껴지는 지나온 시간은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네덜란드의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고 가깝기만 하다.
33일째: 6월13일
광장의 한쪽 허가받은 곳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박의가 정우의 차로 다가가고 주변에 장 형사를 비롯, 형사들이 잠복해 있고 광장은 암스테르담 한복판에 있는 ‘DAM SQ’이다. 많은 관광객과 행인들로 분주하다. 완전통제는 불가능하고 카메라와 배우 주
정우성의 <데이지> 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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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 숀 펜, 베네치오 델 토로, 빌 머레이, 존 쿠색 등 할리우드 인기 스타들이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총출연한다.
다소 긴 영화의 제목은 <바이 더 티켓, 테이크 더 라이드: 헌터 S. 톰슨 온 필름>(Buy the Ticket, Take the Ride: Hunter S. Thompson on Film). 내용은 조니 뎁과 델 토로가 함께 출연했던 영화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1998)의 원작자인 헌터 S. 톰슨의 생애를 다룬 것이라고.
반체제 문화의 영웅으로 불렸던 작가 헌터 S. 톰슨은 지난해 2월 권총자살로 생애를 마감했는데, 평소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조니 뎁은 추도식을 위한 기금마련에도 앞장서기도 했다.
조니 뎁, 숀 펜 등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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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째: 5월24일
홍콩 스탭은 한국말로, 우리는 만다린이나 광둥어로 인사를 한다. 슬슬 서로를 이해하고 더 알아가려 하는 것 같다.
골동품 가게를 찍은 뒤 광장으로 옮겨 총격신의 잔여 촬영을 했다. 성재 형(정우)이 내(박의)가 쏜 총알을 어깨에 맞은 뒤 계단에 넘어지고 총을 쏘며 다시 올라오는 장면이 멋지게 찍혔다. 촬영 중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로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신 때문에 스탭들이 한바탕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19일째: 5월 30일
이틀 전 시내의 한 중식당에서 진짜 킬러가 식사를 하던 남자를 총으로 쏘고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진짜 킬러가 있는 곳…. 오늘은 극장과 호텔에서 박의가 살인을 하는 두신을 찍었다(각주: “내가 실제 킬러가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킬러 역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지요. 특히 킬러 사건이 난 이후 스탭들이 그 시간에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캐묻는 등 꽤 재밌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실제 킬러 박의로 생활하고 싶었던 나에게 꽤 인상
정우성의 <데이지>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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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데이지>의 제작일지를 공개했다. 배우가 일지를 써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먼 이국땅 네덜란드에서 49일(35회차 촬영)의 촬영기간 동안 거의 매일 일지를 썼다. 촬영이 끝날 즈음, 늘 품고 다니며 틈틈이 썼던 일지는 어느새 노트 한권 분량이 됐다. 극중에서 그는 차가운 킬러 박의 역을 맡았지만, 일지 속에 나타난 그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고 섬세한 감성과 열정을 지닌 배우였다(참고: 각주에서 “”로 표시된 부분은 정우성이 직접 한 말이다).
첫 촬영: 2005년5월12일
오후 1시. 주차장 한쪽에 고사상이 차려졌다. 이곳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온 지 6일이 지난 뒤다. 그동안 배우들은 시차적응과 현지의 분위기를 익혔고 의상 피팅과 헤어 컨셉 등 캐릭터로 들어가기 위한 작업 등을 진행했다.
감독님은 말한다. 6개월간의 긴 준비기간을 둔 작품은 <데이지>가 처음이라고. 이틀 전 회식자리에선 장문의
정우성의 <데이지> 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