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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얼굴선을 따라 뒤덮인 구레나룻의 히어로 울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 헤매던 외로운 전사가 최후의 전쟁에 뛰어들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건 대타로 울버린의 역할을 낚아챘던 호주 사나이 휴 잭맨이 ‘남반구의 가장 섹시한 수출품’이라는 별명을 지닌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까지의 세월이기도 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휴 잭맨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토고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던 지난 6월13일. 조심스레 “호주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한다. 어젯밤에 경기를 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답례가 돌아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장신의 할리우드 스타가 간밤에 급히 외운 듯한 인사를 정확하게 발음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울버린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기란 쉽지가 않다. 휴 잭맨은 인터뷰를 마친 뒤 수천명의 팬들이 운집한 레드 카펫 행사를 남반구의 태양 같은 미소로 끝내고 돌아갔다
<액스맨: 최후의 전쟁> 홍보차 내한한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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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착신아리 파이널>에서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은 하나둘 누군가에게서 의문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는 죽어간다. 평소 반 친구들의 따돌림을 참다못해 목을 매 자살하려다 실패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나쁜 망령이 깃들어버린 여학생 아스카가 그들에게 죽음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아스카 역을 맡은 것이 호리키타 마키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꽤나 귀기서린 눈빛의 여학생이어야 맞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에 호리키타 마키는 마냥 순진하고 예쁘장하게 생겼다. 영화의 설정에 정말 어울렸던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수줍음과는 달리 영화 속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이 확고하다. “차라리 괴롭히는 것보다는 당하는 쪽이 낫다”는 게 호리키타 마키의 생각이다. 배우를 하기 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말하는 걸 보면, “<착신아리 파이널>에 같이 나온 또 다른 여주인공 구로키 메이사와도 같은 회사에 있고, 항상
<착신아리 파이널> 홍보차 방한한 호리키타 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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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선물이 도착했다. <비열한 거리>가 관객에게 준 깜짝선물은 무엇보다 진구였다. 포털사이트에서 진구의 이병헌 흉내가 검색어 1위로 오른 건 사소한 덤이었다.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을 연기한 뒤로 줄기차게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그였다. ‘해병대 머리로 자르고 오라’던 TV PD가 ‘자른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캐스팅에서 빼는 일화는 그의 일상이었다. 어제의 오디션 낙방 전문 배우가 무수한 스타들의 별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의리의 화신처럼 ‘형님이 가면 가것습니다’ 하고 병두(조인성)를 따라가는 종수(진구)의 굳은 눈매와 신의를 지킬 것 같은 앙다문 입술은, 비열하고 비루한 조폭들의 거리에서 그나마 별처럼 반짝거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병두와 민호(남궁민) 못지않게 종수는 몇겹으로 둘러싸인 캐릭터다. 그리고 진구는 그 몇겹의 알 수 없는 속내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병두가 민호
한겹 벗길 때마다 반짝인다, <비열한 거리>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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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소문이란 게 원래 믿을 것이 못 되지만 그래도 소문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면, 고소영은 까탈스러운 디바다. 그날의 시작을 한번 되감아보자. 촬영을 위해 복도의 창문을 판자로 막는 대공사를 거친 3층짜리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 시간에 딱 맞춰 현장에 도착한 고소영에게 사진기자가 의상 컨셉을 설명한다. 돌아온 것은 왠지 퉁명스러운 한마디. “만약 제 몸에 맞지 않으면 그건 못 입어요.” 유난히 후끈한 날이었다. 촬영도 후끈해지겠구나 싶었다. 제 몸에 맞지 않으면 못 입어요. 그 첫마디가 질낮은 대패로 비벼댄 나뭇결처럼 까칠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고소영은 완벽하게 준.비.완.료.였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그는 3층 건물을 3시간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완벽한 옷을 까다롭게 고르지만, 일단 몸에 맞는 옷을 찾으면 후회없이 돌진하는 배우. 그렇지. 고소영은 신인배우가 아니지. 4년을 쉬었다고 13년차 배우의 노련함이 사라진
나는 나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 <아파트>의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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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는 MBC가 압승했지만, 실속은 SBS가 챙겼다. MBC는 스위스전과 프랑스전을 비롯 스위스 -토고전까지 모두 2,3,4위에 올리며 ‘역시 월드컵은 MBC'임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종방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하늘이시여>가 극중 자경의 출생비밀을 등장인물 모두에게 폭로하면서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는 것과 동시에 1위를 기록, ’각본 없는 드라마‘의 기세를 눌렀다. 한국의 16강 탈락으로 <하늘이시여>의 우세는 다음 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하늘이시여>를 뒤쫓는 <주몽>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월드컵 중계로 한 주를 건너뛴 탓에 애를 태웠던 <주몽>의 팬들은 ‘돌아온 <주몽>’을 환영하며 5위로 랭크 시켰다. 한 편, <소문난 칠공주>와 <열아홉 순정>, <사랑과 야망>이 각각 6, 7, 8위를 차지했으며, 한동안 순위에 없었던 <로또추첨 645>는 9위로
실속챙긴 SBS, <하늘이시여>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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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양아치들이 나와서, 정의와 질서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상식이나 전범을 전혀 개의치않는 엽기발랄의 상상력은 돋보인다. 하지만 너무 늦게 완성된 <아치와 씨팍>은 새롭다기보다, 이미 익숙해진 엽기 소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정도다. 또한 주인공들이 사건에 개입되고, 해결하는 과정이 거의 우연적으로 풀려나가는 바람에 멋진 액션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차츰 지루해진다.-김봉석/영화평론가
<아치와 씨팍>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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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없는 썰렁한 반쪽 축제가 또다시 재연될 것인가. 개막이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영화계의 지지와 격려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부천영화제는 6월2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 해촉 사태를 불러온 이사회를 해체하겠다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보이콧을 선언했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의 등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난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둔 영화인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해체와 관련해 “이사회 임원들은 애초 조직위원이었다”며 “그들은 앞으로도 영화제를 관할하는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전과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견제 장치 하나 없으면서 어떻게 집행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영화제를 운영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영화인은 또 “당사자의 수락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제 쪽이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바란다면 영화제 복
부천영화제, 올해도 반쪽 축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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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랑> 송윤아의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과 인터뷰 영상입니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커버스토리] <아랑>의 송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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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새로운 것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니, "이건 아니쟎아, 이건 아니쟎아~" 크립톤 행성의 폭발 직전에 캡슐에 넣어 지구로 탈출시켰던 전편의 수퍼맨 아기는 어느새인류 구원의 사명을 띠고 온 구세주로 돌변한다. 신약성서의 유치한 패로디의 시작.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지루한 장광설. 수퍼맨이 아니라 '수퍼스타 지저스크라이스트'가 된 주인공은 골고다 언덕같은 바위산에서 고난을 받고 창에 옆구리 찔림을 당하사 의식불명된지 사흘만에 부활하신다. 간간히 헤라클레스의 도상을 벤치마킹 하기도 하고, 프로메테우스에 걸치기도 한다만, 2시간 반이 넘는 런닝타임을 감당하기엔 태부족이다. 서사는 후져도 ! 볼거리는 좀 있지 않냐고? <타이타닉><아마겟돈><포세이돈>등에서 쓰다 남은 필름 재활용한 것 같다. 수퍼맨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할리우드의 상상력이 고갈되었기 때문 아닐까? -황진미/영화평론가
<슈퍼맨 리턴즈>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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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샌들러의 코미디 <클릭>이 지난 2주간 정상을 차지했던 애니메이션 <카>를 2위로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했다. <클릭>은 평범한 건축가이자 한 가정의 가장로 분한 아담 샌들러가 전자기기 뿐만 아니라 인생을 콘트롤 할 수 있는 리모콘을 얻고 나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린 영화. <언더월드> 시리즈의 케이트 베킨세일이 함께 출연하며 주말 사흘동안 4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클릭>은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 히트작 중 8번째 영화로, 이전에 그가 출연했던 <성질 죽이기>, <미스터 디즈>, <빅 대디> 등은 모두 개봉 첫 주 3천700만 달러에서 4천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흥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는 다시 한 번 아담 샌들러의 저력을 확인했다.
3위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잭 블랙 주연의 코미디 <나초 리브레>로 전주와 비교하여 57% 하락하며 1천210
아담 샌들러의 <클릭> 북미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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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 본 포스터가 공개되었다. <다세포 소녀>는 ‘B급달궁’의 동명 인터넷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쾌락의 명문 무쓸모고등학교에서 섹시하고 뻔뻔한 로맨스를 펼치는 내용이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로 출연하는 김옥빈을 비롯, ‘도라지 소녀’(김별), ‘반장소녀’(박혜원), ‘부회장소녀’(남호정) 등 일명 다세포 걸스의 발랄한 포즈 뒤로 ‘안소니’(박진우)와 ‘테리&우스’(유건, 이민혁)의 얼굴이 보이는 포스터는 관습을 깨는 독특한 이야기를 예고한다. 개봉은 8월10일이다.
[포스터 코멘트] <다세포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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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무렵 영화만이 유일한 취미이자 지루한 일상의 신나는 돌파구였다. 그 무렵 많은 이들이 그랬듯, 대학로와 총신대 입구 등에 있던 작은 시네마테크들은 내게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몇번이고 복사를 떠 뭉개진 화면을, 그나마 작은 스크린을 가리던 앞사람의 머리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봐야 했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후원을 받아온 쪽은 나였던 것 같다. 굳이 나의 후원을 말하자면, 자막 작업을 위해 필요한 영상자료를 제공한다거나 가끔 졸렬한 글이나마 끼적이는 정도랄까. 앞으로도 그럴 테고. 아무 때나 가더라도 다른 극장들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언제 가도 반겨주는 든든한 고향집 같지 않나. 여전히 영화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이들에게 영화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네마테크는 말 그대로 시네마천국이 아닌가. 그게 바로 시네마테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모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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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에 참여하게 돼서 고마운 마음이다. 스스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고 내년, 후년에도 계속 나를 추천해주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힘들게 살아왔지만 스스로는 불우하게 살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고아원 등 복지단체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누구에게나 고통의 양은 항상 같다. 지금의 고통은 결국 나중의 열매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내 1만원도 그런 뜻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 순서는 내가 찍고 있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씨에게 넘기고 싶다. 함께 작업하면서 착하고 여린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만원 릴레이] <미녀는 괴로워> 감독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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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이동통신사 카드할인이 사라진다. 서울시극장협회(이하 극장협)는 6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할인에 대한 이통사의 제안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극장과 이통사가 진행한 ‘이동통신사 멤버십에 의한 극장요금 카드할인’(이하 카드할인)에 관한 협상이 좌초됐다는 뜻이다. 이통 3사와 극장이 맺은 계약기간은 6월30일로 대부분 종료된다. 따라서 극적 타협이 없다면 7월1일부터 극장에서 카드할인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이제까지 극장은 카드할인을 통해 정상적인 극장입장료 7천원 중 1500~2천원 선을 관객에게 할인했다. 지난해 1억4천만명 관객 중 이통사 카드할인을 이용한 소비자는 6천만명, 전체의 35%에 해당한다. SKT가 1999년 5월부터 시작한 카드할인은 처음 3년간 이통사가 전액을 부담했다. 2002년부터 공동분담이 시작됐고, 해가 지날수록 극장의 부담액이 늘어나 현재는 이통사 1100원, 극장 900원 선에 이르렀다. 곽정환 극장협 명예회장은 “카드
극장 이통카드 할인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