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은 매서웠다. 11월 한국영화시장은 올해 최초로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관객이 0.5% 감소했다. 서울 293만 9017명, 전국 953만 1990명에 불과한 11월 관객은 전월과 비교해도 460만명, 32.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객은 대폭 감소했고, 개봉작 편수는 전월 21편에서 두배 가까운 40편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개별 작품별 관객동원 수치는 더욱 암울하다.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앤 해서웨이·메릴 스트립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유일했다.
결국 흥행작 부재, 공급 과잉, 비수기라는 세 가지 악재가 맞물리면서 11월은 올해 한국영화 최악의 시간이 됐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러한 흥행부진이 12월에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12월 2주차 박스오피스 1,2위가 동원하는 관객이 1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2월 흥행성적이 2004년처럼 소폭 상승에 그칠 지, 2005년처럼 급반전을 이루어낼 지에 충무로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에도 뚜렷한 전환이 없다면 최소 2~3개월은 부진한 극장흥행이 계속되는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46.6%로 3개월 만에 40% 대로 내려앉았다. 11월까지 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60.8%.
이러한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구정과 추석의 한국영화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전체 관객은 1억 5037만 2739명을 기록해 최초로 ‘1억 5천만명’을 돌파했다. 1억 6천만명 관객은 기정사실화됐고, 12월에 개봉작들이 선전한다면 1억 7천만명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