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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은 힘이 세다. 여자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남자들은 대체로 20대가 넘어서야 의상의 힘을 깨닫는다. 언제? 대체로 예비군 훈련 받으러 갈 때다. 군복만 입으면 평소 의젓하던 남자들도 수컷 냄새를 흘린다. 남자들만 있던 중·고등학교처럼 욕설과 음담패설이 거리낌없이 흘러나온다. 평소 욕이랑 안 친하던 나도 “새끼”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와 스스로 대견(?)한 적이 있다. 군복을 벗고 다닐 때는 아무 느낌도 없던 신경세포들도 군복 안에선 예민해진다. 평소에 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여성의 노출에 일제히 눈길이 쏠리고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군복만 입으면 짤짤이(동전치기)를 하고 싶은 것도 기이한 현상이다. 게다가 배는 왜 그리 일찍 고파지고 단것은 왜 그리 먹고 싶어지는지. 예비군 훈련장에서 제시간에 밥을 안 준다면 분명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신기한 것은 군복만 벗으면 그런 궁기나 허세, 음흉함과 난폭함이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다. 옷에 주술적 힘이 있다는 걸 그런
[편집장이 독자에게] 옷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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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네 번째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고 난 다음 나는 즉각적으로 이 글을 떠올렸다. “키치중독자로서의 시인이 키치반성자로서의 시인으로 바뀌면서 체득한 중요한 인식 중 하나는, 아니 가장 중요한 인식은 키치중독자의 세계에서는 ‘알아서 기는’ 것이 제일이라는 인식이며, 더 나아가 ‘그러나 알아서 기는 법을 익히다보면, 왜 알아서 일어나진 못할까, 왜 다들 끝내 지네처럼 기어 다니는 것일까’(유하 시집 <무림일기> 중 ‘알아서 기는 법’)라는 처참한 인식이다. 키치적 세계인식은 알아서 기는 세계인식이며, 그 인식은 기는 사람을 끝내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지네처럼 살게 만든다. 그에게 하늘이나 땅 밑(위나 아래)은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옆뿐이다. 같이 기어 다니는 다른 지네들을 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기기만 하는 지네가 바로 키치에 중독된 우리의 모습이다. 그것이 시인의 모습이고, 그 시인에 대해 살고 있는 내 모습이다. 그 지네는 자꾸 증폭되어, 복제기술
키치중독에서 키치반성으로,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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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잠시 경제부에 몸담았던 기자에게 ‘변양호 국장’은 매우 낮익은 이름입니다. 그는 현대차로부터 계열사 빚을 탕감받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뇌물 2억원을 ‘꿀꺽’한 혐의로 구속돼 차가운 철장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 1월까지 재정경제부의 요직 가운데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했고, 이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국내 최대 사모펀드라는 찬사를 받아온 보고펀드의 대표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경기고-서울대를 나왔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왔던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됩니다. 평생 출세가도를 달려온 그의 인생을 드라마 제목으로 뽑아보자면 ‘장밋빛 인생’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경부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그를 “‘모피아’ 최고 실세 가운데 하나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모피아는 전·현직 재경부 관료들을 일컫는 말로 로마자 약자(MoFE)
[이슈] ’모피아’가 주름잡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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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촬영 중에 자원 엑스트라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신청자가 7천명에 달했다는 소식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단적으로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세계적으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성적에 힘입어 3부작으로 재편되었고, 시리즈 2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새로운 악당과 모험을 한가득 승선하고 최악의 해적 잭 선장, 정의감 넘치는 아름다운 청년 윌, 아름답고 용감한 여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돌아왔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전편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망자의 함>과 동시에 제작된 3부작 완결편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이하 <블랙펄의 저주>)는 세계적으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충격적인 성공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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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89년까지 6년간 방송된 미국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별명은 ‘MTV 캅스’였다. 마이애미 경찰 소속의 두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빠른 편집과 최신 음악을 결합시킨 감각적 영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멋스러운 재킷을 빼입은 두 남자, 눈부신 마이애미 해변,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 남부만의 오색찬란한 축제 등이 현란히 화면을 수놓으면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이란 히트곡이 흘렀다. <마이애미 바이스>는 뮤직비디오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시대를 앞질러간 영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진가를 보여준 것은 소니와 리코, 두 형사의 캐릭터다. 이들은 매주 개인적인 욕망과 복수심, 범죄세계로부터의 유혹과 싸우며 고독하고 연약한 남자의 심리를 드러내곤 했다. 시청자들은 <마이애미 바이스>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에 두눈과 귀를 뺏기고 흑백 누아르 시대의 남자 같은
감각적 영상으로 빚어진 뜨거운 느와르, <마이애미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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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가 돌아왔다. 끈적끈적한 에로영화가 아니라 10대 소녀들의 괴담으로. 옅은 갈색의 회벽과 원목 문으로 이루어진 수술실 옆에는 로비와 피부관리실이 있고 맞은편은 원장실이다. “배우들 신발 끌지 말라고 해.” 동시녹음 김경호 기사가 외친다. 다섯명의 어린 여배우가 생일파티를 벌이는 이곳은 <신데렐라>의 촬영현장인 부산 영상위 A스튜디오. 메가폰을 손에 쥔 봉만대 감독이 취재진에게 “열띤 취재열기가 느껴진다”며 너스레를 떤다. 오늘 촬영분량은 현수(신세경)의 생일파티 회상장면과 코수술에 임하는 윤희(도지원)의 모습. 처음으로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봉 감독은 “호러영화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에로와 장르적 개성이나 스타일이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신데렐라>를 창립작으로 선보일 미니필름 박민희 대표는 “10대 소녀들에게 성형은 이미 유행이 아니라 모럴”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소녀들의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면 수술실과 피부관리실 사이에서 진행된 생일파티 장면
죽음을 부르는 성형, <신데렐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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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영화의 법칙 셋. 다중반전보다는 간단명료한 반전을 노려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이란 말은 다중반전의 탄생을 예고한 말이었을까? 연속적인 반전은 강하다. 사람들은 흔히 “한번 속지 두번 속나?” 한다. 진짜 그럴까? 영화에선 아니다. <와일드 씽>에서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한번씩 범인 역을 맡았을 때 관객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한 패거리라는 것이 드러났을 때는 “젠장, 또 짜고 치는 고스톱이군” 하고 말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 똑같은 형식으로 진범이 수지임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허를 완전히 찔리게 된다. ‘설마, 이걸 또 뒤집겠어?’란 상식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먹기 좋은 떡이라도 자꾸 먹으면 질리고 끝내는 체하고 만다. <베이직>이 다중반전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뒤집고 또 뒤집고 완전히 빈대떡 부치는 수준이다. 그렇게 관객을 완전히 지치게 만든 뒤 보여준 결말은 생존자와 수사관, 교관,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사람
영화에 쓰인 반전의 기법 & 실패한 반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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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노폴리> <럭키 넘버 슬레븐> 등 반전을 꽁꽁 감춘 영화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반전영화’는 장르로 인정받는 명칭이 아닌데도 인터넷상에서 꾸준히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사실 반전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기법이 아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물론이고, 스릴러나 공포·범죄영화 등의 장르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관객의 예상을 뒤집는 결말을 위해 반전 기법이 흔히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반전이 마치 유행성출혈열처럼 퍼지게 된 이유는 뭘까?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 센스> 이후, 반전 강박증처럼 ‘반전, 반전’을 고집하게 된 여러분에게 반전의 비밀을 ‘노골적으로’ 공개하려 한다. 반전영화들이 마지막 반전을 위해 영화 내에 배치한 요소들을 거꾸로 짚어보면서 반전영화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스포일러 경고: 다음 영화 가운데 한 작품이라도 보지 못한 게 있다면 이 글을 읽지 마시라. 반드시 후회한다.
영화에 쓰인 반전의 기법 & 실패한 반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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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삼총사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영화학교들이 공동영화제작에 대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위해 힘을 합쳤다. 한국영화아카데미, 북경전영학원, 일본영화학교의 대표들은 6월21일 중국 베이징에 모여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을 위한 기념영화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할 것임을 발표했다. 이 합의는 요코하마 시에서 추진 중인 창작도시건설 계획의 일부로 아시아의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한중일의 친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한편, 한중일 학생들이 오는 8월 요코하마에 모여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 9월 개최될 요코하마학생영화제에 이를 제출하는 일정 역시 이번 합의에 포함됐다. 세 영화학교들은 한중일 공동영화제작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5월25일 동경국립예술대학교 개교 120주년 기념영화제작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한중일 공동영화제작을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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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김영준/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장 이종혁과 ‘타조알’ 김영준이 <죽음의 숲>에서 형제가 된다. 이 영화는 HD 연작공포영화 프로젝트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 중 마지막 편으로, 여름 휴가 중 강원도를 찾은 이들이 저주가 내린 숲에 갇힌다는 내용을 담은 호러물. 이종혁은 숲의 비밀을 파헤치는 인물인 우진 역에, 김영준은 우진의 동생 승헌 역에 나란히 캐스팅됐다.
설경구, 김남주/
설경구와 김남주가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에 동반 캐스팅됐다.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에서 착안한 이 영화는 아들이 유괴당한 뒤 협박 절화를 받게 되는 부부를 그린다고. 설경구는 유괴범에게 아들을 뺏기는 아버지를,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5년 만에 배우로 복귀하는 김남주는 아들을 잃고 무너져내리는 아내를 연기한다.
윌리엄 허트, 마샤 게이 하든/
윌리엄 허트와 마샤 게이 하든이 배우이자 작가,
[캐스팅 소식] 이종혁과 김영준, <죽음의 숲>에서 형제가 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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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42)가 네 남매의 아버지가 됐다. 지난 6월14일 한석규의 부인 임명주씨가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것.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타의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한 유아용품 전문업체는 그가 대가족의 가장이 된 것을 축하하며 자사의 용품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석규는 최근 <구타유발자들>에서 화끈한 폭력을 행사하는 문재 역으로 등장, 그간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한석규, 또 한번 아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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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O.S.T 작업 참여로 유명한 헝가리 음악가 죄르지 리게티(83)가 지난 6월12일 세상을 떴다. 20세기 음악의 개척자로 여겨져온 리게티는 전자음악 <아르티큘라티온>(1958) 등으로 평단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의 조수였던 스티븐 퍼거슨은 “리게티는 현대음악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얼마 안 되는 아방가르드 작곡가 중 하나”이며 “새로운 음악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을 매혹시”킨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대음악의 개척자, 세상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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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120여편에 달하는 영화음악을 만든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한 <글래디에디터>에 실린 그의 수록곡이 클래식 음악가 홀스트의 모음곡 <행성>을 카피했다는 의혹에 싸여 있다. <글래디에이터> O.S.T는 100만장 이상 팔린 대박 앨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홀스트 재단은 저작권 침해로 수백만달러를 받게 된다. 한편 짐머쪽 변호사는 승리를 확신하는 중.
<글래디에이터> 음악이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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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좋은 할리우드 배우 히스 레저가 파파라치들이 쏜 물총을 맞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호주 프리미어 현장. 일전에 레저는 짜증나는 파파라치들을 향해 달걀을 던진 적이 있다. 이에 파파라치들이 앙갚음을 하려고 물총을 쏘아댔던 것. 파파라치의 물총을 맞은 히스 레저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전화해 “시드니의 집을 팔고 싶어요”라고 하소연을 했다고. 이에 아버지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48시간만 여유를 두고 생각해보렴” 하고 충고했다. 이틀 뒤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했다. “아버지, 47시간57분이 지났어요. 집 팔래요.” 그리고 아들은 집을 팔아 뉴욕으로 이사했다. 자식이 흘리는 눈물을 지켜보기가 아버지로서 속이 많이 상했던 걸까? 킴 레저는 스물일곱이나 먹은 아들이 물총 맞고 울었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세상에 알렸다. 아들을 위한답시고 한 일이겠지만, 아버지도 참.
히스 레저, 알고보니 울보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