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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앞뒤로 뭔가 생략된 느낌이다. 이렇게 늘려보면 어떨까. 관심 있는 만큼 알고 싶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는 만큼 궁금하다. 아이가 태어난 뒤 작은 변화가 있다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거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더니 어느샌가 눈에 밟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과거의 내게 거리에 나온 아이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배경에 가까웠다. 지금은 이 구역에 유모차가 몇대인지부터 파악하고 각자의 꼴로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상은 마치 여러 겹으로 포개진 그림 같아서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색깔로 빛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극장가에 단비를 내린 <서울의 봄>의 흥행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리포트에서 2030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것을 중요한 동
[송경원 편집장] 그 많던 관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 많은 관객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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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대기는 할리우드에 없는 한국의 고유한 액션입니다.” “저는 늘 최동훈을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생각해왔어요.” 당최 무슨 말들인가 싶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이하 <섬광을 보았다>)를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금정연, 정지돈 작가가 ‘한국영화’에 대해 주고받은 상념들에는 이제껏 생각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새로운 면모들이 가득하다. 역사엔 제대로 남지 못했으나 한국인의 기억과 정서를 지배하는 비천한 영화들의 목록, 과거에 고인 채 나아가지 못하는 한국영화계의 현재가 산발적으로 소개된다. 본 책은 영화 글에 꾸준히 천착해온 두 작가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연재했던 ‘한국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을 묶은 단행본이다. 다만 그들은 고의로 길을 잃었다. 통상적으로 정해진 ‘한국영화의 길’을 의도적으로 이리저리 비껴간다. 이 샛길에서 발견한 한국영화의 의미야말로 이제 정말 발굴해야 할 한국영화의 속살에 가까울지
[인터뷰] (우리의) 한국영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 정지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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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관객의 일원으로서 낯선 이와 극장 좌석에 나란히 앉는 일이 그렇듯 종종 급작스러운 조우와 기이한 친밀감을 포괄한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0%를 향하여>, 그리고 올해 <낮은 해상도로부터>를 낸 서이제 소설가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키키 키린의 말>을 옮긴 번역가이자 에세이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를 쓴 이지수 작가의 관계도 그러하다. 북토크에서 진행자와 게스트로 처음 만났던 둘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절대적 공통점 아래 늦은 밤 메신저 채팅창 앞에 모여 서로의 인생을 주고받았다. 첫 영화관 경험, 혼자 본 날들과 누군가와 함께한 날들, 요리스 이벤스와 심형래 사이의 종잡을 수 없는 영화 취향, 데인 드한과 쓰마부키 사토시로 귀결되는 최애의 역사를 공유하는 동안 어느샌가 둘은 책상 앞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게 됐다. 영화 에세이이자
[인터뷰] 밤 11시에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면,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 서이제, 이지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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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화평론은 죽었습니다.” 얼핏 위험할 수도, 성급할 수도 있는 말에 가늠키 어려운 신뢰가 실린다. 김종원 평론가라는 화자의 무게감 때문이다. 자타공인 대한민국의 1세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사가이며, 1965년에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출범시켰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그의 말을 쉬이 흘려들을 순 없다. 11월22일,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KOFA’의 첫 주인공으로 나선 김종원 평론가는 10월 말 출간한 회고록 <시정신과 영화의 길>에 기반하여 구순을 앞둔 개인의 인생사를 펼쳤다. <시정신과 영화의 길>은 제1장 유년기, 제2장 소년기부터 제6장 노년기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김종원 평론가라는 개인의 생애주기는 곧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장대한 문학사 및 영화사의 맥락과 진배없다. <자유만세> 등이 만들어졌던 해방 후의 한국영화사, 제주 4·3 사건의 전말, 50~60년대 한국 예술계의 산실이었던 명동 거리의 숱한 다방들, <
[특집] ‘개인의 역사 한국영화의 역사’, <시정신과 영화의 길> 김종원 영화평론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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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의 유혹: 사진 들린 영화
유운성 지음| 보스토크프레스 펴냄
영화는 사진으로만 구성될 수 있지만, 사진은 영화로 채워질 수 없다. 이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특권을 주장하려는 바가 아니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세 번째 저작 <식물성의 유혹: 사진 들린 영화>는 영화의 위기에 관한 상투적 언술이 다시 엄습하는 시기에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수단을 심약하게 옹호하는 대신 영화가 될 수 있는 ‘사진’과 사진에 속할 수 없는 ‘영화’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되짚는 책이다.
“영화가 초당 24장의 사진으로 구성되건, 사진이나 영화가 모두 픽셀과 비트의 조합물이건, 이는 우리가 사진과 영화를 실제로 지각하는 경험적 차원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책이 향하는 곳은 느슨하게 겹쳐진 사진과 영화가 불화와 공존을 이루며 형성하는 이중적 픽션의 장소다.
유운성은 조금씩 의미를 조정해가며 ‘픽션’이라는 단어를 거듭 불러온다. 사진과 영화의 결합은 현실과
[특집] 사진과 영화의 관계를 묻다, <식물성의 유혹: 사진 들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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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의 대화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지음|이계성 옮김 | 미디어버스 펴냄
아피찻퐁 위라세타꾼과 태양, 틸다 스윈턴, 아서 C. 클라크, 인도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 늑대 등이 우주를 유영하며 대화한다. 대화 주제는 대개 관념적이다. 청소년 철학 서적의 뉘앙스에서 시공간의 허상성, 꿈의 정체, 차원의 분류 따위가 논의된다. 이 정체 모를 이야기의 작가는 AI인 GPT-3다. 실제의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이 “틸다, 위라세타꾼, 태양, 쿤티, 그리고 늑대는 걸으며 얘기를 나눈다. 미지의 차원으로 진입하면서 시작되는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지어내라”라는 식의 명령어 95개를 AI에 입력하고, 그 결과물에 조금의 편집과 조정을 가한 것이다. 등장인물들 역시 AI가 재구성한 가상 인물(혹은 행성)들이다. 실제 이름과 부분적인 정보만 따왔다.
GPT-3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주 놀랍거나 획기적이진 않다. 전술했듯, 오래 논의되었던 주제들의 재설명에 가깝다. 아피찻퐁이 탁월한 영화적
[특집] AI와 영화의 미래, <태양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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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1: 책 영화 텔레비전
마크 피셔 지음 | 대런 앰브로즈 엮음 | 박진철, 임경수 옮김 | 리시올 펴냄
k-펑크(punk)는 영국 비평가 마크 피셔가 2003년 개설한 블로그의 이름이다. 록 음악, 포스트펑크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바탕에 둔 음악 저술가이자 2000년대 초 1인 미디어의 새 장을 연 문화 이론가인 마크 피셔는, 사이버의 그리스어 어근 ‘kyber’의 앞글자를 따 학계와 주류잡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강도 높게 토론을 지속할 장소로서 자신의 블로그를 ‘k-punk’라 명명했다. 2017년 그의 사후에 블로그 게시물을 중심으로 매체 기고글, 인터뷰, 미발표 원고를 방대하게 엮은 824쪽 분량의 <k-펑크>가 나왔고 국내에서는 리시올 출판사가 이를 4권으로 나눠 출간할 예정이다. 올해 9월에 나온 <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1: 책 영화 텔레비전>(이하 <k-펑크 1
[특집] 블로그 시대의 비평 기록, '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1: 책 영화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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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의 이미지: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지음 | 여문주 옮김 | 현실문화A 펴냄
수많은 영화에서 단역, 엑스트라는 이름이 없다. 그들은 거리를 지나가는 익명의 시민이거나 사건 뒤편에서 주인공을 지켜보는 행인들이다. 그들은 배경에 머물러 있으며 집단으로 화면에 포착된다. 그러나 영화가 탄생하던 즈음에 연극무대와 구분되는 영화의 특별함은 배경을 포착하는 힘에 있었다. D. W. 그리피스가 영화의 아름다움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있다고 말한 것처럼(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능으로부터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하지만) 영화는 사건 뒤편에 있는 것들, 중심에서 이탈한 자들, 너무 하찮고 범상하기에 눈에 드러나지 않던 것들을 형상화하는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민중들이 노출된다”라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민중들의 이미지: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에서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민중의 형상이 결핍/과잉 노출이라
[특집] 이름 없는 존재들, <민중들의 이미지: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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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21세기의 영화를 말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지음 | 홍지영 옮김 | 미디어버스 펴냄
영상 전문지 <오큘로>와 출판사 미디어버스에서 발간하는 오큘로 총서의 1권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21세기의 영화를 말한다>가 출간됐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과 도쿄 등 곳곳에서 참여했던 강연의 기록이 1부에, 2009년 11월 이케부쿠로의 극장 ‘시네마 로사’에서 나흘에 걸쳐 진행한 연속 강의가 2부에 실렸다. 두 파트를 가르는 뚜렷한 기준은 강연이 상이한 시공간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는지, 혹은 한곳에서 잇달아 이뤄졌는지다. 어쩌면 편리한 편집 구성일 따름이겠지만, 이는 개별 영화가 아닌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해 말해보겠다는 이 책의 결연한 다짐에 꽤 부합하는 구분으로 보이기도 한다. 파편적 부스러기들과 모종의 덩어리가 하나의 두께를 이룬 이 책과, 수많은 단절 그리고 연속으로 기워진 “파탄난 미디어”인 영화의 특징이 공교롭게
[특집] 영화의 21세기, <구로사와 기요시, 21세기의 영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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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잘 만드는 것과 강연을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에겐 비슷하게 능숙해 보인다. 도쿄 릿쿄대학에서 하스미 시게이코를 스승으로 만난 그는 감독이자 현장 비평가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구로사와 기요시, 21세기의 영화를 말한다>에서 숨김없이 펼쳐 보이고, 독자는 말에서 글로 옮겨간 거장의 사유를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겨울 초입에 출간된 이 흥미진진한 책을 필두로 올 하반기를 풍성하게 채운 주목할 만한 영화 서적 10편을 모아 소개한다. 구로사와 기요시에 이어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의 <태양과의 대화>는 작가가 찍은 이미지와 영상을 기반으로 오픈AI의 GPT-3와 대화한 결과물들이다. 개성 강한 목소리와 실험정신이 녹아든 감독들의 책과 함께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마크 피셔 그리고 유운성 평론가가 쓴 번뜩이는 비평의 시선도 더했다. <민중들의 이미지: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은 뤼미에르, 파솔리니, 왕빙의 영화 등을
[특집] 책으로 영화를 헤아리는 계절, 2023년 하반기에 쏟아진 주목할 만한 영화 관련 도서들,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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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를 가로지르는 바리케이드
반란군과 진압군이 마지막으로 대치하는 세종로 시퀀스는 겹겹이 쌓인 바리케이드로 두 진영을 가르는 거대한 벽을 표현한다. 김성수 감독이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구상해왔던 결정적 이미지다. 이 시퀀스는 광양시에서 부지만 빌린 뒤 아스팔트를 깔고 벽을 세워서 작업했다. 대부분의 차는 CG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강조되어 잡히는 이순신 동상 역시 모두 CG로 만들었다. 새벽 시간대라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맞지만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는 “나라를 지키러 가는 이태신의 심정이 장군의 얼굴에서 느껴지길 원한 감독님의 의도”에 맞춰 얼굴 윤곽이 제대로 보이도록 밝기를 조절했다. 수도경비사령관 지위를 박탈당한 이태신이 반란군을 향해 홀로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는 신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결국 극적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살도록”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의 개수를 늘려 프레임을 꽉꽉 채웠다.
이태신은 <비트>처럼, 하나회는 <아수라>
[특집] ‘전두환이 아닌 전두광을 만들어라’, <서울의 봄> 제작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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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밤, 그 어둠의 공기를 담아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로 돌아가 그날의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헌트> 같은 장르영화가 되어서도 <아수라>처럼 김성수 감독의 개성이 녹아들어서도 안됐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김성수 감독에게 <서울의 봄>은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은 영화”였다고 설명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김 감독은 다른 감독보다 레퍼런스 이미지를 100배 많이 준비하는 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도 없었다.” 대신 10·26 사태부터 12·12 군사반란까지 당시 상황을 담은 몇권의 책이 길잡이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당시 실제 뉴스에 배우들이 연기한 허구의 영상을 이어 붙인 오프닝 시퀀스는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필름 촬영까지 염두에 두기도 했었다. 몇 차례 등장하는 총격 신도 액션영화처럼 멋지게 연출하기보다는 “이 상황이 리얼하게 느껴지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특집] ‘12·12 군사 반란은 쉽게 재현되지 않았다’, <서울의 봄> 제작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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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월12일은 그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영화적으로 그리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할뿐더러 전두환 패거리가 승리하는 과정 역시 아주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봄>은 ‘어떻게 반란군이 승리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진압군은 패배했는가’라는 것으로 질문의 방향을 전환한다. 일반적인 역사 서술이라면 두 질문이 동일한 사실을 가리키겠지만, 영화에서는 이 질문의 차이가 전혀 다른 질감의 작품을 낳기도 한다. 선택된 질문에 따라 누구의 관점으로 그날의 사건을 바라볼 것인가, 달리 말해 관객은 누구의 시점으로 그 현장을 목격하는가, 라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봄>은 질문의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역사의 악센트를 옮겨놓는다. 그렇다면 ‘패자의 관점’으로 역사의 악센트를 옮길 때, <서울의 봄>의 관객이 그 패배의 역사에서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서사 물신((Narrative fetishism)으로서 이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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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화적 상상력은 역사를 어디까지 편집할 수 있는가, 패자의 관점에서 역사의 악센트 옮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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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이 묘사하는 전두광이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정우성의 이태신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 이태신이 <서울의 봄>의 핵심을 관통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라면 그가 꼼꼼한 사실 고증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이 영화가 그려내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순수한 허구라는 점도 특별했다. 살뜰한 자막 설명과 유사 작명(作名), 세심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실화 역사극 전략을 앞세우고 있지만 <서울의 봄>의 실질은 숭고한 남성성의 현현(顯現)을 앙망하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 특화된 감독 김성수는 매번 대의와 명분을 과장하지만 옹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진짜 남자다움의 윤리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남자다움의 윤리’라는 테마가 반복, 순환되는 주기, 영웅적 풍모를 가진 남성주인공의 명과 암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g
[특집] 오지 않은 봄은 어떻게 상상되는가, 김성수 감독이 남성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법